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폭염속 반쪽산행의 아쉬움에 다시 찾은 왕산-동응해산-응봉 본문
♧ 산행일자 : 2013. 11. 23 (토) 날씨 - 맑음, 미세먼지 심함
♧ 산행장소 : 대구광역시 동구 지묘동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신숭겸장군 유적지 - 왕산 - 동응해산 - 만디체육시설 - 응봉 - 신숭겸장군 유적지 (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30분, 8.1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당직근무 마치면 으례껏 떠나는 산으로의 나들이... 오늘도 예외일 수는 없어 간단히 행장을 꾸려 길을 나선다.
오늘의 산행지는 전국을 용광로처럼 달구었던 지난 여름 폭염속에서 컨디션 난조에 길도 없는 정글숲을 헤쳐나오느라 지쳐버렸던 종주산행에서 반토막이 나버렸던 나머지 구간을 만회하기 위해 찾아가는 길이다.
대구 팔공산 언저리의 '파군재-감태봉-문암산-공산-응봉-동응해산-왕산-신숭겸장군유적지'코스였었는데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떠났어야 하는 결코 만만치않은 산길을 겁없이 도전했다가 패배의 쓴맛을 제대로 느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곳이어서 계절을 달리해서 나머지 반쪽이라도 메워보고 차후에 다시 기회가 올때 온전히 종주를 해볼 생각이다.
팔공I.C를 빠져나와 이시아폴리스를 지나 파군재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보성3차아파트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동화천을 따라 진행, 지묘2교 부근에 차를 파킹하고 다리를 건너 신장군유적지를 향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날씨는 많이 풀려 산행하기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중국발 미세먼지가 많아 조망은 별로일거라는 생각에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어찌 내 뜻대로 되리오...
원래의 계획은 지난번 산행코스 중 남은 등로를 이어 진행하려고 했지만 들,날머리가 달라 원점회귀 형태로 꾸며보려고 지묘동을 찾았는데 먼저 오르려고 한 응봉의 들머리를 모르니 왕산부터 시작해서 거꾸로 걸어보기로 하고 응봉을 오른 뒤에 하산코스를 다시 검토해 보기로 한다.
화장실이 있는 지묘2교 입구에서 왕건길 안내판을 따라 동화천을 오른쪽에 두고 한실골 방향으로 걸어간다.
산행궤적
지묘 2교를 건너면 나오는 신숭겸유적지 앞에서
우측으로 나있는 동화천을 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내동임도로 불리우는 이 길은
파계사까지 이어지는 대구올레길 2코스이기도 하고,
반야월까지 이어지는 팔공산왕건길이기도 합니다.
신숭겸장군 유적지에서 200미터 가량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소나무들.
좌측으로 보이는 산길이 왕산을 오르는 들머리입니다.
조망이 훤히 트이는 곳에서 내려다 본 지묘동 풍광입니다.
바로 아래 신숭겸장군 유적지가,
동화천 너머로는 지묘동 보성아파트 단지가 보입니다.
좀더 고도를 높혀보니 공산댐이 건너보이고
그 뒤로 구절송이 있는 감태봉이 보이고
좌측 멀리로는 문암산이 시야에 들어오네요.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이 있는 왕산 정상입니다.
왕산은 적병에 포위되었던 왕건이
신숭겸장군의 희생으로 목숨을 구하고 피신한 산이라 합니다.
그래서 왕건이 이 산 때문에 살았다 하여 왕산이라 했다고 전해오네요.
나무에 팻말이 걸려있는 왕산에서
공산(좌)과 문암산을 한꺼번에 담아봅니다.
태조 왕건이 지묘동 뒷산에서 신숭겸이 견훤에게
참수당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한동안 울었다고 한 왕산은
산불로 인해 큰 나무가 없고 잡목만이 무성한데
그나마 토양이 척박하여 새로 식수한 나무도
잘 살아남지 못하는것 같아보입니다.
왕산(王山)의 이름처럼 대구에는 왕건이 후백제 견훤에게 패퇴하면서 생긴 지명이 곳곳에 남아 있답니다.
1.왕굴(王窟) : 팔공산 파계재 전투에서 패하여 앞산 은적사 부근 동굴에서 피신 한 곳.
2.살내(箭灘) : 금호강과 서변천이 합류하는 지점 부근에서 양측이 서로 쏜 화살이 강바닥에 가득하다는 의미의 살내.
3.파군재(破軍峙) : 동화사와 파계사 가는 길의 갈림길목. 왕건이 이곳에서 크게 패배하였다 하여 붙인 이름.
4.지묘동(智妙洞) : 신숭겸이 왕건의 옷을 갈아입고 후백제군과 맞서 싸우는 동안 왕건을 피신시킴.
5.독좌암(獨座巖) : 도주 중 혼자서 쉬었다는 바위.
6.해안동(解顔洞) : 들판을 빠져 나가면서 적을 따돌리자 비로소 얼굴색이 돌아옴.
7.불로동(不老洞) : 어른은 피신가고 아이들만 있었던 곳.
8.실왕리(失王里) : 평광동 부근에서 나무꾼한테 주먹밥을 얻어먹고 매여동 쪽으로 도망갔는데 나중에 나무꾼이 그가 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더 안전하게 숨겨줄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함을 탄식한곳. 실왕리, 시량미, 시랑리, 평강동 앞 하천을 시량천.
9.안심동(安心洞) : 매여동 일대를 안심(安心)이라 하는데 이곳에 와서 비로소 안심하게 되었다는 곳.
10.반야월(半夜月) : 하늘에 반달이 떠서 그의 도주로를 비춰졌기 때문에 무사히 도망갈 수 있었다는 곳.
11.은적사(隱跡寺) : 도주 중 이곳에서 몸을 숨겼다 하여 은적사.
12.안일사(安逸寺) : 약간 편하게 쉬었던 곳.
13.임휴사(臨休寺) : 마음놓고 편히 쉬었던 곳.
14.무태동(無怠洞) : 대부분의 군사를 잃고 일부만 살아서 도망가는 중이라도 경계를 철저히 하라는 왕건의 명령이 하달된 곳
15.왕산(王山) : 지묘동 뒷산에서 신숭겸이 견훤에게 참수당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한동안 울었던 산
16.나팔고개 : 적은 군사지만 사기를 높이려고 앞뒤 좌우에서 나팔을 불게 했다는 나팔고개.
왕산에서 철탑 방향으로 직진하여 내려서면
철탑이 있는 무명봉 너머 동응해산이 희미하게 보이네요.
우측 갈림길은 팔공산 올레길 돌탑 쉼터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입니다.
뒤돌아본 능선 철탑 뒤로 왕산과 산불감시초소.
등로 우측으로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구절송이 있는 감태봉에서 용암산, 대암봉, 요령봉이
도토리 키재기하듯 도열해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네요.
등로 우측으로 응봉 자락과 공산 사이로 공산터널이 보이고,
멀리 팔공산 동부능선의 노적봉과 갓바위가 연무에 흐릿합니다.
가야할 동응해산(좌)과 우측 응봉을 한꺼번에 잡아봅니다.
가운데 멀리로 팔공산 주능선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네요.
지묘동에서 파계사로 이어지는 68번도로를 가운데 두고
좌우로 뻗은 산줄기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산이 두개가 있지요.
왕산, 응해산이 바로 그것입니다.
좌측은 한번 걸어보았던 (서)왕산-(서)응해산-도덕산 능선이고,
우측은 지금 걷고 있는 동응해산 능선입니다.
동응해산을 향한 등로는 지난 가을의 화려했던 추억은 막바지에 다다라
바스락거리는 낙엽만이 인적드문 산길에 울려퍼지고 있을 뿐입니다.
나뭇닢들은 곱게 단장을 끝낸 채 생을 마칠 낙하의 순간을 기다리다
소슬바람 한줄기에 우수수 고운 자태로 낙하를 시작하더니
이내 사각사각 온 몸을 바람결에 맡긴 채 굴러 댑니다.
그러나 잎을 떨군 나무의 등걸은 어떤 울림조차 없습니다.
내 삶의 무거움도 하나하나 벗어 던지면 저 나무들처럼 가벼워지려나...
엄청난 굵기의 굴참나무가 발걸음을 붙들고
동응해산 정상부가 가까워질수록 가파름은 도를 더하고 있네요.
하지만 다 왔다는 안도감에 속도는 오히려 배가되고 있습니다.
(서)왕산-응해산-도덕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바라보고
올라선 산불감시탑이 있는 동응해산 정상부의 모습입니다.
원래 응해산이 맞는 표현이나
서쪽 도덕산 동편에 또다른 응해산이 있어
보통 동응해산으로 부른다 합니다.
돌탑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는 동응해산.
조망이 트이는 파계사 방향으로
우측 봉우리가 파계봉인것 같네요.
하산하던 중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시원스러운 풍경입니다.
멀리 갓바위가 있는 동부주능선과
명마산, 환성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시원스럽습니다.
좌측의 환성산과 초례봉까지의 능선과
바로 앞에 보이는 가야할 응봉의 모습입니다.
낙엽으로 뒤덮힌 가파른 내림을 조심스레 내려서니
동응해산과 응봉을 구분짓는 안부에 도착하니
주민들을 위한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고
'만디체육시설'이라는 팻말이 서있네요.
대구 올레길2구간과 왕건길인 내동임도입니다.
차량출입을 금하는 차단기가 있는 방향이
내동, 열재로 가는 길입니다.
체육시설에서 바라본 팔공산 정상부.
바로 앞에는 왕건길 제2구간의 거저산입니다.
응봉을 향한 오름은 지묘동으로 향하는 길을 잠시 내려서면
좌측으로 빨간 시그널이 달려있는 곳이 나오는데
유심히 살펴야할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숲으로 올라서면 뚜렷한 등로지만
제법 가파름을 극복해야 할듯 하네요.
응봉(鷹峰:448m) 정상부
응봉 정상에서 바라본 팔공산 주능선의 모습입니다.
응봉에서의 인증샷.
응봉의 삼각점.
삼각점에서 잠시 나서면 만나게 되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섭니다.
왼쪽길은 공산터널 방향으로 공산을 오르려면 가야할 길이지요.
내림길은 생각보다 뚜렷한데다 부드러워 하산길로 딱이네요.
진주목사를 지낸 '전주최공'의 분묘를 지나니
아침 나절 올랐던 왕산(좌)과 282봉이 올려다 보이네요.
널찍한 임도성 등로를 걷다가 되돌아보니
동응해산과 응봉이 먼발치에서 전송을 하고 있습니다.
체육시설이 있는 쉼터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남겨두었던 먹거리로 배를 채워봅니다.
달성 서씨 문중묘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감태봉, 공산댐, 보성아파트가 눈 앞에 다가오니 이제 거의 다온 것 같네요.
공산터널-파군재로 이어지는 도로가 아래로 보이고
문암산과 감태봉, 그리고 용암산에서 대암봉, 요령봉까지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이 줄을 잇고 잇는 모습입니다.
돌아가신 부친을 그리며 써놓은 비문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숙연한 마음으로 읽어봅니다.
올레길 탐방안내소가 있는 삼거리.
직진은 만디체육시설, 열재 가는 길이고,
우측은 응봉에서 내려온 길입니다.
널찍한 탐방로를 따라 걸어가면
오늘의 들머리였던 왕산 입구를 지나게 되고
에어청소기가 있는 지묘2교 입구에 도착하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산길을 걸으며 더럽혀진 의복과 신발을
에어건으로 말끔히 세척하고
몇번 와본 곳이지만 신숭겸장군 유적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기로 하고 경내로 들어섭니다.
오늘을 있게한 호국의 정령 신숭겸장군에 대한 일대기와
그 당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네요.
태조 왕건나무
수령이 약 400년 된 팽나무로써,
후삼국을 통일한 왕건을 기리기 위하여
'태조 왕건나무'라고 이름 지어졌다고 합니다.
충열문(忠烈門)
충열문 안쪽에는 상절당(尙節堂)이 위치하고 있는데
관람시간이 지났는지 문이 잠겨있네요.
상절당은 신숭겸 장군의 높은 절개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당우랍니다.
표충단(表忠壇)
표충단은 나지막한 담장과 백일홍으로 꾸며진 아늑한 공간으로,
좋은 역사교육장이 되고 있습니다.
대구시 동구 지묘동 파군제 일원에 위치하고 있는 신숭겸장군유적지.
이곳은 대구광역시 기념물 제1호이자 고려의 개국공신이며 평산신씨의 시조인 신숭겸장군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곳입니다.
신숭겸장군의 묘소는 춘천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구의 신숭겸장군유적지는 장군이 순절한곳입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신숭겸장군의 일화는 이러합니다.
후삼국을 통일하기 전 왕건은 후백제의 견훤을 맞이하여 팔공산에서 싸우나 포위되어 위기를 맞게 됩니다. 대장이면서도 왕건과 용모과 비슷했던 신숭겸장군은 왕건대신 죽기로 결정하고... 용포를 바꿔 입고 어가를 타 진격을 하게 됩니다. 그 사이에 왕건은 탈출하게 되나 온 힘을 다해 싸운 신숭겸 장군은 김락 장군과 함께 장렬히 전사하게 됩니다.
이후 고려는 신라의 환심을 얻기 위해서 경주를 자주 방문하니 신라는 후백제보다는 자연히 고려에 기울게 되고, 후삼국의 정세는 신흥국 고려와 후백제의 대립으로 변하게 되었지요.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 태조 왕건은 자신을 위하여 대신 죽은 신숭겸 장군의 시신을 거두어 지금의 강원도 춘천시 방동인 광해주에 묻고 순절단, 지묘사, 미리사를 세워 명복을 빌었다고 합니다.
신숭겸장군나무
수령 400년의 배롱나무꽃이 붉게 피는 계절이 오면
전사한 장군의 넋이 이곳을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신숭겸장군유적지에는
표충사와 표충단, 충렬비, 고려장절신공 순절지지비 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후삼국의 격전장이자 충절의 표상이었던 이곳.
후세에 충의와 절개의 사표가 되었던
고려의 개국공신 신숭겸 장군을 생각하며 이곳을 거닐어 보았습니다.
준비없이 염천의 계절에 겁없이 도전했다가 반쪽산행에 그치며 쓰디쓴 잔을 마셨던 지난 여름의 쓰라린 기억을 애써 지워보고자 떠난 산행...
예상보다 긴 산길이기에 후일을 기약하고 미답의 나머지 구간을 돌아보고자 충의와 절개의 사표인 신숭겸장군유적지에서부터 시작한 오늘의 등로는 산행하기에 적당한 날씨라 오르내림이 심했던 몇 군데를 빼고는 전체적으로 무리가 없어서 6개 봉우리를 한꺼번에 돌아보아도 될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만 거리가 먼 탓에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시작하면 될것 같아 날을 잡아 결행하기로 숙제로 남겨두고 장절공 신숭겸장군 유적지를 관람하고 정체가 심하기로 유명한 팔공로에서 시간보내는게 아까워 서둘러 지묘동을 빠져나간다. 다시 산을 찾게될 주말까지 또 한주간을 열심히 보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면서 가속페달을 밟으며 달려가는 귀로에 또 하나의 숙제를 마무리한 성취감에 몰려오는 피로감도 저만치 물러가 버린다.
'◈ 산행이야기 > ☆ 2013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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