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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또 하나의 숙제를 해결하러 떠나본 옥녀봉-국수봉-치술령 종주산행 본문

◈ 산행이야기/☆ 2013년도 산행

또 하나의 숙제를 해결하러 떠나본 옥녀봉-국수봉-치술령 종주산행

해와달^^* 2013. 3. 12. 14:54

♧ 산행일자 : 2013. 03.09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범서읍, 두동면, 경주시 외동읍 일원

♧ 산행인원 :  변함없이 나홀로...

♧ 산행코스 : 내사마을표지석-산불감시초소-옥녀봉-정지불사거리-국수봉-은을암-서낭재-콩두루미재-갈비봉-헬기장-치술령-헬기장-남방마을-녹동마을 표석-두산저수지-관문성 삼거리(경주,울산 경계점)

♧ 산행시간 및 거리 : 7시간 00분, 16.3km (식사,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기

모처럼 쉬는 토요일이라 일찍 산행을 할수 있어 밀린 숙제 한건 해결하려던 차에 대구에서 친구들과의 저녁모임이 있어 시간에 늦지 않아야 하는 제약이 있는 관계로 새벽 일찍 기상을 하여 전날 밤 꾸려둔 배낭을 들쳐메고 집을 나서 성동시장에 들러 자주 가는 김밥집에서 두줄 사서 챙겨넣고 네비게이션에 '울주군 범서읍 서사리'라 입력하고 7번 국도를 내달린다.

치술령을 오르는 경주방면 들머리인 녹동마을을 지나고 척과삼거리를 통과하여 도착한 서사사거리 주변에는 마땅히 주차할만한 공간이 보이질 않는다.

하는 수없이 내사마을 방향으로 진입을 하여 좁은 공터에서 되돌려 나오니 애마를 하룻동안 맡길만한 공간이 눈에 띈다.

반가운 마음으로 얼른 파킹을 하고 장비를 챙기고 쟈켓을 갈무리하고 붉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14번 국도로 걸어 나온다.

도로 한 켠에 서있는 내사마을 표석을 사진에 담고 실질적인 들머리인 14번 국도 상의 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산길로 진입하며 치술령을 향한 대장정에 오른다.(07:20)

 

산행궤적

 

 

울주군 범서읍 서사리 내사마을 표석을 사진에 담고서

아침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내사버스정류장 옆 화살표 방향으로 들머리가 있습니다.

 

 

범서옛길을 찾아서....

옥녀봉 가는 길은 1시간 30분 걸린다고 씌어 있네요.

 

 

능선을 따라 외길로 나있는 등산로는 왼쪽에 두동면 일대를,

오른쪽에 외사마을 끼고 끝없이 이어집니다.

 

 

첫 전망이 트이는 나즈막한 봉우리에서

주변의 조망을 둘러보니 눈에 익은 풍광들이 정겹게 다가오네요.

 

 

해발 고도가 그리 높지 않아도 시야에 들어오는 조망은 시원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가야할 옥녀봉과 국수봉의 오르내림이 만만치 않음을 실감하게 되네요.

 

 

 

 

추모비석

 

 

샛노란 생강나무꽃이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네요.

 

 

사초류 중 가장 먼저 봄을 여는 '가는잎그늘사초(산거울)'

 

 

산불감시초소엔 사람대신 무인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고

아침 햇살 눈부시게 받는 의자에는

밤을 꼴딱 샌 듯한 이슬만이 걸터앉음을 거부하고 있네요.

 

 

산불감시초소봉 답게 사방 탁 트인 조망을 자랑합니다.

 

좌측 멀리 경주의 영산(靈山) 토함산에서 삼태봉을 거쳐

동대산으로 이어지는 삼태지맥이 흐르고 있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눈 앞에 다가선 416봉 너머로 옥녀봉이 정수리를 내밀고 있고

멀리 국수봉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는 모습입니다.

 

 

서쪽방향으로 눈을 돌리니 영알의 고봉준령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는 멋진 전경이 시원스럽습니다.

 

오룡산에서 영축산, 신불산을 거쳐 가지산, 상운산, 고헌산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광에 아침 일찍 달려온 수고로움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기분이 듭니다.

 

 

 

 

문수산을 가운데 두고 대운산과 천성산, 정족산을 좌우로 거느린 모습을 한번 더 뒤돌아보고

 

 

등로를 막고 서있는 요상하게 생긴 나무를 사진에 담아보고

 

 

가파른 오름을 올라서니 숨이 가빠져 옴을 느끼게 됩니다.

 

 

삼각점이 있는 416봉을 지나 15분 가량 등로를 이어가니

 

 

예쁜 정상석이 반겨주는 '옥녀봉' 정상에 도착하게 됩니다.

 

 

나무 덩걸에 배낭을 걸쳐놓고 그 위에 카메라를 얹어 셀카로 인증샷 한장 남겨봅니다.

 

 

 

옥녀봉은 옥황상제의 딸인 옥녀(玉女)가 매년 음력 보름날 밤이면 내려와 놀다가 그 아래 비단바위에 옷을 벗어놓고 밧줄을 타고 바위 밑의 샘물에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는 설화를 간직하고 있답니다. 실제로 옥녀봉 아래에는 높이 30m, 길이 80m의 바위가 있다고 합니다.

 

 

골짝마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풍광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가 따로 없네요.

 

 

눈부신 아침 햇살 아래로 무룡산이 휘뿌연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옥녀봉을 떠나와  10분 뒤에 만나게 되는 당삼거리.

가야할 등로는 입간판이 서있는 직진입니다.

 

 

당삼거리를 떠나 4분 후에 만나게 되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진행방향은 직진입니다.

 

 

큼직한 바위들이 군락을 이루는 암릉구간을 통과하니

 

 

두동면 정지불로 내려서는 사거리를 만나게 되고

이정표가 가리키는대로 곧장 나있는 산길을 따라

쉼없이 바쁜 걸음 내딛으니

 

 

홀로 걷는 산길에 햇살만이 가득한 짧은 너덜길을 만나게 되고

 

 

안전로프가 손을 내밀고 있지만 의지할 만큼

가파른 등로는 아니라 정중히 사양을 하고 오릅니다.

 

 

가파름을 극복하고 올라선 끝에는

속이 다 시원할 정도로 멋진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었네요.

지나온 옥녀봉이 우뚝하고 저 멀리 출발지였던 내사마을의 낮은 구릉이 아득합니다.

 

 

보아도 보아도 자꾸 보고싶은 멋진 수묵화 한폭을 감상하고

골재 채취가 한창인 채석장의 소음을 뒤로 하며

국수봉을 향한 걸음을 재촉해 갑니다.

 

 

일명 '하마바위'라 일컬어지는 모습의 바위 모양새가 참으로 특이합니다.

 

 

지나온 등로 내내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아도

구경 못했던 보송보송한 솜털에 둘러싸여 있는

봄을 노래하는 '노루귀'를 드디어 만나게 되네요.

 

 

노루의 귀를 닮아 이름 지어진 '노루귀'

봄의 전령사답게 앙증맞기 그지 없습니다.

 

 

울주군 범서읍의 진산인 '국수봉'

 

 

 

널찍한 터에 번듯하게 서있는 국수봉 정상석을 사진에 담고 목재데크에서 시산제를 지내는 한 무리의 산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주변 경관을 돌아보고서 서둘러 행보를 이어갑니다.

참고로 범서읍지에 따르면 국수봉은 원래 한자로 國讐峰으로 표기했다고 하며 인근의 산들이 모두 신라 서라벌을 향해 경의를 표하는 자세인데 반해 유독 이 산만이 등을 돌리고 앉은 형국이라 하여 원수 수(讐)자를 썼다고 합니다.

 

 

국수봉에 있는 산행안내도

 

 

널찍한 터에 시야가 확 트이면서 고래등 같은 넓은 능선에 봄햇살이 가득하고

왼쪽 저 아래 골짜기로 반용저수지의 푸른 물빛이 내려다 보입니다.

 

 

울산시 범서면 척과리를 비롯하여 울산시가지를 굽어 볼 수 있는

시원한 조망에 땀흘려 오른 발품을 보상받는 기분입니다.

 

 

두동면 은편리 율림마을회관으로 내려서는 갈림길.

 

 

은을암 갈림 삼거리에서 잠시 망설여지지만

발걸음은 본인도 모르게 우측 내림길로 내려서고 있었네요.

망부석의 전설에 얽힌 애닯은 사연에 그냥 지나칠 수 없나 봅니다.

 

 

봄 햇살에 녹아내린 질퍽한 등로가 낙엽과 뒤섞여

가파른 내림길에 자칫 엉덩방아를 찧게 되면

큼직한 흙도장을 찍기에 안성맞춤이라

내림길이 무척 조심스럽네요.

 

 

박제상 부인의 넋이 새가 되어 날아든 바위동굴 앞에 세워진 은을암 전경.

 

 

남편의 무사 귀국을 바라며 매일 치술령에 올라

동해바다를 바라보던 김씨 부인의 넋이

아직도 은을암에 그대로 맺혀 있는 듯

사찰은 조용하고도 정갈한 모습입니다.

 

 

일본에서 돌아오지 못한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다 숨진

박제상의 부인이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날아들었다는 작은 굴의 모습.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通度寺)의 말사인 '은을암(隱乙巖)'

 

 

 

은을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通度寺)의 말사이다. 창건연대는 미상이나 신라시대의 고찰로서 창건설화가 전한다. 신라의 충신 박제상(朴堤上)이 인질로 잡혀간 미해왕자(美海王子)를 구출하기 위하여 왜국으로 떠난 뒤 부인 김씨는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치술령(鵄述嶺)에 올라가서 남편을 기다리다가, 남편이 처형되었다는 소식을 전하여 듣고 두 딸과 함께 독약을 마시고 남편의 뒤를 따라 죽었다. 그 때 시신은 망부석(望夫石)으로 변하였고 혼은 혼조(魂鳥)가 되어 날아올라 이 절이 있는 바위 틈에 숨었다 하여 그 바위를 은을암(隱乙巖)이라 하였다. 그리고 새가 날아오른 자리를 비조(飛鳥)라 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두동면 만화리에 있는 비조마을의 이름이 되었다. 그 뒤 충절과 정절을 기리기 위하여 이 암자를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그러나 중창 및 중수의 역사는 전래되지 않고 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칠성각·산령각·요사채 등이 있다. 현재 은을암이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1호로 지정되어 있다. (자료 발췌)

 

 

은을암 계단을 내려와 시멘트도로를 따라 올라와 만난 은을고개.

이정표가 가리키는 치술령 방향으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은을고개를 떠나 멀리 보이는 치술령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가늠하며

좌측 사면길을 트래바스하는 등로를 따라 산허리를 돌아 만나는

작은 안부를 올라서니 삼각점이 있는 373봉을 만나게 됩니다.

 

 

끄트머리로 치술령이 보이고 가파른 오름길이 기다리고 있지만

진행되는 등로는 내리막으로 이어지네요.

올라갈 생각에 아득한 마음이지만 어차피 가야할 길이기에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봅니다.

 

 

너른 터에 산행을 나온 등산객들이 주차해 놓은 모습이 펼쳐지고

맞은 편으로 '벽진이씨(碧珍李氏)' 가족 납골당인

영막당(永幕堂)이 잘 모셔져 있는 옆으로 423봉을 향한 등로는 이어집니다.

 

 

두동 칠조마을과 척과 반용마을을 잇는 서낭재.

 

 

발 아래에는 칠조마을이 펼쳐지고

멀리로는 가지산, 고헌산, 백운산의 낙동정맥이 흐르고

삼강봉에서 분기되어 나온 호미지맥의 천마산(내와마을 앞산) 마루금 뒤로

경주의 최고봉 단석산이 아득하게 시야에 잡히네요.

 

 

수없이 나타나는 갈림길이지만

잘 정비된 이정표에 길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아

초행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답니다.

 

 

콩두루미재 사거리

 

(← 두동 칠조, ↑ 치술령, ↗ 척과 반용)

 

 

콩두루미재를 지나고부터는 가파른 급경사 구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숨이 턱에 찰 만큼 힘든 산길이지만 완주에 대한 열망 탓에

내딛는 걸음은 브레이크없는 질주 본능입니다.

 

 

웅장한 바위 앞에 남근을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놓은 돌탑이 눈길을 끄네요.

 

 

갈비봉

 

치술령을 다녀와 이곳에서 도계능선을 따라

두산저수지로 내려갈 계획이었지만

초행길인데다 저녁모임에 늦지 않기 위해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석계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합니다.

 

 

마치 스핑크스를 닮은 듯한 모습의 기묘한 바위를 지나고

우측으로 멋진 조망터가 있지만 선점한 산객들 때문에 지나칩니다.

 

 

가까이 당겨본 경주망부석

 

 

완연한 봄이 오면 철쭉꽃이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릴 때쯤

다시 찾아 꽃터널을 걷고픈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헬기장에 있는 갈림사거리.

 

(← 법왕사, ↑ 치술령, → 석계)

 

 

박제상 후손이 박제상 부인과 딸의 넋을 기리며

치술령 정상에 세운 비석 '신모사지(神母祠址)'

 

 

치술령 정상에서의 셀카 인증샷.

 

 

경주쪽 망부석에서 내려다 본 석계저수지를 비롯한

경주 외동읍 일대가 참으로 시원스럽습니다.

 

 

건너편으로 외동읍 삼태봉에서 울산쪽 동대산을 잇는 스카이라인이

짙은 연무속에서 그저 윤곽만을 드러내고 있을 뿐...

 

좀더 날씨만 맑았다면 저 산록 너머로

쪽빛 동해바다를 건너다 볼 수도 있으련만...

 

 

이른 아침부터 걸어온 머나먼 등로를  되돌아보면서

스스로에게 대견해 하며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경주 망부석을 떠나 헬기장이 있는 사거리로 되내려와 석계 방향의 급내림으로 내려섭니다.

 

 

질척거리는 급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와 계곡을 따라 걷는 등로엔

다소 덥다는 느낌의 햇볕에 우리 곁에 화창한 봄이 찾아왔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쏟아질 듯한 내림길 곁으로 서있는 엄청난 크기의 바위군락을 에돌아 내려서니

 

 

순백의 노루귀를 만나 가던 걸음 멈추고 사진에 담기 시작합니다.

 

 

갈비봉에서 내려서는 갈림길과 합류되는 돌탑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등로를 이으니

 

 

이번에는 너무나 예쁜 포즈로 한번 봐 달라고 고개를 내밀고 있는

분홍노루귀의 앙증맞은 모습에 또 다시 가던 걸음 멈춰서게 됩니다.

 

 

한층 부드러워진 등로를 따라 부지런히 발놀림을 놀려 내려오니

 

 

다시 만난 가정집 같은 절집인 '광적사'를 만나게 되고

 

 

지난 해 이곳을 찾았을 때는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이라

십이지신상을 제대로 볼수 없었는데 오늘은 온전한 모습이네요.

 

 

남방마을 입구를 빠져나오며 '치술령'을 올려다보고서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걷는 개울가에는

봄의 전령사라 부르는 '갯버들'이 화사한 모습으로 반겨주네요.

 

살랑살랑 흔드는 강아지의 꼬리와 같다 하여

'버들강아지'라 불리기도 하는데

꽃이 피기 전의 은빛 모습입니다.

 

 

녹동마을 표석을 사진에 담고 스틱을 배낭에 갈무리하고서

 

 

바람에 실려 은빛 물결이 넘실대는 '두산저수지'를 끼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털레털레 걸어가니

 

 

경주, 울산 경계점인 관문성 삼거리가 나오고 40리길의 대장정은 끝을 맺게 됩니다.

 

 

 

마음 속 동경의 대상으로 영남알프스 태극대종주를 꿈꾸고 있지만 홀로가는 산행에는 너무나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시간의 제약에 늘 뒷전으로 밀려나 있어 희미한 기억속에서 잠들고 있었는데 지난 울산 무학산 산행 때 건너다 본 옥녀봉-국수봉 능선을 바라보며 잊고 있었던 종주본능이 되살아났지만 영알태극종주길의 첫 구간의 하나인 옥녀봉-국수봉-치술령 코스를 짧게나마 걷고파 나선 길을 큰 무리없이 마무리하게 되어 다행이다 싶다.

대구 앞산자락길 종주산행과 저울질하며 선택했던 오늘의 등로는 요동치는 증시의 그래프처럼 등락폭이 심한 산길이 힘들긴 했지만 무엇보다 친구들과의 저녁모임에 늦지 않기 위해 쉬는 시간을 줄여가며 줄곧 등로를 이은 탓에 다른 때보다 피로도를 많이 느낀 코스였지만 그동안 산을 자주 찾은 탓인지 아직도 힘이 남아있어 마음 같아선 경주남산까지 내달리고 싶은 의욕이 넘친다.

불과 50여 미터 남겨둔 관문성 삼거리의 울산쪽 버스정류장인 대신정류소에 정차중이던 시내버스가 눈 앞에서 떠나가는 모습에 손을 흔들며 달려가 보았지만 무심하게도 떠나버려 다리에 힘이 빠진다. 14시 10분에 출발하는 버스였는데 불과 1분 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다음 차편인 15시 00분에 도착하는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부담에 아쉬움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기회는 다시 찾아오는 법. 관문성삼거리의 노거수를 사진에 담고 돌아서니 녹동마을에서 달려온 '다마스' 승합차가 삼거리에서 대기중이라 척과정류장까지만 좀 태워달라 부탁했더니 흔쾌히 타라 하신다.

부산에서 이곳까지 영업활동을 위해 왔다는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이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척과까지 왔지만 부산까지 계속 가신다기에 이왕지사 들머리였던 내사마을까지 태워달라고 부탁하고 계속 이야기 보따리를 늘어 놓는 바람에 내사마을을 그냥 지나쳐버려 다시 2km 가량을 되돌아 올라가는 해프닝을 겪게 된다.

그래도 싫은 내색없이 데려다 주신 이름모를 어르신께 크나큰 감사의 마음으로 복을 받았으니 다른 이에게 복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왼종일 뙤약볕 아래 잠자고 있던 애마를 깨워  대구를 향해 울산I.C를 거쳐 고속도로를  달려간다.

기다림의 산(山)인 치술령을 포함해 옥녀봉과 국수봉을 지나온 오늘의 종주산행.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를 영알태극종주 구간을 조금이나마 체험해 본 기쁨에 체증이 심한 주말 고속도로에서의 짜증스러움은 저만치 날아가 버린다.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어 버린 김씨 부인의 애닯은 사부곡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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