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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화엄벌을 수놓은 억새를 찾아 떠난 양산 천성산 본문

◈ 산행이야기/☆ 2013년도 산행

화엄벌을 수놓은 억새를 찾아 떠난 양산 천성산

해와달^^* 2013. 9. 24. 21:04

♣ 산행일자 : 2013. 09. 22 (일) 날씨 - 흐림

♣ 산행장소 : 경상남도 양산시 웅상읍, 상북면·하북면 일원

♣ 산행인원 : 아내와 함께...

♣ 산행코스 : 홍룡교 - 편백나무조림지 - 원효암 - 895m 이정표 갈림길 - 천성산 - 화엄늪 - 돌탑봉(786m) - 홍룡사 - 홍룡교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30분, 10.3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천성산(922.2m)

경상남도 양산에 있는 100대 명산 중의 하나인 천성산(千聖山).
해발이 922m로 태백 구봉산에서 발원한 낙동정맥이 끝자락을 이루는 산으로 영남알프스(가지산, 운문산, 신불산, 재약산)의 한 축을 이루는 명산이다.
원효의 가르침으로 1천 성인(聖人)이 나온 성산(聖山)으로, 새해 일출맞이 명산으로 골산의 험난함과 육산의 부드러움을 함께 지닌 경남의 명산이다.

3개 지역으로 나뉘어 있는 가지산도립공원의 남동단에 위치한 천성산은 정족산(700.1m) - 영축산(1,092m) - 신불산(1,208.9m) - 가지산(1,240m)으로, 남으로 경부고속도로 너머 계명산(601.7m) - 금정산(801.5m)으로 이어지면서 낙동정맥의 주맥을 형성하면서 당당하게 솟아 있다.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는 동에서 바라보면 깎아지른 듯 웅장하면서도 단순해 보이지만, 서쪽과 남,북으로 기운찬 산줄기를 여럿 뻗어 내리면서 수많은 산봉을 일으키고, 그 사이사이 깊고 수려한 골짜기를 여럿 빚어놓고 있다.
천성산 제2봉(약 830m)에서 북으로 뻗다 방향을 틀어 서쪽 산하동계곡으로 내려앉는 천성공룡릉이 기암괴봉이 이어지는 줄기를 대표한다면, 원효의 척반구중 설화가 전해지는 내원사가 들어앉은 내원사계곡은 기암 사이에 암반 수려하고 소와 담이  연이어지는 가운데 사철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절경의 골짜기로 이름나 있다.

뿐만 아니라 정상 북서릉은 화려한 억새능선이자 국내에서 희귀한 중고산층습원으로 여러 희귀식물이 서식하는 능선이고, 산하동계곡은 부드럽고 고즈넉하면서도 절경이 끊이지 않는 계곡으로, 법수계곡은 바위 협곡이 자아낼 수 있는 최고의 경관을 지닌 골짜기로 경남 산악인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다.

 

 

◈ 산행기

5일 동안 계속된 추석 연휴동안 징검다리 근무를 하고 쉬는 날엔 부모님과 장인 차례를 모시고 장인 산소를 찾아 묘소 주변의 불필요한 나무들을 벌목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귀경길에 오른 딸내미도 늦은 밤에 전송을 하고 제대로 하루를 쉬게 되는 주말. 좋아하는 산을 찾기로 하고 장소를 물색해 본다. 세 군데의 산행지를 놓고 저울질을 하다가 지난 해 봄 직장산악회에서 찾았었던 천성산 화엄벌이 생각나 망설임없이 네비에 홍룡사주차장을 입력하고 차를 몰아간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한여름의 무더위는 가시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가을이 찾아왔음을 피부에 와닿는 한줌 바람에 알아볼 정도가 된 지금의 날씨다. 가을의 정취도 느껴볼 겸 이번엔 화엄벌의 잔잔한 은빛 억새 물결을 찿아가는 길이다. 더불어 멋진 억새의 향연을 혼자 감상하기 아까워 이번 산길에는 아내와 함께 가는 길이다.

산행 코스는 홍룡사를 들러 오르는 가파른 길이 아닌 순하고 편한 길을 택해 원효암을 들러보고 천성산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는 소식에 정상석도 한번 어루만져 보고 광활한 화엄벌의 억새를 맘껏 감상하며 노닐다 홍룡사로 내려와 홍룡폭포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꾸며볼까 한다.

언양에서 김밥 몇줄 사서 갈무리하고서 통도사 앞을 지나고 내원사계곡 입구도 통과한 애마는 네비게이션에 입력한 대로 정확히 홍룡사 입구 주차장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범종 모양의 예쁜 화장실을 다녀와서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원효암 방향으로 진행을 하며 화엄벌 억새를 찾아 걸음을 옮겨나간다.

 

 

산행궤적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돌아나오면 만나게 되는 들머리의 모습입니다.

맞은편 산행안내판 우측으로 나있는 도로는 홍룡사로 들어가는 차도이고,

우리가 진행할 방향은 오른쪽 길입니다.

 

 

주차장 입구에 자리잡은 범종 모양의 화장실이 눈길을 끕니다.

범종 소리는 잡귀를 물리치고

일체의 번뇌와 근심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하고,

해우소 또한 지극히 근본적인 근심을 덜어내는 곳이니

이 둘은 서로 뜻을 같이 하는 셈이겠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게 되는 원효암계곡의 목교입니다.

 

 

아늑하고 조용한 푸른 숲길을 조용히 걷노라면

마음도 발걸음도 상쾌하고 가볍기만 합니다.

 

 

하늘로 곧게 뻗은 편백 나무 숲들 사이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들빼기, 꿩의다리, 벼룩나물, 마타리)

 

 

사람들이 삼림욕을 즐기는 것은 피톤치드(Phytoncide) 때문.

피톤치드라는 말은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Phyton)과

살균력을 의미하는 치드(Cide)가 합성된 말이라 합니다.

 

 

일부러 심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편백나무숲을 지나

 

 

솔솔부는 가을바람을 타고 천성산 화엄벌 억새를 만나러 갑니다.

 

 

그리 높지 않은 돌밭길을 들려오는

염불소리에 박자를 맞춰가며 조심스레 헤쳐나오니

 

 

원효암에 도착하게 되고,

법당을 찾아 부처님께 예경을 올리고 싶었지만

법회가 진행 중이라 조용히 발걸음을 되돌립니다.

 

 

원효암 종각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쥐손이풀, 참취, 흰이질풀, 털별꽃아재비)

 

 

원효암을 빠져나와 임도를 따르다

주차장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좌측 시그널이 가리키는 산길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다시 만난 임도를 따라 걷다가 바라본

천성산 정상부의 암봉이 범상치 않은 모습으로 다가오네요.

 

 

폐쇄된 군사시설로 인해 들어갈 수 없는

천성산 1봉을 향한 임도를 한번 바라보고

아치형 데크 다리를 건너 삼거리로 진행해 갑니다.

 

 

철조망과 지뢰 미제거지대임을 알리는 안내판과 함께 걸음을 옮기니

 

 

눈에 익은 895봉 이정표 삼거리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우측의 해맞이장소로 진행하였다가

다시 되돌아올 예정입니다.

 

 

895봉의 억새밭.

 

 

구름 낀 하늘과 그 아래 푸르른 산들은

성큼 다가온 가을을 보여 주는 듯합니다.

 

 

 

☆ 한반도에서 새해 일출 가장 빨리 맞는 산 ☆

<신증동국여지승람> 양산편 산천조에 '고을 북쪽 20리에 있으며 혹은 천성산이라고 하고, 또는 소금강산이라고도 한다' 라고  기록되어 있을 뿐 아니라, 울산편 산천조에 '연이어진 험준한 산봉우리가 첩첩하고 산골짜기는 깊고 깊으며 조용하다' 라고, 역시 양산편 산천조에 '줄율청수 천타부용(茁率靑秀 千朶芙蓉)' 이라 하여 '산세가 높고 험준하며 맑고 빼어나게 아름다워 천가지 연꽃 같다'고 표현해 놓은 것으로 보아 천성산은 이미 오래 전부터 출중한 산세를 인정받아온 것이다.

천성산은 한반도 내륙의 산봉 가운데 동해에서 떠오르는 새해 일출을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반도 육지 해안에서 가장 빨리 새해 일출을 맞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간절곶과 직선거리 23.5km 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그 사이 천성산에 비해 낮은 산자락들이 잔잔하게 깔려 동해가 빤히 바라보이기 때문이다.
북서쪽 가지산(1,240m)이 가장 빨리 일출을 볼 수 있는 산봉이지만, 산자락에 햇살이 가려 실제 해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 천성산 정상이라고 한다.

새해 일출을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산인만큼 조망은 뛰어날 수밖에 없다. 북으로 정족산에서 해발 100m 안팎의 바닥까지 떨어졌다 다시 솟구치면서 다시 당당하게 낙동정맥을 이어나가는 영남알프스의 영축산 - 신불산 - 가지산 줄기뿐 아니라 단석산, 토함산, 대운산까지 보이고, 남으로는 역시 낙동정맥을 이어나가는 금정산과, 서쪽으로 신어산과 불모산, 무학산 등 경남 일원의 유명 산들을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다.

 

 

미타암으로 이어지는 능선 너머에 하늘릿지가 있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다시 오르고 싶은데 법수원에서 출입을 막아놓았다는데

오르는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분취, 수까치깨, 이질풀, 쑥부쟁이)

 

 

천성2봉까지 다녀오고 싶지만

아내의 체력을 감안하여 이곳에서 점심을 챙겨먹고

천성산으로 발길을 돌리기로 합니다.

 

 

가을 최고의 선물...

하얀 억새꽃이 장관인 천성산 억새군락지.

 

 

억새에 숨은 가을과 그 가을을 찾은 산객들...

 

 

바람에 이리저리 움직이며 억새는 저절로 신이 났습니다.

 

 

삼거리가 이제는 사거리가 되었네요.

천성산 정상 가까이 새로 조성된 등로가 개설된 때문이지요.

정상을 밟아보려고 새길로 들어섭니다.

 

 

펜스 사이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걸으며 바라본 천성산 정상부.

 

 

펜스 아래 나있는 개구멍을 통해 들어와

난생 처음 걸어보는 천성산 정상부 아래의 억새밭입니다.

군부대가 철수하고 난 뒤의 황량한 모습이지만

빨리 주변 정리를 하여 우리에게 다가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구절초, 각시취, 미국쑥부쟁이, 나비나물)

 

 

가슴이 뻥 뚫릴만큼 시원합니다.

이 맛에 산을 오르는게 아닐까요...

 

 

선선한 바람에 날리는 억새가 조화를 이루어

가을 분위기가 완연한 풍경입니다.

 

 

다시 우리의 품으로 돌아온 천성산 정상석.

 

 

천성산 정상에서 바라본 화엄벌.

 

 

원효대사가 천성산 정상의 초원과 같은 억새밭에서

1천여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화엄경을 설법한

강론장이라 하여 화엄벌이라 한답니다.

 

 

저 장엄한 은빛 억새물결의 풍광을 보고 있노라니

사람들이 자연에서 보고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은빛 억새가 연출하는 화엄벌의 풍경은 '부드러움'입니다.

 

 

바람이 무척 세게 부네요.

그야말로 화엄벌이 파도치듯 일렁이는 은빛 물결입니다.

 

 

이 가을...

시원한 바람과 함께 구름 위를 나는 듯...

발걸음도 가볍고...

 

 

억새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자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광활한 목초지를 걷는 듯 한 착각 속에 빠지기도 합니다.

 

 

화엄벌의 억새들은
가히 이 아름다운 가을하늘 아래에서
사람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손짓하며
살포시 웃는 얼굴로 산객들을 유혹하네요.

 

 

언덕 너머 한 소끔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파도처럼 일렁이는 억새꽃 물결이 장관을 이뤄냅니다.

 

 

해발 800m 고원지대에 가을의 느낌이

살포시 내려 앉아 멋진 풍광을 담아내고 있는

천성산 도룡뇽과 살모사가 살고 있다는 화엄늪, 화엄벌입니다.

 

 

하얀 융단처럼 펼쳐진 억새꽃 군락은
정신을 흐릿하게 만드는 몽환적 정취를 풍기기에 부족함이 없네요.

억새밭에 먼저 찾아온 가을정취 덕분이겠지요.

 

 

바람을 타고 넘실대는 억새의 군무는

천성산이 영남 알프스의 한 축임을 실감케 합니다.

 

 

786봉(돌탑봉)

 

사방팔방 확 트인 조망이 멋진 곳인데

오늘은 구름이 끼어 영축산에서 이어져오는

영축능선을 볼수 없음이 아쉽지만

장엄하게 펼쳐진 화엄벌 억새 능선을 보며 애써 달래봅니다.

 

 

사방에 광활한 억새 군락지, 화엄벌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늪지 초원이 광활하게 펼쳐진 뒤로 천성산 정상 부분이 보이네요.

 

 

하산해야할 홍룡사 방향의 조망으로

내려다보이는 시가지는 석계마을입니다.

 

 

이 가을 푸르른 하늘과
넘실거리는 억새풀의 춤사위와
우리의 마음이 일체가 되어
또 하나의
미를 연출할 수 있어 좋았고,

 

 

확 트인 드넓은 평원과

자연의 비경을 만끽하였기에
이 가을이 소리 없이 흘러간다 하여도
후회가 없으리라는 확신이 드네요.

 

이제 우측 아래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홍룡사를 향한 행보를 내딛습니다.

 

 

 

 

깔딱고개의 가파른 경사도가 힘들게 느껴져 하산길로 택하길 잘했다는

아내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 조심스레 등로를 이어갑니다.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개여뀌, 까치고들빼기, 미역취, 도깨비바늘)

 

 

평지성 등로에 널찍한 숲길을 내려와 만난 홍룡사 갈림길에서

좌측 아래로 내려섭니다.

 

 

홍룡사 마당엔 점심공양할 식탁이 일렬로 쭈욱~~~

만든 지 얼마 안된 듯 지난 해에는 못본 광경입니다.

 

 

홍룡사 종각

 

 

 

홍롱사의 이름은 폭포에서 유래한다. 무지개 홍(虹)자에 젖을 롱(瀧)자 '무지개에 젖은 절집'이란 고운 뜻의 이름이다.
그런데 절집 사람들이나 관광 안내책자, 교통 표지판 등은 한결같이 한글로 ‘홍룡’이라 쓰고 있다.
'홍롱'보다는 '홍룡'이 발음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옛날 폭포 아래 살던 용이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1910년대 중창된 근대 목조 건축물로

전통적인 조선 후기 건축 수법을 충실히 반영한 건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지장보살, 관세음보살을 협시보살로 봉안하였네요.

 

 

홍룡사 대웅전

 

 

홍룡사는 673년(문무왕 13)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89암자의 하나로, 낙수사(落水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였다. 그 뒤의 역사는 전하지 않지만 조선 선조대까지 영남 제일 선원이었던 홍룡사는 천불전·관음전·나한전 등을 갖춘 천성산 제일의 대가람이었으나 임진왜란으로 인해 소실되었다.
그 뒤 터만 남아 있다가 1910년대에 통도사의 승려 법화(法華)가 중창하였고, 1970년대 말에 부임한 주지 우광(愚光)이 꾸준히 중건 및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관음전과 홍룡폭포로 오르는 관문인 '수정문'

 

 

홍룡폭포로 오르는 길.

 

 

홍룡사의 명물인 관음전 앞으로 떨어지는 홍룡폭포.
여름철 비가 내린 후에 찾으면 수량이 많아 장관을 이루지만

오늘은 영 모양새가 '아니올시다~' 입니다.

 

 

아치형의 관음교를 건너와 산신각(좌)과

홍룡폭포 방향을 한번 더 되돌아본 뒤 홍룡사를 빠져나옵니다.

 

 

홍룡사 가홍정(駕虹亭)

 

 

양산 대석에 살던 가선대부 석은 이재영이 노병을 치유하고 난 66세이던 1918년에 죽우 권순도와 함께 자신의 소유지였던 홍동의 홍룡폭포 아래에 건립한 정자를 말합니다. 현재 이재영이 남긴 「가홍정원운병서」가 전하여 가홍정의 건축 내력을 알 수 있습니다.

 

 

홍룡사 일주문

 

 

따사로운 햇볕 아래 임도 길을 따라 걷다가

홍룡교 다리를 건너면 들머리였던 주차장에 당도하게 됩니다.

 

 

 


아직은 억새의 만개가 좀 이르다 싶은 생각에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천성산 화엄벌의 억새...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사방팔방 확~트인 조망에... 바람따라 출렁이는 은백색의 억새물결...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만났던 편백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도 많이 마시고 올랐던 천성산.

정식 개방은 아니었지만 군부대가 철수한 정상에 발을 들여 놓고 오랜 세월 기다려 준 정상석에서 흔적을 남기고 다시 찾은 화엄벌에서 가을 빛에 하얗게  터트린 억새의 축제 속을 맘껏 돌아다니며 속세에 찌든 때를 내던지고 온 행복한 산길이었다.

때때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부지런히 햇살을 품고 있는 멋진 숲길과 끝없이 이어지는 화엄벌의 초록 억새능선의 때이른 가을의 억새들과 눈 맞추며 한 점 자연 속에 들어가 보낸 멋진 하루를 마감한다. 산행을 마치고 애마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순간에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면서 '타임리 히트(적시타)'라는 말이 적절하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빙긋이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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