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떠나가는 가을의 끝을 잡고 올라본 팔공산 갓바위 주변 한바퀴 본문
☆ 산행일자 : 2014. 11. 02 (일) 날씨 - 흐림, 한때 약간의 비
☆ 산행장소 : 대구광역시 동구, 경산시 와촌면 일원
☆ 산행인원 : 아내와 함께...
☆ 산행코스 : 경산 갓바위공영주차장-약사암갈림길-관봉-노적봉-남,북방아덤-은해봉-은해사갈림삼거리-감나무집-공영주차장(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30분, 6.22km (108배 및 점심 공양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산행계획을 잡지 못하고 일요일을 집에서 보낼 생각을 하니 답답해져 오는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흐린 날씨지만 간간히 구름사이로 햇살이 내비치고 있어 당직근무 마치고 퇴근하기 전 집으로 전화를 넣어 산행준비를 하라 일러놓고 집으로 향한다.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배낭을 꾸리고 이것저것 챙기느라 부산을 떨고 난 뒤 집을 나서 김밥 두 줄까지 사서 챙겨넣고 대구-포항간 고속국도를 달려 경산 와촌으로 달려간다. 오늘의 산행지는 간단하게 다녀올만한 코스로 두 군데를 잡았었는데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에 소개된 코스로 팔공산과 구룡포 응암산-명월산 코스 중에서 아내에게 선택을 하라고 했더니 팔공산을 택하기에 가는 길이다. 모처럼 갓바위 부처님께 108배를 올리며 마음속 염원도 빌어보고 아직은 우리 곁에서 두 눈을 즐겁게 해줄 단풍이 남아 있을 것 같아 눈요기라도 할겸 찾아가는 길이지만 와촌 I.C를 빠져나와 선본사로 향하는 도로에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서행을 하고 있다. 모두가 갓바위를 찾아가는 것이라 생각이 드니 오늘 관봉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도착한 갓바위 공영주차장엔 예상했던 대로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만원사례라 주차장을 이곳저곳 돌아보아도 빈자리가 보이질 않아 하는 수없이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제3주차장 외곽에 있는 화장실 건너편 도로 아래로 나있는 계단을 따라 내려서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우측의 건물이 3주차장 입구에 있는 화장실입니다.
도로 건너편 오늘 산행의 들머리의 모습이랍니다.
무슨 용도의 건물인지 모르지만
아치형 철제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울창한 숲 사이로 샛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이 반짝이고,
산자락에는 주렁주렁 매달린 감이 붉게 익어가고 있어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산꼭대기에서부터 내려온 단풍은 어느 새 맨 밑바닥까지 내려와
도로변에도 화려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네요.
숲속으로 들어서기 직전부터 눈길을 끌던
화려한 가을의 모습은 숲길을 걷는 한동안 내내 이어지고 있어
발걸음은 자꾸만 느려지고 느림보가 되어갑니다.
단풍을 드리우고 낙엽을 떨어뜨리는 가을은
그렇게 여유롭게 걷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종종 걷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고
자연을 온전히 느끼는 데에 선선히 마음을 내어주게 되는군요.
꽁하고 인색했던 마음이 조금씩 열리며
스스로도 자못 넓어지는 느낌도 드는 듯 하답니다.
바로 가을이 주는 선물이라 생각이 드는군요.
바스락거리는 느낌이 너무 좋아
일부러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올라서니
개울가식당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연결되는 지능선에 닿게 되고
조금 더 오름을 극복하고 나면 좌,우측으로
약사암, 선본사주차장으로 갈수 있는 갈림길을 지나게 됩니다.
사면을 거슬러 된비알을 잠시 치받아 오르니
어느덧 갓바위가 지척으로 올려다보이는 전망바위에 닿게 됩니다.
관봉 갓바위에서 울려 퍼지는 독경소리도 묻힐 만큼
크게 들려오던 확성기 소리의 주인공은 용주암이었네요.
오늘 산사음악회라도 열리는 모양입니다.
전망바위 꼭대기에 올라 앉아 사진찍기 놀이에 잠시 빠져봅니다.
관봉을 지나 걸어가야할 구간의 농바위, 노적봉,
남,북 방아덤이 줄을 잇고 있는 모습도 담아보고
은해봉을 지나 하산루트인 은해능선과 선본사도 카메라에 담습니다.
전망바위를 내려와 잠시 가파른 오름을 올라서면
갓바위 아래의 공동화장실이 있는 곳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입시 기도처로 유명한 팔공산 갓바위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능을 앞둔 입시철이라 그런지
기도하러 찾아온 신도들이 무척 많아 큰 혼잡을 빚고 있었네요.
가파른 계단에서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인파가 많은 걸 보니
바야흐로 시험의 계절이 도래하긴 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참배객이 평소보다 많이 올라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시험 치는 당사자나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은
어느 집이나 매한가지겠기에
관봉 꼭대기에서 멀리 남쪽을 바라보는 석조여래좌상을 참배하는
숱한 사람들의 염원으로 온 산이 시끌벅적합니다.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 준다는 영험 있는
"경산팔공산관봉석조여래좌상" 이른바 '갓바위부처님'입니다.
둥근 얼굴에 굳게 다문 입, 당당하고 건장한 몸체에는 위엄과 자비가 깃들여 있어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 걸작으로 보물 제431호로 지정되어 있답니다.
세상 만사 모든 일이 어디 내 마음대로 그렇게 되던가요?
녹록한 것도 없고 녹록하지도 않은 게 또 우리네 삶이기에
어떤 난관도 피해 갈 길은 없을 뿐더러 비켜 갈 지름길도 없답니다.
맞서서 이겨 나갈 수 밖에...
그래서 부처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108배를 올리며 발원해 보기로 합니다.
갓바위 부처님 앞 넓은 참배터에는 이미 기도 자리가 만석이네요.
뒤에 서서 기다리다가 자리가 비면 들어가 앉을 정도로 빈틈이 없습니다.
갓바위를 오르는 뭇 대중들은 불심을 통해 소원을 이루고
심신을 치유하고자 정성을 다해 참배를 합니다.
108배를 마치고 내려다 본 용주사엔
여전히 확성기 소리가 크게 들려옵니다.
타고온 차들이 주차장마다 빼곡히 들어찬 걸 보니
꽤 큰 규모의 행사가 열리는 모양입니다.
명마산 장군바위로 이어지는 시경계능선 뒤로
멀리 환성산과 무학산 능선이 희미한 실루엣으로 다가오네요.
좌측 골짜기의 공영주차장에서
가운데 능선을 따라 올라온 등로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풍광을 관망하고서
갓바위부처님과 합장으로 작별하고
점심공양을 할 요량으로 선본사 하단의 공양간으로 내려옵니다.
공양간 앞에는 예상했던 대로 많은 인파들이 줄을 서고 있었고
기다리는 동안 삼성각 지붕 옆의 바위에 음각되어 있는 고추를 보면서
늘그막에 아들 하나 더 점지해 달라고 해볼까 하며
농을 걸어보니 딸이 낫다고 화답을 해오네요.
글쎄... 그게 가능할지...^^*
시래기된장국에 고추장 넣고 야채 들어간 사찰 비빔밥!...
감사한 마음으로 점심공양을 마치고 계단을 내려와
주능선으로 오르는 정상등산로 1번을 따라
노적봉을 향한 오름짓을 시작합니다.
주능선을 오르는 산길에 들어서니
그곳엔 이미 가을은 온데간데 없고
스산한 겨울바람만 휑~하니 불어대고 있었네요.
오거리갈림길인 선본재에서 동봉 방향으로 진행을 합니다.
노적봉이 바라보이는 조망터에서 사진 한장 남기고
노적봉을 지나 남방아덤 입구의 전망터에서
지나온 갓바위와 농바위를 돌아본 후에
가야할 북방아덤을 사진에 담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섭니다.
북방아덤 아래의 기암은 찾을 때마다 늘 사진에 담는 곳인데
오늘은 특별히 둘이서 흔적을 남겨보네요.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북방아덤에서
팔공산의 주봉인 비로봉을 바라보며 답답한 가슴 뚫어봅니다.
이번에는 노적봉과 남방아덤까지 한꺼번에 담아서
지나온 산길의 흔적을 남겨봅니다.
편안한 쇼파에 앉아서 멋진 조망을 감상하고 있는
아지매를 모델로 삼아 카메라에 담고 등로를 이어갑니다.
오늘은 바람이 얼마나 센지 그 곱던 단풍잎들이
추풍낙엽이 되어 땅으로 떨어지지도 못하고
공중에서 바람에게 이리저리 휘둘려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안쓰럽네요.
꽃이 떠난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스산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틀 속에 짜여진 일상을 훌훌 털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길을 걷다보면
이런저런 시름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지요.
일상의 잡념이 끼어들 여지가 없으니
세상사 시름은 던져버리고,
오직 자연만을 벗 삼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만날 수 있답니다.
그 길이 소중한 이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
예전 산불감시초소가 있던 곳으로 능성재로 불리워졌는데
지금은 은해봉으로 통일이 되었지요.
이곳에서 좌측방향은 팔공산 주능선으로 비로봉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 가는 길이 오늘의 산길이자 은해사로 이어지는 등로입니다.
들어선 은해능선에는 가을인지 겨울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바람이 불어댑니다.
지나온 흔적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겨울산행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선본사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나타나지만
무시하고 곧장 나있는 등로를 따릅니다.
평지성 등로를 따라 한참을 진행하면 나오는
은해사, 중앙암으로 나뉘어지는 갈림삼거리에서
우측 갓바위주차장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고 구불구불 내림길을 걷노라니
어느 새 겨울은 가까워지고 찬바람이 고운 빛깔을 질투해서인지
산정에 머물러 있던 가을은 금새 물러가 버리고 말았네요.
직진의 등로를 이어도 되지만 지름길인 우측 사면길로 진행합니다.
울긋불긋한 물감을 풀어놓은 듯
고운 단풍이 내려앉은 숲길은
두툼히 깔린 낙엽 때문에
걸으면 걸을수록 발걸음이 가볍기만 합니다.
꽃불을 지핀 듯 붉은 색 일색으로
활활 타오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오색영롱한 색상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단풍이 매혹적이며,
바람결에 흩날리는 낙엽도 정취를 한층 돋워주고 있네요.
사방 막혀있는 등로를 내려서다가
멀리 갓바위와 노적봉이 있는 주능선이 올려다보이는
조망터를 찾아 떠나가는 가을의 정취를 한번더 느껴봅니다.
저기 아래로 애마를 세워놓은 주차장이
내려다보이는 걸 보니 다 내려온 모양입니다.
가을날의 화려했던 단풍이 떨어져
작은 바람에도 낙엽되어 구르고
시간은 또 흘러 어느 새 겨울은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온 듯 합니다.
세월은 가라 오라 하지 않아도
우리들 곁을 스쳐가고 옵니다.
낮이 가고 밤이 오듯이
가을은 또 다시 우리 곁에 찾아 오겠지요.
내려선 임도에는 수북이 쌓인 낙엽길이 아주 부드럽고,
아직도 미처 떠나지 않은 빛바랜 단풍이
길가 중간중간 자리하며 뒹굴고 있네요.
차량들이 분주히 다니는 모습이 시야에 잡히는걸 보니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날머리에 당도를 한 모양입니다.
감나무집 식당 옆의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도로를 거슬러 올라오면 공영주차장을 만나게 되고
주차장 주변의 아름다운 단풍나무를 담는 것으로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차를 몰아 귀로에 잠시 들른 개울가식당 주변의 모습으로
발 밑의 낙엽 밟는 소리와 반석 위를 흘러 내리는
청아한 계곡 물소리가 찾아온 방문객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군요.
가을엔 붉은 옷을 입은 단풍나무, 황금보다 눈부신 은행나무,
계절의 깊이를 알려주는 낙엽송이 주인이랍니다.
노란 은행잎이 떨어져 수북이 쌓인
깊어가는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레드카펫이 아닌 옐로우카펫을 걸어봅니다.
찬 바람이 불면서 어느 새
가을이 우리 곁을 떠나고 있지만
휴일을 맞아 찾아온 팔공산 갓바위에서
떠나는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끼고
기꺼운 마음으로 귀로에 오릅니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걸어본 팔공산 갓바위에는 갑작스레 찾아든 추위에 깜짝 놀란 단풍이 우수수 떨어져 찬 서리에 젖어들고 사랑과 낭만을 고대하던 가을은 철새 따라 날아가고 쓸쓸히 나뒹구는 낙엽만이 거품을 토해내며 외로움에 떨고 있을 뿐이다.
서릿바람에 고개 숙인 가을은 국화향마저 거부한 채 그 물살 치던 가을빛 너울만 남긴 채 기약도 없이 그렇게 떠나가고 있었다.
멀리 아주 멀리 ....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단풍드는 낙엽을 외롭다 쓸쓸하다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화려한 단풍잎을 보고 아름답다고 감탄할 수도 있고 사람의 감정에 따라서 느낌이란 달라지는 법이다.
내 마음이 한 가지 낙엽을 보고도 각각의 표현을 말할 수 있음은 오묘한 가을이 주는 변화 무쌍한 색색의 화려함에서 나오는 카멜레온 같은 순간의 위장술에 숨어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올 가을엔 기복이 심한 가을을 느끼며 숱한 세월의 상념들을 쥐락펴락 고뇌하며 숨가쁘게 물든 가을을 떠나 보내고 있는 중이다.
가을은 떠남의 계절이다.
화사하게 꽃 피우며 사랑을 속삭이던 일도 타들어갈 듯 뜨거웠던 열정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냉정하게 돌아서서 꽃이 간 길을 따라 나선다.
황량해져 가는 들판에 서서 떠나는 이의 아픔보다 남겨진 자의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싶어 가을과 이별식이라도 하자 싶어 떠나본 오늘의 산길... 가을은 언제나 냉정한 것 같다. 11월의 가을이야 더 말 할 나위도 없는 것...
내가 보지 않는 사이에 단풍은 그렇게 단단히 잡고 있던 나뭇가지를 뿌리를 줄기를 놓아두고 떠나가겠지.
언제쯤이면 떠나가는 것에 대하여 담담해 질 수 있을까? 꽃이 사라진 길을 따라 나도 묵묵히 따라 갈 수 있을까? 이 가을 떠나가는 단풍에 대하여 이별을 고해본다.
'◈ 산행이야기 > ☆ 2014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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