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코스를 달리해 올라본 무장봉 억새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3. 09. 28 (토) 맑고 흐림
♥ 산행장소 : 포항시 남구 오천읍, 경주시 암곡동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안항사마을 - 가축농장 - 돌탑봉 - 산불감시초소 - 시경계 합류 - 무장봉 - 동대봉산 갈림길 - 오미골 갈림길 - 오미골 - 안항사마을 (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30분, 14.5km (식사 및 휴식, 알바 30분, 약초 채취 1시간 포함. GPS기준)
◈ 산행기
근무까지 바꿔가며 함께 하고자 했던 직장산악회의 9월 정기산행이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예정대로 진행이 될지 알수 없는 현실에 자칫 이번 주에는 산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에 가까운 곳에라도 다녀오고자 나선 산으로의 나들이.
어디로 갈까나... 억새의 계절이 찾아왔으니 경주에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 있으니 그곳은 바로 오리온목장으로 대표되는 무장산이다.
그동안 수없이 찾았던 곳이지만 최근들어 찾는 이가 부쩍 늘어난 탓에 들머리인 암곡마을로의 진입이 성수기에는 너무 힘들어 오늘은 코스를 달리해서 올라보기로 내심 정해본다. 더구나 전날 지인의 자녀결혼식에 참석하고자 상경을 한 아내의 귀로에 마중도 할겸 포항 오어사 입구의 항사리를 들머리로 정한 계기도 한몫을 한다.
천북 농공단지로 가는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다 구룡포로 가는 포항외곽도로로 갈아타고 달리다 오천램프를 빠져나와 오어사 방향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따라 가다가 오어사 버스종점 못 미친 지점의 항사교에서 좌측으로 "운제산장"을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여 마을길로 들어선 후 오어지 외곽으로 난 시멘트 길을 따라 2.6km 들어가면 운제산장 입구에 이른다.
바로 앞의 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계속 진행하면 계곡을 건너는 비포장길이 나타나는 지점 부근의 적당한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장비를 챙기니 앞서 도착한 차량에서 내리시던 연세 지긋하신 부부산객이 말을 걸어 오신다. 어디로 가는지, 사용하는 닉네임은 어떤지... 등등
본인의 닉네임을 말씀해주시는데 산행하면서 많이 보았던 닉네임의 주인공이시라 반갑게 인사를 건네니 마침 포항지역의 산꾼 중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친구 이름도 얘기하시니 금새 대화가 통한다.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려니 시그널을 몇개 주시면서 무장봉을 지나 오미골로 내려서는 초입에 좀 매달아 달라는 부탁을 하시기에 그렇게 하겠노라고 시그널 3장을 받아들고 즐산, 안산하시라는 말을 남기면서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하산길의 날머리인 오미골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초입부터 발목을 붙잡는 들꽃 덕분에 연신 셔터를 눌러댑니다.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가는장구채, 고마리, 수크령, 배초향, 까치고들빼기, 미국자리공)
안항사마을의 끝단에서 되돌아나와 보이는
전봇대 좌측으로 들어서면 나오는
파란 지붕의 가옥 뒤로 진행합니다.
연두빛과 노란빛으로 일렁이는 농촌 들녘은
향기로운 햇살과 서걱이는 바람속에 한창 영글어가고 있습니다.
"물들어간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계절...
초록에서 연두로, 연두에서 노랑으로...
스미듯 자연스럽게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시간...
들머리에서 보았던 파란색 지붕의 농가 우측으로 진행하면...
산기슭으로 무덤 4기가 나타나는데,
들머리를 몰라 무덤 가운데로 올라섭니다.
하지만 좌측의 울타리를 넘어 지계곡을 건너면서
산으로 올라 붙는 뚜렷한 정상적인 등로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탓에
반팔티셔츠를 입고 간 오늘의 산길에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렸네요.
제대로 된 등로가 없어 급경사 된비알을 죽어라 치받아 오르다
잠시 허리를 펴고 되돌아보니 운제산장을 비롯한
안항사마을의 평화로운 모습이 내려다보입니다.
가파른 오름을 극복하고 올라서니 자연석 기단 위에 정성스럽게
돌탑을 쌓아올린 이른바 '돌탑봉'에 당도하게 되네요.
건네받은 시그널 하나 장착해 놓았지요.
발 아래로는 출발지였던 안항사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멀리로는 도구해수욕장을 비롯해
오천, 포항 시가지가 시원스럽게 펼쳐집니다.
좌측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헬기장이 있는 424봉 너머로
운제산 정상부에 자리잡고 있는
육각정과 대왕암이 시야에 잡히네요.
산불감시초소가 나타나지만 감시원도 없고
문짝마저 떨어져 나가있는 모습에 황량하게 보입니다.
우측의 운제산에서부터 좌측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토함산까지 연결되는 소위 '운토종주'길이라 불리워지는 산길입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단풍취, 분취, 달맞이꽃, 산박하, 삽주, 미국쑥부쟁이)
단풍취가 지천으로 피어있고, 슬쩍 슬쩍 비켜가는
바람의 유혹을 느끼며 걷노라니 삼거리가 나타납니다.
시그널이 가리키는 대로 오른쪽으로 진행합니다.
오늘 산행의 가장 중요포인트인 삼거리.
'옛길'님의 빨간색 시그널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오른쪽 아래로 달려있는 시그널을 따라 무작정 한참을 진행하다
궤적을 확인해보니 아뿔싸! 알바산행을 경험하게 되네요.
제법 지나왔지만 군말없이 되돌아와 좌측 허리길을 따라 서둘러 진행합니다.
사실 약초에 눈이 팔려 진행하다보니
제대로 주변을 확인 못한 자신의 잘못이 큰 탓이랍니다.
진행방향의 정면인 서쪽으로 나선 후
바로 앞으로 보이는 봉우리 왼쪽 허리로 우회하면
다시 능선에 올라서게 되고,
얼마 후 오리온 목장 초지가 시작되는 시경계능선에 합류하게 됩니다.
잠시 옛추억에 빠져보면서 운토종주길에 다시 나서고픈 생각이 드네요.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야 무장산 방향이랍니다.
물론 오른쪽은 운제산 방향이겠지요.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고들빼기, 이질풀, 왕고들빼기, 미꾸리낚시, 미역취, 쑥부쟁이)
산행 시작할 때 만났던 '뫼사랑'님이 건네주신 시그널을 나뭇가지에 하나 매어놓고
햇억새의 사열을 받으며 목장초지와 숲의 경계를 따라 걸어갑니다.
예전 오리온목장의 초지로 이용되었던
넓디 넓은 풀밭을 가로질러 가는 길은 신바람이 저절로 나네요.
바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무장봉이랍니다.
산길다운 산길에 발걸음은 가볍고
불어오는 바람속에 속살은 시원해져 갑니다.
초지를 가로질러 당도한 목장 임도길.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드네요.
오른쪽 방향은 무장사지3층석탑과 왕산마을로 내려서는 길이라
좌측의 임도를 따라 느긋한 걸음 이어갑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제법 많아 보입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걸을 때는 참으로 지루했던 길이었는데,
오늘은 눈이 즐겁고 마음도 가벼우니
발걸음 또한 경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널찍한 임도를 따라 걷다가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포항시 동해면의 영일만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여느 유명산의 억새에는 비교할 바 못 되지만
그리 멀리 나서지 않아도 억새의 정취를 한껏 만끽할 수 있는 곳이
가까이 있어 경주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한껏 느낄 수 있지요.
시원한 바람결에 몸을 흔드는 억새의 춤사위가 황홀할 지경입니다.
무장산 정상부가 가까이 다가왔네요.
정상을 향한 길에 도열하듯 환영을 나온
억새들 사이로 보무도 당당히 걸음을 옮깁니다.
다시 찾은 무장봉(624m)
이곳에서 준비해간 빵과 라면으로 곡기를 때웁니다.
정상에 있는 전망데크에서 내려다 본 억새밭.
마주보이는 봉우리는 가야할 방향입니다.
호미지맥 구간의 만리성산, 묘봉산이 고만고만한 봉우리로 이어지고 있고,
그 너머 문무대왕수중릉이 있는 봉길리가 시야에 들어오네요.
무장봉의 억새는 많은 산객들과 어울려 은빛으로 출렁이고 있어
이곳을 찾은 산객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줍니다.
억새는 흔들려야 제 맛이던가요?
억새의 참맛을 보여주려는 듯 바람도 알맞게 불고 있어
모처럼 다시 찾은 산꾼의 마음 또한 그 속으로 동화되어 갑니다.
갈림길에서 진행방향은 오른쪽입니다.
되돌아본 무장산 정상부
예전 폐비닐하우스가 있던 자리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건너보이는 봉우리를 목표로 금줄을 넘어
왼쪽 아래의 억새밭 사이로 내려섭니다.
누리장나무(위)가 씨방을 맺은 모습, 물봉선(아래)
억새 빼곡한 안부를 지나 다시 산길로 접어들면
등로는 봉우리를 직접 오르지 않고 오른쪽 사면을 에돌아 진행하게 됩니다.
동대봉산 갈림길입니다.
오른쪽 능선을 따라가면 동대봉산이나 절골의 황룡사쪽으로 길을 이어갈 수 있지요.
하지만 오늘은 왼쪽 아래로 난 사면쪽으로 내려서야 합니다.
물길이 가까운 습지를 지나면 곧 널찍한 안부자리가 있는 절골안부에 이르게 되고,
오른쪽은 절골을 따라 황룡교가 있는 사시목으로 내려서는 길이고,
직진은 함월산을 거쳐 추령으로 가는 운제산-토함산 종주길입니다.
오미골을 따라 출발지인 안항사마을로 가기 위해선 왼쪽 아래로 내려서야 합니다.
오미골 초입의 굵직한 나무에 부탁받은 시그널을 깔끔하게 매달아 놓고
희미한 등로를 따라 산행을 이어갑니다.
초입은 그런대로 뚜렷한 족적이 보이지만
간벌로 인해 나뭇가지들이 길을 막고 있어 내려서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계곡을 가까이 두고 사면으로 붙어 내려서니
왼쪽으로 지계곡과 합류하는 합수점에 닿게 되고,
이후 길이라고는 따로 없어 그냥 계곡을 따라 내려갑니다.
폭포를 만나면 우회하고 길을 만나면 그 길을 걷고...
걷는 걸음 자체가 길이 됩니다.
맑디 맑은 물이 폭염속 알탕장소로는 그만일 것 같네요.
오리온목장에서 내려오는 넓은 계곡과 합류하면서부터
계곡은 큰 폭으로 넓어지기 시작하고,
간간이 건천도 나타나고, 시원하고 맑은 계곡물도 나타나네요.
마치 공연장으로 쓰일 만큼 확 트인 공터도 보이고...
오미골의 명물나무라 합니다.
산사태로 무너지고 온통 자갈이 깔린
끊없이 이어지는 오미골의 계곡산행이
조금은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완만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수도 없이 이쪽 저쪽 물길을 건너는 재미는
계곡산행의 또다른 묘미라고 할수 있습니다.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시여뀌, 어수리, 개여뀌, 익모초, 이삭여뀌, 구절초)
그렇게 돌밭길이 다소 지루해질 즈음 넓던 계류가
다소 폭을 줄이면서 제법 계곡다운 풍치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맑은 물이 돌돌돌 흐르는 계류가에 단풍이라도 내려 앉는다면
여느 유명 계곡이 부럽지 않을 듯 합니다.
가을 단풍이 멋지다는 오미골...
이름만으로는 감히 그 뜻을 짐작도 못하겠네요.
운제산 자락에 이렇게 길고 넓은 계곡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산사태로 밀려오는 토석과 유목 등을 막아내고
물의 속도를 줄여 재해를 예방하고
하류의 마을과 농경지, 하천, 도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사방댐입니다.
사방댐을 돌아 내려서서 계류를 건너 잠시 숲길로 올라서지만
이내 길은 끊어지고 다시 계곡으로 내려서게 됩니다.
지금까지 경주지역을 걸어왔지만
이제부터는 포항으로 들어선 모양입니다.
시경계 표식 맞은편으로 농장으로 올라서는 비포장임도가 보였지만
개인사유지로 들어서는 것 같아 곧장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임도로 올라서 안항사 마을을 향해 등로를 이어갑니다.
넓어진 농로길을 따라 내려오면 하천을 건너게 되고,
출발지였던 안항사마을이 눈에 들어오네요.
늘 날머리를 나올 때마다 마음이 잠잠해집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야 하기에...
이름도 생소한 지명들... 안항사, 오미골...
신불산 억새보다 멋지다는 오리온 목장의 억새평원!!!
몇년 전에 무작정 찾아들어간 안항사마을에서 초입을 몰라 헤메기만 하다가 되돌아왔던 쓰라린 기억을 지워보고자 코스를 달리해서 올라본 무장봉 억새산행...
기쁨은 그저 얻어지는게 아니라는 단순한 진리를 일깨워 주기라도 하는 듯 초반부의 급경사는 제법 가팔랐지만 혼자가는 시간은 생각을 가져다 주어 좋았고, 등로 가까이 눈에 띈 약초를 캐느라 손바닥은 흙범벅이 되어도 즐거움이 있어 좋았으니 오늘 산행의 성취도는 만족스럽다 할수 있을 것 같다.
운제산장을 기점으로 능선을 따라 오리온목장-오미골로 내려서는 길은 억새와 단풍이 조화를 이루는 근교산이 주는 호젓하고 정갈한 숲의 매력과 은빛 억새의 향연, 단풍 내려앉은 계곡미까지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아닐런지...
산을 오르며 숨이 턱에 차올라 가슴이 아파올 때마다 가끔 생각해 본다.
"나는 왜 산을 오르는가?"
그 질문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왜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좋아서...^^*"
'◈ 산행이야기 > ☆ 2013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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