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새로 생긴 정상석을 구경하러 찾아간 영남알프스(배내봉-간월산-신불산) 본문
♧ 산행일자 : 2013. 06. 06 (목)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삼남면, 경남 양산시 하북면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배내고개 - 배내봉 - 간월산 - 간월재 - 신불산 - 신불재 - 신불산 자연휴양림(하단) - 태봉교(69번 지방도)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30분, 12.4km (쉬엄쉬엄 들꽃과 눈 맞추며...GPS기준)
▣ 영남알프스
'영남의 지붕', '영남의 병풍'이라 불리는 경상도, 울산광역시를 경계로 울주, 경주, 청도, 밀양, 양산, 5개 군에 접해있어 넓이만도 255㎢에 이른다.일정한 간격을 두고 솟은 봉우리들이 유럽 알프스, 일본 북알프스에 비교할 정도로 아름다움이 있기에 '영남알프스'라 부르기도 한다.
◈ 산행기
현충일이자 공휴일인 오늘. 변함없이 산을 찾아 떠나는 취미생활이 시작된다.아침 일찍 시장에 들러 김밥 두줄 사 갖고 차를 몰아가면서 아침 대용으로 먹으며 언양방면으로 달려간다. 언양읍내의 사거리 모퉁이에 있는 수제버거집에 들러 점심꺼리로 햄버그 사서 챙겨넣고 차를 돌려 석남사 방향으로 차를 몰아 배내고개를 향한다.
오늘 가고자 하는 산행지는 최근에 정상석 바꿔 세우는 게 유행인지 큼직한 정상석이 세워졌다는 소문을 듣고 손때라도 묻혀볼까 싶어 코스를 잡은 영남알프스의 요충지인 배내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배내봉, 간월산,신불산의 새로운 정상석을 만나보고 하산하는 코스로 잡았다.
도착한 배내고개의 널찍한 주차장에는 이미 선점한 차량들로 비집고 들어갈만한 곳이 몇 안되는걸 보니 역시 이곳은 산을 찾는 산꾼들의 베이스캠프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화장실을 다녀와 장비를 챙기고 배낭을 들쳐 메고 GPS를 가동하며 배내봉을 향하는 길목의 목재계단을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오늘은 싱그러움의 표시인 푸르름이 더해가고 있는 배내고개 정상에서
배내고개는 울밀선(국도 24호)에서 배내골로 넘어가는 고개이며, 배내는 하늘의 기운을 받는 곳이란 뜻을 가진 지명으로 배내(梨川)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동쪽으로 등산로 표시판을 지나서 초입으로 진입하면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들머리에서 조금 진행하면 좌측으로 오도산 방향으로 분기되는 이정표를 만나게 되고,
이후 배내봉 정상까지 줄곧 이어지는 목재계단길을 따라 진행해 나갑니다.
'장군평'이라 일컬어지는 오도산 갈림삼거리
배내봉 가는 길에 뒤돌아보니 좌측의 능동산 뒤로 운문산이 정수리를 내밀고 있고,
영알의 맹주 가지산이 쌀바위, 상운산을 거느리고 웅장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좌측의 고헌산, 우측의 밝얼산 아래로 불당골은 운무속 깊은 잠에 빠져있고,
멀리 치술령이 절해고도가 되어 떠있는 환상적인 모습입니다.
새롭게 만들어져 세워진 배내봉 정상석.
아직 낯설어서 그런지 정감이 가질 않네요.
정상석 뒷면의 배내봉에 얽힌 비문
새로운 정상석을 보러 왔으니 한컷 남겨야겠지요.
배내봉 정상에서 바라본 능선의 흐름과 간월산, 그리고 신불산...
장쾌한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모습에 오늘도 연신 감탄사 연발입니다.
'꽃개회나무'
밝얼산 능선 아래로의 계곡, 저승골입니다.
올 여름엔 가보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인데
이름만 들어도 으시시해 혼자 가기가 웬지 꺼림칙해지네요.
저 멀리 재약산이, 천황산이 날 꼬드기는 듯 유혹하고 있네요.
'산조팝나무'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이라는 새로운 테마로 꾸며진 코스에
번듯한 이정표도 세워져 있어 지자체의 노력이 엿보이네요.
등로 좌측은 직벽에 가까운 낭떠러지라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등로를 정비해 놓았습니다.
912봉에서 바라본 천길바위.
다시 올라보고픈 욕구가 샘 솟듯 일어나네요.
다시금 천길바위의 웅장한 위용을 담아보고서
등로 가운데 턱~하니 버티고 있는 멋진 소나무에 눈길 한번 보내주고
오늘 산행의 첫 고비인 간월산 북사면의
시원한 그늘숲을 나름대로 터득한 보행법에 집중하며
천천히 한발한발 계단을 올라서니
따끈한 햇살이 쏟아지는 이정표가 있는 무명봉에 올라서게 되고
그리고 다시 간월산까지 이어지는 오르막길...
언제나 힘듭니다.
그만큼 다녔으면 좀 수월할 때도 되었건만 여전히 힘이 드는건 웬일인지...
계속되는 오름길을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며
오르면 간월산 정상에 당도하게 됩니다.
이곳 역시 큼직한 정상석으로 바뀌었네요.
좁은 정상부에 너무 크다는 느낌이 듭니다.
간월산은 왕봉재(간월재)에서 천화현(배내고개) 사이에 해발 1068.8m 고봉 일대를 말하는 것으로 상북면 등억에서 배내에 걸쳐있다.
간(肝)은 우리 민족이 오래 전부터 써오던 신성이라는 뜻이며, 월(月)은 신명이라 하여에서 유래되어 평원을 의미하는 벌의 뜻이다.
간월산은 평원이 있는 신성한 산으로 신불산과 밝얼산과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간월서봉 너머로 천황산(우)과 재약산이
좌측 멀리로는 영알의 전망대인 향로산이 보입니다.
간월산을 떠나 신불산을 향한 걸음에 반겨주는 간월공룡입니다.
진행방향으로 나타나는 신불산과 신불공룡능선
내림길에서 바라본 간월재.
언제보아도 멋진 그림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건물이 보이네요.
곧 가을이 오면 이 푸르른 들판에 은빛 물결의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수많은 산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곳...
벌써 가슴 깊은 저곳에는 작은 흥분이 일어납니다.
간월재로 내려서는 계단길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바위의 조화는 언제나 환상적이네요.
간월재의 돌탑
새로 생긴 간월재휴게소.
간단한 먹거리와 음료를 팔고 있더군요.
간월재 임도와 이정표
활공장에는 패러글라이더들이 창공을 향해 비상을 하고 있습니다.
간월재 샘터에서 부족한 식수를 공급받고
가야할 신불산을 향한 데크길로 올라섭니다.
'쥐오줌풀'
신불산 오름길에 돌아본 간월재는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네요.
바위투성이의 등로를 힘들게 올라서면
파란 하늘과 앙상블을 이루는 푸른 숲속 데크길이 반겨주네요.
가까이 다가온 신불공룡능선을 고개들어 바라보고
올라선 주능선에서 지나온 발자취를 바라보니
새삼 발품의 대단함을 실감하게 됩니다.
신불서릉, 간월서릉 사이로 바라보이는
재약산과 천황산을 한꺼번에 훑어보고
신불서릉 갈림길까지 이어지는 데크길을 따라 멈춤없는 전진을 계속해 나갑니다.
'팥배나무'
데크를 지나 만나게 되는 돌탑 뒤로 신불산 정상이 다가옵니다.
'노린재나무'
신불산 서릉 갈림길
(← 신불산서릉, 파래소폭포, ↑ 간월재, → 신불산)
신불산 정상 직전에서 바라보는 영축산과 영축지맥 마루금.
언제 어느 때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멋진 풍광입니다.
신불산 정상에도 정상석이 바뀌었네요.
그런데 어찌 모양들이 똑같은지...
멋스러움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흔적은 남겨야겠기에...
신불공룡능선 초입에서 가고픈 마음 애써 참으며
사진에 담고 신불재를 향한 등로를 이어갑니다.
새천년 빗돌
신불평원과 영축산
삼봉능선
저곳도 조만간 가봐야할 곳이지요.
올 가을 억새가 노래할 때쯤 다시 찾아오기를 다짐해 봅니다.
신불재에서 배내골에서 출발하는 버스시간을 맞추자면 오늘은 여기서 하산을 해야겠네요.
이 시간이면 항상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두고 다시 속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그래서 또 산을 찾습니다.
여름의 문턱에 서있지만 신불산은 벌써
가을의 향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기린초'
숲을 빠져나와 만난 임도에서 가야할 등로는
건너보이는 이정표 좌측 아래로 내려서야 합니다.
얼마 안가 만나는 영축산 갈림길을 지나 등로를 이으면
산님들이 얼마나 많이 다녀 갔는지
산길이 자꾸만 황폐화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을 정도로 거친 돌밭이 이어집니다.
구급함이 있는 곳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고서
길고 긴 내림길이 이어지는 푸른 숲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볼거리가 별로 없는 숲길에 그나마 눈길을 끄는 큼직한 바위를 담아보고서
경사도 심한 돌계단을 행여나 미끄러질까 조심스레 내려서니
파래소폭포 갈림 삼거리에 당도를 하게 되고
길섶에 피어있는 '석잠풀'과
흔하디 흔해 '개망초' 이름붙여진 우리네 들꽃을 구경하면서
신불산자연휴양림(하단지구)에 도착하게 되네요.
하지만 태봉교까지 지루한 시멘트길을 걸어가야 할 생각에
힘이 빠지지만 버스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걸어갑니다.
'조록싸리'
'마가렛'
따가운 오후 햇살아래 급격히 찾아드는 산행 후의 피로감을
온 몸으로 느끼며 2km의 시멘트도로를 걸어와 만난 태봉교.
하지만 산행을 마쳤다는 안도감도 잠시,
이미 버스는 떠나버린 후라 1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부담에 다리에 힘이 쭈욱 빠져버립니다.
영알의 산 자락마다 정상석이 새로 세워졌다는 풍문을 듣고 손도장이라도 찍어볼까 싶어 찾아간 배내봉-신불산 코스.
계절을 달리해서 찾아보아도 느끼는 감동은 한결같아 역시 '영남알프스'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아 보인다.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가까운 곳에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는 그 사실에 늘 감사하는 마음이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찾아보려고 다짐하면서 세 봉우리마다 세워진 정상석이 한 공장에서 찍어낸 듯 대동소이한 모습에 약간의 실망감이 앞서고 그 규모의 장대함에 전시행정이 훤히 보인다.
'이왕이면 크고 좋게'라는 모토 아래 혈세를 낭비하는건 아닌지... 목재데크도 정비 중이라 땀 흘리며 수고하는 인부들에게 따뜻한 인삿말을 건네고 왔지만 흙을 밟으며 오르내리고 싶은 산꾼의 욕망은 무시되고 케이블카가 설치 안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하라는 듯 곳곳에 데크길이 조성되는 걸 보면 하늘이 주신 혜택인 영남알프스가 순수 등산인들이 아닌 행락객들로 넘쳐나지는 않을런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생각들이 기우에 그치기를 바라면서 귀로의 차 안에서도 마음은 다시 영알의 다른 자락으로 달려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뜻모를 미소가 번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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