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해와달이 사는 집

매서운 찬바람을 뚫고 오랜만에 찾은 영알의 막내 문복산 한바퀴 본문

◈ 산행이야기/☆ 2014년도 산행

매서운 찬바람을 뚫고 오랜만에 찾은 영알의 막내 문복산 한바퀴

해와달^^* 2014. 12. 16. 22:47

♣ 산행일자 : 2014. 12. 14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북 청도군 운문면, 경주시 산내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삼계리 청도별장 앞-559봉-전망바위-헬기장1,2-학대봉-돌탑봉삼거리-문복산-먼산바위-서담골봉-수리덤계곡-오토캠핑장-에델바이스팬션-삼계2교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30분, 13.7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 문복산 (1,013m)

문복산은 영남알프스 북쪽 변방에 자리하여 청도군 운문면과 경주군 산내면 경계를 가르며 우뚝 솟아있는 산으로 이웃한 가지산, 운문산, 재약산 등의 명성에 비해 일반 산꾼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때문에 인파를 피해 호젓한 산행을 즐기기엔 안성맞춤일 뿐더러 정상 서쪽 아래로 비경을 갖추고 있는 삼계리 계곡을 품고 있는 산이다. 특히, 원광법사가 신라화랑도의 기본정신인 세속오계를 귀산과 추앙에게 내려준 기슬갑사지가 삼계리 일대인 것이 최근 들어 밝혀지고 있다.

경주 산내쪽에서 올려다보면 8부 능선쯤에 유독 흰빛을 발하며 불거져 나온 바위가 올려다 보이는데, 드리워졌다하여 드린바위라 부르며 암장을 가진 산으로 바위꾼들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주능선은 단석산-고헌산-영남알프스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전망대 구실을 하며 산의 높이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산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짧은 암릉과 계곡을 겸비하고 있는 산이다.

주로 경주 산내쪽 중말, 청도쪽 삼계리, 운문령에서 오르는 길이 대표적이지만 문복산-옹강산(832m)으로 연결되는 영남알프스 북부능선을 잇는 아기자기한 산길 이어가기도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선다.

 

☆ 수리덤계곡 :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라고 했던가. 골이 깊으니 물길 또한 길다. 영남알프스의 주산인 가지산에서 시작한 물이 생금비리를 지나며 한 골을 이룬다. 문복산에서 흘러내린 물은 계살피 계곡이 되고, 지룡산 배너미재에서 내려온 물까지 모여 삼계 계곡이 된다.

그런데 물이 합쳐지는 삼계리에서 한 뼘만 하류로 내려오면 계살피 계곡보다 더 깊은 골짜기가 하나 숨어 있는데 바로 수리덤계곡이다. 청도 서담골봉(837m)에서 발원한다.

삼계리재에서 내려온 물과 옹강산에서 흐르는 물길을 보태 계곡이 넓다. 덩치를 키운 수리덤 계곡은 이내 삼계 계곡과 몸을 섞고 운문댐의 수량 확보에 큰 공을 세운다.

삼계계곡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수리덤계곡은 수량이 풍부하고, 골이 깊어 여름철 계곡 산행지로 으뜸이다.

 

 

 

◈ 산행기

온전히 쉬는 주말이라 아내의 병문안을 겸해 내려온 딸내미와 함께 바람이라도 쐬어줄 겸 가끔씩 찾았던 부산 기장의 기장시장까지 내려가 붕장어로 맛난 식사를 하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장보기도 하면서 토요일 오후를 보내고 일요일인 오늘은 좋아하는 산으로의 나들이를 계획한다. 전날 저녁에 꾸려둔 배낭을 챙겨 아침을 먹고서 집을 나서 경주방면으로 차를 몰아간다. 내연산과 영알 두 곳 중 한 군데로 잡았었는데 딸내미가 경주에 볼 일이 있고 또 서울로 올라갈 계획이라 하여 영알 쪽으로 산행지를 정하게 된다.

경주에 딸아이를 내려주고 언양방면으로 차를 몰아 운문령을 넘어 삼계리에 도착하니 차가운 날씨에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인데도 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눈에 띄지 않아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삼계리노인회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주변에 차를 세워놓고 차문을 열고 내리니 찬 기운이 온 몸을 감싼다. 예상보다 기온이 차가운 날씨에 금새 한기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오늘은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기분을 예상하고 왔는데 문복산 밑에는 벌써 한겨울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엄청 키 큰 천문사의 표지석을 바라보며 그 뒤쪽의 칠성상회 방향으로 걸음을 옮겨간다. 이곳을 찾는 산꾼들의 귀에는 익숙한 이름이 칠성가든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상업적인 냄새가 나는 마트나 가든보다는 옛이름인 상회라는 이름이 더 정겹게 느껴지는건 나 만의 생각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끼고 새로운 것에는 거부감을 가지며 변화를 싫어하는 자신의 성격 때문은 아닌지 가끔씩 현실에서 안주하려는 자신이 미워 질 때도 있다.

각설하고 칠성가든 못 미처 있는 청도별장 맞은편이 오늘의 들머리다. 잠시 안으로 들어가면 우측으로 '입산금지' 표지판이 나타나고 다시 걸음을 옮겨가면 '국유지'라고 씌여있는 노란색 시멘트 말뚝이 우측으로 박혀있는 곳이 나오는데 바로 학대산을 향한 오름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물론 곧장 나있는 넓은 길을 따르면 계살피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카메라에 한장 담고서 우측으로 들어서면 바로 시작되는 된비알을 올라서면서 문복산을 향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삼계리 칠성상회가 칠성가든으로 바뀌었네요.

그 옆의 청도별장 맞은편에 있는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랍니다.

 

 

도로 안쪽으로 들어서면 우측에 세워져 있는

입산통제 입간판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입산통제"안내문을 지나 몇걸음 진행하면 나오는 중요 포인트입니다.

겨울철이라 다행이지만 여름철이면 자칫 놓치기 쉬운 곳일 것 같네요.

노란 "국유지" 말뚝이 있는 우측 산길이 문복산 남서릉 들머리지요.

직진으로 나있는 등로는 계살피 계곡으로 가는 길이랍니다.

 

 

초입부터 시작되는 된비알이지만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오름짓을 시작합니다.

 

 

지즈재그로 난 오르막을 헉헉거리며 올라서지만

차가운 날씨 탓인지 땀은 그렇게 나질 않는 것 같고

 

 

며칠 전 내린 눈이 남아있는 사면길을

바스락거리는 낙엽과 함께 밟으며 걷다보니

아침부터 경쾌한 음악을 듣는 것 같아

힘듦도 저만치 물러가 버린 모양입니다.

 

 

시종 조망이라곤 없는 된비알을 오르다

나뭇가지 사이로 건너보이는 풍광에 잠시 걸음을 멈춰봅니다.

우측으로 운문사 사리암 뒷산인 삼계봉이 보이고

좌측 멀리로는 운문산이 보이는군요.

 

 

건너편으로는 암봉이 특이한 쌍두봉이 가까이 다가왔네요.

저 곳도 가본 지가 벌써 만 4년이 훌쩍 지났지만

갈 곳이 많아 또 언제쯤 가보게 될지...

 

 

별다른 표식이 없는 '559.3봉'

 

항상 산을 오를 때면

'그리움'이란 화두를 마음에 품고 산을 오릅니다.

 

 

산속으로 들어가 나무숲에 몸을 맡기면

세파에 찌들어 덕지덕지 붙은 모든 욕망이 정화되곤 한답니다.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고

욕망의 모든 찌꺼기를 내 마음속에서 떨쳐 버리면

자연의 심오한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습니다.

 

 

제대로 조망이 터지는 전망터에서 눈에 익은 풍광들을 담아봅니다.

이미 다 올라보았던 운문댐 주변의 산군들이 한 눈에 들어오네요.

 

 

고개를 들어 가지산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영알 북쪽의 보석같은 산들이 죄다 조망이 되는군요.

 

 

가야할 문복산이 건너보이고

그 아래로 계살피계곡과 수리덤계곡의 골짜기가 펼쳐집니다.

 

 

등로 우측으로 숨어있는 조망터로 잠시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먼저 좌측으로는 가야할 능선길이

운문령에서 뻗어온 마루금과 만나게 되는

학대산이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오고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는

상운산 자락에 또아리를 틀고있는 운문산자연휴양림이 보이고

길게 뻗어있는 69번 지방도를 따라 올라간 끝에는

운문령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볕이 잘 드는 능선길임에도

채 녹지않은 눈이 제법 쌓여있는 등로를 따라 걸으며

혼자만의 상념에 잠시 잠겨봅니다.

 

 

헬기장 1

 

 

산을 오르는 행위야 말로 가장 정직한게 아닐까 싶네요.

산은 절대로 사람을 속이지 않고

산은 인간의 그 어떤 오만함도 위선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산은  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포용해 주며

언제나 넉넉한 품으로 인도해 준답니다.

 

 

헬기장 2

 

 

감히 산 같은 사람을 꿈꾸어 봅니다.

누구나 오를 수 있고 그러나 누구나 할 수 없는 산 같은 사람...

사는 동안 정말 그런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학대산 오르기 전의 안부에서

세 번째 만나는 가풀막을 한번에 치고 오르기 위해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신발 끈 고쳐맨 후 전진을 계속합니다.

 

 

마음 먹은 대로 쉼없이 오름을 극복하고 올라선 끝에는

'학대산'이라고 새겨진 정상석이 있는 963봉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정상석 옆에 서있는 이정목이 가리키는 대로 문복산을 향한 등로를 이어갑니다.

 

 

잠시 후 만나는 조망터에서 바라본 운문령 방향 등로 너머로 고헌산이 우뚝하고

그 아래로 와항재가 있는 대현리 와항, 중말 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진 모습입니다.

 

 

건너편으로 시선을 돌리면 불송골봉이 건너보이고

그 뒤로 낙동정맥에서 분기하여 호미곶까지 이어지는

호미지맥의 기점인 백운산 삼강봉이

저멀리 치술령을 향한 달음박질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삼거리갈림길

 

 

깊어가는 겨울색이 잔존하는 문복산을 향한 능선을 타고 오르는 동안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 앉은 등로에는 눈부심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볕이 들지 않은 응달에 들어서게 되면

세찬 바람과 함께 동토의 땅이 기다리고 있지요.

 

 

귓볼이 시릴 정도로 불어대는 능선을 따르다가

어느 새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이 잠잠한

양지바른 산길이 번갈아 이어지고 있으니

자연의 변화무쌍함이 심한 오늘의 산길입니다.

 

 

문복산 정상 곁에 있는 드린바위(일명:코끼리바위)

 

 

조금 더 당겨본 '드린바위'의 위용은 참으로 웅장합니다.

 

 

뒤돌아본 학대산과 지나온 능선 뒤로 신불산 공룡능선이 아득하네요.

 

 

이렇게 조망이 멋진 산에 올라 서서 내려다보면

모든 것이 작게 보이고 허망한 욕심도 사라집니다.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따사롭고 향기로운

산의 품에 안겨 마음을 내려 놓습니다.

 

 

아무리 모진 눈보라가 몰아쳐도

세상을 삼킬 것 같은 폭우가 내려도

언제나 산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산의 인내와 침묵을 나는 배울려고 합니다.

언제나 말없이 전해주는 산이 주는 교훈을 말입니다.

 

 

정상 직전의 돌탑삼거리.

 

 

문복산 정상 전경.

 

이정표 좌측으로 내려서게 되면

마당바위를 지나 계살피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지요.

 

 

배낭을 세워놓고 몇번의 시도 끝에 인증샷 하나 남겨봅니다.

 

 

아무도 없는 문복산 정상에서 잠시 머문 뒤에

서담골봉을 향한 걸음을 옮기면

드린바위로 내려설 수 있는 삼거리를 지나게 되고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계속 걸어가다보면

자칫 직진하기 쉬운 삼거리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으로 진행해야 서담골봉으로 가는 길이니

반드시 주의를 요하는 곳이랍니다.

물론 우측 아래로 나있는 길은

조금 전 드린바위 갈림길과 만나게 되지요.

 

 

 

 

등로 우측으로 조그마한 전망바위가 있는 곳에서

바라보니 시원스런 풍광이 눈을 즐겁게 하고

좌측으로는 대부산(조래봉)이 시야에 들어오네요.

언제 한번 문복산 북릉길도 종주산행으로 엮어 걸어보고 싶어집니다.

 

 

바람도 잦아드는 곳이어서 준비해 온

빵과 사발면으로 요기를 하고 가기로 합니다.

 

 

대부산을 오르는 들머리가 있는 동곡마을이 아래로 보이고

그 뒤로  경주시가지와 경주남산, 토함산이 차례로 시야에 잡히지만

사진으로는 나타나질 않아 조금은 안타깝네요.

 

 

무엇보다 겨울 산은 선명해서 좋답니다.

 

 

능선이 그대로 드러나고 굴곡이 보이고

다 벗고 오롯이 자신을 내보이는 나무가 있는

겨울산행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맛이 있지요.

 

 

코끝을 시리는 맑고 칼칼하고 알싸하게 부는 찬바람에

때론 상쾌함을 느끼며 살포시 내려앉은 눈을 밟으며 걷다보니

어느 새 동심이 되고 힐링이 되어가는 겨울의 참맛을 느끼게 되네요.

 

 

오늘 산행의 가장 난코스인 먼산바위 하강길입니다.

내린 눈이 결빙이 되어 내려서기가 곤혹스러울 정도인데

지난 대비지환종주 때의 사고가 생각이 나서

마음 속에 주저함이 더 커지는 것 같네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조심스레...

살이 떨린다는 경험을 하면서 내려선 끝에 올려다보니

오래 전 이곳을 올랐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경험하게 됩니다.

 

 

요즘 날씨는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매섭도록 차가운 날씨지만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제 맛이지요.

 

 

예전 철탑이 있던 공터에서 되돌아본 문복산과 먼산바위.

 

 

 

 

좌측으로 희미한 길이 보이는 삼거리입니다.

서담골봉을 우회하는 갈림길이네요.

 

 

숲속 작은 공터에 돌탑이 있는 서담골봉(832.9m 도수골만디)

 

서담골봉. 일명 수리덤산. 도수골 만디...

어느 것이 본명이고 어느 것이 예명이며

어느 것이 가명인지 산 하나에 이름도 많네요.

예전부터 그렇게 불리워 온 탓인지

그중에 도수골 만디 라는 말이 참 정겹게 느껴지는군요.

 

 

서담골봉에서 좌측으로 나있는 희미한 등로를 따라 진행하면

서담골봉 우회갈림길을 다시 만나게 되고

잠시 후 좌측으로 시그널이 몇개 나부끼는 곳이 나오는데

바로 수리덤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지요.

 

이곳에서 잠시 망설여봅니다.

능선을 따라 삼계리재로 가느냐 아니면 계곡으로 내려서느냐...

어느 코스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런지 생각하다가

준비해간 궤적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서기로 합니다.

 

 

등로는 낙엽속에 감춰져 있어 간간이 나타나는

시그널을 따라 미끄러운 급비탈을 미끄러지듯 내려서니

수리덤계곡 상류지점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게 세찬 바람이 불어대던 능선을 내려오니

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아늑하기 이를 데 없는

수리덤계곡을 따라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등로는 수북이 쌓인 낙엽속에 자취를 감춰버려

간간이 나타나는 시그널을 등대삼아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으며 조심스레 진행을 해갑니다.

 

 

불타오르다 말고 말라버린 단풍잎들이

아직도 나무에 매달린 상태로 바스락거리고

 

 

나무들은 잎을 거의 대부분 떨구고 갸날픈 가지만 남겨 놓았네요.

 

 

'돌돌돌'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류엔 얼음도 끼어 있어

 

 

회초리를 연상시키는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은

금방이라도 얼어버릴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춥고도 추운 한겨울을 보란 듯이 잘 이겨내리라 믿어 봅니다.

 

 

형형색색의 고운 옷을 입고 있던 흔적은 사라지고

​지난 가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빼빼 마른 벌거벗은 나무들이 어쩐지 쓸쓸함을 연상케 하는

천상 겨울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볕이 들지않은 응달진 곳을 지나노라니

따사로웠던 조금 전의 온기는 사라져버립니다.

 

 

발로 밟아도 꺼지지 않는 두터운 얼음장 아래로

'돌돌돌' 흐르는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옵니다.
아직은 요원하기만 한 봄은 물 속 낮은 곳에서

이미 꿈틀거리고 있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 아무리 거친 겨울이라 한들 봄을 이기는 재간이 있겠습니까마는
겨울이 혹독하면 혹독수록 맞이할 봄은 찬란하리라는 기대를 안고

얼굴과 목에 갑작스레 와 닿는 차고 시린 바람을 피해 옷깃을 여며봅니다.

 

 

길고도 지루했던 수리덤계곡을 빠져나와

삼계리재에서 내려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고

 

 

계곡을 가로질러 널찍한 도로를 따라 진행하니

 

 

수리덤오토캠핑장이 나타나네요.

일요일 오후 느지막한 시간이 되어서인지

철수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들입니다.

 

 

 

 

삼계리주말농원 입구에서 사진 한장 담아보고

 

 

오래 전 옹강산-문복산 산행 때 이용했었던

옹강산 들머리의 번듯한 이정목도 눈길 한번 주고서

 

 

에델바이스팬션을 지나 신원천을 건너게 되면

수리덤계곡과 펜션 입간판이 있는 69번 지방도에 올라서게 됩니다.

 

 

도로를 따라 7~8분 가량 거슬러 올라 삼계1, 2교를 지나면

애마가 기다리고 있는 삼계리경로당 입구에 도착하게 됩니다.

 

 

 

무시로 달려와 품에 안기고 싶은 산이지만 아직은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니 훗날을 기약하며 만 4년 만에 다시 찾은 문복산...

눈을 감으면 산이 어른거려 주말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 끝에 달려간 삼계리에서 영알의 막내격인 문복산을 행선지로 잡고 가풀막을 치고 올라서니 채 녹지 않은 잔설이 등로에서의 속도감을 떨어트리긴 했지만 미답의 코스를 걷는다는 설렘과 산자락 어느 모퉁이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일한 행복이라는 사실을 가슴 가득 안고 능선과 계곡을 원없이 걸어본 오늘의 산행...

하지만 막상 산에서도 산에 목마르고 그립기만 할 뿐이다. 산은 나에게 산을 꿈꾸면서 산을 닮아가는 그런 삶을 살라고 하지만 세속의 필부에 지나지 않는 자신에게는 그럴만한 삶을 살수 있는 기개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한겨울까지 꿋꿋함을 유지하던 풀도... 무겁도록 무성한 잎도... 미련을 놓지 못하던 마지막 잎새도... 수정같은 눈꽃으로 새로이 피어나게 하는 겨울의 마력을 올 겨울에는 제대로 체험해 봤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안고 울적해 지기 쉬운 따뜻함이 그리운 계절에 단정하고 맑은 기운으로 살아가리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거리면서 사람사는 세상으로 내려와 길이 끝나고 산행도 끝났건만 마음은 아직도 산기슭을 어슬렁 거리고 있는 것 같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홀로 휘적거리며 걷는 동안 점점 더 많은 상념들이 뇌리를 스쳐간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칼바람이 부는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귓볼이 빨개지고 코 끝이 얼얼할 정도로 겨울냄새가 물씬 풍기는 추억의 겨울향기를 흠뻑 맞으며 6시간 반동안 원없이 걸었으니 철없는 산꾼에게는 행복한 하루였다고 위안을 삼을 수가 있을 것 같아 그나마 오늘의 산길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