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추억을 더듬으며 다시 걸어본 군위 아미산 본문
♥ 산행일자 : 2013. 07. 09 (화) 날씨 - 맑고 무지 더움
♥ 산행장소 : 경북 군위군 고로면 가암리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아미산 주차장-앵기랑바위-큰작사골 삼거리-절골 삼거리-무시봉-아미산 정상-밭미골 삼거리-너럭바위-전망바위-인곡마을-병풍암-병풍암 삼거리-대곡지-주차장(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50분, 7.6km(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여름과 겨울철이면 근무 스케줄이 바뀌어 당직근무가 조금 더 늘어남과 더불어 휴무 또한 그러하니 산을 찾을 기회가 더 많아져 미리부터 가볼만한 산행지를 꼽아보고 있지만 빨리 찾아온 장마철에 애간장을 태우다가 지난 일요일 아내와 함께 우중산행을 다녀온 뒤 다시 맞은 휴무일인 오늘...
모처럼 맑은 날에 마음은 벌써 산속 깊은 숲길을 거닐고 있다.
무척 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도 산을 찾고자 하는 열망에 한걸음 물러서고 당직근무 마치고 나서는 퇴근길에 김밥이라도 사서 가고자 했던 당초 계획은 신나게 달리던 자동차전용도로 상에서 뒤늦게 깨달아 산행지 가까이 가서 먹거리를 사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폭염속에서 장시간 산행은 무리일 것 같아 오랫동안 못 가보았던 곳을 물색하다가 그동안 대 여섯번 정도 찾았었는데 마지막으로 4년전 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짧은 산행을 다녀온 뒤 아직 찾아보지 못한 '작지만 아름다운 산' 군위의 아미산을 찾아보기로 하고 영천 방향으로 차를 몰아 안동 방향 28번 국도를 달리다 삼국유사를 집필하신 일연스님이 주석하셨던 천년고찰 인각사를 지나 자그마한 마을의 가게에서 빵이라도 살 요량으로 들어가니 없다고 하는 말에 대략 난감이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싶어 좀더 차를 몰아가니 못보던 군위댐이 들어서 있는게 아닌가. 제방 옆에 세워져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가 눈에 띄어 빵 두개 사서 챙기면서 언제 댐이 생겼냐고 물으니 3~4년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부근을 찾아본지도 4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모르고 있었던게 당연하리라는 생각에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아미산 들머리가 있는 가암리를 향해 애마을 다시 몰아간다.
역시 새롭게 꾸며진 널찍한 주차장에 시야에 들어오고 그 뒤로 언제 보아도 멋진 암봉이 눈 앞에 다가온다. 아무도 없는 텅빈 공간에 홀로 애마를 세워놓고 산행안내판을 사진에 담고서 위천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목교를 건너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널찍하게 꾸며진 주차장과 공중화장실이 눈길을 끄는 들머리의 모습으로
못보던 목교 너머로 1봉인 송곳바위와 3봉인 앵기랑바위가 반겨주고 있네요.
아미산 산행 안내도를 훑어보고서 목교를 넘어 가파른 데크길을 오르며
다시 만나는 아미산으로의 산행을 시작합니다.
푸석거리는 가파른 등로를 잠시 올라 만난
제 1봉인 송곳바위 뒤로 널찍한 주차장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밧줄을 잡고 오르던 친구들을 사진에 담던 지난 날의 추억을 더듬으며 올라서니
아미산 최고의 명물인 앵기랑바위가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네요.
'앵기랑바위'라는 말은 저 바위 입구에 세워져 있는 안내문에서 그 이름을 처음 알았네요.
그 전에는 아미산 제3봉으로 385봉이라 불리웠었는데 말입니다.
암릉을 걷다 내려다 본 석산리 일대의 평화로운 모습을 담고
2봉을 지나 3봉인 앵기랑바위 옆을 에돌아 지나갑니다.
예전 암벽등반 훈련을 하던 장소로 쓰였던
앵기랑바위 벽에 피어난 '돌양지꽃'을 담고서
이정표가 가리키는 마당바위를 다녀올까 싶어 내림길을 내려서니
하늘을 향해 도도한 모습으로 빨간 꽃을 피운
'하늘말나리'가 반겨주고 있네요.
내려선 계곡에는 굴러 떨어진 듯한 큼직한 바위가 골짜기를 메우고 있고,
찾아볼 마당바위는 보이질 않아 괜히 시간만 낭비하기가 뭣해 도로 올라가기로 합니다.
앵기랑바위 아래로 되올라와 우회로를 따라 올라서니 이곳 또한 정비가 제법 되었네요.
이정표는 곧장 아미산 방향을 안내하고 있지만
3봉을 올라봐야 하기에 좌측으로 오름짓을 이어갑니다.
앵기랑바위 안내문
첫 암봉이 '송곳바위'라는 것과 3봉이 '앵기랑 바위'라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네요.
앵기랑바위 정상 입구에서 바라보는 4봉과 5봉 너머로
가야할 돌탑봉과 무시봉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동굴이 있는 앵기랑바위 정상부를 올라가고 싶지만
밧줄까지 철거되고 출입을 금하고 있어
굳이 위험부담을 안고 오를 이유는 없어
아래쪽에서 사진만 담고 등로를 이어갑니다.
4봉을 에돌아 암봉 사이의 패인 부분을 따라 올라섭니다.
되돌아본 앵기랑바위.
한참을 왔다 싶었는데 아직 가야할 길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등산로가 정비되기 이전에는 이곳을 오르던 코스도 꽤나 위험했었는데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새삼 예전 생각이 나고 세월이 제법 흘렀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뾰족한 바위와 어우러진 소나무가 이색적이네요.
5봉을 오르며 되돌아 본 3봉(앵기랑바위)과 4봉의 위용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5봉에서 건너다 본 가암리 뒷쪽으로 두리봉이 건너보이고
그 뒤로 멀리 의성의 최고봉 선암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름없는 무명묘를 지나면서 만난 잘 생긴 적송이 반겨주는 우거진 숲길로 접어듭니다.
난이도가 낮은 육산의 산길을 쉼없이 걷다보니
큰작삭골삼거리.
우측으로 진행하면 주차장으로 내려서게 되는 코스로
아미산의 멋진 암릉을 건너편 능선에서 조망할 수 있답니다.
하지만 가야할 등로는 좌측 절골삼거리 방향입니다.
낯익은 장소에 도착을 하게 되네요.
아미산을 찾을 때마다 돌탑봉까지 다녀와서
이곳에서 우측으로 하산을 하곤 했었지요.
예전에는 아미산이나 무시봉으로 알고 있었던 돌탑이 있는 무명봉(659m)입니다.
굴곡많은 생을 살았는지 보기에 안타까워 마음이 짠해져 옵니다.
무서워서 무시봉인지...
아니면 무시해서 무시봉인지 모르지만
스틱을 모델삼아 한 컷 남기고 곧장 아미산을 향합니다.
참나무가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가니
물기 가득 머금은 미끄럽고 가파른 오름길이 조금은 힘들게 느껴지지만
아미산 정상에 도착하면서 힘겨웠던 기억은 어느 새 자취를 감춰버립니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아미산은 바위 봉우리들이
미인의 눈썹을 닮아서 아미산이라 불리웠다고 알고 있었는데,
높은 산 위에 또 하나의 높은 산이 있다는 의미로 불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누군가 세워놓은 돌멩이 위에 카메라를 얹어놓고
셀카로 다녀간 흔적을 남겨봅니다.
마트에서 샀던 빵과 얼음수박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냉커피로 입가심을 하고서 이어진 등로 북쪽으로
보현산과 면봉산이 멀리서 반겨주고 있네요.
'꼭두서니'
밭미골삼거리
방가산까지 걷고 싶었지만 휴양림에서 들머리까지 뙤약볕 아래 걸어야하는
차량회수가 곤란한 종주코스 대신 원점이 가능한 병풍암으로 향합니다.
불볕 더위가 널찍한 너럭바위 위로 쏟아지니 마치 불판이 따로 없는 듯하네요.
'기린초'
'닭의장풀'
시그널이 가리키는 우측 내림으로 등로는 이어지지만
맞은편 전망바위부터 들러보기로 합니다.
숲길에서 조금이라도 뙤약볕 아래 서게되면
후끈 달아오르는 열기가 느껴져 폭염이 장난이 아니란걸 실감하게 됩니다.
골짜기 아래로 가암리 주차장이 내려다보이고,
멀리 선암산과 뱀산이 우뚝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국내 최대 유격훈련장이 있다는 영천의 화산이 좌측으로 길게 뻗어있고,
그 뒤로 아득히 팔공산 비로봉의 중계탑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망바위에서 갈림삼거리로 되돌아와 쏟아질듯한 급내림을 내려서게 되면
얼마안가 좌우로 갈림길을 만나게 되지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시그널들이 나부끼지만
GPS가 가리키는 등로는 좌측이라 따르기로 합니다.
전망바위 아래의 주능선으로 재진입을 하여 부지런히 내림길을 이으니
임도를 만나게 되고 진행은 오른쪽으로 이어집니다.
임도를 걷는 내내 개망초의 하얀 꽃이 물결을 이루고
노란 원추리가 홀로 피어 찾아온 산꾼을 반겨주고 있지만
찜통같은 더위에 바람 한점 없는 임도를 걷다보니
맨 먼저 찾게 되는건 그늘과 시원한 얼음수박 밖에 없었네요.
'골등골나물'
덩그러니 벌통만 놓여있는 공터를 지나 인곡마을로 내려섭니다.
인곡마을의 병암지가 있는 곳까지 내려와 만나는 임도에서
우측으로 급히 꺾이는 비포장 길을 따라 등로는 이어집니다.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임도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니
병풍암 입구 삼거리가 나오는데,
우측 길은 전망바위 입구에서 내려선 갈림길에서
시그널을 따라 우측으로 내려서면 만나게 되는 등로입니다.
시원한 물소리에 배낭을 내려놓고
맑은 계류에 머리를 담그고 땀을 씻어냅니다.
병풍암의 스님께서 이런 모습을 물끄러미 보시고
수박을 잘라 한 양푼 가득히 담아 오셔서 먹으라고 건네주시네요.
처음엔 사양하다가 더위에 지쳐보이는 중생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그 마음에 세 조각이나 먹었네요.
암자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한 절집이지만
외양에 치우치지 않은 진정성이 느껴지는 신심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부처님께 예경을 올리고 돌아서는 산꾼에게
스님께서는 다시 솔잎으로 효소를 만든 약술을
한잔 건네주시니 감사한 마음으로 쭈욱 들이켜 봅니다.
목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짜릿한 느낌에
보리밭 근처에도 못가는 산꾼은
금새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이 되어버립니다.
물통에 한 가득 물을 채우고 잠시 한담을 나눈 뒤 스님께 문안을 여쭙고
법당 좌측으로 나있는 계단을 올라서며 산행을 이어갑니다.
병풍암을 뒤로 하고 오름을 극복한 뒤 만난 병풍암 삼거리.
돌탑이 있는 무명봉 가기 전의 절골삼거리에서 내려서면 이곳과 연결이 됩니다.
그늘 숲이 폭염을 막아주는 탓에 속세는 염천일지라도
홀로 걷는 산꾼은 아랑곳 없이 피서를 즐기고 있습니다.
오랜 만에 다시 보는 목교(木橋)를 건너
평지성 등로를 따라 숲 그늘이 이어지는 산길을 유유자적 걷노라니
드디어대곡지 제방에 올라서게 되고
큰작사골삼거리에서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목재계단을 지나
수로가 있는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딱지꽃'이 무사 산행을 축하라도 하듯 활짝 웃으며
숲속의 정취에 빠져있는 산꾼을 깨우고 있네요.
대곡지에서 흘러내리는 수로를 건너며
아미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타고 온 차량들을 담는 것으로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1봉에서 3봉까지의 멋진 모습을 사진에 담고,
공중화장실에서 땀을 씻어내고 가까이 있는 신비의 소나무를 찾아갑니다.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 준다는 '신비의 소나무'
기복처로 인기 높은 군위군 고로면 학암리의 '신비의 소나무' 입니다.
소재지 : 경북 군위군 고로면 학산리 산32-2번지(성황골)
수령이 약500년 정도로 추정되며 수고는 약7m, 가슴높이 둘레는 약4.5m, 수관폭은 약21m.
이 신비의 소나무가 소원을 들어주는 영험함이 있다고 전해지면서 몸이 아프거나 집안에 우환,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부녀자등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며 또한 소나무를 한번 만져보고 기도를 드리면 소원을 성취 한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이 마을에서는 이 신비의 소나무에 소원을 빌어 사법고시, 기술고시 등에 합격한 사람이 있으며 각계에 우수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었고, 아픈 사람에게는 병을 낫게하고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부녀자에는 아기를 낳게하는 등 믿지 못할 신통력을 부려 주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안내문 참조)
그동안 아내와, 친구들과, 지인들과 함께 찾아 아름다운 암릉을 감상하며 산행을 즐겼던 아미산은 작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산이다. 비록 암릉의 규모는 작고 아기자기 하지만 다분히 조심해야 할 곳이며 바위와 한 몸되어 그 투박한 질감을 온 몸으로 느끼는 짜릿한 전율이 있는 산이라 암봉마다 오르며 이열치열의 여름나기를 하고 싶었지만 홀로가는 산길에 이젠 나이들어서 그런지 예전처럼 치기어린 행동은 지양하게 되니 늙어가는게 맞긴 맞는가 보다.
하나 뿐인 목숨을 담보하기 어려운 난코스를 오르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으로 3봉이나 4봉을 에돌아가며 정상부를 눈팅만 하고 등로를 이어 만났던 돌탑봉, 무시봉, 그리고 아미산...
난이도가 높지 않아 초보 산군들이 대부분인 친구들과 함께 가을날쯤 다시 찾아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샘솟는다.
병풍암 스님의 아낌없이 내어주는 보살행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속세의 우매한 인간은 언제쯤 저리 될 수 있을까 하는 경외감을 안고 아미산주차장을 빠져나와 귀로에 오르면서 근처 학암리에 있는 '신비의 소나무'를 구경하고는 다음 이곳을 친구들과 찾게 될때 산행과 관광코스로 엮어보아도 좋겠다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빵빵하게 틀어놓은 에어컨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냉기로 더워진 육신을 식히면서 35번 국도를 따라 경주로 돌아간다.
'◈ 산행이야기 > ☆ 2013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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