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완연한 봄의 정취를 느끼며 걸어본 사량도 지리산 본문
♡ 산행일자 : 2013. 03. 16 (토) 날씨-맑음
♡ 산행장소 : 경남 통영시 사량면
♡ 산행인원 : 친구따라 가이드산악회와 함께...
♡ 산행코스 : 사량도 내지항 - 돈지삼거리 - 지리산 - 불모산(달바위) - 가마봉 - 옥녀봉 - 금평항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40분, 6.4km (식사,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사량도에는 지리망산(398m)과 불모산(399m), 두 개의 산이 솟아 있다. 이 두 산은 높이가 비슷한데다 주릉 좌우로는 천 길 낭떠러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정상에서 맛보는 탁월한 조망이 최고다. 특히, 지리망산은 맑은 날이면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고 해서 이름이 지어졌을 만큼 조망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지리망산은 아마추어 산행객의 성취욕을 자극하는 산으로도 유명하다. 그것은 종합유격훈련을 연상케 하는 험한 등산로다. 불모산에서 가마봉과 옥녀봉으로 이어진 암릉은 밧줄과 철계단이 연이어 있다. 암릉은 초보자라면 오금을 저릴 만큼 아찔하다. 철계단도 함부로 엿볼 수 없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바다로 다이빙을 하는 것처럼 가파르다. 이 때문에 지리망산을 아는 산행객들은 전문 산악인처럼 등반의 묘미를 느껴보기 위해 천 리 길을 마다하고 이 산을 찾는다.
이처럼 뛰어난 산세를 가진 이 산에는 옥녀에 얽힌 슬픈 전설이 있다. 옛날 이 섬에 옥녀라는 딸과 아버지가 살았다. 그러나 옥녀가 아리따운 처녀로 성장하자 아버지의 눈에 옥녀가 한 여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욕정을 주체 못한 아버지가 옥녀의 방으로 뛰어들었다. 이에 옥녀는 꾀를 내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옥녀는 자신이 뒷산에 올라가 있을 테니 아버지가 멍석을 쓰고 소 울음소리를 내면서 기어서 산을 올라오면 허락하겠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싶어 지어낸 이야기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실재로 멍석을 쓰고 음매음매 소리를 내면서 기어서 산을 올랐다. 이에 절망한 옥녀는 천륜을 지키기 위해 벼랑 아래로 몸을 던졌다. 지금도 옥녀가 몸을 던진 옥녀봉에는 붉은 이끼가 자라 있어 그 안타까운 전설을 뒷받침한다. 이 전설은 천륜을 저버린 아버지의 비뚤어진 욕망이란 특이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어쩌면 고단한 섬살이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 산행기
3월부터 근무형태가 바뀌어 지난 겨울처럼 주 2~3회씩 산을 찾던 생활을 청산하고 주 1, 2회 정도 밖에 산에 오를 수 없는 처지라 산에 대한 갈증이 심화되고 있지만 먹고 사는 일이 우선인 까닭에 그것도 감사한 마음으로 주말을 기다려 섬산행을 떠난다.오늘은 가끔씩 함께 산을 찾던 친구가 미리 예약을 해두어 새벽같이 고속도로를 달려 출발지인 대구 범어로타리 부근에 당도하니 약간의 여유가 생긴다.
느긋한 마음으로 주변 골목에 차를 주차해 놓고 나오니 마침 도착한 친구와 해후를 하고서 정해진 좌석에 앉아 그간의 안부를 주고받는다.
대구 지역의 가이드산행으로 유명한 KJ산악회를 따라 오래 전 여름날 홀로 다녀온 사량도 지리산으로 섬산행을 떠난다.
대구 시내 동서를 횡단하며 너댓 군데의 장소에 정차하며 기다리고 있던 산객들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려 나가지만 우리는 부족한 잠을 채우기 위해 수면모드로 돌입한다. 함안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하여 시래기국밥으로 아침요기를 하고서 다시 비몽사몽으로 차를 타고 가니 고성 용암포항이라며 하차를 하란다.
그 사이 사량도 가는 선착장이 더 생겼나 싶다. 예전에는 홀로 가오치항까지 차를 몰고와 차 안에서 하룻밤을 지새고 아침 첫배로 사량도로 들어간 기억에 통영과 가오치항 두 군데만 있는 줄 알았는데...
탑승시간까지 20분 가량의 여유가 있어 모두들 화장실도 다녀오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도착한 배에 승선을 하고서 2층으로 올라간다. 아직은 싸늘한 바람의 기운에 바람막이를 걸치고 박무에 흐릿한 한려해상공원의 많은 섬들을 돌아본다. 가야할 사량도를 바라보니 가마봉-옥녀봉 코스에 출렁다리가 생겼다는 가이드의 말처럼 두 군데에 연결된 다리가 시야에 잡힌다. 예전의 아찔한 경험은 반감되겠지만 시즌의 혼잡스러움과 안전도는 강화되어 찾는 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내릴 수 있겠다 싶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20분 가량의 항해 끝에 사량도 내지항 선착장에 하선을 완료하고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며 산행을 시작한다.
선착장에서 우측으로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진행하며 탁 트인 바다를 보면서 해변의 바윗돌을 때리는 파도소리를 듣노라니 세속에 찌든 때가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듯 하다.
내지항에서 돈지 방향으로 200m 가량 해안도로를 잠시 걷다보면 좌측으로 나뭇가지에 전국의 산악회에서 다녀간 흔적을 훈장처럼 달아놓은 시그널들이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들머리에 도착하여 사진 한장 담으며 산길로 접어든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을 내지항에서 지리산을 오르는 들머리 입구에서 빨갛게 꽃을 피운 동백나무가 눈에 띄어 카메라를 들이대 보지만 마른 듯한 모습에 실망을 안고 돌아서서 오르는 길 한번 쳐다보며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다시 찾아온 사량도 지리산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산행궤적
용암포항을 떠나기 앞서 가야할 사량도를 바라보며 담아봅니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날의 혹한을 견디며
기다려준 봄을 만나러 새벽잠 설쳐가며 달려온
산꾼을 태우고 갈 여객선에 탑승을 합니다.
봄 기운을 찾으려고 남쪽나라로 떠나온 길.
뱃길따라 찾아가는 통영의 사량도 지리산을 향해 출발합니다.
아침 일찍 어장으로 나와 양식장을 돌보고 있는
어선들을 보노라니 활기찬 삶의 단면을 보는 것 같네요.
선미에 서서 떠나온 용암포항을 바라보니
얻어먹을 게 있는 양 갈매기들이 계속 뒤따라 오고 있는 모습에
새우깡이라도 준비했더라면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네요.
내지항에 내려 마을 표석을 사진에 담고
GPS를 가동하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시그널이 들머리임을 말해주고 있고,
얼마나 많은 산악회에서 이곳을 찾았는지 알 수가 있네요.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노루귀, 현호색, 양지꽃, 현호색)
무덤이 있는 공터에서 겉옷을 벗어 갈무리하고
숲이 우거진 가파른 오름을 20여분 오르면
하늘이 열리고 시야가 트이면서 주능선에 올라서게 됩니다.
산행 들머리였던 아담하고 소박한 내지항이 내려다 보이네요.
눈에 들어오는 봉우리를 하나하나 올라 저 끄트머리에 있는
불모산을 넘어 옥녀봉으로 진행해야 하는 오늘의 산길입니다.
서쪽 방향의 풍광으로 수우도(樹牛島)가 지척이고,
그 너머에는 지금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는 남해도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그 앞의 작은 섬은 무인도로 '농개도'라 불린답니다.
본격적인 암릉길이 시작되고
제법 숨이 차 오르는 된비알을 하나하나 극복해가며
나타나는 바위들을 밟고 올라서니
눈 앞에는 국립해상공원인 다도해의 비경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한고비를 넘어 다음 봉우리를 향해 오르며 지나온 365봉을 뒤돌아보니
뒤따르는 산객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재미있게 보이고
그 너머 삼천포 방향의 조망이 뿌연 연무속으로 다가옵니다.
사량도 내지항과 들머리였던 금북개가 아래로 보이고
멀리 고성땅 용암포 방향이 조망이 됩니다.
충분히 아름다운 조망이지만 아직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지요.
경사가 가파르고 섬이다보니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도 조망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주능선의 길은 대부분 이런 암릉길의 연속이랍니다.
바로 앞의 봉우리는 지리산,
멀리 뒷쪽의 높은 봉우리는 불모산(달바위) 입니다.
고도를 높혀서 내려다 본 풍광은 앞서 본 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자꾸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멋진 한 폭의 그림입니다.
이번에는 고개들어 멀리 바라보니
통영 방향의 섬들이 연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량도의 암릉과 기암들은 거의가 이런 수직절리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돈지에서 올라오는 삼거리와 만나게 되는 삼거리.
이제부터 본격적인 주능선 산행이 시작됩니다.
돈지 방향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돈지마을 전경.
쪽빛바다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에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우측에 왕관 모양의 작은 섬은 대섬(竹島)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대나무 화살을 얻었다는 섬으로 유명하지요.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앞으로 보이는 암릉길을 따라
염천의 태양을 고스란히 받으며 걸었던
지난 날의 추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지금은 안전을 위하여 반듯한 울타리도 설치되어 있어
전보다 걷기가 훨씬 나아진 것 같아 좋으네요.
화사한 봄기운 맞으러 찾아온 사량도!
산행을 하며 산이 되고 나무가 되고, 하늘이 되고 구름이 됩니다.
멋진 곳에서 사진 한장 남겨
두고두고 볼수 있음도
괜찮은 일이라 포즈를 잡아봅니다.
아름다운 돈지항...
돈지(敦池)란 지명의 유래는
포구가 못(池)처럼 생겼다 하여 명명되었다고 합니다.
비록 연무로 인해 먼곳까지의 맑은 조망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주상절리같은 바위와 주변 풍경에 탄성을 하며 시종 즐거운 산길이 이어집니다.
지리산 직전의 암봉이 건너보이는 특급조망터에서
준비해간 도시락을 내어놓고 신선도 부럽지 않은 식사시간을 가져 봅니다.
위험구간이라 출입이 통제된 봉우리인데
통제를 무시하고 무작정 바위 위를 올라와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아찔해 보입니다.
떨어지면 천길 낭떠러지라 목숨을 담보할 수 없을텐데
무모한 만용은 부리지 않는게 상책일 듯 싶은데 말입니다.
사량도 지리산은 정상에서 날씨가 좋은 날은
멀리 육지의 지리산이 보인다고 해서
지리망산으로 불리워진다는 유래가 있다는데...
여유로운 내지항과 바다양식장들의 모습이 마냥 평화로워 보입니다.
좌측 멀리 사천의 명산 와룡산이 길게 누워있는 모습이 잡히네요.
달바위(불모산)가 한층 가까이 다가 서있고
고성, 통영방향으로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뿌연
연무속에서 희미한 모습으로 다가오네요.
기암과 돌탑
암릉을 걷고 있는 산길은 산길대로
바라보이는 암릉미와 걷거나 오르는 재미를 주고
군데군데 갓 피어난 진달래도 발걸음 붙들어 세웁니다.
옥녀봉 방향으로...
사량도에는 이정표가 적절히 설치되어 있어
산행하며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네요.
지나온 마루금을 되돌아보면서 자연이 주는 위대함을 새삼 실감해 봅니다.
우리네 사람들이
자연의 품이 안길 때는 얼마나 작은 존재일까?
가까이 있는 사람들도 작은 점으로 보이는데...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얼마나 작은 존재로 살아갈까?
인간이란 굴레를 쓰고
특별히 잘난 것도 없으면서
알량한 자존심을 버리지 못해
당랑거철의 우(愚)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량도 산행은 오르락 내리락... 재미가 솔솔...
멋진 경치는 산행의 즐거움에 더해지는
노래가락처럼 가슴에 와 닿습니다.
봉우리 하나하나 오름마다 다다르는 바다와 섬 마을들이
바다 건너 달려온 산꾼의 사량도 길을 가슴 벅차게 맞아주네요.
포장마차가 있어 잠시 쉬면서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절골재'
(← 내지마을, ↑ 가마봉, 옥녀봉. → 성자암, 옥동마을)
산행시간이 흐를수록 진한 감동의 물결이 물 밀듯 밀려오는
정말 기분이 묘(妙)한 섬과 산이랍니다.
달바위(불모산)을 오르는 암릉구간이 정체가 심해
산행시간은 고무줄처럼 늘어가기 시작합니다.
불모산은 말 그대로 정상 부분에 나무가 없고 바위만 있어
고려 때부터 '不毛(불모:털이 없는)'라는 이름을 지녀왔다고 합니다.
불모산에서 다시 보는 풍경.
같은 풍경이 이동하는 만큼 관점을 달리해서
보이지만 보아도 보아도 감탄은 계속됩니다.
불모산에서 바라본 가야할 가마봉, 연지봉, 옥녀봉 능선의 전경입니다.
이른바 '사량도의 용아장성' 구간이랍니다.
불모산을 내려와 올려다 본 풍광은 정말 다시 봐도 멋지기만 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풍우(風雨)에 깎인 바위산이라 멋있고 신기하고 시원합니다.
상도(上島)의 옥동마을과 하도(下島)의 덕동마을이 성냥갑처럼 예쁜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주위의 조망은 마냥 시원스럽고
좌측으로는 대항 포구가 그림처럼 다가오고
멀리 고성, 통영 땅의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모습이 잡히네요.
대항 갈림삼거리
옥녀봉을 오르기에 힘이 든다면 이곳에서 대항마을로 탈출이 가능한 곳이지요.
이제 앞으로 가마봉과 옥녀봉 능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산행이 서서히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지만
사량도 지리산의 진면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내려온 불모산을 되돌아 올려보며 잠시 다리쉼을 해봅니다.
불모산은 달바위라고도 불리워지는데 달맞이를 하기 위해
천길 낭떠러지의 저 암봉을 올라야 한다면...
하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나 내려와서 올려다보는 그림이나
모두 숨을 멎게 만드는 풍경이긴 매 한 가지입니다.
산행 내내 터지는 바다 쪽의 시원스러운 조망은 계속됩니다.
금평에서 돈지 가는 길에 있는 옥동마을이 내려다 보이네요.
가마봉으로 가는 길.
예전 가마봉을 오를 때는 굵은 밧줄에 의지하며 올랐었는데
이제는 목재데크가 조성이 되고 있어 한결 수월하게 오를 수 있게 되었네요.
암봉에서 암봉으로 이어지는 산행로가 이제는 안전한 목재데크로 바뀌었지만
그 또한 자연의 일부가 되어 감탄스러운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가마봉에서...
가마봉을 내려가 앞에 보이는 옥녀봉으로 향합니다.
가마봉 내림길의 위험구간에 있는
그 유명한 수직철계단 역시 등산객들로 마냥 정체가 되고 있어
우측으로 나있는 우회로를 이용하여 데크길로 내려섭니다.
데크로 된 안전한 우회로를 따라 가마봉을 에돌아 나가니
등로 우측 아래로 펼쳐지는
옥동마을이 마냥 평화롭게 보이고
쪽빛바다도 너무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약 70도 경사의 철계단으로 이루어진 가마봉 내림길.
좌측으로 목재데크로 된 우회로가 있습니다.
연지봉에서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에 새로이 만들어진
출렁다리 앞에서 기념 촬영 한 컷 남겨야겠지요.
그림처럼 아름다운 대항마을이 아래로 보이네요.
현수식으로 만든 출렁다리입니다.
폭 5m로 39m 길이의 다리와 22m 길이의 다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을 밧줄을 이용해 내려갔다가 다시 올랐었는데...
월출산의 출렁다리처럼 머지않아 명물로 자리잡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연지봉의 출렁다리에 이어 새로이 만들어진 목재데크를 따라
마주보이는 옥녀봉을 향해 진군을 계속합니다.
연지봉 내림길에도 굵은 동아줄이 기다리고 있지만
난이도는 지나온 것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수월하네요.
옥녀봉으로 오르면서 되돌아 본 연지봉 하산길.
가까이 다가온 옥녀봉.
옥녀봉은 봉곳한 산봉우리의 형상이 여인의 가슴을 닮았을 뿐 아니라
산세가 여인의 거문고를 타는 듯한 옥녀 탄금형을 이루었다는
풍수지리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가마봉, 연지봉을 연속적으로 넘으며
펼쳐지는 한려해상의 풍경은
사량도로 산객들을 끌어모으는 원동력이지 싶네요.
목재데크를 따라 막힘없는 조망을 즐기며 한발한발 걷다보니
쌓아놓은 돌 무더기만 있는 전설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옥녀봉에 올라서게 됩니다.
옥녀봉을 에돌아 데크길로 내려서니
오늘의 목적지인 금평항이 시야에 들어오네요.
마지막 난코스의 긴 철계단...
이 정도의 계단이라면
오늘 지나온 길의 난코스 축에도 못낄 정도이지만
내려가는 경사에서 보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대항마을과 금평항으로 분기되는 삼거리 이정표.
함께 산행을 이어왔던 분들과
아쉬운 작별을 이곳에서 해야했지요.
사량도는 윗섬과 아랫섬이 있는데,
지리산이 자리잡고 있는 섬이 윗섬(上島)이고,
건너보이는 섬이 아랫섬(下島)이랍니다.
최근 사량도에 많은 공사를 하고 있나 봅니다.
지리산에 출렁다리와 안전시설 설치에 이어서
상도와 하도를 잇는 다리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금평항으로 내려서는 길에서 잠시 이탈하여
내려온 옥녀봉을 다시 올려다 봅니다.
힘들고 위험한 코스는 우회로와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세월이 참 좋아졌음을 실감하게 되고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던 스릴 만점의
사량도 지리산을 다시 찾아오고픈 마음 굴뚝같습니다.
이제 침목계단이 설치되어 있는 숲속을 빠져나오면
인상깊었던 사량도 지리산 산행도 끝마무리 단계로 들어가고
금평-돈지간 도로가 나있는 곳으로 빠져나오며 실질적인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배의 출항시간에
약 두시간의 여유가 있어 멍게, 해삼 등의 해산물을 맛보고
예전 이곳에 왔을 때도 들러보았던 '최영장군 사당'에 들러보기로 합니다.
수령 250년을 자랑하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팽나무.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광대나물, 흰꽃광대나물, 개불알풀, 등대풀)
수줍게 노란 꽃술을 내민 동백꽃을 보면서
동백꽃의 섬 '지심도'가 떠오르는건 어떤 연유일까요?
이왕지사 나서본 남도로의 여정에
이 봄 가기 전에 섬산행 몇 군데 더 다녀봐야겠습니다.
봄이 왔음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꽃이 바로 매화꽃이라 했던가요?
봄의 전령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네요.
옥녀봉을 올려다보며 '내 꼭 다시 오마~'라는
무언의 약속을 남기며
사량도를 떠나는 배에 올라탑니다.
뱀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사량도(蛇樑島)라고 불리우고, 한국의 100대 명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지리산(智異山).
하지만 같은 마루금에 있는 불모산(달바위)보다는 2m가 낮으며, 맑은 날에는 내륙의 지리산이 보인다고 하여 지리망산(智異望山)이라고도 불리우는 산.
오늘은 그 섬과 그 섬에 자리잡고 있는 산을 다녀오는 길이다.
보기에는 흔히 보는 산의 능선쯤으로 여겨질테지만 직접 걸어가 보면 백이십프로 틀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리라.
능선길 따라가는 내내 보이는 풍경이지만 문득 머리를 좌,우로 돌려 볼때 마다 입에선 감탄이 저절로 배어나게 만들었던 오늘의 산행. 정체된다는 이유로 달바위 정상은 밟아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산행의 감흥이 부족하거나 모자라란 것은 절대 아니다.
사량도는 시원한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조망과 암릉산행의 스릴과 재미가 말 그대로 황금비율로 어우러져 있는 곳이라 할수 있었다.
숨이 가뿔 정도의 오르막을 오를 때는 주변의 절경이 힘든 줄 모르게 하고, 거대한 암봉이 길을 막아 서지만 우회할 수 있는 아량도 베풀어 주었고 돈지항, 대항은 비록 작긴 하지만 내려다보이는 풍광 하나 만큼은 나폴리 부럽지 않은 절경을 선물해 주었다.
서쪽 내지항에서 동쪽 금평항까지의 행복한 6.3km의 여정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이며 머지않은 장래에 다시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귀로에 오르는 산꾼의 마음은 벅찬 감동과 희열로 먼 여정의 고단함도 저만치 물러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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