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내연산 삿갓봉의 완연한 가을 숲길따라 걸어본 패밀리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4. 10. 25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유계리 일원
♤ 산행인원 : 가족과 함께...
♤ 산행코스 : 유계리 폐광산 터-황배이골-법성사-임도 합류-삿갓봉 동릉-삿갓봉(715m)-수목원전망대-내연산수목원-외솔배기-합수점-보덕사-유계저수지-황배이골 입구 삼거리-천해암-폐광산 터 (원점회귀 산행)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40분, 12.15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지난 주 아내와 함께 지리산으로의 종주산행을 다녀온 뒤 피곤이 채 풀리지 않아 이번 주에는 집에서 좀 쉬려고 했는데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딸내미가 단풍구경을 하고 싶다고 산에 가자며 집으로 내려와서 가까운 곳으로라도 다녀오려고 물색을 해본다.
당직근무 마치고 집에 와서 출발하는 걸음이라 영남알프스는 힘들 것 같고 주왕산 절골로 가려고 했지만 최근 내린 비에 절골탐방로 전체가 통제가 되었다는 소식에 경북수목원이 있는 삿갓봉으로 산행지를 잡았다.
들머리를 어디로 잡느냐가 문제였는데 수목원에는 보나마나 주말이라 많은 방문객들로 넘쳐날 것이라는 생각에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마음껏 가을 숲길을 걸어보고파 유계리의 황배이골을 들,날머리로 잡아 산행을 해볼까 한다.
집을 출발하면서 김밥집에 주문해 놓은 김밥을 찾아 기계면 단구사거리를 지나 신광면으로 향하니 비학산 정수리에는 단풍이 한창이라 붉게 물들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고 코스 변경하기도 뭣해 계속 진행하여 신광온천, 안심저수지를 지나 경북수목원으로 향하는 삼거리에 당도하니 경찰관 둘이서 교통안내를 하고 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수목원에 방문객이 넘쳐나는 모양이다 싶어 유계리로 행선지를 잡은게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연산 수목원 갈림길에서 상옥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도로를 달리면 곧바로 서정천을 가로지르는 "유계교"를 넘어서게 되고, 약 1.0km 가량 더 진행하면 유계리 마을입구로 초입에는 보덕사, 법성사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을 따라 우회전하여 도로를 따라 진행하니 멀리 유계저수지 제방이 보이고 계속 진행하니 삼거리의 공터가 나온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는게 상례인데 법성사까지 1.5km라는 안내판을 보고는 도로를 따라 걸어들어 가는게 싫어서 차를 몰아 법성사 방향으로 진행하게 된다.
비포장인 도로를 조심스레 운전하며 진행하니 예전 폐광산터인 듯한 공터가 나오고 곧이어 시멘트다리 하나가 나타나는데 건너편에도 건물터가 보여 그곳에 주차를 하고 장비를 챙기고 법성사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법성사로 들어서는 외길을 따라 오르다보니
더 이상 차량이 들어가기 힘든 넓은
폐광산 공터 한 켠에 주차를 하고
밝은 햇살을 받으며 삿갓봉을 향합니다.
예전 비스무스(bismuth) 광산이 있던 곳인데
세월이 흐른 지금은 잡초만 우거져 있을 뿐
번성했던 과거의 영화는 온데간데 없네요.
황배이골은 계곡 초입인 황암마을 어귀에
바위가 누런 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오르는 등로는 우거진 숲길이라
따사로운 햇살을 받다가 숲숙으로 들어서니 한기가 느껴집니다.
수량이 풍부한 계곡에 물 흐르는 소리가 맑고 청아하게 들려오고
빠알간 단풍이 곱게 물이 들어 수줍은 듯 방문객을 맞고 있네요.
풀잎에 맺힌 이슬이
무심한 햇살속으로 사라질때
아침을 맞이한 숲속에선 가을이 너울집니다.
맑은 물이 흘러 내리는 골짜기는 청정하기 이를데 없고,
때론 멈춘 듯, 때론 우렁차게 흘러 내리는 계류는 곳곳에 소를 이루고 있습니다.
작은 여울 위로 졸졸거리며 떨어지는 쪽빛 하늘
낙엽 위로 그 윤기가 흐르고 가을은 더 노랗게 익어만 갑니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발걸음도 가볍게 골짝을 거슬러 올라가니
가을 옷으로 치장을 한 거대한 암벽이 앞을 가로막네요.
오랜 세월 물길에 패이고 깎인 바위사면이며
암반을 흐르는 물줄기가 볼 만한 이 일대는
황배이골에선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곳으로
임진왜란 당시 왜병들이 울며 이 골짜기 안으로 달아났다고 하여
이 일대를 왜명동(倭鳴洞)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답니다.
아름다운 경관과 이름 모를 폭포,
암반을 갖춘 오염되지 않은 숨겨진 계곡으로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계곡미를 간직한
이름없는 폭포도 산재해 있는 미니폭포의 천국이라 할 수 있네요.
계곡 폭포를 통과하기가 곤란하여
계류 건너 왼편 산자락으로 우회하여 올라서니
계곡 깊숙이 자리잡고 접근을 불허하는 폭포의 상단부에 닿게 되고
고개 들어 올려다 본 산정에는
울긋불긋 때때옷으로 갈아입고
화려한 패션쇼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등로 아래 계곡으로 내려서서
접근이 가능한 곳까지 들어가 사진에 담고
계곡을 우측에 두고 경쾌한 물소리를 들으며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니
천연 요새같은 골짝에 법성사가 자리하고 있네요.
법성사는 1943년 세워졌다고 하니
족히 70년은 넘는 세월동안 이 계곡을 지켜온 셈이지요.
감국(甘菊)
법성사 요사체 아래의 계곡 풍경이 너무 좋아 내려가 보기로 합니다.
계곡을 따라 수목원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는데
오늘은 가족산행이라 정상적인 등로를 따르기로 합니다.
단풍이 곱게 물든 법성사 앞 계곡을 바라보니
그냥 이곳에 눌러앉아 놀다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멋진 곳이네요.
법성사 대웅전
대웅전 뒤에 있는 삼성각입니다.
이어지는 등로는 계단을 따라 오르다
우측 레일을 따라 이어집니다.
삼성각 뒤쪽으로 오르다 돌아본 법성사 지붕 위로 펼쳐진 풍광 또한 볼만합니다.
삼성각을 지나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서니
자동차로 법성사까지 접근할 수 있는 임도가 나타나고
빨갛게 물든 단풍잎을 보면서 애써 힘겨움을 잊어봅니다.
가파름을 극복하고 나면
유순한 등로는 반드시 나타나는 법이니
시원한 그늘숲을 따라 걷는 발걸음엔
조금 전의 힘듦은 온데간데 없어지네요.
보라색으로 물이 든 '작살나무'에 예쁜 열매가 맺혔네요.
주능선 합류부분입니다.
우측의 임도는 천해암이나 유계저수지 지나면 나오는
법성사 입구 공터삼거리로 내려서는 길이고
삿갓봉으로 가는 길은 좌측 능선길을 따라야 합니다.
때마침 산들산들 불어오는 가을 바람과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주고 있네요.
'칼잎용담'
따사로운 햇살이 조금은 덥게 느껴질 만큼 화창한 날씨에
완만한 능선길을 유유자적 얘기꽃을 피우며 걸으니
등로 우측으로 건너보이는 천령산이
자기도 봐달라고 조망을 틔워주는군요.
첫눈에 보아도 눈길을 끄는 소나무 아래에서 다리쉼을 하면서
간식도 챙겨먹고 한참을 놀다 갑니다.
울긋불긋 빨갛게 익은 손 모양 단풍잎을 보니
정말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구나 싶네요.
다시 찾은 삿갓봉에서 흔적을 남겨보고
동해안 쪽 월포리 방향을 사진에 담고
가야할 수목원 전망대도 한 컷 남겨보고
수목원을 향한 등로를 이어가니
걷기 편한 산길에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는
모녀의 모습이 보기에 참 좋습니다.
수목원 산책도로와 합류가 되고
도착한 수목원전망대에 올라서서
시원스럽기 그지없는 동해안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시킵니다.
월포해수욕장과 용산이 정면으로 내려다 보입니다.
남쪽 방향에는 장구재 건너편으로 비학산이 날개를 펴고 있고
서쪽으로는 숲그늘이 너무 좋은 괘령산과
우측 수목원 뒤로 뾰족한 매봉이 시야에 들어오는군요.
이제 북쪽으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내연산의 최고봉인 향로봉이 멀리로 다가옵니다.
수목원 팔각정전망대 앞에서...
목재데크를 따라 수목원 아래로 내려서니
화려하게 변신을 한 수목원의 활엽수들이
저마다 맵시를 뽐내며 모처럼 찾아온 방문객을 맞아줍니다.
숲 그늘 시원한 곳을 골라잡아
준비해간 먹거리로 맛난 점심시간을 가지고
경북수목원의 대형 장승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겨봅니다.
가을하늘, 가을풍경, 가을냄새 더 많이 느끼고 싶은데
기다려주지 않고 떠나려는 짧은 가을이 참으로 아쉽습니다.
좀더 우리 곁에 머물러 있으면 좋으련만...
오늘 제대로 가을을 느껴보려고 찾은 걸음이라
후회없도록 충분히 즐기고 갈 생각입니다.
삿갓봉으로 다시 가서 하산 모드로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삿갓봉 부근의 명물인 외솔배기를 보여주고 싶어
수목원 산책로를 따라 진행해 가기로 합니다.
자연은 늘 시간의 변화에 따라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경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지요.
가을 바람에 나뭇잎들이 부딪히는 소리, 가을 새소리,
맑은 물소리를 한껏 즐기며 걷는 이 시간은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네요.
드디어 하산지점인 외솔배기가 있는 유계리 갈림삼거리입니다.
수령 250년을 자랑하는 우아한 노송 한 그루가 서있는 외솔배기입니다.
두 눈이 현란할 정도로 물이 든
단풍의 모습에 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가야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기에
유계리 방향 이정표를 따라 서둘러 길을 떠납니다.
등로는 인적이 드문 곳이라
흔적은 남아있지만 비탈길에 조금은 거친 듯하여
뒤따르는 식구에게 조심하라고 당부를 해봅니다.
양쪽으로 깊고 깊은 계곡을 끼고 길게 뻗은 능선을 따라 급사면을 내려서면
줄곧 함께 하던 두 계곡이 하나로 합쳐지는 합수점에 도달하게 되고
이후 하나의 계곡으로 이어지는 활골을 따라
청아하고 맑은 물줄기를 구경하며 계곡치기를 하고 싶었지만
수량이 제법 풍부하여 통과가 어려울 것 같아 계곡을 따라 나있는
평지성 등로를 따라 내려갑니다.
아직 활골에는 단풍철이 조금 이른 듯 하지만
다음 주 쯤이면 이곳도 화려한 숲길이 될 것 같네요.
천령산 보덕사
제법 우렁찬 물소리에 가까이 다가서니
이름도 없는 작은 폭포가 쉼없이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나선 가족들과의 산길에
머나먼 타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아들 생각이 나서 잠시 상념에 잠기기도 하지만
애교 만점의 딸내미의 재롱에 금새 웃음꽃이 피어나고
보덕사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를 한참동안 걸어나오니
유계저수지를 끼고 도는 삼거리를 만나게 되네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나있는 포장도로를 따라 걸으며
못다한 얘기가 뭐가 그리 많은지 모녀의 대화는 끊이질 않네요.
맨처음 주차를 해두고 산행을 시작하려고 했던 삼거리에 도착하게 되고
차량회수를 위해 홀로 법성사 방향으로 달음박질 칩니다.
가운데 산으로 오르는 길은
법성사까지 차량으로 갈수 있는 산판도로입니다.
물론 4WD 차량이라야 가능하겠지요.
삼거리에서 조금 가다보면 작은 암자인 천해암을 지나게 되고
애마를 세워놓은 폐광산터 입구에 도착하면서
삿갓봉으로의 단풍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속리산으로의 가족산행 이후 실로 오랜 만에 딸내미와 함께 셋이서 산행한 오늘...
벌써 4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지만 늘 가족과 함께 하는 산행은 귀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힘들겠지만 내색하지 않고 끝까지 굳세게 잘 따라와주는 딸내미에게 유격훈련을 시킨 듯 미안한 마음이지만 힘든 고비도 극복할 줄 아는 지혜를 깨달을 수 있게끔 조금은 길게 걸었던 산행이다.
그래도 스스로 생각해도 뿌듯했던지 귀로의 차안에서는 단풍이 붉게 물든 숲길을 회상하면서 겨울이 오면 설산으로 가보자고 예약을 해온다. 기꺼운 마음으로 약속을 하고 주말이라 정체를 빚고 있는 7번 국도를 따라 포항 시내의 북부시장 입구에 있는 유명한 물회집에 들러 저녁을 해결하고 집으로 향한다.
소중한 나의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며 살 것을 다짐하면서 오늘 수고 많았다고 격려의 말을 던지며 딸내미의 어깨를 토닥거려 준다.
'◈ 산행이야기 > ☆ 2014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짜릿한 암릉과 멋진 능선이 일품인 청도 복호산-삼계봉 산행 (0) | 2014.11.14 |
---|---|
떠나가는 가을의 끝을 잡고 올라본 팔공산 갓바위 주변 한바퀴 (0) | 2014.11.04 |
아내와 둘이서 떠난 지리산 종주산행 (둘째 날 이야기) (0) | 2014.10.28 |
아내와 둘이서 떠난 지리산 종주산행 (첫날 이야기) (0) | 2014.10.27 |
갑오년 억새산행의 대미를 장식한 창녕 관룡산-화왕산 산행 (1) | 2014.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