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직장산우들과 함께 떠난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1차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3. 09. 29 (일) 날씨 - 흐린 후 비
♤ 산행장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삼남면, 경남 양산시 하북면 일원
♤ 산행인원 : 직장산악회 산우들과 함께...(8명)
♤ 산행코스 :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간월재-신불산-신불재-단조성터-신불산자연휴양림-베네치아산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40분, 14km(식사 및 휴식 포함, 후미 기준)
▣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영남알프스를 구성하는 산은 간월산(106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재약산(1119m), 천황산(1189m), 가지산(1241m), 고헌산(1034m) 등 7개다. 경우에 따라 운문산(1195m)과 문북산(1015m)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 가운데 신불산, 가지산, 재약산, 운문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에 속한다.
영남알프스는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폭포와 계곡, 가을에는 억새와 단풍, 겨울에는 설경 등 4계절 모두 절경을 자랑하는 산이다. 특히 가을의 억새 군락지는 순백의 억새 물결이 환상적인 자태를 뽐내 전국의 등산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영남알프스의 억새 군락지는 약 200만평으로 전국 최대 규모다.
하늘억새길 총길이는 29.7k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억새 탐방로다. 코스는 배내터널이 있는 고개에서 시작해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재약산, 천황산, 능동산을 거쳐 다시 배내고개로 이어진다. 하늘억새길은 전체 5개 구간으로 돼 있다. 간월재와 영축산 1구간은 억새바람길, 영축산~죽전마을 2구간은 단조성터길, 죽전마을~천황산 3구간은 사자평억새길, 천황산~배내고개 4구간은 단풍사색길, 배내고개~간월재 5구간은 달오름길이다. 대부분 길은 해발 1000m가 넘는 능선을 따라 조성됐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5개 구간을 다 걷는데 16시간 정도 걸린다.
◈ 산행기
비가 온다는 기상청의 예보에 정기산행이 일정대로 진행이 될지 몰라 전날 무장산으로의 억새산행을 다녀와 약간의 피곤함이 남아 있었지만 모처럼 직장 동료들과 함께하는 산행에 비님이 가로막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면서 잠자리에 들어 새벽녘에 잠이 깨어 창밖을 내다보니 흐린 날이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 꾸려놓은 배낭에 도시락과 먹거리를 챙겨넣고 집을 나서 직장으로 향한다.
일기예보에 미리 주눅이 들어 빠진 산우들도 더러 있는 듯 오늘 참여할 인원은 8명이다.
그동안 직장산악회에 가입해 놓고 함께 산행을 한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아 미안함이 앞선다. 늘 스케줄 근무에 지장을 받다보니 참여할 기회가 없어 지금껏 두세번 밖에 참여치 못했는데 이번 정기산행 역시 근무일이지만 하늘억새길을 제때에 맞춰 걷고싶어 근무를 바꿔서 참여하게 된다.
차량 2대로 나눠 출발하여 배내고개에 당도하니 단체산행을 나온 버스들과 차량들이 주차장 입구가 혼잡해 울산청소년수련원으로 가는 도로 한모퉁이에 차를 세워놓고 산행준비를 한다.
약간 싸늘한 바람이 불어대는 흐린 날이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싶어 장비를 들쳐메고 단체 산행팀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배내봉을 향한 데크를 오르기 시작한다.
산행궤적
배내고개에서 시작하는 하늘억새길 5구간인
달오름길(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간월재 4.8km)을 시작합니다.
배내봉 오르는 길...
목재데크로 된 등로를 올라섭니다.
오두산 갈림 삼거리
쉼없이 이어지는 데크길이지만 억새가 얼마나 잘 자라고 피었는지
궁금한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겠네요.
허리를 펴고 뒤돌아보니 천황산과 재약산 산정에
짙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는 모습이 들어오네요.
데크길 주위에는 억새가 피어 흔들리는 모습에
덩달아 산꾼의 마음도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장군평'이라 불리우는 오도산 갈림삼거리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기로 합니다.
운무가 밝얼산 마루금을 넘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과
구름모자를 뒤집어 쓰고 있는
재약산, 천황산 정상부를 사진에 담고 등로를 이으니
1,000m고지에 14m 모자라 이름을 못 올리는
배내봉에 도착하여 인증샷을 남겨봅니다.
오랫만에 만나는 '부추꽃'입니다.
가야할 등로 너머로 신불공룡능선이...
그 아래로 등억온천단지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가까이 다가온 912봉.
천길바위로 내려서는 길목이지요.
맑은 날 멋진 조망을 보여주는 곳인데 오늘은 그러지 못해 아쉽네요.
간월산과 간월서릉
언제보아도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멋진 풍광을 오늘 다시 보게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무더위가 떠난 자리...
선선한 바람이 철새처럼 날아듭니다.
바람이 깃들면 영남알프스는 온 산하가 억새꽃에 몸살을 앓지요.
가까이 당겨본 천길바위
다시 저곳을 찾아봐야겠습니다.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한 마리 물고기처럼,
반짝이는 은비늘의 자태를 드러내며 용트림합니다.
그 눈부심에 몸은 해바라기 되어 자연히 억새를 찾아 떠납니다.
다시 찾은 간월산 정상석.
크기는 장대하지만 정감은 예전만 못하지요.
간월공룡능선의 짜릿한 그 느낌을 다시 느껴보고픈데...
가야할 곳은 많은데 또 가보고픈 곳 역시 많으니...
영남알프스의 하늘억새길은
억새는 평평한 땅에만 있는 것으로
상상해 온 내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합니다.
설렘과 낭만 그리고...
가을을 더 사랑하게 하는 이 아름다운 억새는
내가 가을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어버렸답니다.
하늘을 닿을 듯 수없는 계단이 있고
그 계단 옆으로 무수한 억새가 피어있는
영알의 하늘억새길을 걷는 동안
내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하게 합니다.
간월재는 언양,배내골에서 접근이 비교적 용이하고 임도가 있어
가을이면 산상음악회 등 문화행사가 많이 열리고
억새를 구경하러 탐방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랍니다.
간월재 돌탑 아래 피어난 구절초의 화려한 몸짓에 눈길을 뗄 수가 없네요.
간월재에서...
간월재에서 10월3일 12시부터
"영남알프스 영혼의 소리로 품다"라는제목으로
'2013 울주오딧세이' 산상음악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울산MBC에서 인터뷰 요청이 있어 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신불산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이번 주말부터 이곳의 억새를 찾는
수많은 탐방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게 되리라 생각이 듭니다.
부디 다치지는 말아야 할텐데...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고
거친 돌길도 헤쳐 올라가니
오늘 산행 중 가장 멋진 풍광이 펼쳐지는 데크전망대에 올라섭니다.
언제봐도 황홀경 그 자체입니다.
가을에는 단풍이 있어 가을입니다.
그래서 단풍있는 가을의 길은 낭만적입니다.
그러나 가을이 있는 곳에 단풍만 있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은 틀렸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가을이 있는 곳엔 은빛 물결의 억새가 있고,
그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억새가 있어
가을은 한층 아름답고 낭만적인 계절이 되었습니다.
신불서릉 갈림 삼거리.
이곳에서 바라보는 영축능선의 장쾌함이 일품인데...
운무 가득한 신불산을 향해 걸으니 마치 꿈속을 걷는 기분이네요.
신불산에서의 단체사진
신불평원억새밭에서 단조산성까지 광활한 고원에 펼쳐진 억새밭.
1000m이상 고봉에 펼쳐지는 억새평원의 가을경치는
답답한 가슴을 탁~~ 틔워주는 공간입니다.
소슬바람이 불면 더불어 흔들리는 억새들의 몸짓이 황홀하다 못해
현란할 정도가 되어 뭇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가을의 억새군무를 보려고
수많은 등산 인파가 찾는 곳...
신불평원입니다.
이곳의 억새는 키가 작은 편이지요.
키가 작아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의
억새평원이 마음을 시원하게 만든 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은빛 잔디밭 같아 보입니다.
영남알프스의 억새평원은 곱고 화려한 것이 특징입니다.
넓게 펼쳐진 억새평원은 가을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합니다.
신불재에 모여든 산객의 수효는 점점 늘어나는데
빗방울은 조금씩 굵어져 갑니다.
빗물을 머금은 억새를 헤치며 지나가는 동안
흠뻑 젖어버린 새앙쥐가 되어 버렸네요.
짙은 운무에 비까지 내리고 있어
오늘 산행을 끝까지 마칠 수 있을지...
산행대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삼봉능선 초입을 지나며 이곳 또한 올라봐야 할 곳이라 한번 더 눈여겨 봅니다.
빗방울은 더 굵어지기 시작하여 얼른 우의를 챙겨 입습니다.
아리랑릿지 또한 미답의 길...
홀로가는 산길에 숙제가 너무 많이 산재해 있어 고민이 되네요.^^*
내리는 빗속에 영축산까지 가는게 무의미해서
이곳에서 단조산성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영축산에서 이어져 온 방화선입니다.
자연휴양림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지나
억새군락지 속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기 시작하네요.
단조산성
현재 이 돌담은 서북쪽으로는 많이 허물어졌으나
동남쪽으로는 옛 모습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암행어사 박문수는 영남을 시찰하는 도중 이 산성에 올라
"산성의 험준함이 한 명의 장부가 만 명의 적을 당해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해
이곳이 천연의 요새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중산행이 되어버려 카메라를 대신하여
스마트폰으로 조심스레 촬영을 합니다.
신불재에서 내려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네요.
내리는 빗속을 걸으며 틈틈히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에 담아봅니다.
쉼없이 내리던 빗줄기는 2km가 넘는 청석골의 지루한 등로를 내려와
파래소폭포 갈림 삼거리에 내려서니 그제서야 내리는 비가 멈춰주네요.
신불산자연휴양림(하단지구) 입구를 빠져나와
시멘트도로를 따라 털레털레 걸어 내려오니
죽전마을로 가는 이정표를 따라 우측의 다리를 건너갑니다.
물안개가 골골마다 피어오르는 모습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네요.
베네치아산장 입구에서 입고 있던 우의를 갈무리하고
단장천을 건너 69번 도로로 올라서며 하늘억새길 1차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전국 최대 억새군락지 영남알프스의 하늘억새길을 걸어보고자 근무까지 바꿔가며 직장의 산우들과 함께 아침 댓바람에 길을 나선 정기산행.
고르지 못한 날씨에 멋진 조망은 즐기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원래의 목표인 억새의 아름다운 춤사위는 그나마 볼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다.
여름철 가뭄이 있었지만 가을이 되자 어김없이 억새꽃이 피어 푸른 댓잎과 흰 억새가 어울려져 바람이 불어 올라치면 금빛물결을 이루어 내고 있는 영알의 억새들...
가을단풍도 좋지만 광활한 초원 위에 펼쳐지는 억새군무 또한 장관이어서 전국에서 억새메카로 불리는 신불억새평원을 이 계절에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싶다. 드넓게 펼쳐진 억새평원의 가을바람 물결 한가운데 서게 되면 오늘은 몇시간을 걸었느니..오늘은 어느 코스를 몇Km를 걸었느니 하는 따위는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깊어가는 계절 한가운데서 가을 정취를 몸과 마음과 머리로 듬뿍 즐기고 느꼈으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한걸.....
바람에 춤을 추는 억새의 군무에 한동안 머물며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와서 기쁘기 한량없다. 다만 산행 말미에 내린 비로 인해 영축산을 오르지 못하고 중도에 하산을 한 아쉬움이 크게 남아 다음 주말 산행지로 영축산을 중심으로 주변을 한바퀴 돌아보면서 은빛억새의 향연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마음이다.
신불재에서의 점심식사후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에 바지와 신발은 흠뻑 젖어버렸고 우의를 걸친 탓에 땀으로 범벅이 된 육신의 몰골은 후줄근하기 짝이 없지만 모처럼 직장의 산우들과 함께한 오늘의 산길은 동료로서의 우정을 더욱 더 돈독히 한 귀한 시간이었다.
경주로 돌아와 맛난 감자탕으로 이른 저녁식사를 하며 뒷풀이를 마치고 내달 2차산행 때는 좀더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며 9월 정기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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