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동료들과 함께 송년산행으로 올라본 영축산 반야암능선 본문
♧ 산행일자 : 2014. 12. 28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남 양산시 하북면 일원
♧ 산행인원 :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 산행코스 : 하북면 지산마을-축서암갈림길-반야암능선-전망바위-영축산-1060봉(추모봉)-숨은재-은수샘-백운암-극락암-반야암-지산마을(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8.61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 영축산
국내 삼보사찰의 하나인 불보사찰(佛寶寺刹)인 양산 통도사 뒷산 영축산(靈鷲山)은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과 원동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는 1,081m이다. 신불산 아래에 위치하며 울산광역시와 양산시 경계지역에 있다.
암릉과 암봉 그리고 초원지대를 함께 형성하고 있으면서 경관이 아름다워 이웃한 간월산, 신불산과 함께 영남알프스의 중심에 있는 산이기도 하다.
석가가 화엄경을 설법한 천축의 영취산과 닮았다고 해서 '영취산' 또는 신령스런 독수리가 살고 있다 하여 '취서산' 그리고 '축서산' 등 이름이 다양하게 불린다.
◈ 산행기
이번 주에는 어느 곳으로 떠나볼까나 하는 마음으로 산행준비를 하고 출근을 한다. 미리 몇몇 동료들에게 함께 가자고 약속을 해놓은 터라 영알의 어느 산자락을 코스로 잡아 올해의 송년산행을 마무리하기로 하고 산행지를 물색하기 시작한다. 본인이 가보고 싶은 곳을 먼저 떠올리기 시작하니 맨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영축산 외송칼바위능선이다. 벌써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혼자 가기가 조금은 망설여지는 곳이었는데 마침 릿지 산행을 즐겨하는 동료가 함께 가기로 하여 오늘 산행지로 망설임없이 정하게 된다. 토요일 아침 병원에서 만나 출발하기로 하고 당직근무 마치고 로비로 나오니 벌써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동료 두 사람을 태운 뒤 고속도로를 달려 통도사로 향한다. 통도환타지아를 지나 지산마을에 도착하니 벌써 산행을 나온 등산객들이 타고온 차량들이 제법 눈에 띈다. 주차를 해놓고 장비를 챙겨 수퍼에 들러 라면 2개 사서 갈무리하고 GPS를 가동하며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산행들머리인 지산마을 버스정류장입니다.
마주보이는 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잠시 후 나타나는 이정표에서 철조망 뒤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들어섭니다.
축서암 삼거리.
좌측 비로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답니다.
너무나 걷기 편한 등로를 따라 진행하게 되면 첫 번째 계곡을 지나게 되고
6~7분 후 집수조가 있는 두 번째 계곡을 건너게 되면
양 갈래로 나있는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사진 찍으며 GPS 포인트 기록하느라 뒤처졌더니
앞서 가던 일행이 그만 우측으로 올라가 버렸네요.
하는 수없이 오늘은 반야암능선을 오르기로 합니다.
이 코스 역시 미답의 길이라 언젠가는 걸어봐야 할 길이기에
순서가 뒤바뀌면 어떠냐 하는 마음으로
한없이 이어지는 오름길을 꾸역꾸역 올라갑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풀막을 올라서니 눈길을 끄는 소나무도 있고
반야암능선의 명물이라 불리는 속이 빈 소나무도 만나게 되는군요.
지그재그로 나있는 오름길을 1시간 20여분 가량 올라서니
삐죽삐죽한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네요.
암릉구간이니 만큼 확 트이는 조망이 막힌 가슴을 뚫어주는 기분입니다.
언제나 가슴을 울렁이게 만드는 영축지맥 능선이지요.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건너보이는 암릉을 오르고 있어야 하는데...
하지만 지금의 산길도 충분히 눈길을 끌만한 코스여서
다음 숙제로 남겨두고 등로를 계속 이어갑니다.
영축산 동쪽의 오름길은 어느 코스를 막론하고
가파른 오름길과 암릉구간인 것 같습니다.
약간은 질척거리는 미끄러운 등로를 조심스레 올라서면
반야암능선 최고의 전망대에 올라서게 됩니다.
건너보이는 병풍바위를 맨 먼저 두 눈에 담아보고
외송칼바위 능선과 비로암중앙능선 그리고 저 멀리
죽바우등을 한꺼번에 담아보면서 눈을 즐겁게 합니다.
먼 곳까지의 조망은 별로지만 가까운 곳은 그런대로
시야에 잡히는 시원스런 풍광을 가슴 가득 담고서
등로 우측 위로 보이는 영축남릉을 마지막으로
사진에 담고 다시 가파름을 극복하며 올라서니
반야암능선의 또다른 명물인 촛대바위를 만나게 되는군요.
촛대바위 뒤쪽의 전망터에서 바라보는 풍광 또한 일품이었답니다.
짧은 산죽지대를 통과해 올라선 능선길에는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얼어붙어 있어 보기만 해도 한기를 느끼게 됩니다.
영축산 정상이 빤히 보이는 암릉에서 쉬면서
가져간 간식과 따끈한 차를 마시며 휴식시간을 가져봅니다.
가지산, 운문산, 천황산, 재약산을 차례로 돌아보면서
지난 여름과 가을의 추억을 돌이켜 봅니다.
건너보이는 추모봉(1,060봉) 아래로 외송칼바위능선이 보이는군요.
다음 기회에 혼자서라도 꼭 올라보리라 다짐을 하면서
부산 방면의 유명산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한 편의 수묵화를 감상하듯 관망을 하고서
영축능선을 향한 걸음을 이어가니 천정삼거리를 지나게 됩니다.
되돌아 본 등로 너머로 신불산과 신불평원을 바라보면서
지난 가을의 억새의 서걱거림을 음미해보고
또다시 찾아오리라는 무언의 약속을 영축산 정상석을 향해 남기면서
지난 가을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억새밭을 가로질러 올라선 끝에는
추모비가 있는 1060봉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외송칼바위능선으로 올랐으면 이곳에 곧장 닿았을텐데...
영축지맥능선 서쪽 사면길은
아직도 내린 눈이 녹지 않아 눈밭을 이루고 있어
아이젠을 착용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진입을 시도해 봅니다.
쉼없이 이어지던 가파른 오름길이었던 반야암능선(가운데)을 가늠해보고
우회길을 버리고 눈과 얼음이 끼어있는 내림길을 밧줄을 부여잡고 조심스레 내려서니
수북이 쌓인 눈밭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네요.
하얀 눈밭을 걸으며 한겨울의 정취를 맘껏 느끼며
걷는 걸음에 배꼽시계가 울려대기 시작하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바람이 잦아드는
양지바른 바위조망터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전망이 멋진 바위 벼랑 위에서 떡라면을 끓이고
준비해간 음식들로 즐거운 오찬을 가지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듯 하네요.
맛난 떡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따끈한 커피 한잔으로 마무리하고서
하산 루트인 숨은재에서의 내림길과 함박등능선을 가늠해보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숨은재를 향한 걸음을 이어갑니다.
이윽고 당도한 숨은재입니다.
아직 미답의 구간이라 긴장감이 감돌지만
조심스런 첫보를 내디디며 은수샘을 향해 갑니다.
짧은 조릿대밭을 지나 허리길을 잠시 돌아드니
쏟아질듯 한 내림길에 거친 등로라
약한 발목을 의식하며 조심에 또 조심을 기해 봅니다.
숨은재를 출발한지 약 15분 가량 내려선 지점에서
좌측으로 자그마한 돌탑이 눈에 띄는 곳으로 들어섭니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 보았던 고사목을 보니 제대로 길을 든것 같네요.
이렇게 험준하고 깊은 골짝에 샘터가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아마도 오래 전부터 영축산에서 수도하던 스님들이
이용하던 곳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꽤 괜찮은 물맛을 맛보고 다시 조금전 사거리로 되돌아나옵니다.
되돌아온 갈림길에서 조금 전에는 못 보았던 바위에 씌어진
희미한 글씨를 보면서 백운암을 향한 등로를 이어갑니다.
돌밭을 가로질러 희미한 허리길을 따라 진행하니
함박등에서 내려온 주등로와 합류가 되고
목재계단 몇 군데를 내려서며 도착한 백운암에는
오늘도 변함없이 독경소리가 청아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네요.
잠시 주변을 돌아보고 극락암을 향한 하산길을 이어갑니다.
비로암으로 갈수 있는 갈림길에서 우측 아래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합니다.
백운암을 찾아 올라오는 탐방객들과 반가움의 인사를 나누며 등로를 내려서니
올해 세 번째로 찾게되는 극락암을 만나게 됩니다.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조금은 황량한 느낌이 드네요.
"통도사 서북쪽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극락암은 근현대의 고승인 경봉(鏡峰) 스님이 주석하셨던 곳으로 유명. 1344년에 창건되었다고 전하며 창건주는 알 수 없음. 1758년 지홍대사가 중건하였으며 1968년 이후 가람 전체를 경봉스님이 중건ㆍ중수. 선방인 호국선원 앞에는 영월루가 있고 연수당ㆍ수세전ㆍ독성각과 함께 33조사의 영정을 봉안한 조사당이 있음. 경봉의 거처였던 아담한 삼소굴과 함께 암자로서는 매우 큰 규모임. 암자 입구에 있는 '극락영지'는 영취산의 봉우리가 비치는 연못으로 유명하며, 연못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홍교와의 조화가 아름답다." <출처; www.tongsa.or.kr>
이곳에서 바라보는 영축능선과 극락암과의 조화로움이 너무나 멋집니다.
법당인 극락암(極樂菴)입니다.
如如門(여여문)
수세전으로 진입하는 작은 문입니다.
영축산과 극락영지 그리고 극락암...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네요.
극락영지(極樂影池)의 무지개다리(虹橋, 홍교)에서 유일한 흔적을 남겨봅니다.
극락암 순례를 마치고 돌아나와 포장도로를 버리고 솔숲길로 들어섭니다.
반야암을 찾아 큰 법당인 반야보전에 들어 부처님께
무탈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음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경을 올립니다.
반야암은 1999년 지안스님에 의해 창건된 영축산 통도사 산내암자이다.
통도사의 여느 산내 암자보다 도량이 넓으면서도 주변 공간의 활용성이 높은 곳으로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암자이다.
영축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은 가뭄에도 끊이지 않고 도량 왼쪽을 끼고 앞으로 흐르고 산의 기혈이 뻗치고 내려오는 능선의 숲은 법당을 둘러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채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법당 우측으로는 꽤나 넓은 공간이 시원스럽다.
반야암을 창건하신 지안스님은...
벽안스님을 은사로 1970년 통도사에서 출가하여 통도사 강주소임만 20년을 넘게 수행했으며 지금까지 통도사 강원에서 총 47회 배출한 졸업생중 30% 넘는 15회를 스님이 직접 지도하여 스님들을 배출한 학승 중에 학승이다.
반야암을 나와 도로를 따라 잠시 걸으면
좌측으로 주차장과 독립가옥이 나타나고
등로는 노스님들이 거처하는 독립가옥 앞으로 이어집니다.
수행공간이라는 팻말에 발자욱 소리를 죽여가며 빠른 걸음으로 통과합니다.
가옥 옆 계곡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서면
편안하고 아늑한 등로가 이어지고
농장지대를 가로질러 걸으며 오늘 걸었던 영축산 마루금을 올려다보며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걷다보니
출발지였던 지산마을에 도착하면서 산행은 마침표를 찍게 되네요.
갑오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송년산행이라는 이름으로 직장 동료 두 명과 함께 걸어본 오늘의 산길...
50회 동안 산을 찾아 자연이 주는 크나큰 감동과 혜택을 받았으니 올 한해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스스로에게 자축의 말을 건네본다.
산은 넘어야 할 고개처럼 넘으면 다시 고개가 나타나고 또 다른 모습의 고개가 우리들 앞에서 서 있듯이 산에서 삶의 철학과 인생의 맛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깨우침을 알려주는 철학자요, 스승이요, 선생님이라고 할 수가 있다.
알면 아는 만큼 바르게 행동하고, 깨달으면 깨달은 만큼 열심히 살고 남에게 베풀 줄 알고 자기 자신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산이 주는 무언의 교훈을 깨달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나 또한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며 항시 깨어있는 삶을 살고 싶다.
산에 대한 경건한 마음과 고마움을 잠시도 잊지않고 감사하며 새로이 맞이하는 을미년에도 틈틈이 산을 찾아 각박한 세속의 삶 속에서 부산물로 얻어지는 온갖 찌꺼기들을 말끔히 정화시키고 지친 심신을 달래며 조급하지 않는 여유를 가지며 사람답게 살수 있기를 진실된 마음으로 기원해본다.
해를 보내며 가는 해가 아쉬움이 있다면, 오는 해는 새로운 꿈을 가질 수 있음에 또 이렇게 새해를 기다리나 보다.
이제 3일 밖에 남지않은 갑오년... 소중한 인연으로 함께하며 기뻐하고 웃음지며 쌓아온 한 해 였던 것 같다.
서운한 일이나 슬픈 일, 힘겨웠던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들만 가지고 새로운 환경속에서 살아가게 될지라도 굴하지 않고 언제나처럼 긍정모드로 세파를 헤쳐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갑오년 송년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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