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아내와 함께 떠난 '경주남산 숨은 길 찾기' 본문
⊙ 산행일자 : 2013. 03. 03 (일) 날씨-맑음
⊙ 산행장소 : 국립공원 경주남산 일원
⊙ 산행인원 : 아내와 둘이서...
⊙ 산행코스 : 남산리 공영주차장-봉화골-바람골능선-열암곡석불좌상-봉화대-백운재-백운암-천룡재-고위봉-태봉-봉화대능선 합류-칠불암-남산리 공영주차장(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30분, 12.5km(식사 및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기
삼일절날 대구에 긴한 볼 일이 있어 갔던 김에 앞산 산행을 하고자 나섰지만 준비없이 나선 길이라 뒷트렁크에 실어둔 등산화를 꺼내 신고 생수 한병 달랑 들고서 충혼탑에서 출발해서 산성산을 거쳐 고산골로 내려와 앞산자락길을 걸어 충혼탑주차장까지 되돌아오는 약 4시간 30분 가량 소요된 산행을 사진 한장 못 찍은 탓에 산행기를 쓰려고 해도 쓸수 없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휴일인 오늘 아내를 데리고 경주남산으로 콧구멍에 바람 넣으러 차를 몰아 칠불암 방향으로 달려간다.
조금은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남산리공영주차장에는 이미 만원사례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하는 수없이 부근에 겨우 1대를 댈 만한 공터를 찾아 애마를 세워놓고 장비를 들쳐메고 남산을 찾아 떠나는 산님들 뒤를 따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만원사례라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는
남산리공영주차장 부근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傳) 염불사지 삼층석탑
쌍탑 사이로 남산팔괴 중 하나인 남산부석이 올려다 보이네요.
울창한 송림이 우거진 칠불암으로 가는 등로는
언제 어느 때 찾아와도 걷기 편한 웰빙 산책로입니다.
경주남산 칠불암코스를 출입하는
등산객의 수효를 체크하는 계수대를 통과하면서
앞뒤의 등산객들과 거리를 띄워가다
신속하게 바람골능선으로 몸을 숨겨
한적한 등로를 따라 올라서니
화창한 날씨가 주는 멋진 조망을 맘껏 즐겨봅니다.
멀리 토함산과 그 옆으로 동대봉산, 무장산의 억새밭이
시야에 들어오는 풍광이 참으로 시원스럽습니다.
서쪽으로는 봉화대능선이 길게 뻗어있고
그 아래 국보급 문화재를 지니고 있는 칠불암이 건너보입니다.
가까이 당겨본 칠불암에는 찾아온 참배객들이 많이 보이네요.
능선 꼭대기에 올라서서 다시 한번 멋진 조망을 돌아보고
열암곡 부처님을 뵙기 위해 등로를 이어갑니다.
등로 좌측으로 보이는 마석산과 서라벌골프장이 있는 686봉이 보이고
그 뒤로 치술령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곳에만 오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게 만드는
기암의 모습에 오늘도 예외일 수 없네요.
전망바위를 찾아 가슴이 뻥 뚫릴 만큼 탁 트인
조망을 맘껏 바라보고 바쁜 걸음 옮겨갑니다.
솔가리가 푹신하고 솔숲이 그늘숲을 이루는 멋진 등로를 걷다가
좌측으로 나있는 샛길로 접어들면
봉화대에서 열암곡으로 가는 등로와 만나게 됩니다.
열암곡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내림길 역시 부드럽기 그지없는 명품 산길입니다.
열암곡은 경주 남산 남단의 고위봉(해발 494m)과 봉화대봉(해발 476m), 천왕지봉(해발 433m)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들에 의해 형성된 여러 골짜기 중의 하나이다. 백운계의 백운암으로 올라가는 길 중에 가장 먼저 나오는 계곡으로 옛날에는 '열암곡(列巖谷)'으로 불리워졌으나 요즘은 산 사이의 계곡이라는 의미로 새갓곡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열암곡석불좌상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13호)
8,9세기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이 불상은 머리, 몸체, 광배, 대좌가 모두 분리된 채 2005년 발견되었는데, 불두는 계곡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광배는 불상 뒤편으로 넘어져 크게 파손된 상태로 발견돼 경주시에서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의뢰하여 복원작업이 이루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2007년 5월 석불좌상의 복원 발굴 과정에서 발견된 '열암곡마애여래입상'
3년 만에 다시 찾은 이곳에는 그동안 별반 달라진게 없이 보존을 위해 울타리와 차양을 둘러쳐져 있어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가 없지만 울타리 둘레에 작은 구멍을 내어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이 그곳을 통해서나마 일부분을 볼 수 있도록 해두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발견된지 6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발견 당시의 상태에서 큰 진전은 없답니다. 이는 높이 5m의 마애불이 새겨진 암석이 앞으로 130도 각도로 넘어져 있는데다 추정한 무게가 80t에 이르고 주변에 소나무가 울창해 헬기가 접근하기도 어렵고 도로에서 멀어서 크레인이 접근할 수도 없는 곳이라 좁은 소견인지 모르지만 우리 대(代)에서 해결할 수 없으면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고 좀더 안전하게 불상을 세울 수 있는 기술이 발달될 때 세울 수 있도록 후손들에게 그 몫을 돌리는게 낫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엎드려 있는 부처님을 사진으로나마 일으켜 세워보니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오네요.
축대를 쌓고 터를 다져놓아 지반이 흔들리지 않게끔 해 놓아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심하고 등을 돌려 등로를 이어갑니다.
새갓골주차장 방향으로 등로를 잇다가
우측으로 빠지는 갈림길로 들어서며 초행의 산길을 걷다보니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 따위를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잔존물인 유구들을 한데 모아 놓은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인적이라곤 전혀 없는 희미한 등로를 따라
백운능선을 오르다 만난 바위의 모양이 특이하여 담아봅니다.
무엇이 연상되시나요?
'해와달'의 생각에는 원숭이 머리 같은데...^^*
널찍하고 전망좋은 바위에 올라 노곡리 일대와
영남알프스의 영축산, 신불산, 고위산
그리고 천성산, 치술령 방향의 조망을 구경하고
자연 그대로의 분재같은 소나무를 사진에 담고서
준비해간 햄버거와 과일 그리고 따뜻한 커피로 요기를 마치고
다시 한번 주변을 돌아보며 맑은 날씨가 주는 멋진 조망을 구경해 봅니다.
경주 남산의 최남단인 '천왕지봉' 너머로
고헌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흐르고 있고,
남산의 또 다른 봉우리인 '고위봉' 뒤로도 낙동길은 흐르고 있네요.
짐승길 수준의 희미한 등로와 잡목을 헤치며 숨은 길을 찾아 올라서니
봉화대에서 열암곡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을 다시 만나게 되고
이어 마석산으로 분기되는 갈림길을 통과하니
지금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봉화대에 당도하게 되네요.
고위봉을 향한 걸음에 만나게 되는 삼거리.
우측은 칠불암으로 곧장 가는 길이지요.
반들반들한 등로의 모습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을 지나쳤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백운재'입니다.
(↖ 백운암, ↑ 고위봉, → 산정호수, ↓ 칠불암, 봉화대)
백운암을 향하는 허리길 역시 부드럽기 그지 없는 솔숲길이지요.
고위봉 아래 다소곳이 자리를 잡고 있는 '백운암'입니다.
백운암에 새로이 마련되어 있는 '치아진신사리친견소'에서
부처님의 치아 진신사리를 친견합니다.
가까이 다가서서 담아본 사리의 모습으로
가장 굵은 게 치아사리이고, 나머지 5과는 전신사리입니다.
열암곡 마애여래입상의 미소를 만난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데,
부처님의 치아진신사리까지 친견하다니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인가 봅니다.
백운암 대웅전
대웅전에 들러 간절한 염원을 담아 삼배를 올리며
아이들의 앞날에 부처님의 크나 큰 가피가 있으시길 빌어봅니다.
백운암을 둘러보고 천룡재로 올라 암릉길을 따라
고위봉을 향한 오름짓을 이어갑니다.
암릉에서 내려다 본 시원스런 풍광으로
백운암이 아래에 고즈넉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고,
마주 보이는 마석산 좌우로
삼태봉과 치술령이 시야에 잡히네요.
이곳을 찾을 때면 빠짐없이 올라보는 암릉에서
잠시 머물면서 주변 조망을 구경하고 가기로 합니다.
발 아래 펼쳐진 틈수골의 '천룡사지삼층석탑'도 담아보고
잠시 전 올랐던 암릉에서 주변 풍광을 구경한 값으로 한 컷 남기고
경주 남산의 최고봉인 고위봉(수리봉)에 올라섭니다.
고위산을 떠나 예전에 쌍봉으로 불리우던 태봉을 향해 등로를 이어갑니다.
전망바위에서 건너다 본 가야할 태봉 너머로 금오산이 다가옵니다.
다시 만난 은적암터를 둘러보고 뒤로 보이는 태봉을 향해 바쁜 걸음 옮겨갑니다.
경주의 관문에 있는 벽도산 너머로 단석산, 오봉산이 아련합니다.
태봉 능선 상에 있는 거북을 닮은 기암
소나무에 둘러싸여 있는 묵묘에서 하산하기로 하였지만
태봉을 다녀와야 겠기에 좌측 오름길로 진행합니다.
태봉의 정상부에는 멋진 소나무 몇 그루와 무덤의 흔적만 남아있는 공터가 반겨줄 뿐...
오래 전 아내와 이곳을 찾아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 남긴 얘기를 추억하며
조금 전 지나왔던 묵묘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 갑니다.
지금은 인적이 끊어진 묵은 길을 따라 내려선 용장골에는
성큼 다가온 봄을 맞으려는 듯 물소리 또한 경쾌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금오봉으로 분기되는 이영재를 향하는 갈림길을 지나
경주 16-03 이정목.
곧장 나있는 산정호수를 향한 등로를 버리고
좌측으로 나있는 산길을 따라 진행합니다.
껍질이 마치 거북의 등짝을 닮은 듯한 1등급 소나무의 당당한 기운을 온 몸으로 받고
올라선 봉화대능선에는 눈에 익은 바위가 반겨주고 있었네요.
용장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 막바지 힘을 쏟아부으니
칠불암으로 내려서는 삼거리에 도착을 하게되고
전망좋은 바위에 올라서서 너른 배반평야를 돌아보고
토함산에서 삼태봉으로 흐르는 삼태지맥도 담아보고서
남산 최고의 조망을 자랑하는 신선암 부처님을 뵈러 갑니다.
'경주 남산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보물 199호)
머리에 삼면보관을 쓰고 있어서 보살상임을 알 수 있고 지그시 감은 두 눈은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구름 위의 세계에서 중생을 살펴보고 있는 듯한 개인적으로 경주 남산 최고의 코스라 생각되는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입니다.
산행 초반 올랐던 암릉미가 일품인 바람골 능선을 사진에 담고
경주남산 유일의 국보인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국보 제 312호)이 있는
칠불암에 내려서서 경건한 마음으로 삼배를 올립니다.
칠불암을 떠나 돌계단을 내려서면 나타나는
대나무터널을 지나 샘터에서 목마름을 해결하고
산책하기 딱 좋은 송림사이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가니
봉화골을 가로질러 바람골능선 들머리를 지나게 되고
오전에 지나왔던 계수대를 빠져나오니
산행은 막바지로 접어들게 됩니다.
장시간 산행에다 짐승길을 걸은 탓인지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아내를 다독여 가며
종착지인 주차장에 도착하여 힘든 산행을
무사히 잘 따라와준 아내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며
모처럼 함께 한 경주남산으로의 나들이를 마무리합니다.
토함산이나 경주남산 두 곳 중 하나를 산행지로 생각하다 집을 나온 시간이 늦은 시각이라 경주남산으로 정했었는데 오면서 머리속으로 코스를 그려놓아 망설임없이 내디뎠던 오늘의 산길. 출입금지 구역이라 상세히 서술하기는 곤란했던 비지정탐방로를 돌면서 지금껏 밟아보지 못했던 미답의 코스를 잡목과 잔나무가지를 헤쳐가며 빠져나오니 온 몸과 배낭은 검불투성이가 되었지만 궁금했던 코스를 돌아본 만족감에 또다른 숨은 길을 찾고픈 욕망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통일전을 지나 집으로 가는 길에 성동시장에 들러 먹거리를 사갖고 가자는 아내의 말에 연휴 마지막날이라 밀릴게 뻔한 국도를 피해 귀가길 또한 샛길로 빠져나가니 오늘은 온통 '샛길 지나가기'를 하는 것 같아 씁쓰레한 웃음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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