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직장산우들과 함께 떠난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2차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3.10. 20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남 밀양시 산내면, 단장면,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 산행인원 : 직장산악회 회원들과 함께...(8명)
♤ 산행코스 : 배내고개 - 능동산 - 능동2봉 - 천황산 - 천황재 - 재약산 - 쉼터 - 주계바위 - 주암마을
♤ 산행시간 및 거리 : 7시간 30분, 12.9km (느긋하게 놀며 쉬며..., GPS 기준)
▣ 영남알프스
영남 알프스란 백두대간과 분리된 낙동정맥이 대구지역을 지나 뚝 떨어지다가 영남 쪽에서 솟구쳐 오른 산군들을 일컫는다. 대략 1,000m가 넘는 고봉들만 하여도 수두룩하여 고산의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며 가을 억새밭과 겨울 설경이 너무나 멋진 곳이다. 대장봉으로 치는 가지산이 있고 가운데 배내골을 기준으로 좌측에는 능동산, 천황산, 재약산(수미봉)이 유명하고 우측으로는 간월산, 간월재, 신불산, 영축산이 유명하다.
한강 이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군이라는 영남알프스는 그 높이와 산군의 형태에 비하여 걷기가 조금 수월한 편이다.
사자평은 오래 전에는 억새만 있었는데 이젠 잡목들이 엄청나게 많아 졌고 천황산 정상의 돌무더기는 완전 산 높이를 바꿔 놓았다.
광활한 산군(山群)들의 조망을 이렇게 아름답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선 이곳에 최고일 것이다. 산속에는 쉬면서 먹거리도 팔고있는 쉼터가 있어 시간 여유가 된다면 배낭 내려놓고 대포 한잔을 즐기는 맛은 저잣거리에서는 도저히 흉내 낼 수가 없는 기가 막힌 흥취일 것이리라...
◈ 산행기
지난 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정기산행지는 영남알프스다.
하늘억새길 2차 산행으로 배내고개에서 출발하여 재약산까지 걷는 등로로 하산코스는 차량회수나 여성 회원들의 체력을 감안하여 주암계곡으로 잡아 나서는 길이다.
아침 7시까지 모이라는 총무의 문자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동료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승합차 1대에 올라타니 딱 맞는 8명이다.
베스트 드라이버인 총무의 안정된 운전솜씨로 편안하게 달려 도착한 배내고개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주차장이 그득하다.
약간은 쌀쌀하다 싶은 기온에 옷깃을 스치며 불어대는 아침나절 가을바람은 상쾌하기 이를 데 없다. 오늘 가야할 코스는 이미 정해져 있기에 GPS를 가동하며 목재데크 입구의 하늘억새길 안내판을 배경으로 단체사진 한장 담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걸어야 할 코스을 미리 훑어보고 있는 동료들을 사진에 담고서
곧장 된비알이 시작되는 계단길을 올라섭니다.
전망데크를 지나며 바라본 신불산 정상부는 짙은 구름모자를 쓰고 있네요.
오름길의 계단길에 쌓여있는 말라버린 낙엽의 모습에
떠나가는 가을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예전 점심식사를 하며 쉬었던
헬기장을 지나 조금만 올라서면
석남터널로 나뉘어지는 삼거리에 도착을 하게 되지만
짙은 운무로 인해 주변 조망은 볼 수가 없네요.
배내고개(해발 680m)에서 목재데크를 따라
30분 가량 오르면 능동산에 도착하게 됩니다.
고도 300m를 치받아 오른 셈이네요.
밋밋한 등로에 눈길을 끄는
두 그루의 소나무를 사진에 담고서
능선을 잇기 위해 숲길로 찾아들어 진행하니
능동2봉에 당도를 하게 되고
좌측으로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신불산은 아직도 구름에 휩싸여 있지만
밝게 빛나는 아침햇살은 온누리에 퍼져 나가고 있네요.
약간의 오름길에 들어서니
햇살에 빛나는 은빛 억새가 눈길을 붙듭니다.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한 마리 물고기처럼,
반짝이는 은비늘의 자태를 드러내며 용트림하고 있네요.
억새밭에서 맞는 티 없이 맑은 가을 햇살의 투명함이란!
걸음마다 억새와 야생화가 어미인 바람 철새를 부르는 곳,
영남 알프스 하늘억새길에 올라 저물어가는 가을을 만끽합니다.
높디 높은 가지산-운문산 주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구름때문에
멋진 마루금을 못보는 아쉬움을
막힘없는 조망으로 눈이 시원한
얼음골을 보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합니다.
해는 중천에 떴건만 비박을 한 텐트에서는 아직 인기척이 없지만,
가야할 천황산정에는 옅은 구름만이 드리우고 있어
멋진 조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네요.
은빛 억새를 가르며 걷노라면 탁 트인
영남 알프스의 절경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가쁜 숨이 벅찬 감동으로 변하는 순간이지요.
배내고개에서 천황산까지의 등로는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의 구간별로 나눈 것 중
'단풍사색길'로 불리는 코스입니다.
구름모자를 벗기 시작하는 가지산과
암릉미가 멋진 밀양 백운산이 건너보이고,
영알의 좌장인 운문산은
아직도 운무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는 모습입니다.
얼음골케이블카 탑승장에서 내려다 본 멋진 풍광으로
달고 맛있기로 유명한 얼음골사과의 주산지인 얼음골이 펼쳐집니다.
깎아지른 듯한 암릉이 볼거리인 얼음골 용아A능선 뒤로
정승봉-실혜산 능선이 펼쳐지고
그 아래 남명삼거리도 내려다 보입니다.
멋진 배경을 백그라운드에 두고 기념사진 한장 남겨야겠기에...
오늘따라 유난히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탐방객 중에는 외국인이 많이 보이네요.
케이블카탑승장에서 내려와 임도를 따라 잠시 걷다보면
재약산과 천황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광경을 만나게 되고,
지난 여름 유별났던 무더위가 떠난 자리에 선선한 바람이 철새처럼 날아들어
영알 언저리에 깃들면 온 산하는 비로소 억새꽃에 몸살을 앓게 되지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제자리에서 산객들을 맞아주는 샘물상회.
변한게 있다면 산뜻한 화장실 한 동이 세워져 있다는 것입니다.
말라버린 낙엽도 보이지만 그래도 빨간 단풍잎에 눈길이 더 가는건 어쩔 수가 없네요.
아직 절정기의 단풍 모습은 아니지만 충분히 발길을 붙들기에 충분합니다.
얼음골과 천황사로 내려서는 갈림길에서 잠시 머물다가
이어지는 임도를 다시 벗어나 능선을 따라갑니다.
덕분에 멋진 풍광을 다시 만나게 되니
오늘 두 눈은 큰 호사를 누리게 되네요.
지나온 길을 한번쯤 되돌아보며
반추해보는 것도 산행 중의 묘미겠지요.
산꼭대기 드넓은 평원에 억새가 바다를 이루어
바람에 흔들리며 너울이 치듯하는 모습을 보니
오늘 하루 억새의 바다에 푹 빠져볼 생각입니다.
억새 군락은 큰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한 덩어리가 되어
군무를 연출하고 있어 마땅히 늘 이곳에 오면
카메라를 꺼내게 만드는 아주 매력적인 포토존이지요.
바람따라 서걱서걱 울어대는 억새가
금새 가을산의 정취와 여유로움에 빠져들게 합니다.
억새는 햇살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지요.
하얀 솜털처럼 나부끼기도 하고, 잿빛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상투봉, 필봉으로 가는 길의 1,171봉으로 방향을 잠시 돌려
준비해온 음식으로 간식시간을 가지기로 합니다.
금강동천 깊은 골은 정적속에 잠겨있고,
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너머로
겹겹이 포개어 놓은 듯한 산그리메가 수묵화로 다가옵니다.
상투봉 능선 뒤로 영산(구천산), 정승봉, 실혜봉이 말발굽 모양으로 서있고,
우측으로는 운문지맥이 흐르고, 좌측 멀리로는
청도의 명산 화악산과 청도남산이 아련합니다.
통닭 두마리를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천황산을 향하니
한낮의 햇살 아래 반짝이는 은빛 억새물결이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멀리서 보니 마치 평온한 바다 같다고나 할까요?
'칼잎용담'
천황산 정상입니다.
이전에는 이곳을 재약산 사자봉이라 하였는데
이젠 거의 천황산으로 불리워지고 있는 듯합니다.
주변 풍광을 둘러봅니다.
아직도 신불산정에는 구름이 머물러 있고,
하산코스인 주암계곡이 눈 앞에 보이지만
산대장을 꼬드겨 코스변경을 부추깁니다.
이재 재약산을 향한 진군을 계속합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탐방객들이 이곳까지 찾아왔네요.
가야할 재약산이 건너보이고
아래로는 천황재가 아득합니다.
천황재를 향한 내림길에 되돌아 본 천황산 암릉
은빛 억새의 찬란한 비상 너머로
영알의 전망대인 향로산이 건너보이네요.
바람에 몸을 살살거리며 햇빛으로 반짝이는
억새들을 보니 절로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그 눈부심에 몸은 해바라기 되어
자연히 사자평 억새를 찾아 떠나는 길이랍니다.
바람이 불어댈 때마다 스르륵...스르륵...
억새의 울음소리와 솔솔 불어주는 바람소리가
마냥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줍니다.
비박과 휴식공간으로 잘 알려진 '천황재'입니다.
한낮의 햇살 아래 반짝이는 은빛 억새물결이 눈에 부시네요.
멀리서 보니 평온한 바다 같더니만
가까이 다가가니 역시 그 물결이 장관입니다.
억새밭 한가운데를 거닐 땐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입니다.
황홀경이 따로 없네요.
천황재에서는 쉬지 않고 곧장 재약산을 향해 진행합니다.
골짜기를 타고 올라온 바람은
절벽 끝에서 굽이져 급물살을 타고 올라옵니다.
두 팔을 벌려 한껏 바람을 안아봅니다.
억새에 이는 바람...
이 바람을 억새 천지 속에서 맞지 않았다면
이내 고개를 돌려 피해버렸을 지도 모를 일이지요.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억새와 바람과 가을...
자연은 언제나 자연스러워서 아름답습니다.
오늘도 영알의 평원은 억새와 함께 평화로움으로 반짝입니다.
드디어 재약산 정상이 가까이 다가왔네요.
암릉과 어우러진 골짝마다
가을단풍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주암계곡 갈림 삼거리
재약산을 올랐다가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야 한답니다.
재약산 정상
좁은 정상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산님들을 피해
얼른 정상석만 담고 내려옵니다.
재약산에서 바라본 사자평(산들늪)과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시원스럽습니다.
재약산 남쪽방향으로는 문수봉 너머로 향로산이 버티고 있고,
그 너머 아득히 천태산, 금오산 방향의 산군들이 산너울을 이루고 있네요.
우측 아래로는 천년고찰 표충사도 내려다보입니다.
밀양시 단장면 일대가 아래로 펼쳐지고,
멀리로는 밀양시가지가 아득합니다.
국토의 70%가 산지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군요.
지나온 능선 너머로 가지산이 우뚝하고
좌측으로는 운문산이 정수리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주암계곡 갈림삼거리에서 내림길을 따라 숲속으로 접어들어
부지런히 발놀림을 하며 내려서니
눈에 익은 삼거리가 나타나게 되고,
가야할 등로는 마주보이는 고사리분교, 죽전마을 방향입니다.
잠시후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좌측 데크를 진행합니다.
우측길은 사자평을 거쳐 죽전마을로 가는 길이지요.
물론 고사리분교 방향이기도 하구요.
매달아놓은 시그널이 마치 성황당의 그것처럼 느껴지지만
심신이 지쳐있는 산꾼에게는 오아시스인 쉼터에 도착하게 됩니다.
준비해온 멋거리에다 뜨끈한 라면 국물까지...
오고가는 한잔 술에 정감 넘치는 오찬시간입니다.
코스변경에 선뜻 응해준 탓에 일행을 이끌고
우측 심종태바위 능선으로 길을 듭니다.
직진 길은 주암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지요.
일행 중에 혼자만이 이 코스를 걸어보았기에
선두에 서서 일행을 이끌어 갑니다.
982봉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능선이 헌걸차고,
깊고 깊은 배내골은 발 아래 놓여 있네요.
영축산에서 뻗어나간 영축지맥의 멋진 마루금은 언제보아도 시원스럽네요.
군데 군데 한 두 그루씩 서 있는 단풍나무가
붉은 빛으로 단장하고 찾아온 산꾼을 맞이해 주네요.
절벽 끝에 뿌리를 내리고 오랜 세월 견뎌온 노송의 우람한 자태에
쉼없이 걸어온 발걸음은 저절로 멈춰지고
얼마나 많이 앉았는지 반들반들한 모습입니다.
걸어온 982봉(좌)과 천황산이 멀리서 내려다보는 가운데
깊고 깊은 주암계곡에는 단풍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멋진 풍광에 탄성이 절로 터져나오는 동료들을 보니
이곳으로 잘 데리고 왔다는 보람을 한껏 느낍니다.
주암계곡에 있다해서 명명된 '주계바위'.
봉우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나 봅니다.
가파른 바위를 내려서며 바라본 주암마을과
배내고개로 이어지는 도로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오를 때보다 내림길이 훨씬 힘들어 조심스레 내려서지만
젊은 동료들은 마냥 신나기만 한 모양입니다.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와 주암계곡과
양천천이 합류가 되는 계곡에서 땀을 씻어내고
조금 더 진행하면 나타나는 주암마을 주차장에서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69번 지방도로를 향해 걸어가는 도중
어느 민가의 담벼락에서 만난 감국(甘菊)...
코 끝을 파고드는 진한 향기에
불현듯 차 한잔 마시고픈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깊어가는 가을... 산악회의 정기산행으로 영남알프스의 억새를 두번에 나누어 구경하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홀딱 반했다'는 그것이다.
다른 지역의 산과 달리 1,000미터가 넘는 고봉에 넓디 넓은 고원지대가 펼쳐져 있고 거기에 소소한 바람에도 낭창낭창 흔들리지만 결코 꺾이는 법이 없는 부드럽고 강한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깊은 여운으로 남아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120여만 평의 억새 들판이 펼쳐져 있는 사자평의 너른 고원지대를 막힘없이 지나는 가을 바람과 햇살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유난히 고운 빛깔을 만들어 내는 사자평 억새.
배내골 서쪽 지역인 능동산, 천황산, 재약산의 능선을 온전히 하루를 어울렁더울렁 걸으며 햇빛을 받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억새의 향연을 맘껏 즐기고 돌아가는 귀로에는 적당히 밀려오는 피로감과 기억에 남을 만한 명품 코스로의 산행 덕분인지 다들 흡족한 얼굴들이다.
경주 남산 인근의 촌두부집에서 맛난 두부전골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정체로 복잡한 강변도로를 달려 애마를 찾으러 간다.
'◈ 산행이야기 > ☆ 2013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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