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절정의 가을 단풍숲에서 몸과 마음이 풍요를 누린 주왕산 절골-가메봉-대전사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3. 10. 26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청송군 부남면 상의리, 부동면 이전리 일원
♤ 산행인원 : 늘 그래왔던 것처럼...
♤ 산행코스 : 절골 탐방 지원센터-대문다리-가메봉-후리메기 삼거리-후리메기골 입구 삼거리-제3폭포-제1폭포 - 대전사 - 상의매표소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10분, 13.4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주왕산 국립공원
1976년 우리나라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경북 제일의 명산으로 꼽히는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바위산으로 꼽힌다.주왕산의 속살이라고 불릴 만큼 원시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절골계곡은 주왕산 남동쪽에 있는 계곡으로 늘 북적거리는 주왕산 주 계곡보다 한적한 곳이다.
청송은 세종대왕의 아내였던 소헌왕후의 고향이라서 주왕산은 조선시대에 청송 심씨의 선산으로 지정 되었다고 하며 기암과 괴봉이 마치 병풍처럼 길에 늘어서 있다고 하여 석병산 이라고 불리우며, 난리가 날 때마다 이곳으로 많은 선비들이 피난을 왔다고 하여 대둔산 이라고 불리웠다고 한다.
◈ 산행기
다섯 차례에 걸쳐 가을을 노래하는 억새를 테마로 걸어보았던 산행을 마무리하고 이맘 때쯤이면 단풍으로 이름난 산마다 찾아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게 될 산행지를 골라 고운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을 찾아보고자 산행지를 물색해 본다.모처럼 온전히 쉬는 주말... 말로만 들어왔던 주왕산 절골을 찾아보기로 하고 네비에 입력하고 차를 몰아 청송방향으로 달려간다.
주왕산국립공원 상의매표소가 있는 부동면 상의마을로 접어드니 벌써 도로는 정체가 시작되었다. 한참을 기다리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중앙분리대 옆으로 무작정 유턴을 하여 도로변에 주차를 하니 뒤따르던 차량들도 따라하기 시작한다. 곧이어 주차요원들이 나타나며 주차해 놓은 애마 뒤로 차량을 댈수 있게끔 유도해주는 모습에 일찌감치 좋은 자리를 확보한 선견지명에 내심 만족해 하면서 장비를 들쳐메고 오던 길을 되돌아 상의마을의 버스정류소를 찾아 걸음을 뗀다. 절골과 주산지가 있는 부남면 이전마을로 가는 시내버스가 9시45분에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정류소에 기다리고 있으니 주왕산을 찾아드는 차량들은 물밀듯이 밀려들고 도로는 순식간에 수 km에 걸쳐 노상주차장으로 변해버렸다. 복잡한 도로를 뚫고 버스가 달려와 줄지 관심사였지만 기대하던 대로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었지만 도착해준 버스가 그저 고마워 버스기사분께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1,500원의 요금을 지불하고서 20분 가량 달려 도착한 주산지와 절골의 갈림길에 하차를 시켜주니 다시금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약간을 서늘한 기운이지만 맑은 하늘아래 빛나는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절골탐방안내소를 향한 걸음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주산지와 절골로 갈라지는 삼거리입구에서 하차를 하고서
이정표가 가리키는 좌측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절골 산행의 들머리인 탐방지원센터가 나타나고
계수기를 통과하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탐방지원센타를 지나 널찍한 등산로를 따라
둔덕을 넘자 곧 기암절벽이 선 협곡지대가 나타나고,
기암절벽과 단풍이 어울린
아름다운 절골의 풍경에 시선을 단번에 끌어 들입니다.
절골은 길이가 약10km에 이르며
맑고 깨끗한 물이 사계절 흐르고
기암괴석이 우뚝 솟아 있어
그 아름다운 산세가 주왕산의 주방천계곡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 한다고 합니다.
빨갛게 익을대로 익은 단풍의 모습에
내심 감탄사는 연발이고...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바쁘기만 합니다.
가을 단풍명소 절골계곡은
마치 계곡 물 위에 그림이 그려진 것 같은
신비하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는 곳입니다.
형형색색의 단풍과 함께 어우러진 절골의 풍경은
사진에서 보던대로 과히 절경입니다.
건너기가 어려운 지점에는 데크 다리를 놓아 두었는데
절골에 설치된 유일한 인공물인 셈이지요.
계곡은 비교적 평탄하고 시야가 트여서
걷노라면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져 옵니다.
고인 듯 잔잔한 물길을 따라 계곡 속으로 들어가는데
가을단풍은 형형색색 선명함을 더하고
걸음마다 다가오는 좌우의 절벽은 연신 새로운 비경을 펼쳐 보입니다.
가을의 끝자락,
화려한 오색 단풍이 온 산천을 물들이고 있는 시월의 막바지...
비록 단풍이 아니더라도 절경을 뽐내고 있는 절골이지만
울긋불긋한 단풍이 어우러져 금상첨화입니다.
계곡 사이로 내려앉은 단풍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네요.
길 조차도 전혀 가공되지 않아 자연스러움이 넘쳐나고
길이 이어지다가 끊어졌다 싶은 곳에는
어김없이 돌로 만들어진 징검다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돌다리를 골라 밟는 것조차도 큰 즐거움이네요.
하늘과 단풍이 어우러진 숲과 바람과
적당한 계곡이 잘 조화를 이룬 절골 계곡입니다.
기묘한 바위와 아름다운 단풍이 협곡을 따라 계속 이어집니다.
이 길은 초행이지만...
절골이 아름답다는 소리는 익히 들어서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특별한 인공미가 없는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풍경입니다.
등로는 물길을 따라 골 안쪽으로 쭈욱 이어집니다.
신술골 입구의 이정표.
추색에 취하며 어울렁더울렁 올라가니 첫 번째 합수부가 나오는데
출입금지를 알리는 금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뒤따라 오던 산객 몇 분이 '여기다~'하면서
홀연히 모습을 감추며 숲으로 빠져 들어가네요.
아마도 절골 못지 않게 아름답다는 신술골 들머리인 것 같아
언젠가는 가봐야 할 미답의 코스라 눈여겨 보아둡니다.
거울처럼 맑다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계곡물을
이리저리 건너가며 등산로는 골 안으로 이어집니다.
물소리 하나 없는 정적, 때 묻지 않은 계곡에는
아늑한 원시의 정취가 감돌고 있습니다.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한데 걸음은 자꾸만 처집니다.
물과 바위와 더불어 울긋불긋 단풍숲이 만들어내는
환상교향곡에 흠뻑 빠진 탓이겠지요.
절골은 폭포도 없고 웅덩이도 볼 수 없습니다.
마냥 평이하게 이어지는 물길은 낙차를 이루며
떨어질 곳도 소용돌이 칠 일도 없기 때문이리라 생각됩니다.
졸졸졸 흐르는 맑은 계곡 물 위에 그려진
가을 단풍의 풍경화...
절골은 걸으면 걸을수록 사람의 마음을 열어젖히는
순수한 매력이 있는 곳인 것 같네요.
국립공원임에도 마치 처녀지를 탐험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샛노랗게 애가 끓는 나뭇잎이,
샛빨갛게 애가 타는 나뭇잎이,
바위와 작은 돌맹이,
졸졸거리는 물과 이름모를 온갖 나무들이,
그리고 살랑거리는 바람과 하늘이
주왕산절골에서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그 속을 걷고 있는 자신을 포함한 산객들도
함께 흔적도 없이 녹아내립니다.
주왕산 절골에는 이미 자연과 사람의 경계는 의미가 없습니다.
물 위엔 낙엽들이 수북합니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생의 절정에 섰던 나무
그 삶의 흔적을 한 가득 내려 놓았습니다.
마치 물감을 뿌려 놓은 듯...
굽이마다 비경이 펼쳐집니다.
한굽이 돌아서면 또다른 비경이 반겨주고...
또 한굽이 돌아서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요?
은근히 기대가 되는군요.^^*
절골은 큰골과는 대조적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주왕산 최고의 비경처라 할만 합니다.
주위 풍경에 취해 걷다보니 도무지 지겨울 틈이 없네요.
계곡에 빠져
물소리를 거슬러 느리게 느리게 걷다가
땀 한방울 떨어지면
계곡물에 손 담그고 앉으면 그만이고
앞선 이가 가든 말든
할짓 다하고 가도
길 잃어버릴 일 없고...
보는 곳 어디라도 그림이니
옹기종기 둘러앉아 진수성찬 펼쳐놓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습니다.
출입통제구역인 갈전골과 갈라지는 합수점인 대문다리.
우측 갈전골입구는 통제구역 표시가 되어있고 가메봉은 좌측 계곡으로...
완만하고도 아기자기한 계곡길은 이곳에서 끝이 나고
가메봉까지는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집니다.
선홍빛 단풍잎이 가파른 오름길에 들어서는 산꾼을 응원해주고,
해발 400m인 절골에서 높이가 882m인 가메봉까지
482m를 치고 올라야하는 본격적인 산행시작 입니다.
경사도 심한 등로를 헉헉거리며
인내의 시간을 꾸역꾸역 삼키길 한참...
가파른 오르막길에 흥건히 땀이 배일 즈음
후리메기삼거리에 당도하게 되는데,
내원마을을 경유해서 제3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가메봉은 좌측으로 200m 거리에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우측 방향은
왕거암으로 가는 길이지만
출입통제구역으로 갈 수가 없답니다.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숨고르기 한번 하면 가메봉에 도착하게 됩니다.
주왕산의 실질적인 정상인
왕거암(좌측 맨 뒷쪽)이 건너보이고
절골을 거쳐 올라온 가메봉은 다른 세상의 정점입니다.
겹겹이 늘어선 산들의 둥글둥글한 굴곡,
만산홍엽의 단풍이 더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입니다.
몇년 전 올랐었던 대궐령이 건너보이고
그 뒤로 팔각산, 바데산, 동대산이 겹겹이 줄을 잇고,
우측 멀리로는 내연산 향로봉이 우뚝합니다.
온 산이 붉게 물든 가을 산의 산그리메를 바라보는 전망은 일품입니다.
절골, 신술골, 갈전골의 패임까지 훤하고
주왕산 최고의 조망지 별바위가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네요.
수직 절벽의 바위봉답게 주변 풍광은 시원스럽기 그지없는
가메봉 정상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오랜 세월 바위 틈에 비스듬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인상적인 가메봉(882m)은
왕거암(907.4m)에 이어 주왕산에서 두번째로 높은 봉우리랍니다.
가메봉에서 되내려와 후리메기삼거리로
가기 위해 좌측길로 진행하니
단풍은 곳곳에서 밝은 표정으로 반겨주고
화려한 숲길을 걷는 발걸음 또한 덩달아 가벼워집니다.
근래 보기 힘든 단풍산행을 제대로 즐기는 오늘입니다.
조망이 멋진 전망바위를 찾아들어
준비해온 음식으로 점심요기를 하고 가기로 합니다.
발 아래 펼쳐진 사창골의 화려함 또한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주왕산이 건너편에서 손짓을 하고 있고
우측으로는 장군봉도 저 멀리로 시야에 들어오네요.
북쪽으로는 바로 앞의 산지당 뒤로
먹구등이 펑퍼짐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좌측으로 금은광이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보이네요.
주위를 조망하며 맘껏 눈요기를 즐기고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합니다.
목재데크를 내려서며 사면길을 돌아 진행하니
주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좌측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가야할 등로는 주방천 방향이기에 우측 아래로 내려섭니다.
제법 가파른 내림길이 시작되어
시원찮은 발목이 다칠 새라 조심스레 등로를 이으니
숲을 뚫고 들어온 햇살이 빚어내는
황금색 단풍이 환상 그 자체입니다.
가을...
만추에 취해서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 빠져 들어갑니다.
가을 바람에 단풍 낙엽이 쓸쓸하게 날리어도
그속에서 아름다움으로 바라봅니다.
누가...이 아름다움에 빠져 들지 않을수 있을까...
걸음이 멈춰지고 눈이 시릴것 같은 가을 아름다움에 취해 버립니다.
추억의 그리움을 찾아 나선 길
그 길 위에서 만난 그리움의 그림자...
시리도록 맑은 옥류에는 가을이 떠 다니고,
그속에도 가을이 잠겨져 산꾼의 눈에는 두 가을이 비칩니다.
물 위에 떠있는 낙엽은 가을 바람에
작은 움직임으로 춤을 추며 산객의 걸음을 무디게 하고,
지난 여름의 푸르름은 사라졌지만
또다른 옷으로 한 몫을 하는 듯합니다.
산길에 비친 그림자가 그리움이 되는 곳,
주왕산 사창골 계곡에는
가을빛 곱게 파고 들고 있습니다.
가을로 가는 길....
그 속으로 나는 한없이 가고 싶습니다.
나도 가을이 되고
너도 가을이 되어서...
가을...
그 시린 물처럼
정갈한 아름다움을 머금어 가을을 담고서
한 줄기 아름다움으로 흐르고 싶어지네요.
주왕산을 밟고 내려온 산객들과 합류되는 후리메기삼거리.
주방계곡에 내려가자 절정의 주왕산 단풍을 즐기러 온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네요.
단풍 숲 사이로 보이는 3폭포(용연폭포)의 모습입니다.
예전 전기없는 마을로 유명했던 내원마을로 가는 등로이지요.
주왕산 주방천계곡의 제3폭포.
수량이 부족해서 좀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 아래의 폭포와 함께 이단폭포로 구성되어 있지요.
수많은 탐방객들과 뒤섞여 주방천을 따라 내려가니
바위를 두개로 쪼갠 듯한 거대한 단애가 나타나고,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선 그 두 개의 바위 틈 사이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과연 자연이 만들어 놓은 비경이라 아니할 수 없답니다.
태백산맥의 끝단에 위치한 주왕산은
기암절벽이 너무나 유명하여
한때는 석병산(石屛山)으로도 불리웠다고 하네요.
곳곳에 주왕의 전설이 있는 특이한 바위와 굴이 있으며
유난히 색이 짙은 철쭉과 아름다운 단풍으로도 유명하답니다.
주왕산을 찾는 분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인
대전사-제3폭포의 구간이라 단풍철이 찾아오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인데 오늘도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선녀폭포라고도 불리우는 주왕산 제1폭포(용추폭포).
생각보다는 낙차가 그리 크지 않네요.
하지만 주위로 버티고 서있는 높은 암벽 때문인지
왜소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학소대(鶴巢臺)
하늘을 찌를듯이 솟은 절벽 위에
청학과 백학 한 쌍이 둥지를 짓고 살았다 하여 학소대라고 부른답니다.
병풍바위
단애의 모퉁이를 돌자마자 눈 앞을 가로막는
웅장한 바위에 시선은 고정되어 집니다.
바로 '시루봉'으로 불리는 기암입니다.
떡을 찌는 시루를 닮았다고 유래한 이름...
'시루봉'
시루봉에는 옛날 어느 겨울, 한 도사가 이 바위에서 도를 닦고 있을 때
신선이 와서 불을 지펴 주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으며,
바위 밑에서 불을 피우면 그 연기가
바위 전체를 감싸면서 봉우리 위로 치솟는다고 합니다.
급수대 맞은 편에 웅장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는 '병풍바위'
보는 각도를 달리하니 아무리 봐도 인자한 할아버지 얼굴입니다.
절정의 단풍과 어우러진 주왕산의 암봉.
정말 끝내주는 풍경입니다.
급수대(給水臺)
급수대에 얽힌 전설...
신라 37대 왕인 선덕왕이 후손이 없어 무열왕(29대왕) 6대손인 김주원을 38대 왕으로 추대하였으나 때마침 그가 왕도인 경주에서 200리나 떨어진 곳에 있었고, 홍수로 알천이 범람하여 건너올 수 없게 되자 대신들이 이는 하늘의 뜻이라 하여 상대등 김경신을 왕으로 추대하였다.
김주원은 왕위를 양보하고 이곳 주왕산으로 피신하여 대궐을 건립하였는데 당시 산 위에는 샘이 없으므로 계곡의 물을 퍼올려 식수로 사용하였다.
그 후로 이곳을 급수대라 이름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왕의 전설에 의문이 생기고 있으니 바르게 정리가 되어야 할 듯 싶네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주왕산에 얽힌 전설에
새로운 사실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네요.
그 내용인즉...
"주왕 전설이 입으로 전해지기 시작한건 1000년 전이다.
1034년 석름봉(가메봉) 서쪽 사창암에서 출토된 주왕사적이 그것이며
이는 920년 낭공대사가 기록한 것으로 제자에게 믿을 만한 사람이 나올 때를 기다려
다섯 번을 전할 때까지 즉, 10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를 때까지 개봉하지 못하도록 한 문서다.
주왕사적 속 전설의 줄거리는 대강
'중국 당나라 시절 주도라는 사람이 멸망한 주나라를 회복하기 위해
반역을 일으켰다가 패한뒤 쫓겨서 주왕산 까지 오게 되고,
당나라는 신라에 주왕을 소탕해 달라고 청하였고,
이에 신라는 마장군 형제들이 주왕을 섬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1034년 이후 이 이야기는
주왕산에 얽힌 전설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1997년 청송의 향토사학자 김규봉씨가 새로운 설을 제기하면서
전설이 아닌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주왕사적을 면밀히 보면 구체적 장소와 연대까지
모두 나열하고 있어 전설보다 실제 기록에 가깝다.
줄거리에 김헌창을 대입할 경우
우연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맞아 떨어지며,
주왕산의 지형, 유적과도 일치한다.
게다가 주왕사적을 기록한 낭공대사는 김헌창의 아들 김범문의 수제자였다.
반란자의 역사는 왜곡되고 발설할 수 없도록 억압받게 마련이기에
낭공대사는 김헌창을 당나라 주도라는 인물로 바꾸어 기록했으며,
세월이 지난 후 개봉토록 했다.
주왕산이란 이름은 김헌창의 아버지 김주원(김춘추의 6대손)에게서 유래하며
김주원, 김헌창, 김범문 3대에 이르는 반란의 한이 맺힌 산인 셈이다.
망월대(望月臺)
주왕암에서 급수대로 가는
중간 지점 왼쪽편에 망월대가 있습니다.
4,5명이 앉을 정도로 편한 자리여서
이곳에서는 사면을 두루 살필 수 있고,
드높은 하늘도 마음껏 바라 볼 수 있습니다.
주왕암 협곡에서는 달을 바라볼 수 없어
대전도군과 백련낭자가
이 망월대 위에서 달을 보면서 향수를 달랬다고 합니다.
발걸음을 재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주왕산의 풍광들...
언제 다시 이곳 주왕산을 찾게 될지 모르겠지만
오늘 느낀 이 감흥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을 것 같네요.
다리 사이로 돌을 던져 올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을 품은 아들바위.
장군봉이 가까워졌으니 이제 산행도 막바지인가 봅니다.
보물 제1570호인
청송 대전사 보광전 뒤로 주왕산의 명물 기암이 눈길을 붙듭니다.
멀리서 보면 뫼산(山)자 를 닮았다고 한답니다.
대전사(大典寺)...
주왕산 입구인 이 절도 주왕의 전설에서 유래합니다.
신라 때 의상이 창건했건만 당시 절 이름은 오간데 없고 그려 때 나옹화상이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의 명복을 빌기 위해 대전사라 명명한 사실만 전해온답니다.
또 하나,
대전사 뒷쪽의 웅장한 기암(旗岩)...
기암은 기이한 바위가 아니라 깃발을 꽂은 봉우리라는 뜻입니다.
기암의 유래는 주왕산의 상징인 기암도 주왕의 전설과 무관하지 않지요. 신라의 토벌대가 나서자 주왕은 이 암봉에 볏짚을 씌워 노적가리인 양 현혹시켰으나 후에 바위 임이 탄로나 일시에 격퇴됐다. 이에 신라 마장군이 이 암봉에 대장기(大將旗)를 꽂아 기암(旗岩)이라 불린다고 합니다.
원래 하나의 암체였으나 수직으로 발달된 주상절리에 의한 차별침식으로 지금은 7개의 암봉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요사체 뒷쪽으로 보이는 장군봉.
상의매표소를 빠져 나오며 산행은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뒤돌아본 장군봉과 기암의 절경에 넋이 나갈 정도입니다.
인기명산이자 이름난 관광지인 청송 주왕산...
산이 그리 높지 않은데다 거대한 병풍암벽과 우뚝한 기암괴석이 별천지를 이루고 있어서 산꾼들이 아닌,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 그동안 너댓번 가량 찾아보았지만 단풍이 곱기로 유명한 절골은 처음인지라 기대를 안고 먼길 마다않고 달려와 걸어본 오늘의 산길.
온 계곡에 물감을 뿌려놓은 듯 아름답게 색칠을 한 듯이 두 눈이 제대로 호사를 누린 걸음이었고, 기암(奇巖)의 향연이 벌어진 주방계곡의 학소대, 시루봉, 급수대, 병풍바위, 망월대 등의 웅장한 바위들이 시종 시선을 붙들어 올려다 보는 목이 뻐근할 정도였다.
절정의 주왕산 단풍을 즐기러 온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제각각 특색이 있는 주왕산의 폭포와 주방계곡의 비경을 구경하고서 대전사에 도착 후 가을향내 그윽한 국화차 한 잔을 얻어 마시며 주왕산 단풍산행을 마무리하고 주차장 방향으로 걸어오며 난전 분위기의 상가지역에서 구운 밤 한봉지 사서 먹어가며 애마를 세워놓은 도로변으로 향하는 걸음은 근년에 들어 제대로 된 단풍 구경을 못했었던 아쉬움을 일거에 해소시켜준 발걸음이었다.
몸과 마음이 더없이 풍요로웠던 산행이었음에 흡족해 하면서 또 하나의 추억을 가슴에 가득 담고서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귀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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