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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환상적인 조망으로 눈이 즐거웠던 산행이 막판에 고생길이 되어버린 대비지환종주 본문

◈ 산행이야기/☆ 2014년도 산행

환상적인 조망으로 눈이 즐거웠던 산행이 막판에 고생길이 되어버린 대비지환종주

해와달^^* 2014. 11. 18. 22:38

☆ 산행일자 : 2014. 11. 15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밀양시 산내면 원서리,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와 금천면 오봉리, 박곡리 일원

☆ 산행인원 : 아내와 둘이서...

☆ 산행코스 : 박곡마을 - 해들개봉(호거산) - 호거대 - 명태재 - 904봉(삼지봉) - 팔풍재 - 억산 - 구만산갈림길 - 귀천봉 - 박곡마을

☆ 산행시간 및 거리 : 10시간, 14.43km (식사, 휴식 및 아내의 발목 부상으로 인한 시간 지체로...)

 

 

 

◈ 산행기

이번 주에는 어디로 갈 계획이냐는 집사람의 물음에 잠시 머리를 굴려 행선지를 골라본다. 조금 길게 산을 타보는게 어떻냐며 멋진 조망과 평소 가끔씩 지나치며 전설속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억산의 웅장함을 보여주고 싶어 영알로 산행지를 잡는다.

지금으로 부터 5년전인 2009년 2월에 직장의 동료들과 함께 대비지환종주를 하고자 나선 정기산행을 내리는 빗속을 뚫고 감행하다가 억산에서 귀천봉으로 이어지는 억산북릉길을 포기하고 대비골로 내려서서 하산했던 반쪽짜리 산행을 마무리해 보고픈 마음도 산행지를 정하게 만드는데 한 몫을 하게 된다.

아침 일찍 간단히 조반을 챙겨먹고 차를 몰아 경주 건천을 지나 과거 본적지였고 마음의 고향인 운문호반을 달려가니 기온차가 많은 요즘 많이 일어나는 현상인 물안개가 운문호에 자욱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더우기 아침햇살을 받아 붉게 물든 물안개가 절정의 가을을 자랑하는 단풍처럼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고 있어 달리는 차를 세워 무작정 도로변에 정지하게 만든다. 말없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하다가 차에서 내려 카메라에 몇 장 담고 가던 길 재촉하여 대천리를 지나 금천면 소재지를 우회하는 도로를 달리다 만나는 금천네거리에서  남양리,오봉리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금천교를 지나 가다보면 좌측으로 대비사가는 길을 안내하는 입간판이 있는 곳으로 좌회전하여 박곡마을을 향해 달려간다.

도착한 박곡마을 입구에서 박곡교 다리 건너 마을회관이 보이는 곳으로 가지않고 직진의 대비사 방면 도로를 잠시 진행하면 좌측으로 오르는 작은 갈림길이 나오는데 노거수 아래 쉼터가 보이고 하얀 색의 독립가옥과 정자 쉼터가 있는 곳이 보이는데 이곳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셈이다.

한쪽 옆에 차량을 주차해 놓고 느긋하게 산행채비를 갖춘 뒤 전면으로 보이는 KT이동통신 안테나와 독립가옥 사이 잡초가 무성한 묵밭 가운데로 난 희미한 길을 따라 들어가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경주를 지나 운문호반을 달려가니

아침 햇살에 빛나는 운문호에는

환상적인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네요.

 

 

물안개 피어나는 운문호의 아침은

붉은 햇살을 받아 단풍빛보다도

더 붉게 물든 멋진 풍광을 보게 되어

아침 일찍 부지런을 떨며 달려온 보람을 느낍니다.

 

 

도착한 박곡마을에서 예전 들머리였던

하얀 색 독립가옥으로 진행하여 주변 공터에 주차를 하고서

 

 

무덤을 지나 마주보이는 가옥 뒤쪽으로 진행을 합니다.

 

 

묵정밭을 지나 독립가옥 뒷쪽 풀숲 사이 희미한 산길을

헤집고 들어가면 웃자란 숲들이 다소 성가시긴 하지만 잠시 뒤

솔가리가 푹신하게 깔려있는 뚜렷하고 푸근한 산길로 이어집니다.

 

 

등로 우측 숲 사이로 아침햇살을 받은 귀천봉이

붉게 물든 모습으로 뾰족하게 솟아있는게 보이고

 

 

솔갈비가 푹신한 솔숲길을 진행하면서 상큼한 기분은 업이 되어 갑니다.

 

 

서서히 경사도를 더해가는 솔숲길을 오르노라면

가선대부 호조참판,의금부사 벼슬을 한 밀성 박씨 묘역에 이르는데,

고관대작을 지낸 분의 무덤치곤 규모가 작은 것 같아 의아스럽게 생각이 드네요.

 

 

철 모르게 피어나려는 진달래...

다가올 엄동설한을 어떻게 견뎌낼지 걱정이네요.^^*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청도 지역 산군들의 물결이 아름답습니다.

 

 

영취사가 있는 오봉산(437m) 너머로 운문댐이 보이고

고향마을인 대천리도 그 앞쪽으로 조망이 되는군요.

 

 

두껍게 깔려있는 낙엽의 바다를 헤쳐가며 고도를 높혀간 걸음에는

 

 

시원스런 조망이 터지는 또다른 전망바위가 나타납니다.

오늘 걸어야 할 마루금을 아내에게 설명을 하니

벌써부터 기가 질리는 모양입니다.

 

 

좀더 고도를 높혀 나타난 전망터에서는 통내산, 학일산도 확연히 드러나고

 

 

푹신하지만 미끄러운 낙엽길을 따라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서니

 

 

과거 '해들개봉'이라 불리던 614봉에는

'호거산'이라는 이름으로 정상석이 세워져 있네요.

 

 

잠시 후 만나는 삼거리에서 호거대를 향한 발걸음은 이어지고

 

 

이곳을 찾을 때면 늘 그랬던 것처럼

멋진 조망을 배경으로 폼 한번 잡아봅니다.

 

 

성큼 다가선 5미터 남짓한 암벽의

쇠사슬을 붙잡고 올라야만 하는 호거대입니다.

 

 

숙달된 조교로부터 교육을 받은 때문인지

무난하게 잘 오르고 있네요.

 

 

정면으로 우뚝 솟은  지난 주 올랐던 복호산, 지룡산의 모습입니다.

 

 

저멀리 영남알프스의 맹주 가지산이 도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좌우로 펼쳐지는 영알의 마루금이 시원스럽네요.

 

 

언제 보아도 멋진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오는

운문산-범봉-억산-육화산으로 이어지는 운문지맥길...

 

이미 수 차례 와본 호거대지만

이곳에만 올라서면 장쾌한 조망에 기분은 호쾌해집니다.

 

 

지나온 좌측능선과 호거산...

그리고 풍혈이 있는 방음산의 모습도 담아봅니다.

 

 

 

♣호거대

장군봉은 한때 호거대로 불리기도 했답니다. '호거(虎踞)'는 호랑이가 무릎을 구부려 웅크리고 앉아있는 형국을 말하는데 운문사 입구 석주와 현판에 '호거산(虎踞山) 운문사'라고 적혔있어 이 봉우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운문사 같은 대찰(大刹)이 이름을 빌리기에는 장군봉의 기운이 약하게 느껴지네요. 그래서인지 오늘 산행 구간 중 가장 높은 범봉에서 절의 이름을 빌렸다는 설이 설득력 있어 보이는군요.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 선생도 범봉을 중심으로 운문사를 둘러싼 산릉을 호거산으로 표시했다고 합니다. 절의 이름이야 어찌됐던 장군봉은 해발 500m를 겨우 넘는 산이지만 믿기 힘들 정도로 장쾌한 조망을 선사하고 있답니다. 쇠줄을 타고 바위에 기어올라 서니 사위가 뻥 뚫리고 막혀있던 마음마저도 시원스럽기 그지없네요. 운문천 너머 복호산, 지룡산부터 오른쪽으로 문복산, 상운산, 가지산, 억산과 멀리 청도 읍내의 용각산까지 다 보입니다. 그야말로 일망무제가 따로 없다는 말이 어울립니다.

 

 

억산과 귀천봉 그리고 대비지가 어우러진 풍경은

볼 때마다 아름답고 묘한 신비감이 함께 느껴지는 곳이지요.

 

 

멋진 풍광에 넋을 잃은건 아닌지

바위 끄트머리에 서서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네요.

 

 

호거대를 떠나 잠시 호젓한 산길을 잇다보면

 

 

사거리갈림길인 '명태재'에 닿게 됩니다.

 

 

 

 

야트막한 오름을 올라 삼각점이 있는 485.3m봉을 지나게 되고,

 

 

운문사와 대비사로 나뉘어지는 안부갈림길을 내려서면

657.1m봉이 가깝게 다가오고 곧장 나있는 산길을 올라서면

무지막지한 가풀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가파른 오름을 힘겹게 올라서면

수고로움에 대한 보상 인듯

멋진 풍광들을 보여주고 있네요.

 

 

등로 좌측으로 조망이 열리는 곳에서

운문사를 내려다보는 느낌은 언제나 좋으네요.

 

 

깨끗한 하늘에 또렷하게 보이는 영알의 마루금...

상운산, 쌀바위, 가지산, 청도귀바위, 운문산이 무척 가깝게 느껴지는군요.

 

 

하산길의 귀천봉과 그 아래 대비지가 보이고

박곡마을에서 올라왔던 능선도 뚜렷하게 드러나네요.

 

 

잡목이 우거져 조망은 별로인 657.1봉.

삼각점과 준.희님의 팻말 만이 고스락을 지키고 있네요.

 

 

657.1봉을 떠난지 2분 만에 만난 서래봉 정상석.

언제 생겼는지... 서래봉의 이름은 어떻게 된건지...

생뚱맞기 그지없네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지겹지 않은 풍경입니다.

 

 

하산 루트인 억산북릉길을 바라보니 고도감이 장난이 아닐 것 같네요.

 

 

계속 이어지는 귀천봉으로의 하산길을 눈여겨보고서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생을 이어가는 노송을 사진에 담고

 

 

한바탕 암릉을 치받아 올라선 끝에는

멋진 조망을 선사하는 널찍한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었네요.

 

 

거대한 힘이 느껴지는 산줄기와 못안골, 천문지골 등

운문북릉과 범봉북릉에서 뻗어내린

깊고 깊은 골짝들을 보니 첩첩산중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단한 위용이 그대로 전해지는

범봉 북벽 아래의 협곡을 배경으로 두고

사진 한장 남기고 등로를 이어갑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듯 치솟아 있는 '억산'이 가까이 다가왔네요.

영남알프스의 주봉답게 일대를 호령하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주능선 오르기 전의 조망바위에서 막힘없는 조망을 한번 더 즐긴 후에

 

 

올라선 운문주릉에서 잠시 작은범봉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작은범봉에도 또다른 이름의 정상석이 생겼네요.

삼지봉의 의미는 무엇인지...

 

내연산 삼지봉의 뜻과 같다면

범봉북릉, 호거대능선과 범봉남릉을 두고 이르는 말일 수도 있겠네요.

 

 

삼지봉을 내려와 따뜻한 곳을 골라 자리잡고

준비해간 카레를 덮혀 밥에 비벼먹으니 그맛 또한 일품이네요.

 

차가운 날씨지만 따끈한 커피 한잔에 몸을 녹이고

억산을 향한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안부로 내려선후 낙엽 가득한 오름길을 올라

만난 전망대에서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니

팔공산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막힘없는 조망에

탄성을 지르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코스 선택을 잘한 것 같다는 생각에 흡족한 마음이 듭니다.

 

 

사거리갈림길인 '팔풍재'입니다.

 

 

나무 사이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억산은 더욱 신비롭게 느껴지고...

 

 

 

 

예전 밧줄을 잡고 오르내리던 힘겨웠던 등로엔

목재데크가 놓여있어 한결 오르내리기가 수월해졌네요.

 

 

보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깨진바위의 위용입니다.

 

 

깨진바위로 오르는 밧줄구간을 오르고 싶었지만

단체로 산행을 온 분들이 내려오느라 지체가 되고 있어

기존의 등로를 이용하여 억산으로 올라갑니다.

 

 

이곳에 올 때면 언제나 내려다보는 조망포인트로

언제나 감동의 물결이 넘실거릴 정도의 풍광을 보여준답니다.

 

 

억산 정상을 앞두고 저멀리 가지산과 운문산의 전경을 바라봐주고

 

 

남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천황산과 정각산, 구천산 등이 건너보이네요.

 

 

억산 정상부를 바라보며 사진 한장 담은 후에

 

 

주변 산님에게 부탁하여 억산 정상에서의 인증샷을 남겨봅니다.

 

 

 

♣억산(億山)

영남알프스에도 마이산과 주왕산에 필적할 만한 암봉이 하나 있다. 깨진 바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억산(億山)이 바로 그곳이다. 해발은 944m이다.

영남알프스의 야전사령부 격인 석골사 뒷산으로 불리는 억산은 생긴 모양이 독특해 10여개의 영남알프스 주요 봉우리 중 멀리서도 가장 식별이 쉬운 암봉이다.

억산 정상부는 마치 북한산 인수봉을 연상시키듯 거대한 하나의 바위 덩어리로 보이지만 막상 다가가면 신기하게도 가운데 부분이 두 갈래로 쩌억 갈라져 있다. 그 사연이 기가 막힌 전설로 전해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용으로 승천 못한 인근 대비사 동자승이 이무기로 변해 날아가면서 그 꼬리로 산 정상부인 암봉을 내리쳐 바위가 두 동강 났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주 내용이다.

팔풍재로 이어지는 대비골과 봉의저수지와 만나는 가인계곡 사이에 위치한 억산은 산세로 봐서 가지산 운문산 범봉으로 연결되는 영남알프스의 서편 맨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다.

주변에는 문바위봉, 수리봉, 사자봉 등의 거대한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져 전망뿐 아니라 경관이 빼어나 지명도에 비해 비교적 많은 산꾼들이 찾는 곳이다.

 

 

스텐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가야할 등로는 우측 아래로 나있지요.

좌측으로 나있는 등로는 수리봉 방향입니다.

 

 

낡은 이정목이 서있는 갈림길에서

가야할 억산북릉길은 오른쪽 폐헬기장 방향입니다.

 

좌측 방향은 봉의저수지나 구만산으로 가는 길입니다.

 

 

억산 북릉으로 접어든 후 조망이 열리는 전망터에서

가야할 능선과 귀천봉을 바라보고 내림길을 이어갑니다.

 

 

내림길에 뒤돌아본 억산은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네요.

 

 

대비지를 감싸고 있는 호거산, 방음산, 호거대가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오는 멋진 풍광을 감상하고

기분좋게 하산길을 잇다가

 

 

605봉의 좌측 사면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르다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낙엽이 잔뜩 깔린 사면길을 조심스레 걷다가

낙엽속의 돌멩이를 밟으며 발목이 접질러져

사면 아래로 꼬꾸라지는 사고가 발생했네요.

 

발목이 아프다는 아내를 사면 아래에서 부축해 올려

압박붕대로 고정시키고 신발을 벗겨 조심스레 하산을 시작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산행 내내 이어집니다.

 

 

마음은 자꾸 불안해져와 119구급대를 불러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

하긴 불러도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일이고

환자를 후송하려면 구급대원들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 같아

가는데 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천천히 천천히 걸어봅니다.

 

 

설상가상으로 아내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좌측으로 등로가 보여 우회로인줄 알고 진행을 해 나갔는데

박곡리 옆 마을인 오봉리로 내려서는 길이었네요.

 

하는 수없이 길도 없는 가풀막을 헤쳐가며

정상 등로를 향해 치받아오르니

뒤따르는 아내에겐 큰 고역이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악전고투 끝에 정상등로를 찾아 올라선 전망바위에서

역동적인 힘이 가득 느껴지는 억산과 억산북릉을 다시금 돌아보고

 

 

가까이 다가온 귀천봉을 향해 걸음을 떼어보지만

서쪽으로 하산할 가파른 능선이 마음에 쓰이는군요.

 

 

밝은 빛이 힘을 잃어가는 시각이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고 행여 2차 사고가 날까 싶어

 

 

등로에 깔려있는 낙엽을 걷어내고 돌멩이라도 치워주며

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며 등로를 이으니

 

 

천신만고 끝에 귀천봉(개물방산) 정상에 닿게 되는군요.

쏟아지는 일몰의 기운을 느끼며 사진 한장 담고서

서둘러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귀천봉
해발 579m의 봉우리로 사람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귀천봉(일부 산행도에선 개물방산이라 표기)이다.

귀천봉에서의 조망도 짜릿하다. 운문산∼억산∼구만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북쪽 장벽이 헌걸차며 운문댐으로 내달리는 호거대∼베틀바위 능선이 시원하다. 또 진행방향 왼쪽으로 대비지&박곡지의 푸른 물결이 은빛 보석으로 반짝이며 오른쪽으로 는 박곡리, 오봉리는 물론 방지, 동곡, 남양등 동창천을 따라 굽이치는 자연부락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귀천봉을 내려와 평평한 공터가 나오는 곳에서

두 갈래로 등로가 나뉘어지네요.

 

우측은 대비지로 내려서는 길이라

박곡리를 향하는 걸음이기에 좌측으로 진행합니다.

 

 

조망바위에서 바라본 화악산 너머로

일몰이 시작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괜스레 마음은 바빠져 오지만 그래봤자 득 될게 없어

아내의 이마에 헤드랜턴을 착용시켜주며

야간산행 모드로 변경합니다.

 

 

균형이 안맞는건지 발끝에 전해져오는 감각이 무뎌서 그런지

한쪽이라도 신었던 신발을 벗어버리고

양말 한 켤레 덧신고 맨발 모드로 내림길을 이으니

그나마 조금은 걷기에 낫다는 소리에

발바닥 다치지 않도록 낙엽을 헤집어가며 내려섭니다.

 

 

그렇게 어둠을 밝히는 헤드랜턴에 의지한 채

어두운 밤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니

동네의 개들이 난리법석을 떠는 가운데

감쪽마을로 내려서게 됩니다.

 

 

감쪽마을에서 젖은 양말을 벗고 다시 등산화로 갈아신기고

어두운 마을을 빠져나와 천천히 걸어오게 하고서

자동차를 세워놓은 박곡마을까지 한달음에 달려가

아내를 태우러 차를 몰아갑니다.

 

 

 

영남알프스의 운문산 주릉에 위치한 범봉과 억산의 북릉길은 볼거리가 많은 멋진 조망터가 곳곳에 산재해 있고 골짜기 아래에는 억산 깨진바위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대비사와 대비지가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어 산을 좀 탄다는 산꾼들에게는 필수코스가 아닌가 싶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호거대의 범봉북릉길과 억산 그리고 하산길의 귀천봉의 억산북릉길을 걷는 내내 시원스런 조망과 함께 두 눈이 호강을 맘껏 누린 행복한 산길이었다. 말 그대로 호랑이가 거처할 만한 거대한 바위 덩어리로 능선 위에 우뚝 솟은 당당한 위용이 압권이었던 호거대, 박곡리의 주산이자 고깔 모양의 뾰족한 첨봉이 인상적인 귀천봉까지 오랜 숙제로 남겨두었던 코스를 걸어보았다는 기쁨과 만족감은 저만치 보내버리고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로 3시간 가까이나 되는 시간을 고통을 참으며 끝까지 하산을 마친 아내의 힘들었음을 생각하니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이 먼저 앞선다.

병원에서의 진단결과 골절로 인한 수술까지 해야한다니 긴 시간동안 깁스를 한 채로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을 생각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조심 또 조심하며 하산길을 이어왔건만 장거리산행의 막바지 등로가 아내에겐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았나 하는 반성과 자책으로 투병기간동안 열심히 외조를 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당분간 산행도 개점휴업 해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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