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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늦가을 정취가 산길 내내 풍겼던 팔공산 산행(수도사-동봉-도마재-수도사) 본문

◈ 산행이야기/☆ 2013년도 산행

늦가을 정취가 산길 내내 풍겼던 팔공산 산행(수도사-동봉-도마재-수도사)

해와달^^* 2013. 11. 6. 20:44

★ 산행일자 : 2013. 11. 03 (일)  날씨 - 흐림

★ 산행장소 : 대구광역시 동구, 영천시 신령읍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수도사 주차장 - 진불암 - 동봉 - 도마재(신녕재) - 민비골 - 공산폭포 - 수도사 주차장 (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50분, 11.66km (식사, 휴식 포함. 단풍사진 찍느라 많이 지체됨...)

 

 

◈ 산행기

일주일동안 열심히 일을 하고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을 찾아 나서는 생활속에서 오늘은 영알로 떠나볼까 싶어 집을 나서보지만 약간의 사정이 생겨 시간을 지체한 탓에 계획했던 종주산행은 포기를 하고 지난 주에 이은 단풍 산행으로 수정을 하게 된다.

산행을 통해 알게된 지인들이 카카오스토리에 올려준 팔공산 치산계곡 코스의 단풍이 너무 화려해 이미 가본 산길이지만 4년 만에 다시 옛날에 걸었던 코스 그대로 밟아보기로 마음먹고 영천 신령으로 차를 몰아가 치산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수도사 앞 마당에 도착하여 주차할만한 곳을 둘러본다.

휴일이라 팔공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세워둔 차들로 인해 널찍한 주차장도 좁게 보이는걸 보니 동봉 정상에서는 시장통이 따로 없겠다 싶다.

하는 수없이 좀더 위에 있는 주차장을 찾아들어 한쪽 귀퉁이에 애마를 세워놓고 신발을 꺼내 신고 장비를 챙겨 맨 먼저 만나게 될 공산폭포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수도사를 지나 있는 큼직한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아직은 충분히 보아줄만한 운치있는 길을 따라나서면

 

 

멋진 암반을 따라 흘러내리는 청류와

주변 풍광이 눈길을 붙드는 목교에 이르게 됩니다.

 

 

 

 

산 아래까지 내려온 단풍이 딱딱한 등로를 부드럽게 하고,

 

 

얼마 뒤 나타나는 공산폭포 입구에서 우측으로 길을 듭니다.

 

 

입구에서 약 100미터 가량 안쪽으로 걸어들어 가면

팔공산 제일의 폭포인 공산폭포 앞에 서게 되지요.

 

 

습기 가득 머금은 바윗길에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폭포 위로 가고자 했던 애초의 계획을 포기하고 임도로 다시 되올라와

 

 

막바지 향연을 펼치고 있는 단풍길을 느긋하게 걸어갑니다.

 

 

빨간 색이 눈길을 끄는 현수교.

오늘 가야할 방향은 현수교를 건너 진불암을 향합니다.

다리를 건너기 전 곧장 나있는 등로는 신령재로 오르는 길이지요.

 

 

현수교를 건너 숲길로 들어서자마자

탄성이 절로 터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절정을 조금 넘긴 가을 숲이지만

아직은 감동을 주기엔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은수교(隱水橋)

 

 

진불암 입구 삼거리.

 

 

 

 

마치 온 천지에 불인 난듯 붉게 물든 단풍잎이 환상적이네요.

 

 

두껍게 깔린 낙엽을 밞으며 황금색 숲을 걷는 이 기분...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붉게 물이 든 나뭇잎이 한줌 바람에 우수수 떨어집니다.

고운 단풍이네요.

 

 

지난 여름의 수고로움을 갈무리하는 이 가을...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던 단풍잎이 떨어진 산길엔

낙엽이 두툼하게 깔려 바스락거리고 있네요.

 

 

진불암 입구의 작은 돌탑에 정성을 보태고

 

 

오랫만에 찾아본 산사에서 고개들어 바라보니

투구봉(828m)이 건너편으로 들어오네요.

 

 

4년 만에 찾아온 진불암(眞佛庵).

한결 아담한 모습에 좀더 넓어진 절집의 모습이라

부처님께 예경을 드리기 위해 법당으로 들어섭니다.

 

 

 

▣ 진불암(眞佛庵)

팔공산 제일봉인 비로봉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암자이다. 일설에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사찰로서, 후면에는 청정법신 비로봉이 전면에는 대자대비 관음봉, 우측에는 실행제일 보현봉이 그리고 좌측에는 지혜제일 문수사리봉으로 사방이 보살님들로서 장엄되어 있는 곳이라 한다.

절의 창건에 대해서는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되었다고 입구 간판에는 적혀 있으나, 구전에 따르면 고려 말 환암 혼수(幻庵 混修, 1320~1392) 스님이 창건했다고 한다. 사역에는 인법당과 칠성각, 산신각이 있는 작은 암자이다.

 

 

따뜻한 커피 한잔 얻어마시고 진불암을 빠져나와

이정표가 가리키는 맞은 편 사면길을 따라 등로를 이어갑니다.

 

 

 

 

새미난골을 가로질러 지능선 허리길을 돌아드니

염불골 계곡을 따라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는

삼거리를 만나게 되고 동봉을 향한 오름을 시작합니다.

 

 

가팔라지기 시작하는 등로를 씩씩거리며 올라서니

눈에 들어오는 나무들에는 겨울이 가까이 다가와 있네요.

 

 

나무들은

봄, 여름, 그 푸르던 잎도,

가을, 그 아름다운 단풍도..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하나의 거추장스러운 군더더기일뿐...

 

 

나무는 이렇게 1년을 사이에 두고,

작은 이별연습으로 죽음을 준비하는데,

 

 

우리 인간들은 잘난체 하다

아무 준비없이 맞이하는 죽음에 허둥대는 걸 보면,

나무들이 우리 인간들보다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목재계단이 시작되는 바위에서 건너다 본 공산산성.

지금은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지만

그 옛날 선인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천혜의 요새입니다.

 

 

지나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한 폭의 수묵화가 펼쳐집니다.

우측의 투구봉 뒤로 화산이 길게 드러누워 있고,

그 너머 멀리 보현산과 기룡산이 섬이 되어 있습니다.

 

 

계곡을 따라 수도사로 내려서는 갈림삼거리를 지나

 

 

마지막 오름을 극복하고 올라서면

 

 

푸근한 인상으로 반겨주는

'팔공산석조약사여래입상'과

 

 

헬기장이 있는 장군메기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잠시 머물며 사진 몇장 담고서 동봉 직전의 바위 틈을 찾아들어

준비해간 라면을 끓여 점심식사를 하고 동봉을 찾기로 합니다.

 

 

정상석 주변에는 인증샷을 남기려 자리다툼이 심해

주변경관을 먼저 감상하기로 합니다.

 

좌측부터 요령봉, 대암봉, 용암산, 문암산 너머 멀리

비슬산의 대견봉과 조화봉이...

앞쪽으로는 최정산, 청룡산, 대구앞산이

절해고도의 섬처럼 떠 있는 모습입니다.

 

 

서쪽으로는 서봉 뒤로 파계봉을 거쳐 가산까지 이어지는

팔공산 주능선이 펼쳐지고,

우측 멀리 유학산과 구미 금오산까지 들어오고,

도덕산 너머로 아련히 가야산까지 눈에 들어오네요.

 

 

올라온 능선 뒤로 펼쳐지는 북쪽 방향 역시 환상적입니다.

투구봉 뒤로 펼쳐지는 운해와 어우러진 다도해의 모습...

산을 많이 다니다보니 이런 절경도 볼수 있는 날이 오네요.

 

 

동쪽방향의 종주길 역시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풍광입니다.

 

좌측의 코끼리봉 그 옆으로 신녕봉, 삿갓봉을 지나

남,북방아덤, 노적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에

멀리 무학산, 환성산, 초례봉이

차례로 하늘금을 그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겨우 인증샷 하나 남길 수 있네요.^^*

 

 

 

 

결빙기에는 통과하기가 쉽지 않은 구간인데 오늘은 가뿐하게 지나옵니다.

 

 

짙어지는 운무로 산정엔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지만

안전산행이 염려되어 서둘러 나서는 등로에

 

 

올 때마다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기암은

또다시 발걸음을 붙드네요.

오늘도 잊지 않고 '찰칵'거리게 만듭니다.

 

 

팔공산 최고의 절경인 염불봉 병풍바위.

 

 

 

 

염불봉 갈림삼거리(NO.74)

 

 

 

 

능선길을 걷다가 무작정 찾아 올라본

바위 봉우리에서 지나온 등로를 바라봅니다.

염불봉, 동봉, 비로봉이 차례로 도열해 있는 모습입니다.

 

 

비로봉과 공산산성을 한꺼번에 담아보고

 

 

다시 보아도 멋진 일망무제의 광경을 말없이 바라봅니다.

청석배기, 투구봉 능선이 다시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고,

좌측 멀리로 의성의 선암산이...

우측 멀리에는 보현산과 기룡산이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처럼 다가옵니다.

 

 

산이 좋고 사람이 좋아 떠나는 산 여행길...

내가 원해서 가는 길, 고단하면서도 즐거운 길입니다.

 

 

북쪽 사면길은 이미 동면에 들어갈 준비가 끝난 것 같네요.

나무들을 보니 겨울이 성큼 가까이 다가온 듯합니다.

 

 

동화사 갈림삼거리(NO.58)

 

 

신령봉(997m)이 가까이 다가온 걸 보니 도마재가 가까워진 모양입니다.

 

 

드디어 도마재(신녕재)에 도착을 하게 되네요.

 

(↙ 민비골, 수도사. ↑ 갓바위, → 폭포골, 동화사)

 

 

인파가 붐비는 동화사 방향보다

상대적으로 한산한 민비골 코스는

홀로 가는 산꾼에게는 더없이 좋은 산길입니다.

 

 

남쪽 사면에 비해 활엽수가 많은데다

계곡으로 오르고 내릴 수 있어

깊은 가을의 맛을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입니다.

 

 

떠나는 가을이 아쉬워 몸부림치듯

마지막 향연을 펼치고 있는 민비골의 가을입니다.

 

 

민비골의 절경인 무명폭에 깃든 가을의 모습에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어느 새 그리움이 된 가을색입니다.

 

 

비록 햇살좋은 가을날은 아니지만 지나고보니

그 또한 가을빛을 품고있는 것이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괜한 심술에 잠자는 나뭇잎 흔들어 깨우다 되려 물세례를 받고도
마냥 기분이 좋은 가을길입니다.

 

 

바람도 잠이 든 고요한 숲길...
잠든 단풍나무들 사이로 떨어진 잎들만 깨어있네요.

 

 

가을 산 어느 한 켠에 마음 속 작은 짐 하나

빠알간 단풍잎에 실어 내려놓고는...

 

 

붉게 타오르던 낙엽도 하나둘 고엽이 되어

물에 담긴 가을들은 꼭 수채화를 닮았습니다.

 

 

바람잔 날 용케도 매달려 가을을 보내고 있는

단풍잎의 눈물 방울이 다시금 그리워지는 오늘입니다.

 

 

찬바람 불고 흰눈 내리는 차디찬 겨울이 오면

그땐 지금보다 더 미치도록 가을빛이 그리운 날이 오겠지요?

 

 

하지만 설산을 헤메고 있을 산꾼에게

센티멘탈한 치기어린 추억이 생각이나 날런지 의문입니다.^^*

 

 

바스락~ 바스락~

산길에 떨어진 낙엽 밟히는 소리가 무척 즐겁습니다.

 

 

새미난골 계곡을 따라 내려서는 등로와 합류가 되는 삼거리에서

목교를 따라 진행하면 아침 나절 지났던 현수교가 나오고

이후 익어가는 가을길을 따라 걸음을 재촉합니다.

 

 

낙엽따라 파란 시월도 지나가고 11월의 초입으로 들어선 지금...

말라가는 노란 잎 사이 가을빛이 찾아들어

불어오는 찬바람에 눈처럼 휘날립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잎을 따라 눈이 즐거움을 누리고

찬 바람따라 더 붉어진 단풍잎이 이쁘기만 합니다.

 

 

 

 

부모를 따라 나온 어린 아이의 천진난만한 해맑은 미소에

산행의 피로는 저만치 물러가고

그 여세 몰아서 수도사를 찾아 듭니다.

 

 

시원한 감로수 한 바가지 들이킨 감사함의 보답으로

주워온 가을잎 하나 꺼내어 동무하라고

살포시 하나 놓아주고 돌아섭니다.

 

 

불사가 이루어지던 지난 날의 모습이 새삼 떠오르네요.

이제는 원통전 대신 법당 역할을 하고 있는 극락전의 산뜻한 모습입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늦가을...

아직은 남아 있을 것 같은 가을의 정취를 맛보기 위해 찾아온 치산계곡...

산행 초입에는 그나마 눈을 즐겁게 해주는 단풍이 먼길 마다않고 달려온 산꾼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지만 고도를 높혀갈수록 거친 눈보라와 비바람을 맞으며 수많은 세월의 숲을 걸어 나온 나무들이 한해 사이를 마무리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해 마음 또한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던 오늘의 산길이다.

자연이 선물해 준 아름다운 길을 따라 걷고 있으면서도 괜시리 마음까지 설레어 자꾸만 자꾸만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게 되고...

마음 한켠... 이제껏 살아온 내 지난 날 또한 언제라도 뒤돌아 볼 때면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기를 잠시나마 소망해 본다.

그렇게 먼길 떠나는 가을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

저절로 콧노래 흥얼거리는 나를 보며 마음 속 깊은 뿌리까지 착해지고 싶었던 오늘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두 눈에 한가득 담아온 아름다운 풍경!

세월 저편 추억으로 내려 놓고 이제는 겨울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을 맘껏 누려보려고 얼른 집에 가서 장비 정리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복잡해지는 도로를 빠르게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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