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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몇 번을 벼르고 별러 나선 호국의 길, 왕의 길 본문

◈ 산행이야기/☆ 2013년도 산행

몇 번을 벼르고 별러 나선 호국의 길, 왕의 길

해와달^^* 2013. 8. 2. 21:06

 

 

왕의 길 가운데 백미(白眉)인 '용연폭포'

 

 

 

☆ 산행일자 : 2013. 07. 25 (목)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주시 황룡동, 양북면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황룡동 석불암-수랫재-불령봉표-용연폭포-기림사 (왕복)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20분, 11.9km(식사 및 휴식 포함)

 

 

◈ 산행기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을 찾으며 심신을 달래는 일상속에서 잠시 벗어나 부모로써 자녀에게 신경을 써야할 일이 생겨 상경준비를 위해 주말산행을 건너 뛰었지만 산 그리움은 여전히 가슴속에서 맴돌며 보채고 있다. 하는 수없이 당직근무 마치고 짧게나마 무리없이 다녀올 만한 곳을 물색하다가 며칠 전 카카오스토리에서 접했던 산악회에서 알게 된 지인의 선답기를 접하고 망설임없이 산행지로 정한다.

그동안 들,날머리의 교통사정이 여의치 못해 늘 한쪽 귀퉁이에 미루어 두었었는데 왕복코스로 꾸며서 후딱 다녀오자고 마음먹고 간단하게 먹거리를 챙겨넣고 차를 몰아 추령재를 향해 차를 몰아간다.

보문단지를 지나 감포방면으로 진행하다가 추령터널 입구에서 백년찻집 방향으로 올라서면 곧바로 좌측 추원마을로 들어가는 소롯길이 눈에 보인다.

'자연향기팬션'팻말을 참고하면 될듯 싶다. 차 한대 지나 다닐만한 시멘트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황용약수터가 나오고 계속 안쪽으로 진행하면 초입에 만났던 팻말의 종점인 '자연향기팬션'의 근사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직진의 길을 잠시 잇다보면 지금은 폐사가 된 석불사가 나오면 잡초가 우거진 자그마한 공터에 애마를 세워 놓는다.

겨우 2대만 주차할만한 공간이기에 평일이 아니면 이곳에 주차하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차를 몰고 이곳까지 두번 정도 와 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기에 안내판을 사진에 담는 것으로 왕의 길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왕의 길이 시작됩니다.

모차골은 마차가 다니던 곳이라 하여

'마차골'로 불리다가 '모차골'이 되었다고 합니다.

 

 

'왕의 길' 안내판

 

 

반듯하게 목재계단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니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애쓴 흔적이 역력하네요.

 

 

초입부터 숲길은 야생미가 넘쳐 흐릅니다.

 

 

노랗게 핀 '괭이밥'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반겨주고

 

 

아이 키만 한 개망초가 길을 수놓고

옆으로 흐르는 계곡은 끊임없이 길을 따라옵니다.

 

 

모차골에서 수렛재로 가는 길의 이정표가 간간이 나타나

길라잡이를 해주고 있어 홀로 가는 길이 외롭지 않네요.

 

 

한여름에도 시원한 깊은 숲길은 시종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피서가 따로 없네요.

 

 

쉬어 가게끔 돌을 옮겨놓은 모습에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지지만

너무나 편한 길이라 쉴 만큼 힘들지 않아 그냥 패스~ 입니다.

 

 

수렛재에 가까워지면서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니 수레가 넘어 다녔다는 수렛재에 당도하게 됩니다.

 

 

추령과 토함산으로 가는 등로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금줄이 가로막고 있네요.

신나게 걸었던 지난 날들이 떠올라 잠시 회상에 젖어봅니다.

 

 

수렛재에서 내려선 등로에는 추락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목재기둥과 밧줄이 쳐져있어 안전산행을 돕고 있습니다.

 

 

깊이 숨겨진 보물같이 아직은 제 모습을 세상에 널리 드러내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 고즈넉하고 아늑한 길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도중에 돌축대가 남아 있는 빈 터도 볼 수 있는데,

이곳은 조선시대 후기까지만 해도 숯을 굽던 곳이라고 합니다.

 

 

'산 넘고 물 건너'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신문왕 호국 행차길의 트래킹 코스.

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보이는 표지판을 발견하고 다가갔네요.

 

세수방이라는 지명도 신문왕이 행차하던 길에

손을 씻고 쉬어갔다는 곳이라 하여 지어졌다고 합니다.

 

 

산책하듯 걷다가 다리쉼을 할라치면 평평한 바위에 걸터 앉아 간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워도 좋을 따뜻한 배려심이 느껴지는 곳이더군요.

 

 

여느 국립공원처럼 등로 곳곳에 숲해설 안내판을 설치해 놓아

이곳을 찾는 탐방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었네요.

 

 

온갖 나무와 식물이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숲에 폭 안기는 느낌이 절로 듭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에도 이 길에 들어서면

시원하기 그지없어 삼림욕이 따로 없을 정도입니다.

 

 

드디어 눈에 익은 곳이 나타났네요.

기림사 입구에서 산을 올라 이곳을 거쳐 함월산을 밟고

도통골로 내려왔던 지난 날의 산행이 생각난 때문이지요.

 

 

고갯마루 한쪽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불령봉표'

 

 

 

▣ 불령봉표

고개 능선 길가에 불령봉표(佛嶺封標)가 있습니다.

이것은 효명세자가 죽은 다음 해인 신묘년(1831년)에 기림사 일원의 산을 정해 이곳에서 목탄을 생산해서 효명세자의 묘에 사용할 제수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한 것을 기록한 것입니다. 효명세자는 조선 제23대 순조와 순원왕후 사이에 태어난 외아들입니다.

돌에 새겨진 '延慶墓 香炭山因 啓下 佛嶺封標'라는 글자는 "연경의 묘에 쓸 향탄 즉 목탄을 생산하기 위한 산이므로 일반백성들이 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임금의 명을 받아 불령에 봉표를 세운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에서 '연경'은 효명세자의 묘호입니다.

 

 

온갖 나무와 식물이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숲에 푹 안기는 느낌이네요.

 

 

도통골 쪽으로 가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갈림길로

불령에서 걸어온 길은 왼쪽으로 나 있는 산길입니다.

 

 

짙은 그늘숲이 일품인 시원스런 산길의 모습에서

강원도 심산유곡이 부럽지 않을 만큼 명품 코스임을 다시금 실감해 봅니다.

 

 

숲길을 빠져나오니 우렁찬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이곳의 정적을 깨뜨리는 것은 오직 이 소리뿐입니다.

용연폭포가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만난 용이 승천했다는 '용연폭포.'

 

지난 방문 때보다 수량이 부족하지만 멋진 모습은 그대로입니다.

 

 

바위에 새겨놓은 정성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청출어람>이라는 단편영화의 포스터 배경장소였던 '용연폭포'

 

 

 

신문왕 호국 행차길의 코스이기도 한 이 용연폭포에도 어김없이 이야기는 있습니다.

이 용연 폭포에 깃든 그 이야기란, 신문왕이 아버지의 무덤인 수중릉에 행차했다가 동해 용에게서 '만파식적'과 '옥대'를 받아 돌아오던 길. 이 폭포에 들렀다가 받아온 옥대 한 조각을 물에 넣자 용이 돼 하늘로 올라가며 깊은 소와 폭포가 만들어 졌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입니다.

 

 

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시원한 숲, 맑은 물이 마음까지 씻어주는

용연폭포에서 어찌 한 컷 남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출발점에서 보았던 호국행차길 안내판이 용연폭포 근처에 세워져 있습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그런지 길에는 적막감이 감돌지만,

드문드문 피어있는 들꽃을 보면서 내딛는 걸음에 박차를 가해봅니다.

 

 

'벌개미취'

 

 

'감로암' 입구에 세워져 있는 표석을 사진에 담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예전 걸었던 추억을 되새기며 걷노라니

 

 

갈대밭이 무성하게 자라던 수중보에는

짙은 녹음만이 우거져 있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되네요.

 

 

오늘 산행의 반환점인 기림사 일주문에 당도하게 됩니다.

부근의 쉼터에서 다리쉼을 하면서 약간의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오던 길을 되돌아 모차골을 향한 걸음을 이어갑니다.

 

 

'불령봉표' 안부사거리.

 

다음에는 다른 코스로 엮어서 찾아볼 생각입니다.

 

 

수렛재를 향한 약간의 오름길이 나타나지만

주말마다 산을 찾는 산꾼에게는 그야말로 동산 수준이네요.

 

 

모차골 입구의 목교가 눈에 보이는 걸 보니 이제 다온 모양입니다.

 

 

잡초가 무성한 석불암에 다시 도착하여 주변을 돌아보니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전하는 도량이었던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황량한 모습에 마음 한 켠이 짠하게 전해져 옵니다.

 

 

없던 절을 세우고 그 절 앞에 가서야 마음을 돌본다고 옷깃을 여미는 것은 중생들이지만

다시 한번 향화가 피어나고 독경소리가 울려퍼지길 기원하면서 왕의 길 탐방을 마무리합니다.

 

 

 

주말에 아이들이 이사를 하는 관계로 이삿짐을 정리하고 이사를 마친 후에는 한달 뒤 해외로 공부하러 떠나는 아들의 짐을 집으로 가져오기 위해 서울까지 차를 몰고 가야하는 까닭에 체력을 아껴보려고 가까운 곳에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올만한 골라 걸어본 오늘의 산길...

몇번이고 벼르고 별러왔던 곳이기에 더 마음이 갔던 숲길은 편안하기 그지없어 걷는 내내 잘왔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던 명품 숲길이었다.

폭염경보가 내려질 만큼 뜨거운 날씨였지만 숲길을 걷는 내내 간간이 불어주는 바람과 찾아온 길손을 반겨주는 이름모를 산새들의 노래소리에 맞춰 비록 적은 양이지만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보조를 맞춰 걷다보니 피서가 따로 없고 이곳이 무릉도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위로는 그리 높지도 않은 산이지만 경치를 조망할 곳이 없을 정도로 깊은 골짜기로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만한 길이며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 조용하게 걸어보는 맛도 일품이었다.

들꽃이 만발한 따스한 봄날이나 만산홍엽의 가을날에 다시 새로운 코스로 엮어서 찾아보리라는 무언의 약속을 남기며 오던 길을 되돌아 귀가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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