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컨디션 난조와 무더위에 반쪽이 되어버린 '파군재-감태봉-문암산-공산'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3. 06. 16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대구광역시 동구 지묘동, 공산동, 미대동 일원
☆ 산행인원 : 오늘도 변함없이 홀로...
☆ 산행코스 : 파군재 - 감태봉 - 구절송 - 문암산 - 구암농원 - 공산 - 내동배수지 - 응봉 들머리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50분, 7.58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오늘도 변함없이 당직근무 마치고 미리 준비해온 산행 준비물을 배낭에 챙겨넣고 직장을 나선다. 직장산악회의 정기산행일이지만 당직근무 마치는 시간이 산행 출발시간과 맞지 않아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애써 달래며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혼자라도 산에 다녀오자며 나서는 길이지만 부족한 수면시간에 오늘따라 몸상태가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어 산행지를 물색해보다가 가지산-운문산 종주를 떠올렸지만 컨디션을 생각해서 대구 공산댐 주변의 산들을 돌아보는 것으로 행선지를 바꾸어 차를 고속도로로 몰아간다.
팔공I.C를 빠져나와 불로동 이시아폴리스를 지나 파군재 삼거리에서 공산터널 방향으로 달려가 보성아파트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산행준비를 마친 후에 파군재까지 다시 돌아와 도로 옆에 있는 들머리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뚜렷한 등로를 따라 진행하지만 얼마 못가 도로 들머리까지 돌아와 곧장 나있는 희미한 등로를 따라 진행하다 다시 되돌아 나오는 등 세 번의 시행착오 끝에 여름철 야산에서 겪는 가시덤불과 풀섶을 헤치며 제대로 된 등로를 찾아 감태봉을 향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는다.
산행궤적
파군재삼거리에서 공산터널 방향으로 30여 미터 가량 우측으로 들머리가 있습니다.
들머리의 모습으로 제대로 된 등로는
시그널이 보이는 곳으로 진입하면
우측으로 뚜렷한 등로가 있지만 무시하고
곧장 나있는 희미한 등로를 따라 들어가다가
보성아파트 방향에서 오는 등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나있는 희미한 등로를 찾아 진행합니다.
잔가지가 수없이 얼굴을 때리는 초반부터 고초를 겪으며 진행하던 중
앙증맞은 모습의 '노루발풀'을 만나니 그나마 큰 힘이 되네요.
'김의이씨' 부부묘를 우측에 두고 나있는 등로를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이어 오름을 극복해 나가니
공산댐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는 능선에 올라서게 되고,
이어지는 등로 우측으로 불로동, 봉무동 일대와
금호강 너머 검단공단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눈요기를 하고 진행하니
다시 만난 감태봉에서 타오르는 갈증을 해소하며 휴식을 가져봅니다.
잠시의 휴식을 마치고 편한 등로를 따라 솔숲길을 따라 나서니
예전 싸리 빗자루의 원료로 사용하던
'땅비싸리'가 예쁜 꽃을 피워 사진에 담아봅니다.
등로 좌측으로 공산댐 뒤로 가야할
공산, 응봉, 동응해산이 차례로 시야에 들어옵니다.
동쪽으로는 역시 맨 먼저 올라야 할 문암산이 다가오고
멀리로는 환성산과 낙타봉이 아득하네요.
산불지역에는 까치수영이 군락을 이루고,
군계일학의 모습으로 홀로 빛나고 있는 '털중나리'를 어루만져 주고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하얀 눈송이 같은 '으아리'를 사진에 담고
체육시설 가까이 제대로 된 안내문도 없이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는
한 그루터기에 9개의 줄기가 나있어 이름 붙여진
'구절송(九節松)'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더운 날씨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지체한 탓에
예상보다 많이 늦어진 산행시간을 보충이라도 하듯
바쁜 걸음을 옮겨 봉무공원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파란색 페인트가 가리키는 좌측길로 등로를 이으니
역시 지난번 이곳을 찾았을 때 보았던 특이한 소나무를 지나
문암산 방향의 갈림길을 만나지만
해맞이전망대를 들러보고 싶어 잠시 다녀오기로 합니다.
무성한 수풀로 조망이 전보다 못해 곧바로 되돌아 나옵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문암산 갈림길입니다.
시그널 몇개가 나부끼고 나무에 파란 페인트를 참조하면 될듯 하네요.
급내림길에 이은 소롯길을 따라 진해해 내려오니
뚜렷한 등로의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만 진행해 가보니
용암산-대암봉-요령봉으로 이어지는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이
도토리 키재기하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네요.
이곳에서 잠시 헷갈려 했지만 좌측으로 나있는 시그널을 따라 진행합니다.
이름없는 무덤 뒤로 나있는 야간의 오름을 극복하고 나니
소폭의 포장임도를 만나게 됩니다.
숲을 빠져나와 만난 임도에서 가야할 등로는 길 건너 오른쪽 숲길로 이어집니다.
뙤약볕을 피해 빠져 들어간 숲길 초입에는
이곳을 스쳐간 많은 산님들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네요.
잠시 평지성 등로를 맛보여 주더니 이후로는
가파른 오름길이 바람 한점없는 무더위에 지쳐가게 만듭니다.
보기 힘든 '매화노루발풀'을 맞딱뜨리자
메고 있던 배낭을 던져버리고 자세를 낮춰
요모조모 뜯어가며 사진에 담아봅니다.
온 몸이 땀에 절어 후줄근해진 모양새로 올라본
문암산 정상부에는 무인송신탑만이 외로이 서있고
잡풀이 무성한 철망에 기댄 채 빛바랜 정상목이 가까스로 매달려 있었답니다.
'뱀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수풀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삼각점에게 눈 한번 맞춰주고서
급사면의 내림길을 쉼없이 쏟아지며 내려서니
구암주말농장 뒷쪽으로 하산을 하게 되네요.
농장 마당을 가로질러 한쪽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간 점심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니
그제서야 눈 앞이 제대로 보이고 살것 같네요.
시원한 약숫물을 수통 가득히 채우고
주인장께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며 농장 정문을 나서
좌측 도로를 따라 진행합니다.
도로를 따르다 삼거리 좌측에 있는 미타사를 들러
야외에 세워진 관음보살상께 예경을 올리고
아미타 부처님을 모신 '극락보전'
미타사를 나와 삼거리에서 공산댐 상류에 자리잡고 있는 다리를 건너
맞은편 된비알을 향해 오르기 시작합니다.
바람 한점없는 숲길이 오늘따라 얼마나 더운지
내딛는 발걸음은 점점 더 무거워져 가네요.
'지칭개'
한참을 헉헉거리며 올라서 조망이 트이는
무덤군이 있는 곳에서 되돌아 본 문암산의 모습입니다.
무덤 뒤 두 그루의 소나무 사이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지만
엉망인 컨디션이 자꾸만 발걸음을 더디게 만드네요.
'벌노랑이'
지난 밤 2시간 반 밖에 못잔 여파로
컨디션이 엉망이라 오늘 산행 자체가 무리였는데,
몹쓸 산병이 도져 무더위에도 산을 찾는
객기를 부린 오늘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장쾌한 팔공산의 주능선을 보노라니
눈은 즐겁고 마음은 한결 밝아집니다.
가까이 당겨본 팔공산 정상부.
이번에는 동쪽방향으로 눈을 돌리니
좌측 멀리 노적봉과 갓바위, 명마산이,
우측으로는 환성산이 시야에 잡히네요.
작은 임도급 등로를 따르다 우측 오름길에 시그널이 있어 진행하니
철구조물이 있는 공산 정상부에 도착을 하게 되네요.
'공산' 정상목입니다.
스틱을 모델로 세워놓고 흔적을 남겨봅니다.
정상에서 마루금을 따라 오던 길을 되내려오며
건너편 응봉이 잘 보이는 곳에서
노란 시그널이 가리키는 수풀속으로 몸을 숨겨 진행하니
나타나는 전망바위에서 다시 한번 멋진 팔공산의 주능선을 사진에 담고서
가야할 응봉의 가파름도 가늠해보고
전망바위 우측 아래의 급사면을 무작정 내려섭니다.
희미한 짐승길 수준의 등로를 무작정 내려서다보니
등로의 흔적은 사라져버리고,
온갖 감각을 동원해가며 내림길을 내려서니
내동배수지가 나오더군요.
내동배수지 정문을 빠져나와 만난 공산터널 구도로에서
이어지는 우측의 길을 따라 진행합니다.
'족제비싸리'
응봉 들머리에서 남은 시간을 계산해보니
지금의 컨디션으로는 도저히 일몰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
과감히 포기를 하고 산행을 종료합니다.
애당초 계획했던 오늘의 산행코스는 파군재를 출발하여 한번 밟아보았던 감태봉과 구절송을 지나 미답지인 문암산과 공산을 거쳐 공산터널을 지나 응봉과 동응해산을 턴한 후 왕산을 마지막으로 지묘동 신숭겸장군 유적지로 하산하는 코스를 생각하고 산행을 시작하였지만 얼마나 먼거리인지 소요시간도 어느 정도 걸릴지 가늠하지 않고 시작한 오늘의 산길. 전날 당직근무 후의 수면부족의 여파가 산행 내내 몸을 무겁게 한 데다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으니 산행시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만 가고 결국엔 탈출을 계획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어두운 초면의 산길을 걷는게 큰 부담으로 다가와 과감히 포기를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구도로를 따라 뙤약볕을 온 몸으로 받으며 털레털레 내려와 시내버스를 타고 애마를 주차해 놓은 보성아파트 입구로 돌아와 집으로 향한다.
인생을 살면서 모든 게 다 만족일 수 없듯이 산행 역시 매번 흡족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좋아하는 산을 오래도록 즐겁게 다니려면 언제나 완벽한 몸 상태로 무리하지 않는 산행을 지속해야겠다는 반성과 함께 물러설 때를 잘 맞춰 산행을 마무리한게 다행이라며 스스로에게 격려를 하면서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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