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폭닥한 솔숲길도 폭염에 지쳐버린 경주 남산을 찾아서... 본문
♣ 산행일자 : 2013. 08. 18 (일) 날씨 - 맑고 무지 더움
♣ 산행장소 : 경북 경주시 경주남산국립공원 일원
♣ 산행인원 : 느림보와 함께
♣ 산행코스 : 옥룡암(탑골)-금오정-금오봉-사자봉-철와골-일천바위-옥룡암(원점회귀)
♣ 산행거리 및 시간 : 8km, 3시간 30분 (식사 및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기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산행을 망설이게 하는데다 아들의 외국행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열흘이 넘도록 산을 찾지 못해 산에 대한 갈증이 심화되고 있을 즈음 아침 저녁으로 한결 누그러진 더위에 망설임없이 산행을 나서기 위해 준비를 하고서 아내와 함께 남산을 향해 차를 몰아간다.
아직 장거리산행을 나서기엔 무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계절이라 아내를 데리고 먼곳까지 가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가까운 남산이라도 다녀올 요량으로 나서는 길이다. 차를 몰아가면서 짧고 무난한 코스로 미리 머리속으로 그려보며 국립박물관 뒤편의 양지마을을 지나 옥룡암으로 들어서 적당한 곳에 차를 파킹하고서 옥룡암 경내를 통과하여 탑곡마애불상군을 지나 바람 한점 없는 숲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산행궤적
옥룡암 입구의 자그마한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좌측 안내문 뒷쪽은 하산길입니다.
경주동남산 탑곡에 있는 옥룡암입니다.
보물 제201호인 '경주남산 탑곡마애불상군'
아직 절정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시간이 아니지만
숲속에 들어서는 순간 '훅~'하는 열기가 엄습을 해옵니다.
여름 가뭄이 워낙 심한 탓인지 계곡에는 물이 바짝 말라버리고
달아오른 받은 바위는 뜨거운 열기만 내뿜고 있네요.
넝쿨과 잡풀이 무성한 숲을 바라보는
산꾼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열기를 고스란히 받으며
바람 한점없는 숲길을 걸어가니
상서장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를 하게 되네요.
연일 계속되는 폭염속에 무슨 산이냐고 혹자들은 말들을 하지만
열심히 산행한 다음 산마루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흘린 땀 씻어내며
멋진 풍광을 조망하는 즐거움은 겪어보지 않고는 느끼지 못할 일이겠지요.
푹푹 찌는 날씨에 숲으로 들어서니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토치드가 심신을 달래줍니다.
남산산성을 지나 평탄한 등로를 이어가면
포석정에서 이어지는 순환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우거진 숲길에 뙤약볕을 피할 수 있지만 조금 있으면 만나게 될
불볕 태양 아래의 비포장도로를 걸을 생각에 피할 방법을 강구하게 됩니다.
이제는 들어갈 수 없는...
예전 지름길로 자주 이용했던 숨은 길을 찾아들어 금오정에 올라섭니다.
오랫만에 찾아온 금오정에서 가야할 금오봉이 저멀리 바라보고서
시야를 돌려 이번엔 올망졸망한
경주의 산들을 바라보며 하나하나 그 이름을 되뇌어봅니다.
척박한 바위 틈속에서도 굳건히 질곡의 세월을 견뎌온
분재같은 소나무에게서 생명의 끈질김을 배우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대는 금오정에서 준비해간 빵과 과일을 내어놓고
허기진 뱃속을 달래며 맘껏 피서를 즐깁니다.
금오정을 떠나와 순환도로를 따라 올라와
아담한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데크를 따라 올라서면
큼직한 정상석에 멋진 글씨로 새겨진 금오봉에 올라서게 됩니다.
정상석에서 약수골 방향으로 나아가 내남방면의
풍광을 돌아보고서 발걸음을 돌려 하산길에 나섭니다.
오름길에 지나쳤던 사자봉을 들르기 위해 돌계단을 올라서서
사자봉 꼭대기에 우뚝 솟아있는
'남산순환도로 준공기념비'를 사진에 담고
예전 팔각정이 있던 전망터에 발자국을 내려놓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그동안 수없이 보아왔는데도 올 때마다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오네요.
사자봉 팔각정 터에서 올려다 본 파란 하늘에는
하얀 구름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저 구름따라 훨훨 날아가고픈 마음이 절로 솟아나네요.
올라올 때 이미 지나쳤던 도로를 되내려와 금오정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철와골 입구 삼거리에서 우측 내림길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우거진 숲길에 폭닥한 솔가리가 깔려있는 해와달이 좋아하는 코스랍니다.
그래서 가까운 친구나 지인들이 올 때마다 안내하는 명품산책길이지요.
'일천바위'의 또다른 이름인 '마왕바위'로 불리워지게 되는 주인공입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쳐내며 일천바위에 올라서니
한 방에 날려버릴 만큼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어
이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느껴보게 됩니다.
동남산의 명물 중 하나인 '일천바위'를 사진에 담고 내려와
옥룡암을 향한 발걸음에는 가속도가 붙어가네요.
아마도 사방 막힘없는 조망을 즐기며 자연이 주는
기(氣)를 맘껏 받은 탓에 힘이 난 모양입니다.
경북산림환경연구원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인데
지나온 헌강왕릉 갈림길과 마찬가지로 금줄로 막아놓았네요.
남산에서도 손꼽히는 부드러운 등로는
오늘도 변함없이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이렇듯 푸른 숲 속에 있으면 용광로같이 달아오른
도심의 찜통더위를 잊을 수 있어
틈만 나면 산으로 발걸음을 옮기는지 모를 일입니다.
짧은 내림을 내려서니 애마가 기다리고 있는 날머리에 도착하며
폭염속의 남산 나들이를 마무리합니다.
해가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무더위에 모두들 지쳐가는 것 같지만 여름은 여름다워야 한다는 말을 위안삼아 나날을 땀으로 목욕하면서 일상을 보내다가 가까운 산을 찾아 산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온 몸으로 맞아보면 '역시 이 맛에 여름산행을 하는거야~'라며 흡족한 기분에 빠져들어 잠시나마 이글거리는 폭염을 잊을 수 있어 새삼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만끽한다.
'이 더운 날씨에 무슨 산행이며 내려올꺼 뭐한다고 올라가느냐'는 주변의 소통이 안되는 대화에 안타까움이 앞선다.
덥다고 마냥 늘어져 있는 것보다 잠시 발품을 팔며 부지런을 떨다보면 그 보상은 훨씬 더 큼을 체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작은 아쉬움이 드는게 사실이다.
각설하고 장기간의 폭염속에 지쳐있는 살아있는 노천박물관 경주남산을 가볍게 돌아보며 비록 흥건히 젖은 땀범벅이지만 모처럼 나선 산길에 일상에서 얻지 못하는 무형의 기쁨을 얻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 한량없고 시원한 냉면에다 떡갈비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였으니 오늘 하루는 한 마디로 '따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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