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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수몰되기 전에 찾아보고파 떠난 영천 보현산 법룡사 코스 본문

◈ 산행이야기/☆ 2013년도 산행

수몰되기 전에 찾아보고파 떠난 영천 보현산 법룡사 코스

해와달^^* 2013. 12. 19. 20:26

♣ 산행일자 : 2013. 12. 17 (화)  날씨 - 흐림

♣ 산행장소 : 경북 영천시 화북면, 청송군 현서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용소리 법룡사 입구-법룡사-체육시설(공터)-석이덤 전망터-부약산-팔공,보현지맥 갈림길(철망펜스)-보현산 시루봉(천문대, 상봉 왕복)-절골, 입석리 갈림길(가-22 구조판)-솔숲 무덤 2기-전원주택-입석지-35번 국도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45분, 10.66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경북 영천의 북쪽 30km 지점에 위치한 보현산은 1996년 준공된 천문대로 인해 더욱 알려진 산이다. 화북면 정각리에 우뚝 솟은 이 산은 영천, 청송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너그럽고 장중한 산세는 동서남북 어디에서 봐도 똑같은데,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코끼리를 닮았다 해서 '보현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보현'은 코끼리를 상징한 보현보살에서 비롯된 불교식 이름이다.
정상까지 이어진 구불구불한 도로를 올라가다 보면 코끼리 등줄기 같은 산능선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눈에 띄는 기암괴석은 없지만 능선상의 초원에 가득한 억새풀등은 이름난 산의 그것에 버금가며 정상에서의 조망은 남서쪽으로 팔공산이 보이며 날씨가 좋으면 멀리 가야산, 덕유산까지 아스라히 잡혀온다. 산행기점은 보통 4개로 나눌 수 있고 용소동의 법용사, 정각동의 3층석탑, 보현3동, 지금은 폐교가 된 두마분교쪽을 들 수 있다.
천문대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찾는 이가 없고 교통이 불편하여 자연 그대로의 깨끗함을 간직한채 고고히 외로움을 가슴에 품고 어쩌다 찾는 이를 반겼지만 천문대가 들어서면서 영천쪽에는 보현산 상봉까지 도로가 개설되어 차량으로 천문대 견학 등 관광객과 등산객이 많아진 곳이다.

 

 

 

◈ 산행기

보름이 넘도록 산과의 데이트를 못한 아쉬움에 당직근무 마친 오늘은 기필코 산행에 나서보리라 마음먹고 챙겨온 배낭을 점검하고 차를 몰아 안강방면으로 향한다.

퇴직하기 전에 해야할 일들을 미리 챙기다가 많은 산행활동으로 인해 햇볕을 많이 받은 얼굴에 점이 생겨 근 10년 만에 다시 빼기로 마음먹고 피부과에서 레이저로 치료를 받은게 산행을 못한 큰 이유라 할수 있다.

오랫만에 찾아보는 보현산 방면으로의 행차에 아는 길이라고 네비게이션도 켜지 않고 달렸었는데 죽장방면 31번 국도를 따라 진행하여 죽장휴게소 지난 내리막인 지동3거리에서 영천방면으로 좌회전, 충효교 지나자마자 충효삼거리에서 화북, 보현산천문대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 후 한참을 달리면 보현산 절골로 갈라지는 정각 3거리에서 다시 좌측방향으로 달리다 보현산댐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35번 국도를 만나게 되니 그제서야 '먼길을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나도 어쩔 수 없이 늙는가 보다'며 짧은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왕지사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산행이나 즐겁게 마무리하자 싶어 국도변 댐공사 현장을 지나면 곧바로 용소동이 나오고 지금은 없어진 예전 보현산휴게소가 있던 공터에 차를 파킹하고 산행준비를 마치고 법룡사입구를 알리는 이정표를 사진에 담고 싸늘한 공기를 가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35번 국도변의 법룡사 안내판을 사진에 담고서 법룡사를 향한 진군을 시작합니다.

 

 

흙길인 산길을 따라 20분 남짓 올라서면

"부약산 법용사 가는길" 이라 적힌 하얀 빗돌을 만나게 되고

등로는 계속되는 임도를 따라 이어집니다.

 

 

법룡사로 가는 길은 차가 다닐 수 있는

널찍한 비포장도로인데 제법 거친 오름입니다.

 

 

두 번의 지름길을 따라 임도를 벗어나 산길을 걷다가

다시 합류하면 곧 법룡사에 닿게 됩니다.

 

 

스님의 청아한 독경소리가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법룡사 입구에 도착을 하며 합장으로 인사를 올리고

돌계단을 따라 조심스레 올라서서 절 안으로 들어갑니다.

 

 

 

법룡사(法龍寺)

법룡사는 1910년경 황재준이라는 이가 몹쓸 병을 앓고 눕자 그의 아내가 이 산에 와서 백일기도 끝에 얻은 산삼으로 치유되고 나서 세운 절입니다. 그 산삼을 캔 봉우리 이름도 남편 약을 내려주었다고 해서 부약산(夫藥山:791m)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산신각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전각 입구에서

좌측으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며칠 전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아

약간은 미끄러운 산비탈을 조심스레 걸어갑니다.

 

 

생각지도 않던 체육시설이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어

누구를 위한 시설인지 궁금해집니다.

체육시설에서 올려다 본

석이덤 바위가 마치 철옹성처럼 보이는군요.

 

 

능선으로 향하는 반듯한 길을 따라 올라서면

석이덤바위를 좌측으로 에돌아 올라서는 능선에 합류를 하게 되고,

 

 

등로를 잠시 벗어나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석이덤 바위의 멋진 모습을 사진에 담고 등로를 이으니

 

 

소나무 그늘과 벤치가 마련된 확 트이는 조망이 시원한 전망터에 도착하게 됩니다.

 

 

석이덤 상단 전망터에서 바라본 입석리 일대와

별빛마을로 넘어가는 간여재가 그림처럼 내려다 보입니다.

좌측 아래의 길다란 능선은 하산루트입니다.

 

 

2014년 말경에 완공될 예정인보현산 댐공사가 한창이네요.

보는 시각에 따라 생태계의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물 빛과 어우러진 주변의 풍광이 한층 어울릴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른쪽 멀리로는 초례봉, 환성산과 팔공산의 장쾌한 능선이 시야에 들어오고

영천시가지가 연무속 흐릿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서래야 박건석'님 달아놓은 부약산 표식을 스틱을 모델로 사진에 담고

주변을 돌아보니 아무래도 이곳이 부약산 정상은 아닌 듯합니다.

 

 

왼편으로 가야 할 부약산과 보현산을 가늠해보고

6~7분 가량 큰 굴곡없는 산길에 발품을 들이면

 

 

이렇다 할 특징 없이 야트막한 산봉에 도착하여

펑퍼짐한 곳이라 자칫 지나치기 쉬운 곳이었지만

바람에 나부끼는 시그널에서 부약산 정상임을 알게됩니다.

 

 

앞서간 이의 발자욱속에는 낙엽이 하나씩 들어 차있어

뒤따라 걷는 산꾼의 발이 눈에 빠지는걸 막아주고 있네요.

 

 

평일 산행이 주는 호젓함을 맘껏 누리며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산길을 유유자적 걷는 산꾼에게는

눈밭을 헤쳐나가는 힘듦도 자유로움속에 파묻혀 버립니다.

 

 

능선 중간지점 쯤에서 가야할 시루봉과 지나온 석이덤바위를 되돌아보고

 

 

건너편 산세를 보고 있노라면

보현산 시루봉에서 간여재를 지나 815.6봉을 이은 후

입석리로 떨어지는 코스에 욕심이 절로 듭니다.

 

 

전망터 아래로 "보현산 1.4km, 법룡사 1.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통과한 후

 

 

은근한 오르막을 30분 남짓 끈질기게 잇다보니

 

 

팔공, 보현지맥과 만나는 3거리인 철망펜스에 닿게 됩니다.

(법룡사 2.4km, 보현산 0.4km)

좌측길은 팔공지맥을 따라 35번 국도상의 노귀재로 연결이 되지요.

 

 

 

철망펜스를 따라 20분 가량 눈밭을 헤치며 올라서니

활공장으로도 사용되는 보현산 시루봉에 도착하게 되고

산정엔 매서운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어

얼른 겉옷을 꺼내어 걸쳐입고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합니다.

 

 

절골방향에서 능선을 타넘기 시작하는 운무가

순식간에 사위를 오리무중으로 만들어버리는 통에

멋진 조망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네요.

 

 

올라온 우측능선과 보현산댐 공사현장이 발 아래 펼쳐지지만

먼곳까지의 조망은 석이덤바위에서 본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네요.

 

 

동쪽의 절골방향은 이미 구름속에 잠겨버려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안갈 지경입니다.

 

 

하얀 눈으로 뒤덮혀 있는 '천수누림길' 데크길을 한번 바라보고는

 

 

인적은 끊어지고 세찬 바람만이 불어대는 보현산천문대 광장을 가로질러

 

 

1.8m 광학망원경동을 향해 걸음을 옮겨갑니다.

 

 

오랜만에 만난 보현산 상봉 정상석을 어루만지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천문대 광장으로 되내려와

전시관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의 양해를 얻어

컵라면과 빵으로 따뜻한 곳에서 요기를 합니다.

전시관 내부에는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어 있거던요.^^*

 

 

'잘 쉬다 간다'는 인사를 건네고 전시관을 빠져나와

뽀드득거리는 눈길을 따라 짧은 걸음을 이어 도착한 시루봉을 지나

 

 

전망대가 있는 산불초소 방향으로 계단길로 내려섭니다.

 

 

전망대 옆에 설치되어 있는 천수누림길을 사진에 담고

산불초소가 있는 남릉을 따라 정각동 별빛마을쪽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12분 가량 내려서면 만나게 되는

"보현산 가-22" 팻말이 오늘의 중요한 포인트로서

 

진행방향 오른편으로 시그날 몇 개가 걸려 있는

지능선으로 갈아타야 입석동 방면입니다.

 

 

우측 지능선길로 접어들면 제법 가파른 길이 이어지는데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내려서는 길이라

제법 미끄러워 몇번 미끄럼을 탔네요.

 

 

지능선을 타고 30분 가량 내려서면

솔가리가 잔뜩 깔린 솔숲 능선에 다 허물어져 가는 무덤을 만나게 되고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석이덤바위와 부약산을 올려다보며

지나왔던 등로에 스스로에게 흡족함을 나타내고서

 

 

다시 10여분을 내려서면 반듯한 무덤 2기를 만나게 됩니다.

 

 

무덤 바로 아래로 사거리 안부를 만나게 되는데,

좌, 우 어느쪽으로 내려서도 입석동 전원주택단지에 닿게 됩니다.

하지만 능선을 끝까지 이어보려고 곧장 나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합니다.

 

 

울퉁불퉁 바위 틈을 빠져나와 쏟아질 듯한 내림을 조심스레 내려서니

 

 

전원주택단지의 중심부로 내려서게 되네요.

좌측 가로수 옆으로 내림길이 보이는데 무지막지한 쏟아짐이었답니다.

 

 

전원주택 단지에서 올려다보이는 부약산-보현산 능선을 사진에 담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가면서

석이덤바위도 다시금 올려다보고

 

 

내려서는 도로변에 있는 입석지도 카메라에 담으며

종종걸음으로 딱딱한 시멘트길을 걸으니

 

 

보현산댐 공사현장 사무소 앞을 지나게 되고

지금은 사라져버리고 폐자재만 수북이 쌓여있는

예전 과수원이 있던 시멘트길을 따라 진행하니

 

 

35번 국도에 다다르며 산행을 종료합니다.

멀리 들머리가 보이고 세워놓은 애마가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잡히네요.

 

 

 

보름이 넘도록 산으로의 나들이를 못해 좀이 쑤실 지경이었는데 만사 제쳐두고 떠난 보현산 산행.

한창 공사중인 보현산댐이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정에 각종 장비와 차량들이 분주히 드나들고 있어 내후년이면 용소리를 들머리로 하는 보현산 산행은 영영 빠이빠이가 될것 같아 일찌감치 다녀오기로 마음먹고 찾은 오늘의 산길은 며칠 전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아 정상부를 향해 오르는 등로에 조금의 미끄러움이 있었지만 아이젠없이도 오를 수 있어서 수월했고 산행 내내 오롯이 홀로가는 산길이라 평일산행이 주는 호젓함을 맘껏 느끼며 걸었으니 이보다 더 큰 자유는 없었으리라...

산은 높을수록 좋다. 오르느라 힘들고 숨이 턱에 닿지만 높다란 봉우리에 올라서면 나이를 잊고, 직업도 잊고, 계층도 계급도 없이 지식 나부랭이, 거추장스런 이념들 모두 허망하게 흩어지고 몸뚱이만 남아서 헉헉댈 뿐이었다.

그리하여 산에 오르면 누구나 알몸이다. 그래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함께 웃는다. 산에 와서 잘난 척 해봐야 비탈길 오를 땐 숨차고, 있는 척 해봐야 낭떠러지 위에 서면 오금이 저릴 뿐이다.

산에 오르면 찬란했던 과거도 설움에 찌들었던 기억도 다 어디로 갔는지... 하얀 겨울이 눈 앞에 펼쳐져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저 솔숲 속에...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듯한 잿빛 저 하늘 저 빈 공간에... 어제도, 오늘도, 내일마저도 정처없이 떠내려간다.

내년이면 정년을 맞는 자신의 지난 세월을 깡그리 담고서 망각속의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라고 말없이 흘러만 간다. 하지만 한 가지 변함이 없을거라고 자신하는건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고 있을 산과의 인연은 절대 끊어지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기에 집으로 향하는 귀로의 허전한 마음속에 용기를 불어넣고 힘차게 가속페달을 밟아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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