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들꽃과 함께 걸었던 경주 어림산-안태봉 종주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3. 04. 28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주시 현곡면, 안강읍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마치재 - 어림산 - 내태재 - 467봉 - 금곡산 - 금욕산 - 말구불재 - 안태봉 - 영일정씨묘 - 갈림길 - (알바구간) - 김씨가족묘 - 진덕왕릉주차장-간이주차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7시간 28분, 16.21km (식사 및 휴식, 알바 50여분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모처럼 맑게 개인 하늘이 자꾸만 집 밖으로 끌어내려고 유혹을 하고 있어 하늘의 뜻(?)을 감히 거스를 용기가 없어 아내에게 도시락 준비해 달라고 일러놓고 배낭에 이것저것 챙겨넣는다. 간단히 세수만 하고서 집을 나서 차를 몰아 현곡면 오류리의 간이 주차장에 세워놓고 뒤따라 온 아내의 차에 올라타고 영천 호국원으로 가는 마치재를 향해 달려간다. 낙동정맥 구간인 인내산과 어림산의 중간 기점인 마치고개에 당도하여 조심해서 돌아가라는 말을 남기고 신발끈을 조여맨 후 부드러운 봄바람과 함께 어림산을 향한 걸음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마치재 고갯마루에 있는 경주-영천 경계를 알리는 표지판 앞으로 들머리가 있습니다.
낙동정맥 구간이라 뚜렷한 등로에 끝물인 연달래의 환영을 받으며 걷다보니
수북이 쌓여있는 지난 가을의 추억을 담고있는
낙엽의 바다를 만나 회상에 젖어보기도 합니다.
정맥꾼들이 달아놓은 시그널이 춤을 추고 있는
469봉에 올라서면서 등로는 평탄해지기 시작하고
오랫만에 다시 찾은 효자비가 있는 507봉.
어림산을 다녀오기 위해 비석 뒤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합니다.
등로를 걷다가 눈이 번쩍 뜨입니다.
실로 몇년 만에 만나는 귀한 녀석이라 나도 모르게 외마디가 터져 나왔네요.
오래 전 자옥산-어래산 종주산행을 하면서 만나고 지금껏 못 만났었는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2급식물에 지정되어 있기도 하는 "노랑무늬붓꽃".
흰 꽃잎에 노란색 무늬가 기품이 있는 멋진 녀석을 바라보면서
부디 그 자리에서 자자손손 번성하기를 빌어봅니다.
역시 오랜만에 찾은삼각점이 있는 어림산에는
누군가의 정성이 돋보이는 정상석(?)이 반겨줍니다.
507봉으로 되돌아와 무덤 좌측 아래로 나있는 미끄러운 급내림을 잇다가
양지바른 곳에 자리하고 있는 '분성김씨 묘 '2기를 지나니
단풍취가 눈에 띄어 잠시 나물채취 하니 금새 비닐봉지에 한가득이네요.
그러다 잠시 등로를 잃어버려 알바를 겪게 됩니다.
가시덤불이 무성한 희미한 흔적의 임도를 헤쳐나오다가 얼굴을 긁히기도 하고,
나무가지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내태마을을 내려다보며 등로를 이으니
안강과 현곡을 잇는 내태고개를 만나게 됩니다.
이제는 양쪽 다 포장이 되어 돌아가는 수고로움이 해결이 된것 같네요.
금곡산을 향한 등로는 보이는 입간판 우측 산길로 올라서게 됩니다.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현곡면 내태리의 풍경이
마냥 평화로워 보이고 그 뒤로 구미산이 보입니다.
잠시 헷갈리지만 시그널을 길라잡이 삼아
대나무 숲을 빠져나와 등로를 잇다보면
비록 조망은 볼게 없는 근교의 야산이지만
신록의 푸른 숲길이 두 눈을 시원하게 해주고
간간히 나타나는 연달래의 화려한 꽃잔치가
홀로가는 산길의 외로움을 달래줍니다.
화려한 봄날 근교산을 찾으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게 바로 우리네 들꽃이지요.
오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양한 야생화가 볼거리를 제공해 주네요.
상단 좌측부터...
현호색, 줄딸기꽃, 봄맞이꽃,
개별꽃, 노랑무늬붓꽃, 고깔제비꽃,
산복사꽃, 각시붓꽃, 쇠물푸레나무.
금곡산 오름길에 되돌아본 어림산.
중요 포인트인 안부삼거리에 당도하게 되는데,
아무 생각없이 424봉 방향으로 진행하니
NO.67 송전철탑에 당도하게 되고
금곡산이 건너편에 있음을 알게 되어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정면의 가파른 오름으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따뜻한 햇살이 시종 이어지는 등로에는
둥굴레와 은방울이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산나물은 더운 날씨탓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네요.
꽃샘추위가 최근까지 기승을 부렸지만
어느 덧 봄은 우리 주변 깊숙이 들어와 있고,
연초록빛 새순은 신록의 계절이 가까워지면서
하루하루 짙어지고 있는 근교산 숲길입니다.
송전철탑 NO.69 지점을 통과해 약간의 오름을 극복하면
편안한 등로에 연초록 빛 나뭇잎 사이를 뚫고 내려와
어깨 위에 내려앉는 햇빛의 따사로움을 온 몸으로 받으며 걷는 길에는
녹색과 푸름으로만 빚은 향기로움이 몸과 마음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드디어 눈에 익은 삼거리가 나타나네요.
바로 금곡산으로 갈라지는 곳이지요.
이왕 예까지 왔으니 다녀올 요량으로 좌측으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예전에는 허리길을 돌아 올랐었지만
이번에는 정상까지 곧장 치받아 오른 금곡산에는
예쁜 정상목이 달려있어 세월이 제법 흘렀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금곡산을 다녀와 다시 만난 삼거리에서 좌측방향으로 길을 듭니다.
산행 내내 눈을 즐겁게 해주는 야생화들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네요.
상단 좌측부터...
분꽃나무, 흰씀바귀, 솜방망이,
반디지치, 구슬붕이, 괴불주머니,
호제비꽃, 황새냉이, 현호색.
고만고만한 봉우리가 빨래판 능선을 이루고 있어 체력적 소모가 크지만
코 끝에 살포시 와 닿는 숲 속의 오묘한 향기에 취해
복잡한 심경을 달래가며 걷다보니 별 특징이 없는 477봉에 도착하게 됩니다.
못 와본 사이에 뚜렷해진 등로가 눈길을 끄는 갈림삼거리.
좌측은 무릉산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금욕산은 직진의 오름입니다.
금욕산 정상입니다.
조망은 시원찮아서 사진 한장 남기고 가던 걸음 재촉해 갑니다.
무념무상으로 속세에 찌든 머리와 가슴을 비우고,
신록의 푸르름으로 가득 채워지게 되니
세상은 아름답고, 인생 또한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것이 됩니다.
말구불고개에서 바라본 건천방향의 20번 국도입니다.
말구불재를 내려서면 만나는 갈림길.
좌측 방향은 두지봉, 황수등산 가는 길이지요.
안태봉 오름길에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풍광으로
곤제봉(우)과 무릉산이 시야에 잡히네요.
오랜만에 만나는 안태봉에는 아직도 번듯한 정상목 조차 없는 황량함이 남아있지만
예까지 사랑하는 이들을 가슴에 품고 아름다운 여정을 함께 걸어왔으니
쓸쓸함은 저만치 물러가 버리고 가슴 가득 행복감과 뿌듯함만이 자리할 뿐입니다.
안태봉은 현곡면의 소현리와 나원리, 안강읍의 접경에 있는 높이 337m의 산으로 이 산에 신라역대 왕의 안태를 묻었다는 안태총이 있다. 또 전설에 의하면 옛날 가뭄이 극심할 때 임산부가 이 산에 올라가 기우제를 지내자, 비가 왔다하여 안태봉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송전철탑 NO.65 직전의 갈림길.
오른쪽의 내리막길은 소현리로 내려서는 길이라,
가야할 등로는 철탑 뒤로 이어집니다.
반가운 분의 표지기를 만나 잠시 회상에 젖어보면서
그리움과 더불어 무탈하심을 마음속으로 빌어봅니다.
푸른 신록의 상그러운 손짓이
따가운 햇살아래 눈부시게 부서지는
현곡면 일대의 너른 들판을 두 눈에 담고서
청정한 숲길을 걷노라면
알수 없는 설레임에 빠져버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역시 오랜만에 만나는 '연일정씨묘'를 지나
부지런히 발놀림을 하다보면
등로 좌측으로 조망이 터지는 곳이 나오는데,
말구불재에서 분기되는 등로를 이으면 만날 수 있는
두지봉 능선이 건너편에서 달리고 있네요.
나원리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경주 시내의 황성동과 용강동 아파트단지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던 지점입니다.
이곳에서 우측 시그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행했어야 했는데
마루금만 잇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곧장 진행하다보니
남은 것은 30분이 넘는 알바를 경험하게 됩니다.
오른쪽 방향은 진덕왕릉으로 곧장 내려서는 길입니다.
하지만 푸른 수목이 가득한 걷기 좋은 숲길의 매력에 푹 빠져
잘못 된 길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룰루랄라~ 걸어가는
산꾼의 우매함이 막바지 산행을 힘들게 합니다.
이후 한번 더 우측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무시하고
능선을 잇다가 만난 나원리 5층석탑방향의 갈림길입니다.
여기서만이라도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이후 가파른 내림을 내려서서 되돌아 올라오는 곤욕을 치루게 됩니다.
급내림을 내려서서 한참을 진행하다 이상한 느낌에 위치를 확인해보니
나원역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잠시 고민을 하다 차량회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가파름을 극복하며 올라서니
하산지점인 진덕왕릉 주차장이 좌측 아래로 보여 허탈한 웃음을 지어봅니다.
그나마 길섶에 피어있는 우리의 들꽃들이
산행 막바지의 힘겨움을 위로해 줍니다.
상단 좌측부터...
민둥뫼제비꽃, 애기나리, 양지꽃,
진황정, 큰개불알풀(봄까치꽃), 철쭉,
꽃마리, 살갈퀴, 둥글레.
잘 꾸며진 경주김씨 가족묘를 지나 임도로 내려서니
조금전 알바구간의 산마루에서 내려다 보았던 저수지가 나오고
선덕여왕의 동생이었던 진덕왕의 무덤 입구의 주차장에 당도하게 됩니다.
노송들이 즐비한 진덕왕릉 입구의 모습입니다.
진덕왕릉을 다시 찾아보고 싶었지만
알바까지 경험한 힘들었던 산행이라 포기를 하고
곧장 오류리 간이주차장으로 내려왔네요.
그동안 경주 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근교산들을 구간마다 다 돌아보았지만 한꺼번에 엮어서 돌아보지 못한 터라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눠 걸어보고자 시도했던 산길을 마무리하고 다시 먼 곳으로 눈을 돌려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도 속속들이 다 못 걸어본 구간이 남아 있는 것 같아 틈나는대로 찾아보기로 하고 우리의 들꽃 야생화와 눈맞춰가며 걸었던 오늘의 산길...
생각보다 오르내림이 많은데다 산행 말미의 경사도 심한 구간의 알바로 조금은 힘이 들었던 산길이지만 귀한 노랑무늬붓꽃을 만난 즐거움에 마음은 한결 가볍기만 하다.
비록 머리속은 복잡해서 산행 내내 한 가지 생각에만 몰두하며 걸었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마음을 열어 사소한 것에서부터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서 더욱 풍성함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해본다.
뿌리에서 열매까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항상 변함없는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다 보면 다가올 푸르른 오월도 축복 속에서 즐거운 나날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걷기 좋은 이 봄에 싱그러운 숲길을 걸으며 작지만 마음만은 부자임을 느꼈으니 오늘 산행의 보람을 찾았고 행복감을 발견한 충분한 시간이어서 귀로의 정체현상도 가벼운 마음으로 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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