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오랜 만에 다시 찾은 천령산-청하골 우중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3. 07. 07. (일) 날씨-흐림, 비
♣ 산행장소 : 포항시 송라면 중산리 일원
♣ 산행인원 : 모처럼 아내와 함께...
♣ 산행코스 : 보경사주차장-용치등-천령산-청하골 계곡-연산폭포-상생폭포-보경사-주차장
♣ 산행시간 : 4시간 50분 가량
◈ 산행기
연일 계속되는 장마에 산을 찾지 못하고 방콕만 하고 있으려니 좀이 쑤실 지경이다. 일요일인 오늘도 창밖으로 올려다보이는 하늘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어 맥이 다 빠진다. 텔레비젼에 눈을 박고 있는 지루한 날이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달래주려는 듯 내리던 비는 다행히 그쳐주고 기다렸다는 듯 나가자는 아내의 채근에 배낭 대충 챙겨서 집을 나선다. 비가 오지 않으면 이번 주에는 영알로 가볼까 생각중이었는데 오늘같은 날씨에 아내를 데리고 가기엔 부담이 되고 해서 최근 몇년간 찾아보지 못한 내연산 청하골을 찾아 시원스런 물줄기가 환상적인 폭포를 찾아보기로 하고 포항으로 향한다.
보경사주차장에 도착하니 궂은 날씨에도 내연산을 찾은 등산객이 많은지 주차장에 파킹해놓은 대형버스가 수십 대가 늘어서 있고, 자가용 차량들도 만원사례가 따로 없는걸 보니 인기 명산이라는게 실감이 든다.
먼저 주차장 입구에 있는 자주 가던 스마일식당에 들러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보경3교 가까이 차를 몰아 부근에 주차를 하고서 산행준비를 마친 뒤 다리를 건너 마주보이는 스마일농장 방향으로 걸음을 옮겨간다.
산행개념도
보경 3교를 건너 스마일농장 방향으로 길을 들어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찾은 등로지만 그래도 몇번 걸어본 곳이어서
눈 앞에 나타나는 풍경은 낯이 익어 반가움이 앞서네요.
'솔나물'
한여름 삼복더위의 계절이 되면 산마루 언덕이나 햇볕이 잘 드는 숲가장자리에서는
꼭두서니科의 솔나물들이 세상을 온통 황색 물결로 출렁이게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지요.
잎 모양이 소나무 잎 같다하여 '송엽초' 또는 '솔나물'이라고 불린답니다.
보경 2교가 있는 중산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는 무덤이 있는 안부의 이정표입니다.
그리 급하지 않은 오름길이 쭈욱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걷는 발걸음에는
따가운 햇살이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습기 가득 머금은 후덥지근한 날씨는
오히려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게 하고 있네요.
푸르러 오르는 골짜기...
그냥 길이 아닌 골짜기를 타고 내려옵니다.
한층 짙어진 초록옷으로 갈아 입은 천령산 오솔길...
그 자태가 더욱 빛나고 있네요.
음지밭등 갈림길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하늘말나리'
흐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천령산 정상 직전의 헬기장
천령산 안내판
낯익은 이정표를 보니 내연산 6봉 종주길에
다시 나서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천령산 정상인 우척봉에서...
좌측부터 삿갓봉, 수목원전망대가 보이고
그 뒤로 괘령산, 그 우측엔 매봉이 시야에 잡히네요.
천령산 우척봉에서 되돌아와 만난
하늬재 이정표에서 이번에는 좌측으로 길을 듭니다.
연산폭포를 보러 가야하기 때문이지요.
물기 가득 머금은 숲을 지나는 동안 온 몸은 물에 빠진 새앙쥐가 되어버렸지만
우거진 푸른 숲을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맘껏 들이마시니 기분은 한층 업이 됩니다.
전망바위가 있는 삼거리에서 잠시 우측으로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향로봉 방향의 마루금입니다.
오른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삼지봉이 바로 건너에서 손짓을 하고 있네요.
사진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우측 멀리 동해바다도 조망이 되는군요.
내리던 비가 잠시 그쳤나 싶더니 골짜기마다
운무가 하늘로 승천을 하고 있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돌무더기가 있는 평지성 안부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고서
물기 머금은 비탈길에 엉덩이에 도장을 안 찍으려고
내려서는 발걸음이 한층 조심스러워집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청하골의 물소리가 점점 가까워짐을 느끼며 내딛는 발걸음에 박차를 가하니
불어난 청하골의 계류는 바다를 향해 자맥질을 하며 달려가고 있네요.
잘 정비된 등로가 한결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청하골 12폭포 중 가장 규모가 큰 연산폭에는 보기 힘든 장관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비하대 아래로 보이는 연산구름다리의 아름다운 모습이 환상적이지만
내려다보는 산꾼에게는 아찔함이 앞섭니다.
초록옷 갈아입은 굽이굽이 화려한 청하골이 눈을 즐겁게 하고
'선일대'의 웅장한 암봉이 눈길을 붙들고,
건너보이는 학소대의 위용 또한 그에 못지 않으니
내연산 최고의 비경이라 아니할 수 없겠지요.
그동안 조금은 위험했던 구간에 데크길을 만들고 있어 다행이다 싶네요.
열두 폭포 중 으뜸이라 일컬어지는 제 6폭포인 '관음폭포'입니다.
쌍폭인 관음폭포 주변에는 선일대, 신선대, 관음대, 월영대 등의
천인단애가 장성처럼 둘러쳐져 있습니다.
제 7폭포인 '연산폭포'
관음폭포 위에 걸린 구름다리를 건너 청하골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폭포인데,
학소대라는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커다란 물줄기가 쏟아지는 광경에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연산폭포의 웅장한 위용을 다른 각도에서 음미하기 위해
구름다리를 건너와 맞은편에서 다시금 바라봅니다.
바위 안쪽으로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어
가까이 접근하지 않으면 보기 힘든 제 2폭포인 '보현폭포'
제1폭포인 '상생폭포'
두 줄기의 폭포수가 나직한 암벽을 타고 나란히 떨어지는 모양이 단아하기 그지없습니다.
찾지 못했던 시간속에 전보다 잘 다듬어진 등로의 모습에
관계기관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여 고마움이 앞서네요.
모처럼 청하골을 찾아온 산꾼에게는 일상의 번잡함은 사라지고,
최대한 숨을 죽이고 한 발 두 발, 발걸음도 조심조심,
어느 새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만 소란스런 소리들은
힘차게 흘러내리는 청하골 맑은 물의 흐름속에 묻혀 버리고 맙니다.
'가는장구채'
보경사 '적광전'과 '오층석탑'
온 몸이 땀과 비에 젖어 몰골이 말이 아니어서
부처님께 예경을 올리기가 뭣해 합장 삼배로 대신하고서
감로수로 목을 축인 후 송림이 우거진 일주문을 지나
기다리고 있는 애마를 데리러 보경사를 빠져 나옵니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걸어본 천령산과 청하골 산길...
흐린 날씨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나서본 등로에 얼마 안가 만난 빗줄기가 성가시지 않았던 것은 산행 후반에 만나게 될 청하골의 자랑거리인 많은 폭포들에게서 쏟아져내리는 시원스런 물줄기를 볼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으리라.
우의를 쓴 탓에 몸은 비록 땀과 비에 젖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금강산에도 없다는 12폭포 중 가장 이름난 폭포들을 만나 풍부한 수량에 시원한 물줄기를 맘껏 구경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역시 잘왔다는 자화자찬과 두 눈이 큰 호강을 누린 포만감으로 가볍기 그지없다.
하늘 가득히 날아오르는 잠자리떼의 전송을 받으며 썰물처럼 빠져나가 텅 빈 주차장을 가로질러 7번 국도를 달려가는 귀로의 차안에서도 웅장한 물줄기에서 퍼져나오는 굉음이 뇌리속에서 가시지 않아 틀어놓은 음악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이니 오늘 산행의 만족도는 그만큼 크다 할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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