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화창한 가을 햇살따라 걸어본 주암산-최정산 본문
♧ 산행일자 : 2013. 10. 12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일원
♧ 산행인원 : 친구랑 셋이...
♧ 산행코스 : 광덕사 입구 - 배바위 - 주암산 - 884봉 - 최정산 - 용계천 - 운흥사 - 오2리 버스정류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30분, 9.7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최정산은 높이 905m로, 비슬산의 주봉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북으로 방향을 바꾸어 올라가다 솟구쳐서 이루어진 산이다.
최정산은 산세가 비슬산과 비슷하여 마치 형제처럼 마주보고 있다. 침엽수림과 활엽수림이 섞여 자라 혼합림을 이루고, 1천여종의 자생식물이 자라며, 정상 일대와 능선에는 억새풀이 무성하여 볼 만하고, 봄에는 진달래 천국을 이루고 가을에는 단풍이 온 산을 물들여 대구근교지방의 주민들에게는 매우 친근한 산이다.
주암산은 높이 846m로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원정마을에 있는 산으로 일명 배바우산으로라고도 불린다. 최정산(905m) 북쪽 능선과 이어진다. 북서쪽으로 용계천을 사이에 두고 삼성산(554m)·청룡산(793m)과 마주한다.
최정산과 주암산은 능선상으로 바로 이웃하여 연결되어 있어 두 산을 연결하여 산행하는 맛도 즐겁다. 두 봉우리를 중심으로 하는 계곡들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가창댐의 수원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명산이다. 그러나 정상 9부 능선 위로는 군사시설로 접근 할 수 없어 산행인으로서는 정산에 올라 정상석과 사방을 내려다 보는 황홀경을 맛 볼수 없는 것이 단점이라 할 수 있다.
◈ 산행기
오늘은 친구들과의 정례모임이 있는 날이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고향 가까운 산을 찾아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펼쳐지는 대자연의 풍광을 맘껏 즐기고 저녁 모임에 참석하고자 차를 몰아 고속도로를 달려간다.
전날 미리 통화해서 함께 산을 찾아볼 동지들을 섭외하니 두 명의 친구가 호응을 해온다. 수성못 부근의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오랜만의 해후를 맘껏 나누고 차 한대에 올라타고 가창방면으로 차를 몰아간다.
네비게이션에 입력한 '광덕사'에 정확히 도착하여 일행을 내려놓은 애마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배낭을 들쳐메고 GPS를 가동하며 광덕사를 향해 걸음을 옮겨간다. 오늘도 무사산행을 기원하면서...
산행궤적
광덕사 입구의 공터에 주차를 하고
광덕사를 향해 걸어갑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말사인 광덕사의 범종각.
광덕사 대웅보전
약수터 옆으로 나있는 등로로 들어서면 반겨주는 이정표입니다.
초반부터 가파른 오름이 시작되네요.
최근의 잦은 산행탓인지 빡센 오름길이
견딜 만한데 친구들은 제법 힘든가 봅니다.
등로를 잠시 벗어난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가창저수지입니다.
과거 '대한중석'이란 이름으로 존재했던 회사가
지금은 '대구텍'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건너보이는 능선은 수성못에서 용지봉을 거쳐
월드컵경기장이 있는 성암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입니다.
원광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고
가야할 방향은 우측 오름입니다.
줄곧 이어지는 등로는 가파름의 연속이라 속도는 더뎌져만 갑니다.
즐기며 가는 산길로 정한 오늘의 산행에
전망좋은 곳이 잇으면 어김없이 눈을 즐겁게 해봅니다.
한층 높아진 눈높이에 산성산의 항공무선표지소의 송신탑이 눈에 들어오네요.
그림처럼 아름다운 가창댐을 끼고 헐티재를 향한 도로가 뻗어있고,
댐 건너편에는 비슬산 종주길의 청룡산이 우뚝합니다.
북쪽으로는 대구시가지가 시야에 잡히고,
좌측의 가산산성에서부터 팔공산을 거쳐
환성산, 초례봉까지 이어지는
속칭 '가팔환초'구간이 한 눈에 들어오네요.
두 눈을 맘껏 호강시키고 다시 걸음을 떼어
정상을 향한 오름을 지속하지만 가파름은 여전합니다.
고도를 달리하며 내려다보는 풍경 또한 새로움으로 다가오고
쉬어가는 시간 또한 잦아지니 시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만 갑니다.
쌍묘가 있는 582봉
광덕사를 출발한지 1.2km 밖에 되지 않았는데
시간은 엄청 걸린 것 같네요.
뜨거웠던 지난 여름의 폭염속을 뚫고 걸었던
앞산 종주산행이 엊그제 일처럼 새롭게 떠오르네요.
산성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즈음
대구 앞산의 송신탑도 눈높이를 함께 하게 됩니다.
763봉 직전의 우측 내림길은 오리마을로 내려서는 길입니다.
소나무 우거진 숲길에 한결 나아진 등로가 그동안의 힘겨움을 달래주네요.
비스듬한 사면길을 거슬러 올라서니
지능선을 만나게 되고,
초록빛 활엽수가 숲을 이룬 등로에는
곧 닥쳐올 변신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네요.
스파밸리 갈림 삼거리
삼거리를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가창지역 들판의 모습입니다.
근육질의 잘 생긴 나무를 지나 약 5분 가량 진행하니
멀리서 보면 배 한 척이
정상에 정박해 있는 듯한 모습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배바위'에 도착하게 됩니다.
산 이름이 배주(舟)와 바위암(岩)자를 사용해
주암산(舟岩山)으로 불리는 것도 배바위에서 유래된 것 같네요.
성경책을 펴놓거나 몸을 웅크리고 앉아 기도하거나
두 손을 하늘로 펴들고 소리 높여 외치는
평소에 보기 힘든 광경에 잠시 어리둥절해 집니다.
산 아래에 기독교수양관이 위치한 때문으로 보이지만
산을 찾는 이들에게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아닐 수 없네요.
하지만 예까지 와서 주변경관을 안볼 수 없어
배바위 위로 올라가 주변을 돌아봅니다.
지나온 능선 너머로 대구 시내가 보이네요.
시가지 너머로 철옹성처럼 성곽을 두른 듯 보이는 산이
바로 대구의 진산인 팔공산입니다.
스파밸리 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뒤로 용지봉, 대덕산이 달리고 있고,
반야월 혁신도시 뒤로 초례봉, 낙타봉, 환성산이 호위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남동쪽의 팔조령 방향 풍경입니다.
30번 국도가 팔조령을 넘어가는 좌측으로 상원산, 동학산, 병풍산이 줄을 잇고,
그 너머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비슬지맥의 선의산, 용각산입니다.
배바위 입구의 움막을 지나니
가창중학교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를 만나게 되고,
곧이어 삼각점이 있는 주암산 정상을 만나게 되지만
변변한 정상석조차 하나 없는게
아마도 정상 주변의 모양새에 선뜻 세우기가 뭣한 때문이겠지요.
점심시간이 지났지만
마땅히 먹을만한 장소가 없어
간단히 빵으로 허기만 때우기로 합니다.
진달래숲이 터널을 이루는 사면길을
부드러운 낙엽을 밟으며 걷노라니
최정산을 향한 안부를 지나게 되는데,
연록색의 풀밭을 따라 쏟아지는 가을햇살이 너무 환상적입니다.
항암효과가 크다는 운지버섯입니다.
그냥 지나칠 리 만무하겠지요.
'산부추'
최정산으로 향하는 오르막 길에는 진달래 밭인데
작은 바위들이 있는 전망터에서 바라보니
통점령(좌)과 공군 부대기지가 눈 앞에 펼쳐지고
그 너머 멀리 억새와 진달래가 유명한 창녕의 화왕산이 보이네요.
통점령으로 연결되는 임도 너머로
비슬산 조화봉 강우량측정소가 보입니다.
공군기지 너머로는 창녕의 명산 화왕산도 눈에 들어오고,
지난번 돌아보았던 삼정산 능선 너머로는
청도의 남산, 화악산도 조망이 됩니다.
간만에 만난 '칼잎용담'의 요염한 모습에 좀처럼 눈을 떼기가 힘드네요.
무슨 보물이라도 만난 양
저절로 함성이 터져나오게 만든 '물매화'
숲길을 빠져나오며 만난 KT중계탑을 사진에 담고,
따사로운 가을햇살에 빛나는
은빛 억새에게 따뜻한 눈길도 보내가며
가을의 전령사인 '구절초'와도 눈높이를 맞춰봅니다.
광덕사에서 출발할 때 만났던 이정표에 적혀있던 거리가
이곳에서 정확히 일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네요.
때마침 불어주는 가을바람에
억새의 은빛 물결이 넘실넘실 춤을 추고 있고,
아름다운 억새의 하늘거림과
새파란 가을 하늘이 내 마음을 휘젓고 있네요.
최정산 정상에는 군부대가 있어 접근 금지라
헬기장인 이곳이 정상 노릇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라면을 끓여 늦은 점심을 대신합니다.
헬기장에서 라면물이 끓는 동안
대구 시가지가 훤히 바라보이는 멋진 조망을 즐겨봅니다.
억새 스치는 소리가 마치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것처럼 들려와
그 사랑의 세레나데를 들으며 억새길을 천천히 걸어봅니다.
가을바람을 가르며 억새의 춤사위를 바라보니
내 마음도 어느 덧 억새와 동화되어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헬기장을 바라보고 바로 오른쪽 빈터 쪽에 하산길이 열려 있습니다.
멍석처럼 깔아놓은 바닥길이 부드러워
발끝으로 전해오는 느낌이 참 부드럽습니다.
하산 길에 접어들면 급한 경사 길이 이어지고,
등로의 흔적도 뚜렷한 편이 아니라 주의해서 내려가야할 것 같네요.
잦은 폭우로 인해 계곡이 쓸려 내려간 흔적이 역력하여
내림길이 그리 녹록치 않은 때문이지요.
전날 내린 비로 인해 불어난 계곡에는
우렁찬 교향악이 온 골짜기를 울리고 있습니다.
왼쪽 발아래로 계곡을 끼고 쏟아지는 산사면 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니
독립운동가이신 춘주(春洲) 정운일 선생 묘소 입구를 알리는 비석을 만나
참배라도 해볼 요량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보이질 않아 그냥 내려왔네요.
정운일(鄭雲馹) 선생은?
1884(고종 21)∼1956. 독립운동가.
호는 춘주(春洲). 대구 출신. 1915년 1월에 결성된 조선국권회복단에 가담하였으며, 그 해 7월 풍기의 광복단과 합류하여 박상진(朴尙鎭)·채기중(蔡基中) 등과 함께 대한광복회를 결성하였다.
대한광복회는 군자금을 모으고 반민족적 부호와 지주를 처단하는 것을 당면과업으로, 비밀·폭동·암살·명령을 행동강령으로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시영(李始榮)으로부터 받은 권총 두 자루를 가지고 김진만(金鎭萬)·박상진·최병규(崔丙圭)·김진우(金鎭瑀) 등과 함께 1916년 9월에 대구 부호 서우순(徐祐淳)을 처단하려다가 그집 머슴인 우도길(禹道吉)을 쓰러뜨리고 결국은 뜻대로 안 된 일이 있었는데, 왜경은 이것을 대구권총사건이라고 하였다.
이 사건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7년간의 옥고를 치렀다. 광복 후 미군정 경상북도 상임고문과 반민특위 경상북도 위원장을 역임하였다. 1977년 건국포장, 1990년 애국장이 추서되었다. (참조 : 네이버 지식백과)
이후 자갈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놀림을 하니
맑은 물이 흐르는 계류를 만나 산행에 찌든 땀을 씻어내고,
신발과 스틱을 세척한 후에 등로를 내려서니
등로 좌측으로 운흥사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상수원보호구역의 철망을 따라 내려와 만난 도로에서
잠시 들러 부처님께 예경을 드리기 위해 찾아든 절집 운흥사.
조금은 늦은 시간인지 한적한 모습입니다.
최정산 운흥사
최정산 운흥사는 달성군 가창면 오리 151에 있는 대구광역시 전통사찰 제3호 사찰이다.
신라흥덕왕 임자년 7월(832년)에 운수화상께서 동림사라는 절로 개산하신 이후 조선 광해군 12년(1620년) 무념스님께서 중수하시고 수암사라고 개명하여 부르다가 조선 영주 27년(1751년) 치화대사께서 현 위치에 중건 중수하시면서 운흥사라는 절 이름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운흥사의 본당은 원래최정산 정상에 위치해 있었으며 임진왜란시까지만 하여도 사세가 웅장하여 수백명의 스님들이 수행하는 도량으로 존재했으며 사명당 송운대사께서도 승병들과 함께 머무셨다는 기록이있다.
1954년 윤조스님께서 큰 법당에 후불탱화를 모시었고 1969년 영봉스님께서 큰 법당과 요사체를 크게보수하면서 수행과 기도의 도량으로써 불자들의 귀의처가 되었다.
수령 150년을 자랑하는 보호수인 벚나무 두 그루가
운흥사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대웅전에 들러 부처님께 예경을 올리고
오전에 올랐던 주암산을 향한 산길을 올려다보고서
운흥사를 빠져나와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걷는 길은
경사가 급하고 들쑥날쑥 돌이 많은 계곡 길을 힘들었겠지만
내색않고 무사히 산행을 마친 친구와 따뜻한 격려를 서로 나누며
끈끈한 정을 돈독히 하는 귀한 발걸음이 되었지요.
계곡 위로 유격 훈련을 위한 군 훈련소를 지나
오늘 산행의 종착역인 오2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게 됩니다.
최정산 정상의 억새가 볼만하다는 정보에 언젠가 꼭 찾아보리라 마음먹던 차에 모임에 앞서 사랑하는 벗들과 함게 올라본 주암산-최정산.
지난 오월 우미산 산행 때 만났던 통점령 부근의 억새가 무성했었는데 오늘 산행코스에서는 풍성한 가을의 향연을 느낄 수 없어 다음 기회에 다른 코스로 엮어서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너른 산정의 평원에서 맑은 공기를 숨쉬며, 억새에 산산이 부셔지는 빛나는 가을 햇살과 함께 한 하루.
가을이 있어서 행복해지는 오늘의 산행이었다. 더 멋진 산과 들이 많긴 하지만 친한 벗과 함께 오롯이 서로를 챙겨가며 비록 늦은 점심을 라면으로 때우게 한 못난 친구지만 불평 한 마디없이 가파른 오름길과 폭우에 휩쓸려 거칠어진 돌밭길을 무사히 걸어준 사랑하는 나의 벗들에게 언제나 변함없이 건강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나의 바램이다. 청명한 가을하늘과 갸냘픈 코스모스, 새하얀 은빛물결을 이루고 있는 억새의 모습에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기분좋은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고 10분 가량 기다린 후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싣고 두 정거장 뒤의 광덕사를 향해 애마를 찾으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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