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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만추의 숲길속으로 떠나본 양산.울주 정족산 산행 본문

◈ 산행이야기/☆ 2013년도 산행

만추의 숲길속으로 떠나본 양산.울주 정족산 산행

해와달^^* 2013. 11. 19. 23:37

♡ 산행일자 : 2013. 11. 18 (일)  날씨 - 맑음, 연무

♡ 산행장소 : 울산광역시 웅촌면과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울주군 웅촌면 반계마을 회관-시적사 -운흥사표석-운흥사지 부도-임도합류점(낙동정맥)-대성암-정족산-남암지맥 분기점-산불초소-운흥사지-운흥동천-반계마을 회관(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20분, 8.9km (GPS 기준)

 

 

▣ 정족산

울산광역시 웅촌면과 삼동면,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사이의 경계를 이루는 높이 748.1m의 바위산으로 가지산도립공원에 속한다. 바위 봉우리 사이로 좁은 협곡이 나 있으며, 흔히 솥발산이라고도 부른다.

천성산(812m)과 원효산(922m)으로 이어지는 북쪽 끝머리 능선길은 주능선과 지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주변의 천성산과 원효산의 능선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능선 곳곳에서 임도를 건너야 하는 점이 조금 불편하지만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 산행길로 인기가 높다.

정족산을 우리말로 바꾸면 '솥발산'이 된다.  정(鼎)자의 모습을 보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향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정족산의 모습이 꼭 향로를 세워둔 것처럼 생겼다는 뜻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중심인 주나라의 왕을 천자 즉, 하늘의 아들이라 했으며, 하늘의 아들 증표가 바로 제사를 지내는 이 향로다. 그래서 이를 가지는 자가 왕이 된다고 하여 치열하게 400년을 이 향로를 빼앗는 어지러운 전쟁을 한 것이다.

 

 

◈ 산행기

매주 빠짐없이 떠났던 산으로의 나들이가 지난 주에는 근무에 비까지 내린 탓에 발목이 잡혀 건너뛰게 되어 이번 주에는 반드시 떠나보리라 마음먹고 전날 밤 배낭을 꾸려놓고 잠자리에 들어 알람소리에 발딱 일어나 대충 씻고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도시락을 마지막으로 갈무리하고 집을 나선다.

싸~하게 느껴지는 아침 공기가 꽤 차가움을 피부로 느끼니 이제 완연한 겨울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가야할 행선지는 어젯 밤 이미 정해 놓았기에 망설임없이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울산 방향으로 방향을 튼 후 울산-부산고속도로로 갈아탄 애마는 문수, 웅촌 I.C를 빠져나간다. 네비게이션에 양산시 반계마을회관을 입력해 놓고 출발했는데 정확히 목적지에 안내해주는 문명의 이기의 혜택을 톡톡히 누려본다. 운전할 때 신었던 가벼운 신발 대신에 등산화로 갈아신고 GPS를 가동하며 반계마을회관 옆의 노거수를 사진에 담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네비게이션에 반계마을회관을 찍고 달려 도착한 마을회관.
노거수 뒷쪽의 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마을회관 뒷쪽으로 돌아드니 반계경로당이 있고,

가야할 등로는 마주보이는 포장도로를 따라 이어집니다.

 

 

반계 1저수지를 우측에 두고 나있는 도로를 따라 진행하니

좌측으로 은산농원이 나오고 등로는 계속 직진입니다.

 

 

은산농원 진입로의 모습으로

늦가을의 단풍이 아름다워 담아봅니다.

 

 

이정표에 간략한 지도가 그려져있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직진의 등로는 천성산 내원사로 향하는 길입니다.

 

 

삼거리이정표를 가까이에서 담아봅니다.

 

 

시적사 입의 모습으로 예까지 왔으니

부처님께 예경을 드리러 사찰로 들어섭니다.

정족산은 다시 시적사를 돌아나와 우측길로 이어집니다.

 

 

일주문이 특이한 모습이네요.

 

 

시적사(施寂寺) 대웅보전

 

'遇緣卽施 인연을 만나면 곧 베풀고,
離緣卽寂 인연을 여의면 곧 고요함'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울산시 유형문화재인 운흥사지 부도 2기가 이곳에 있네요.

부도는 고승들의 사리를 안치한 돌탑이지요.

 

 

시적사를 돌아나와 정족산 방향으로 걸어들어가면

'무릉도원'이라는 가든이 나타나고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진행하니

운흥사 빗돌이 있는 자그마한 공터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왼쪽 계류를 건너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숲길로 들어서니 말라가는 단풍이지만

충분히 보아줄만한 풍광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운흥사지부도.

 

부도옆에 물을 담는 석조가 함께 있다는게 선뜻 이해가 가지는 않네요.

아마도 한곳으로 모아두다보니 그랬나 본데

무지의 소치라 아니할 수 없는 일입니다.

 

 

 

♠ 운흥사지부도

신라시대에 창건하여 폐사연도가 분명하지 않은 운흥사 고승들의 사리를 안치한 것으로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모두 7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 중 2기는 시지정 유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되어 인근 시적사에 보존 관리되고 있으며, 마을 입구에 1기, 운흥계곡 하천변에 1기, 옛 절터에 2기 및 운흥사와 관련된 수조등 각종 부재와 함께 오랜 세월동안 흩어져 있는 것을 한 곳으로 모아 정비하였으며 나머지 1기는 어디에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난이도가 낮은 만추의 숲속을 한발한발 내딛다보니

 

 

알지 못할 그리움으로 날개를 저어
머나먼 곳으로 떠나는 기러기처럼...

 

 

바짝 마른 나뭇잎들이 나직히 속삭이는
쓸쓸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하염없이 걷고 싶어지는 마음 간절해집니다.

 

 

좁은 산길을 오르면 오를수록...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갈색 낙엽들이 뒹굴고 있네요.

 

 

낙동정맥 구간인 대성재에 합류하게 됩니다.

왼쪽은 천성산방향. 오른쪽은 정족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지만

오늘의 등로는 대성암을 거쳐 가야하는 길이기에

곧장 나있는 임도를 따르기로 합니다.

 

 

좌측 오름길의 임도 방향은 천성산, 조계암, 안적암 가는 길이고,

대성암 방향은 우측 아래의 시멘트길로 이어집니다.

 

 

다소 지루한 듯한 시멘트길을 따라 걷지만

늦가을의 정취로 가득한 조용하고 평화로운 풍경에

 

 

10분 넘게 이어진 딱딱한 도로길도 금방인 듯 싶네요.

정족산 대성암이라는 빗돌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약사여래상과 빨간 단풍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네요.

 

 

아기동자승이 서있는 약수터에서 목을 한번 축이고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풍광을 한껏 담아보고서

 

 

법당을 향한 길목의 운치있는 도로를 따라 대나무 숲길을 휘감아 오르면

 

 

자연석으로 외벽을 쌓은 독특한 외양의 불전인 원통전이 반겨줍니다.

 

 

정족산을 향한 등로는 원통전과 요사채 사이로 나있습니다.

 

 

작살나무 열매

 

 

다시 이어지는 된비알을 따라 한발한발 오름을 극복하니

 

 

암릉으로 이루어진 삼각점이 있는

정족산(748.1m) 정상에 도착하게 됩니다.

 

 

남쪽방향의 조망으로 오른쪽의 천성산 공룡능선이

가운데에는 천성 2봉이 버티고 있고

좌측에는 하늘릿지가...

우측 멀리로는 천성산 정상이 연무 사이로 빛나고 있습니다.

 

 

남암지맥을 따라 울산의 문수산, 남암산도 시야에 들어오고,

 

 

천성산을 향한 낙동정맥 마루금 너머로 대운산도 건너 보이네요.

 

 

내원사 방향 너머 멀리로는 영축지맥 상의 봉우리들이 줄을 잇고

 

 

662봉과 솥발산공원묘원 뒤로 영축산이 희미합니다.

 

 

뒤따라 올라온 산님에게 부탁하여

처음 밟아본 정족산에서의 흔적을 남겨봅니다.

 

 

부산일보 안내도를 잘못 해석하여

철쭉군락지를 헤치고 내려와 만난 임도를 따라 걷다보니

그제서야 용바위 방향으로 오르는 등로를 만나게 되었네요.

 

 

임도를 걷다가 되돌아 올려본 정족산 정상부

 

 

임도삼거리.

 

우측은 천성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구간이고

곧장 나있는 등로는 문수, 남암산으로 연결되는 남암지맥입니다.

진행 방향은 남암지맥을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출입을 금하는 철망이 둘러쳐져 있는

무제치늪 안내판을 잠시 돌아보고

 

 

곧이어 나타나는 비포장이 끝나는 곳에서

좌측 임도를 버리고 정면 산길로 들어섭니다.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오래된 산불감시초소에서

남암지맥길을 버리고 오른쪽 길따라 내려섭니다.

 

 

곧이어 만나는 임도처럼 넓은 길에서 왼쪽 길을 따라 내려가면

 

 

자그마한 돌탑에 시그널이 많이 달려 있는 내림길로 접어듭니다.

직진의 등로는 무제치늪으로 가는 길이랍니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가는 숲길...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가을의 깊이를 전합니다.

 

 

11월 중순의 숲속은 가을색이 유난히 깊었습니다.

 

 

눈길 닿는 곳마다 가을색이 휘황했지만,

곧 스러질 빛깔이 주는 처연함 탓인지 침묵의 무게가 느껴지네요.

 

 

나뭇닢들은 곱게 단장을 끝낸 채 생을 마칠 낙하의 순간을 기다리다

 

 

소슬바람 한 줄기에 우수수 고운 자태로 낙하를 시작하더니

이내 사각사각 온 몸을 바람결에 맡긴 채 굴러 댑니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면 걷기도 하고...

성격 급하게 일찌감치 떨어진 낙엽을 밟으면 걷기도 하고...

 

 

이제 우리 곁을 떠나기 시작하는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껴봅니다.

 

 

무성한 잡초 더미 위에 건물을 세웠던 축대만이 세월을 지탱하면서

아직도 제 모습을 일부 지키고 있는 운흥사지에 도착을 하게 되고,

 

운흥사지(雲興寺址)

운흥사는 신라 진평왕때 원효대사가 처음 세웠다고 전한다. 이 절이 가장 번성하였을 때에는 대웅전, 장경각 등의 건물과 50여개의 암자를 거느린 큰 절 이었으나, 임진왜란때 소실되었다. 그 후 광해군 6년(1614) 대희선사가 재건하였으나 200여년 뒤 없어졌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운흥사 관련 기록이 남아있으며, 사명대사도 이곳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학술조사 결과 금당지를 비롯한 온돌건물지, 수조 등의 주요한 많은 유적과 유물이 발견되어 울산지역 역사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름난 스님들의 유골을 모시는 부도 6기가 발견되었는데, 그 중 2기는 현재 지방유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되어 있다.

 

 

세월의 무게만큼 처연한 모습의 고목아래 쉼터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공복의 허기를 달래봅니다.

 

 

도시락을 챙겨왔지만 정상 도착 후에도 시장기를 느끼지 못해

그냥 하산길로 내려섰더니 마땅히 요기를 할만한 장소를 찾지 못하다

운흥사 주변의 멋진 풍경들을 구경하면서 바나나 두개로 곡기를 때워봅니다.

 

 

운흥사지를 떠나 잠시 길을 이으니

아침 나절 운흥사 빗돌 앞의 다리를 건너며

대성재를 향했던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돌돌돌 흘러내리는 운흥동천의 맑은 계곡수와

어우러진 빨간 단풍에 눈맞춤을 맞춰주고서

 

 

역시 단풍과 조화를 이루며 흘러내리는 암반이

눈길을 끄는 운흥동천 계곡을 사진에 담아봅니다.

 

 

산행을 시작할 때는 우측 길로 올라왔지만

이번에는 마주보이는 산호가든 뒷길로 진행해볼까 합니다.

 

왜냐구요?

바로 운흥동천 각암(마애석각)을 만나야하기 때문이지요.

 

 

 

 

아마도 이곳이 바위벽에 운흥동천(雲興洞天)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 곳인 듯 합니다.

 

 

바위벽에 새겨진 글씨가 보이나요?

안보이시면 두눈 부릅뜨고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동천(洞天)이란?
동천(洞天)이라는 말은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의미로 그만큼 선경(仙境)임을 일컫는 말인데 하동 쌍계사의 화개동천, 합천 해인사의 홍류동천 그리고 울주군 운흥사의 운흥동천을 합하여 영남의 3대 동천이라고 했다 합니다.

암벽의 마애석각문은 1721~1723년 울산도호부사로 재직했던 홍상빈 이라는 사람이 새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답니다.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숲길을 지나오니 전원주택 뒷편으로 나서게 되고,

 

 

반계 1저수지 제방둑을 올라서니 애마를 세워두었던

반계마을회관이 바로 앞에 나타나네요.

 

 

반계 1저수지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오늘 산행의 대미를 장식해주네요.

 

 

수령 400년을 자랑하는 '굴참나무'가 있는 마을회관에 당도하며

완벽한 원점회귀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2주만에 나선 산으로 가는 길에 그동안 일상생활속에서 쌓였던 막막하고 갑갑했던 마음을 비워내려 내 속으로 들어가듯 들어선 가을 숲. 그곳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더 없이 좋았고, 떠나가는 뒷모습이 너무나 눈부신 가을 정경을 한아름 담을 수 있어 더더욱 좋았던 오늘의 산길... 한겨울 삶을 준비하는 낮음과 비움의 순리를 깨닫게 해준 귀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내 마음속에 진정 소중하게 여며야 할 것들을 떠 올려본다. 나를 스쳐가는 인연들과 내 곁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 이젠 그들속으로 온전히 나를 밀어 넣기로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가슴 태우던 긴 기다림도 이제는 기억속  저만치로 멀어지고 있고 오늘을 살아가며 순수를 순수로,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참마음이 진정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떠남의 계절에서 버리고 놓아야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의미있는 산과의 오붓한 데이트를 무사히 마치고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가 된 산행 덕분에 밝은 태양이 환히 비추는 대낮에 귀로에 오르는 다소 생경스러운 분위기를 느끼며 부지런히 차를 몰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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