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설국(雪國)의 세계에 빠져 놀다온 무주 덕유산으로의 송년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3.12. 29 (일) 날씨 - 흐림
☆ 산행장소 : 전북 무주군 안성면·설천면과 경남 거창군 북상면 일원
☆ 산행인원 : 아내와 대구 KJ산악회와 함께
☆ 산행코스 : 곤돌라탑승장-설천봉-향적봉-중봉-동엽령-백암봉(송계사3거리)-동엽령,칠연폭포갈림길-안성탐방지원센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20분, 9.1km (점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옛부터 '덕(德)이 많아 넉넉한 산, 너그러운 산'으로 불리우고 있는 덕유산은 해발 1,614m의 향적봉(香積峰)을 주봉으로 삼고 무풍의 삼봉산 (三峰山, 1,254m)에서 시작하여 수령봉(水嶺峰, 933m), 대봉(大峰, 1,300m), 지봉(池峰, 1,302m), 거봉(居峰, 1,390m), 덕유평전(德裕平田, 1,480m), 중봉(中峰, 1,594m)을 넘어 향적봉에 올랐다가 다시 중봉, 덕유평전을 거쳐 무룡산 (舞龍山, 1,492m), 삿갓봉(1,410m), 남덕유산(南德裕山, 1,508m)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달리는 덕유연봉(德裕蓮峰)들이 장장 100리길의 대간(大幹)을 이루며 영·호남을 가르는 우리나라 12대 명산중 하나다.
삼남을 굽어보는 덕유연봉의 최고봉인 향적봉에 오르면 북으로 가깝게는 적상산(赤裳山, 1,038m)을 아래에 두고 멀리 황악산(黃岳山), 계룡산(鷄龍山)이 보이며, 서쪽은 운장산(雲長山), 대둔산(大屯山), 남쪽은 남덕유산을 앞에 두고 지리산(智異山), 반야봉(般若峰)이 보이며 동쪽으로는 가야산(伽倻山), 금오산(金烏山)이 보인다. 향적봉 정상에서 발원한 옥수가 흘러 내리며 구천동 33경을 만들고, 북사면의 무주리조트, 서남쪽의 칠연계곡을 이루어 수많은 탐방객들을 맞이하는 덕유산은 두문산(斗文山, 1,051m), 칠봉(七峰, 1,161m), 거칠봉(居七峰, 1,178m) 등의 고봉(高峰) 등을 거느리고 봄철이면 칠십리 계곡에 빨간 철쭉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짙푸른 녹음으로 피서객을 손짓하며, 가을이면 붉게 타는 단풍으로 만산을 물들이고, 겨울이 되면 하얀 눈이 뒤덮인 설경속에 설화를 피워 신비경을 이룬다.
면적이 229㎢로서 전북 무주군·장수군·경남 거창군·함양군 등 2개 도(道), 4개 군(郡)에 걸쳐있으며, 1975년 2월 1일 강원도 오대산과 더불어 10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덕유산국립공원 홈페이지 인용)
◈ 산행기
오늘은 모처럼 가이드산행으로 먼곳으로 산행을 가는 날이다. 더구나 올해의 마지막 산과의 데이트인 송년산행이라 원없이 눈밭을 걸어보고픈 충동에 며칠 전부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저께 부랴부랴 대구KJ산악회에 인터넷 예약을 하고서 새벽을 가르며 대구로 달려간다. 아내와 함께 가는 길이라 곤돌라를 타고 덕유산을 올라 눈꽃구경을 테마로 하는 초보코스 산행에 합류하여 가고자 한다. 혼자가는 길이었으면 남덕유산 코스로 갔을텐데... 다음 기회가 또 있으니 하며 도착한 범어로타리 부근의 승차장소에 도착하니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올라 지정좌석에 앉으니 함께 할 오늘의 산님들이 속속 올라온다. 정해진 출발시간에 맞춰 출발한 버스는 대구 시내 세군데 승차장소에 기다리고 있는 나머지 산님들을 다 태우고는 88고속도로를 달려 거창휴게소에 일행을 내려놓는다. 휴식 겸 아침식사를 하기 위함이다. 주최측에서 내어주는 따끈한 국과 밥을 말아먹고 커피 한잔 마시고 또 다시 쉼없이 달려간 곳은 무주리조트 곤돌라탑승장.
이미 거창지역으로 들어서니 차창 밖으로 내비치는 풍광은 온통 하얀색 일색이다.
온통 울긋불긋 가을이 다시 찾아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화려한 스키복과 아웃도어 복장으로 북적거리고 있는 무주리조트에는 인파가 넘쳐난다.
가이드의 뒷꽁무니를 따라 차례를 기다리며 받아든 승차권은 1806번... 이미 앞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간 숫자가 이만큼이라니...
오늘 덕유산 정상석에서의 인증샷이 쉽지 않겠다는 일말의 불안감이 들기 시작한다. 차례가 되어 6명씩 탑승한 곤돌라는 15분 가량 상고대가 활짝 피어있는 리조트 주변의 설경을 제공하면서 쉼없이 일행을 설천봉 정상까지 데리고 올라간다.
도착한 설천봉에는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과 자욱한 안개속에 상제로가 반겨주고 스키어들과 뒤섞인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어 얼른 화장실을 다녀온 뒤 아이젠을 착용하고 상제루 방향으로 진행하며 향적봉을 향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간다.
산행궤적
남한에서 네 번째로 높은 고산인 덕유산을 그동안에는 걸어서 정상까지 올랐지만
오늘은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거저먹다시피 정상 턱밑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
산꾼의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단체로 산행을 왔으니 따를 수밖에...ㅜ.ㅜ
설천봉(1,525m) 상제루
곤돌라에서 내려서니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있네요.
완전무장을 한 상태지만 강풍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입니다.
짙은 안개속에 그 모습을 드러낸 상제루를 사진에 담고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향적봉을 향한 걸음을 시작합니다.
탐방지원센터 옆으로 나있는 데크를 올라서면서
향적봉을 향한 산행이 시작됩니다.
등산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곤돌라를 타고 오르면
큰 어려움 없이 겨울산 설경의 장관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
가족, 연인들도 많이 눈에 띄는군요.
올 한해를 마무리 하는 송년 산행으로
기대반 설레임 반으로 시작한
눈꽃산행은 그야말로 대박이었습니다.
산비탈을 오르자 마자
하얀 눈꽃세상의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기고 맙니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순백의 향연 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이런 멋진 모습을 보려고
새벽같이 먼길 달려온 보람을 느끼지만
코발트빛 파란 하늘이 그리워져 조금은 아쉬운 마음입니다.
천년풍상을 견뎌낸 주목도 마른 가지에
눈꽃의 성은을 입어 새 생명을 피웠네요.
엄청나게 불어대는 칼바람속에도 정상석을 끼고서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는 많은 산님들로 인해 인증샷 한번 찍기가 힘들지만
인내심을 발휘하여 차례를 기다려 촬영에 성공을 하고
날씨가 좋았으면 지리산을 비롯하여
주변의 명산들을 담아낼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안고 중봉을 향한 걸음을 이어갑니다.
정상인 향적봉 부근의 날씨는
100여 미터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짙은 안개 속에 갇혀 있었네요.
보통 운해가 지나가면
날씨가 순간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뭔가를 기대해 볼 수가 있는데
이 날은 구름이 워낙 짙게 드리워 있는데다
세찬 바람만이 가득해 기대는 접은지 오래입니다.
정상에서 대피소로 내려서는 경사길에는 허벅지가 빠질 정도의
엄청나게 많이 내린 눈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옵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하얀 설탕을 뒤집어 쓴 주목의
아름다운 자태를 담으려고 저마다 분주한 모습들입니다.
환상적인 설국에 온 이 기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엄청난 추위 속에서도 생명을 머금은 나무는
꿋꿋이 겨울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상고대와 눈의 무게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
이렇게 수백년의 겨울을 났다고 생각하니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됩니다.
바람의 영향 때문인지
나뭇가지가 한쪽 방향으로 난 것이 이채롭습니다.
일몰 사진 촬영포인트이기도 하지요.
산도 나무도 온천지가 하얗게 얼었습니다.
소나무 가지에도... 마른잎의 풀포기에도 온통 하얗게...
이곳이 설국입니다.
하얀 요정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하얀 눈의 나라!
나무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상고대와 눈꽃들...
동화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눈꽃터널...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과 고사목들...
산을 오를수록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발걸음을 자꾸만 멈추게 합니다.
주목(朱木)
살아 천년, 죽어 천년...
넉넉한 품을 지닌 덕유의 상징입니다.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와
따갑게 볼을 스치고 가는 강풍에
몸을 움추리며 설원을 헤쳐가다보니
어느 새 중봉에 이르게 됩니다.
오수자굴 갈림 삼거리
맞은 편 등로는 오수자굴을 경유해서
백련사, 삼공지구로 내려서는 길이고,
백암봉, 동엽령 방향은 우측 내림입니다.
동엽령을 향한 능선길은
햇볕은 커녕 불어오는 혹한의 매서운 바람에
걷는 내내 뺨이 따가울 정도로 얼얼해서
고개를 들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남태평양의 산호초를 옮겨놓은 듯
시선을 붙들기에 충분한 눈꽃에
정신이 팔려 추운 줄도 모르고
오리무중의 설국의 세계를 탐험하듯 휘적거리며 걸어갑니다.
예로부터 덕유산에 인접한 무주, 진안, 장수의
머리글자를 따서 '무진장'이라 했는데,
겨울이면 눈이 무진장 많이 와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덕유산에는 폭설이 자주 내린다고 합니다.
안성방면으로 하얀 봉우리를 내리고 있어 붙여진 1490미터의 백암봉.
이정표에는 '송계삼거리'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백두대간 길을 맛보며 걸어야겠네요.
향적봉에서 중봉과 백암봉을 거쳐 동엽령까지 가는
북덕유 등로는 부드러운 육산의 능선길입니다.
오늘은 설경산행의 백미인 상고대가 활짝 핀
덕유평전을 무심보법(無心步法)으로 걸어갑니다.
참고로 무심보법(無心步法)이란?
고개를 떨구고 발 아래만 보면서 오른다.
이때 고개를 들어 전후좌우 경치를 보면 안된다. 만사를 포기하고 오로지 발아래 걷는 길만 보며 무심히 걷는다.
또한 호흡은 고르게 해야한다.
1초 들숨 1초 날숨...2초 들숨 2초 날숨..이렇게 들숨날숨 길이를 같게 쉰다.
오직 코로만 숨을 쉰다.
여기서 들숨 10초 날숨 10초를 고요하게 숨을 쉬고 산행을 할수 있다면 비로소 무심보법(無心步法)을 완성하게 된다.
어떤 등산을 하더라도 체력적으로 지쳐서 산행을 못하는 법은 없다.
나뭇가지에 만발한 눈꽃이
순록의 뿔처럼 엉키어 하늘을 가리고 있는 모습에
문장력과 상상력, 표현력이 모자라 아쉬움만 남을 뿐입니다.
상고대로 덮힌 눈꽃터널은
흡사 동화속의 궁전같다고나 할까요.
상고대는 안개나 습기가 나무에 얼어 붙어 생긴
마치 하얀 산호같은 설화(雪花)입니다.
덕유산은 남부지방에 있으면서도
서해의 습한 대기가 내륙에 우뚝 솟은 이 산을 넘으면서
많은 눈을 뿌린다고 하는데,
겨울철에는 웬만하면 눈이 쌓여있어서
설경산행지로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구상나무, 신갈나무, 노린재나무, 자작나무들이
하얀 솜이불을 머리 끝까지 끌어
덮고있는 눈꽃터널을 빠져나오니
오늘의 중요 포인트인 동엽령입니다.
백암봉에서부터 함께했던 대간길과 안녕을 고하고
안성방향으로 기나긴 내림길로 내려섭니다.
동엽령은 예부터 전라도와 경상도의 물산이 넘나들던 고개로
'동엽령' 혹은 '동업이재'라고도 불렸다고 하네요.
눈과 서리를 감싸 안고 핀 설화는 그 어떤 꽃보다 눈부시네요.
하얀 면사포를 둘러쓴 순결한 신부의 자태를 한
설산의 풍광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자연의 경이로움입니다.
눈꽃에 빠져 사진찍느라 시간을 지체한 때문인지
한참을 내려온 것 같았는데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소담스럽게 내려앉은 눈을 보니
마치 생크림을 발라놓은 케익같아서
한 숟가락 푹 떠 먹고 싶어지는군요.
완만하지만 10리나 되는 기나긴 내림길에 다들 지루해하는 모습들입니다.
하얀 눈을 덮어쓰고 있는 골짜기의 얼음장 아래로
돌돌돌~~ 물 흐르는 소리가
마치 한 겨울 속에 봄이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네요.
동엽령에서 한시간 가량 쉼없이 내려서서 만난
칠연폭포 삼거리 이정목.
가이드산악회를 따라온 탓에 민폐를 끼치기 싫었고,
부지런히 걸어 내려온 아내의 두 다리를 빨리 쉬게 해 주려고
폭포를 들르지 않고 바로 내려가기로 합니다.
하산길 임도에서 만난 생크림 제과점입니다.
먹음직스럽죠?^^*
이렇듯 겨울산은 황홀하답니다.
산악인들 대다수도 겨울산행에 매료돼
등산과 인연을 맺었다고 토로할 정도랍니다.
겨울산은 그토록 색다른 낭만과 스릴을 제공하지요.
칠연폭포 삼거리에서 다시 1.2km, 20분 정도 내려가면
안성탐방지원센터에 이르게 되면서
실질적인 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대구지역의 산악회이지만 전국적으로 그 명성이 자자한 가이드 산행으로 유명한 KJ산악회와 모처럼 함께 하며 남부지역에 있으면서도 겨울철 눈이 많이 내려 눈꽃산행으로 유명한 무주 덕유산으로의 산길...
자욱한 안개가 산행 내내 앞을 가려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쏟아지는 금빛 햇살을 받아 안고 수정처럼 부서지는 보석보다 더 영롱한 눈꽃의 향연을 보고팠던 마음은 일찌감치 수포로 돌아갔지만 세상사 다 뜻대로 될수 없는 일이고 아쉽다고 투덜대봤자 자기만 손해이니까 긍정적으로 심기일전하여 상고대가 활짝 핀 덕유의 수많은 나무들을 보면서 감탄을 연발하며 매섭게 몰아치는 강풍속을 뚫고 무사히 산행을 마침에 감사할 따름이다.
어울렁더울렁 완만한 안성코스 내림길을 내려오면서 혹여 차량 탑승에 지장을 줄까봐 칠연폭포를 못보고 온 아쉬움이 남았는데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차량 1대에 태워서 대구로 출발한다는 가이드의 말에 얼른 1호차에 탑승을 하고 귀로에 오르지만 그래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 수없다.
또 언제 기회가 올런지 모르지만 그때는 꼭 찾아보겠다는 무언의 약속을 남기면서 따뜻한 실내의 온기 탓인지 갑자기 졸음이 몰려오니 만사 제쳐두고 꿈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꿈속에서 칠연폭포의 멋진 절경을 볼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을 안고서 말이다.
'◈ 산행이야기 > ☆ 2013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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