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남설악의 비경을 간직한 설악산 흘림골-주전골 탐방 본문
♠ 산행일자 : 2013. 06. 09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강원 양양군 서면 일원
♠ 산행인원 : 아내와 함께 경주코오롱산악회의 일원으로...
♠ 산행코스 : 흘림골입구-여심폭포-등선대-등선폭포-주전폭포-십이폭포-용소폭포-금강문-선녀탕-오색약수-오색분소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20분, 7.5km(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강원도 남설악 흘림골
흘림골은 1985년 자연휴식년제로 폐쇄됐다가 2004년에 개방된 트레킹 명소로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등 비경이 두루마리 산수화처럼 펼쳐지는곳이다.흘림골은 한계령 휴게소와 오색약수터 사이에 자리잡은 3Km 가량의 골짜기로 1Km 남짓 오르면 여심폭포와 만난다.
여성의 비밀스런 그곳과 민망할 정도로 닮아있는 여심폭포는 고개를 똑바로 들지 못할 곳이지만 여기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다. 흘림골이라는 지명도 이 물이 흘러 들어가는 골짜기라고 해서 붙여졌다.
흘림골의 백미는 선녀가 하늘로 올랐다는 등선대(1,002m), 기암괴석의 바위덩어리를 오르면 남설악의 정경이 펼쳐지고 사방에 뾰족 바위로 뒤덮인 산들이 연봉을 이룬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만물상이다. 등선대는 만물상의 중심이고 동으로는 칠형제봉과 그 너머로 한계령과 귀때기청봉이 서쪽으로는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 산행기
괜찮은 산행지가 있는지 틈나는 대로 기웃거리는 경주코오롱산악회 카페에서 6월 정기산행을 설악산 흘림골로 간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초보자도 갈수 있을 만큼 괜찮은 코스라 모처럼 아내에게 설악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어 일찌감치 신청을 해두었었는데 D-day를 맞아 새벽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얼음물과 과일 등을 챙겨 집결지인 서천 둔치로 달려간다. 신청인원이 많아 버스 2대를 대기시켜 놓았는데 1호차에 올라보니 대충 보아도 빈자리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2호차로 옮겨 앞쪽의 좌석에 자리를 잡고 부족한 잠을 청해본다. 아침 대신 내어주는 떡으로 간단히 요기를 해보지만 뱃속에서는 더 내놓으라고 신호를 보내서 준비해간 빵으로 보충을 해보지만 그것도 부족해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으로 둘이 나눠 먹으니 그제서야 간에 기별이 오는 것 같다. 주최측의 준비가 소흘한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씁쓸해진다.두 번 정도 더 휴게소에서 쉬어가며 숨가쁘게 올라선 한계령 고갯길의 흘림골입구에 도착한 버스는 일행들을 토해내기 시작하는데 경향 각지에서 찾아온 산님들은 이미 산행을 시작하는 모양새들이다. 버스 안에서 이미 들었지만 다시 한번 주의사항을 경청하고 흘림골탐방안내소 입구의 목재데크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흘림골 입구의 공원지킴터 옆으로 나있는 데크길이 들머리입니다.
앞사람의 엉덩이만 쳐다보면서 오르기 시작한 데크 길에 추월은 엄두를 못 내겠네요.
계곡에는 지난 2006년 기록적인 폭우가 휩쓸고간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데크를 오르며 뒤돌아본 풍경 끝자락으로
대청봉이 정수리를 내밀고 있습니다.
흘림골은 설악산의 여러 산행 코스 중에서도 아기자기한 단풍과
거대한 산세가 어우러져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랍니다.
등산로를 따라 들어가면 폭우에 떠내려온 바위들 속에서
흘림골을 의연하게 지키고 있는 고사목이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여심폭포(女深瀑포)
20m의 작은 폭포지만, 흘림골의 대표적인 포인트입니다.
여성의 깊은 곳을 닮아 여심폭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여신폭포, 여궁폭포로도 불리워진다 하고,
설악산이 신혼여행지로 이름을 날리던 70년대에는
신혼부부들의 필수코스였다고 합니다.
여심폭포를 지나면 고난의 시간이 펼쳐집니다.
왜냐구요?
이른바 깔딱고개라 불리워지는 된비알을
무릎을 잡고 올라가야할 정도로
가파른 산행길이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길이가 300m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칠형제봉의 멋진 암봉들을 격려를 받으며
인내심을 발휘하면 무난히 오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눈을 높혀보면 칠형제봉 너머로 귀때기청봉이
멀리서 헥헥거리는 산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네요.
드디어 깔딱고개를 올라서 등선대 초입의 안부에 도착합니다.
많은 산님들로 시끌벅적하네요.
이곳에서 등선대를 올랐다가 다시 되돌아와야 한답니다.
신선이 하늘로 오른 곳이라고 하여
'등선(登仙)'이라고 이름 붙은 등선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기암괴석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등선대 정상부의 황홀경입니다.
저 멀리 설악의 최고봉인 대청봉이 우뚝하고
그 앞으로 끝청, 1,460봉이 도열해 있네요.
등선대에 올라 남설악의 절경을 바라보면
이름 그대로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 절로 드네요.
기암괴석의 칠형제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서고,
멀리 안산에서 귀때기청봉을 거쳐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집니다.
등선대는 기암괴석이 사방으로 펼쳐져
만 가지 모습으로 보인다고 해서
'만물상'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답니다.
흘림골 산행의 절정인 등선대 정상에서 펼쳐지는 경관은
불원천리 달려온 산꾼을 매료시킬 만큼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천하절경을 두고 어찌 흔적 하나 안 남길수 있을까요?^^*
내려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등선대를
'꼭 다시 찾아오마'라며 무언의 약속을 남기고
아쉬운 마음으로 삼거리로 되내려와
좌측 급사면을 따라 산행을 이어갑니다.
발길을 재촉하는 산님들도 아쉬운 듯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자꾸 위를 쳐다보는 통에 속도는 더뎌가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이가 없는걸 보면
그만큼 이곳이 주는 감흥은 크다 하겠지요.
그런 마음을 알아 듣기라도 하였는지 웅장한 자태의
등선대가 그 모습을 드러내며 배웅을 해주고 있었네요.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은
놀라운 자연의 감각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등선대에서 내려온 후부터는 기나긴 데크길이 내리막으로 이어집니다.
이제부터 설악산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
신록이 아름답기로는 남설악의 흘림골과 주전골이 꼽힌다는데
그 명성을 제대로 체험해 보기로 합니다.
물이 말라 폭포의 기능을 상실해버린 등선폭포.
신선이 하늘로 오르기 전 몸을 깨끗이 정화하고
신선이 되기 위해 등선대에 올랐다 하여 등선폭포(登仙瀑布)라 한답니다.
흘림골을 따라 걷다보면 군데군데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들을 볼 수 있는데요.
흘림골은 지난 1985년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20년 만인 2004년에 문을 열었는데,
이후 2006년 폭우로 심하게 훼손이 되었답니다.
지금의 모습은 2008년 다시 개방했을 때 이후의 모습으로,
흘림골의 아픈 모습들은 생태계와
자연보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답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에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런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네요.
맨 먼저 홀씨식물들이 터를 잡고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입니다.
부디 올 여름에는 태풍으로 자연도 인명도
피해를 입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간절합니다.
흘림골에서 바라본 끝청과 대청봉이 저멀리 시야에 들어오네요.
시원스런 넓은 잎 사이로 주렁주렁 하얀 꽃송이가 예뻤던 '쪽동백나무'
산목련처럼 쪽동백나무도 흘림골에 많이 자생하고 있었네요.
아침이 부실한 탓에 힘겨워하는 아내에게 간단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가파른 돌계단을 밟고 올라서며 좀더 좋은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전진을 계속해 갑니다.
수없이 올려다 본 설악산의 멋진 풍경들...
그야말로 탄성이 끊이질 않습니다.
너무나 멋진 모습을 쉼없이 보여주는 자연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네요.
단체로 모여 점심을 하기에는 마땅한 장소도 없어서
암반 위로 흘러내리는 계류로 내려서보니
십이폭포 일부분인 그늘 속의 풍광이 괜찮아 담아봅니다.
암봉에서 흘러내린 물은 계곡을 따라 흘러 내려가고...
우뚝 솟은 바위는 산을 찾은 산꾼들이 모두 다 건강하고 행복하라고
말없이 눈을 감고 무언의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참조팝나무'
흘림골 입구부터 오색까지의 설악산 흘림골 코스는
딱 한 군데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곳을 빼고는
초보자도 부담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요.
비교적 짧은 코스이기도 하고,
오색에서 올라가는 것보다 흘림골 입구에서
시작하는 것이 오름길이 짧아 수월합니다.
십이폭포
점봉산에서 시작되는 십이폭포는 열두번 굽이굽이 흘러
12단 12폭의 비단폭같이 굽이치는 계곡을 따라 물보라를 일으키며
흘러내리는 와폭으로 그 길이가 너무 길어 한 눈에 보이지 않아
탐방로를 따라가며 보는 모습은 장관 그 자체라 한다는데
수량이 부족한 지금은 그 명성을 실감하기엔 조금 부족하네요.
십이폭포 계곡을 건너는 목교 아래 그늘을 찾아 허기를 달래고
과일과 커피를 곁들이며 느긋한 오찬을 즐기고 나니
함께 했던 산악회 회원들의 모습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네요.
각자 알아서 점심을 해결한 모양입니다.
올망졸망한 암봉들과 우뚝 솟은 암봉 등등...
빼어난 기암괴석의 비경과
신비스런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설악산은 산에 담겨있는 바위와
나무들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 뭔지를 보여주는 산입니다.
등로 곳곳에서 발견되는 '함박꽃(산목련)의 탐스러움이 발걸음을 붙드네요.
3년전 용소폭포를 구경하고 오색약수로 하산한 적이 있는데
오늘도 역시 멋진 폭포를 구경하고 가야겠기에 잠시 다녀오기로 합니다.
구면이라 그런지 낯설지 않은 모습에 반가움이 앞서는
흘림골의 또 다른 명물인 '용소폭포'
옛날 옛적 이곳 폭포의 소(沼)에서 천년을 살던 이무기 두 마리가 승천을 하려고 했으나
암놈 이무기는 준비가 안되어 승천할 시기를 놓쳤고,
용이 되지 못한 암놈 이무기는 바위와 폭포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폭포입니다.
용소폭포를 구경하고 주전골 천년 구상나무가 있는
삼거리 이정표로 되돌아와
좌측의 주전골 탐방에 들어갑니다.
산비탈의 바위를 타고 흘러 내리는 물길이
이곳 저곳에 작은 폭포를 만들어 놓았는데,
십이폭포와 용소폭포에서 내려온 물이 만나는 곳이
흘림골이 끝나고 주전골이 시작되는 구간입니다.
엽전을 쌓아놓은 것 같은 형상의 '주전바위'
시루떡을 쌓아놓은 것 같다고 하여 '시루떡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절리에는 구상절리, 주상절리, 판상절리가 있는데,
주전바위는 판상절리라고 합니다.
주전(鑄錢)이란 이름은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시루떡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옛날 이 계곡에서 승려를 가장한 도둑 무리들이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전해집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흘림골이 외설악의 웅장함을 연상케 한다면
이제부터 시작되는 주전골은 내설악의 포근함에 더 가까운 모습입니다.
욕심많은 사람은 지나지 못한다는 금강문.
금강문의 좁은 틈새를 지나면,
계곡의 맑은 물이 자꾸 손짓을 합니다.
무거운 신을 벗어던지고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가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조금은 멀기에
오색약수 가까이 가서 족욕을 할 요량으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갑니다.
우리나라에 중국의 장가계(張家界)가
부럽지 않은 곳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싶네요.
이제부터 녹음이 짙어가는 주전골의 정취와
멋스러움을 제대로 느끼며 걸어볼까요?
주전골의 선녀탕 계곡과 망경대
오른쪽 아래가 선녀탕인데 수량이 적어 조금 아쉽네요.
수마(水魔)가 선녀들까지 떠나게 했나 봅니다.^^*
주전골 탐방로는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로
매우 평탄해 어린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는 정도인데다
수해를 복구하면서 데크를 놓아 한결 더 평탄하고 쉬워졌네요.
주전골의 '선녀탕'
선녀탕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문이 있네요.
"옥같이 맑은 물이 암벽을 곱게 다듬어 청류로 흐르다 목욕탕 같은 깨끗하고 아담한 소(沼)를 이룬다.
이곳에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서려 있다.
[맑은 달밤 선녀들이 내려와 날개옷을 반석 위에 벗어놓고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고 하여 선녀탕이라 부른다"
주전골의 비경은 이제 끝인가 했는데,
눈길이 가는대로, 발길이 닿는대로 그 비경은 계속 이어집니다.
제2약수터에서 받아온 약수를 마시고 나니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만들어놓은
데크길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독주암(獨住巖)
천불동계곡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주전골 입구에 우뚝 솟은 바위인데,
꼭대기에는 한사람만 겨우 앉을 수 있다 하여 '독주암'이라고 한답니다.
보물 제497호인 '양양 오색리삼층석탑'
옛날 조선 중엽때 실제로 오색꽃이 피었다 해서
'오색석사'라 불렀지만 지금은 성국사.
암자라 칭할 만큼 작은 규모입니다.
절 뒤뜰에 5가지 색깔의 꽃이 피는 나무가 있어서 절 이름을 오색석사(五色石寺)라고 하였고, 인근 지명도 오색리로 바꾸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청,황,적,백,흑색의 오색을 정색(정색)으로 삼고 있으므로 이들 다섯 가지 색에서 절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발췌:두산백과)
성국사 법당인 인법당 내부의 모습입니다.
당연히 부처님께 예경을 올리며
아이들의 건강과 무탈함을 빌었지요.
등산로를 이어주는 멋진 아치형 교량 입구에서
땀을 씻어내고 족욕까지 하면서 잠시 다리쉼을 하고 갑니다.
공원지킴터가 있는 현수교 직전에서 오색약수로 가려다
약수 주변으로 많은 인파가 있어 곧장 현수교를 건너 진행합니다.
오색 약수.
오래 전에는 용출량이 많았었지만
온천을 개발하면서 수량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가마솥 같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찔끔씩 나오는 물 한잔 마시려고
차례를 기다리며 둘러선 모습이 멀리서 보아도 재미있네요.
흘림골 산행의 마지막 코스는 오색약수터.
오색약수는 조선 중기 1500년 무렵 오색석사라는 절의 스님이 반석 위로 솟은 물을 우연히 마셔보고 처음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색약수라는 이름은 약수에서 5가지의 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다른 약수에 비해 나트륨 함량이 높아 맛과 색이 독특하다. 위장병과 빈혈,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언제나 약수를 맛보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오색교 앞의 이정표를 사진에 담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다시 오색교를 건너 주차장을 향해 막바지 걸음을 옮깁니다.
'장구채'
'끈끈이대나물'
'기린초'
설악산국립공원오색분소 앞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웅장함과 수려함을 모두 갖추고 있는 설악산.
흘림골은 설악산의 여러 산행 코스 중에서도 한계령 서쪽에 있는 남설악 점봉산에 자리한 계곡으로 한번이라도 흘림골의 품 안에 빠져본 이라면, 그 풍경이 주는 여운을 잊지 못하고 매년 찾게 된다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등선대에 오르는 내내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길동무가 되어준 칠형제봉.
등선대 안부까지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가팔랐던 힘든 고갯길에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면 다정한 모습으로 손짓하는 칠형제의 미소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어서 무리없이 산행을 마친 것 같다.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던 맑디 맑은 물이 잠시 모일 때면 옥처럼 고운 비취색 물이 가슴으로 흐르고 구부러진 산행길 모퉁이를 돌아도 돌아도 한 폭의 그림보다, 영화의 한 장면 보다 아름다운 비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던 오늘의 산길.
산행 내내 저절로 터져 나오는 탄성에 눈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모를 정도로 비경의 연속이라 새벽같이 달려온 보람을 한껏 느꼈고, 난이도가 낮아 편안하게 가벼운 트레킹 정도로 생각하면서 가을철 단풍하면 천불동 못지않게 명소로 떠오르는 주전골을 꼭 다시 찾아 설악의 아름다움을 즐겨보기로 미리 약속해 본다.
귀로의 버스 안에서도 머리속을 떠나지 않은 등선대에서 바라본 황홀한 풍경과 여심폭포의 오묘한 모습, 용소폭포의 멋진 풍광이 오버랩되면서 장거리 여정의 피곤함도 저만치 물러가버리고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무아지경의 상태가 되어버렸다.
'역시 설악산이야~'라는 말을 되내이며 너무도 행복한 여행을 하고 돌아가는 산꾼의 마음 속엔 나만의 동화 한 편이 멋지게 마무리되고 육신은 꿈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려는 듯 서서히 떠나기 시작한다.
'◈ 산행이야기 > ☆ 2013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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