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오랜만에 월사동을 기,종점으로 찾은 내연산 향로봉 본문
♤ 산행일자 : 2015. 02. 14 (토) 날씨 - 맑음, 세찬 바람
♤ 산행장소 :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송라면 일원
♤ 산행인원 : 오늘도 홀로...
♤ 산행코스 : 월사동-하옥계곡 들머리-능선마루-월성손씨묘-911봉(중봉)-향로봉-전망바위-꽃밭등-주계곡 합수-하옥계곡 합수부-월사동 (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거리 : 5시간 4분, 10.35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전날 집사람과 함께 다녀온 여행의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았지만 이번 주에도 변함없이 습관처럼 산행준비를 한다.
걸을수 있는 건강이 허락할 때 많이 다녀보자는 기치 아래 간단히 아침 한술 뜨고 요기꺼리와 과일을 챙겨넣고 집을 나선다. 오늘은 모처럼 포항지역의 산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동안 자주 찾지 못했던 내연산 향로봉을 오랫만에 올라보고자 마음먹고 기억속에 가물거릴 정도로 찾지 않았던 월사동코스로 산행지를 잡고 기계면소재지를 지나 기북면을 거쳐 비학지맥의 출발지인 성법령의 구비구비 고갯길을 돌아 넘으니 널찍한 분지에 평화로이 자리를 잡고 있는 죽장면 상옥리가 발 아래 펼쳐진다. 그 모습을 보니 저절로 마음이 푸근해져 온다. 예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마을 이름이 부지기수였지만 산을 다니면서 자연스레 마을 이름과 지형도 알게 되었으니 산행이 주는 또다른 소득이 아닌가 싶다.
상옥에서 청송과 하옥으로 갈라지는 먹방3거리에서 우회전하여 하옥방면으로 진행하면 도로가 왼쪽으로 크게 꺾여 나가게 되는 지점 우측으로 공터가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양봉터로 사용되는 곳으로 월사동에서 향로봉으로 오르는 들머리인 셈이다.
예전에는 양봉업자들이 벌통을 가지런히 놓아둘 수 있을 만큼 평평한 땅이었는데 지금은 포크레인이 들어간 흔적이 있어 바퀴자국이 땅바닥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주차하기가 곤란하다. 하는 수없이 도로변 한 귀퉁이에 주차를 해놓고 장비를 들쳐메고 양봉터에서 남쪽으로 난 찻길을 따라 내려가면 차량출입을 통제하는 철문이 길을 막는다. 이 지점에서 GPS를 가동하며 산행기점을 잡고 철문 오른쪽 모퉁이의 틈새를 빠져나가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굳게 닫힌 철문이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우측 귀퉁이로 빠져 나갈만한 틈이 있답니다.
작년 팔월 이곳을 찾았을 때 불어난 계류의 물로 인해
덕골로 행선지를 바꾸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오늘도 그때처럼 텅빈 농장의 컨테이너에는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질 않네요.
상옥에서 내려오는 개울을 만나게 되면
좌측의 하옥방향으로 방향을 바꾸어 계류를 따라 진행합니다.
전에 없던 진입로가 생긴걸 보니
안쪽으로 무슨 공사가 벌어지나 봅니다.
차가운 날씨에 얼음이 얼어있는 싸한 느낌의 계곡이지만
물소리만큼은 청아하기 이를 데 없고 물색 또한 맑기 그지없네요.
물 흐르는 방향을 따라 하류 쪽으로 100m쯤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계류를 건너서면
산비탈 쪽으로 표지기가 나부끼는 곳이
바로 오늘 산행의 들머리가 되겠습니다.
초입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오름길이 숨을 헐떡거리게 만들고
여독이 덜 풀린 무거운 몸상태지만 한발한발 내딛다보니
아름드리 노송과 고사목이 어우러진
운치 있는 능선길로 접어들게 되고
나무 사이로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산행을 시작했던 농장의 컨테이너가 내려다 보이는군요.
큼직한 바윗돌이 삐죽삐죽 솟아있는 능선마루에 올라서면
이후부터는 뚜렷한 능선길을 이어가게 됩니다.
상옥리 먹방마을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산우(山友)인
'호젓한오솔길'님의 산행기에 등장하는
일명 '용트림송'도 만나게 되는군요.
능선마루에 올라선 후 10여분이면
이름없는 무명묘 1기를 지나치게 되고,
앞을 가로막고 있는 바위를 곧장 치받아 올라서서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보니
발 아래로는 하옥계곡이 내려다보이고
그 건너로 먹방마을, 그 뒤편으로 통점재를 건너는
낙동정맥을 굽어보는 맛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옵니다.
멋진 조망을 구경하고 잠시 걸음을 옮겨가니 '밀양손씨'묘를 만나게 되면서
노송과 바윗길은 사라지고 전형적인
육산의 형태를 띄는 참나무 숲길이 넓게 펼쳐집니다.
참나무 숲을 지나 가파르게 이어지는 급비탈을 힘겹게 올라서니
등로는 우측으로 꺾여 진행하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뚜렷한 등로에 굵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가다보면
멧부리가 평평한 둔덕을 이룬 911봉에 도착하게 되고
우측 아래로 내려서는 낙엽이 잔뜩 깔린 등로를 따라 걸음을 옮겨가면
등로는 보이는 앞쪽 능선에서 좌측으로 꺾여 진행하게 됩니다.
자연으로 돌아가기 직전의 모습을 보니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생각나는군요.
잔설이 약간 남아있는 능선을 따라 매섭게 불어대는 삭풍을 맞으며
빤히 건너다 보이는 향로봉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갑니다.
좌측으로 시그널 한 두개가 달려있어 잠시 지도를 들여다보니
하옥교 방향으로 떨어지는 길인 것 같습니다.
정상적인 방향인 우측 오름길로 진행을 합니다.
햇볕이 가득한 텅빈 향로봉 정상에 도착하면서
맨 먼저 정상석을 사진에 담고 좌표를 찍은 후
주변을 돌아보며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날씨는 맑지만 미세먼지 탓인지 흐릿한 시야가
동해안으로의 멋진 조망은 허락되지 않는군요.
이번에는 서쪽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지만
수목원이 있는 매봉이나 그 뒤의 괘령산만 보일 뿐
흐릿하긴 매 한가지인 것 같네요.
멋진 조망을 허락하지 않는 정상에
오래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향로봉과 작별을 고하고 고메이등을 타고
시명리 방향으로 진행하며 하산모드로 접어듭니다.
잠시 뒤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길을 들어
꽃밭등을 향한 등로를 이어갑니다.
꽃밭등을 향한 등로는 순한 내리막의 연속으로
따사로운 햇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걷노라니
매섭게 불어대는 찬바람도 그리 차갑게 느낄 정도는
아닌 것 같아 한결 걷기가 수월하네요
등로 우측의 자그마한 바위에 올라서서 지나온 등로를 바라봅니다.
우측으로는 향로봉이, 그 왼쪽에는 911봉이 올려다 보이는군요.
다음 기회에는 건너보이는 능선을 타고
중봉으로 올라 향로봉 정상을 밟고 싶어지는군요.
정상적인 등로는 없을지라도
누군가 분명 걸었던 옛길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꽃밭등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서면 만나게 될
월사동계곡이 저 아래로 보이는군요.
여기서 보아도 가파르기 그지없는
매봉 골짜기에서 뻗어내린 계곡이 무척 깊고 험준해 보입니다.
꽃밭등 가는 길의 등로 좌측에 있는 전망 바위에서
청하골 상류 쪽 뒤로 삿갓봉, 수목원의 팔각정이
시원스럽게 바라보이는 멋진 조망을 즐겨봅니다.
소의 잔등을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건너편의 천령산 우척봉을 사진에 담고
바위에 걸터앉아 준비해간 먹거리로 점심을 대신합니다.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하고서 꽃밭등을 향한 등로를 잇는 걸음에는
쭉쭉 뻗은 참나무 숲길을 따라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밝은 햇살의 기운을 맘껏 받으며 걷는 행복한 걸음이 이어집니다.
아담한 정자가 있는 쉼터 갈림길에서는
정자 뒤로 나있는 산길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우측의 관찰로를 따르면 꽃밭등 가기 전 우측 아래로
월사동계곡(칡대밭골)으로 떨어지는 지름길이 있지만
꽃밭등을 들러보고자 능선길을 고집합니다.
완만한 오름을 올라 도착한 이름없는 무명봉을 거쳐 내려서니
매봉안부, 꽃밭등 정상이라고도 부르는 갈림길엔
각 방향별 "매봉 1.8km 50분, 향로봉 2.2km 1시간 10분,
삼거리 0.9km 30분"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고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시그널들이 춤을 추고 있을 뿐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입니다.
계곡을 따라 월사동으로 원점 회귀하려면
오른쪽 아래로 내려서야 하는데
예전과 달리 그동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모양인지 시그널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네요.
등로 우측 위로 나있는 관찰로를 따라 잠시 진행하면
왼쪽 아래 펑퍼짐한 분지형태를 이룬 지계곡쪽으로
시그널들이 길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길이 없던 예전보다 훨씬 뚜렷해진
흔적을 따라 7~8분 가량 따라 나서니
사정없이 쏟아지는 급경사구간을 조심스레 내려서면
가느다란 물줄기 위로 얼음이 꽁꽁 얼어있는 계곡에 닿게 되고,
이후는 줄곧 계곡을 따라 등로는 이어집니다.
천지 사방이 적막감에 싸여있어
외딴 세상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드는군요.
'오솔길'님 산행기에는 말머리를 닮은 나무라 해놓았는데,
아프리카에 살고있는 어느 초식동물의 머리를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볕이 잘 들지 않은 그늘진 계곡에는 아직도 두터운 얼음이 잔뜩 끼어있어
행여 미끄러질까 염려스러워 발걸음 내딛는게 조심스럽습니다.
단번에 눈길을 끄는 커다란 바위를 지나면서
뭐라 이름을 붙여보고 싶은데 작명 실력이 영...
계곡을 좌측에 두고 이어지는 등로를 진행하다
작은폭포를 이룬 곳에 얼음이 얼어있는 모습을 보고
그냥 갈 수 없어 아래로 내려가 보기로 합니다.
수량이 풍부한 여름철 제법 큰소리로
조용한 계곡안을 호령할 수 있을 만큼 규모있는 폭포에
동장군이 터를 잡고 자리를 뜰 생각을 안하고 있네요.
자연이 빚어놓은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 담아봅니다.
최근 산행을 하면서 두텁게 낙엽이 깔린
사면길을 걷게 되면 웬지 발걸음이 더뎌지는군요.
아마도 아내의 안전사고 이후에 생긴 트라우마가 아닌가 싶네요.
말라버린 칡넝쿨과 다래넝쿨이 계곡 곳곳에 얽혀있고
낙엽속에 숨어 하옥계곡을 향해 흘러가는 계곡수는
작은 소를 만나게 되면 잠시 쉬어가기라도 하는 듯
숨 죽이며 빼꼼이 그 모습을 보여주는군요.
나무화석 같아 보이는데 학술적 가치가 있는건지...
문외한이라 그냥 지나치고 맙니다.
전문가에게 의뢰를 해봐야 할것 같네요.
겨우내 꽁꽁 얼어버린 월사동계곡의 쌍폭포.
그래도 얼음 밑으로 물이 졸졸 흐르고 있는 것이
봄이 오는 소리임을 들려줍니다.
속을 다 드러낸 굴참나무.
저렇게 있어도 생명이 유지되는걸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얼음이 꽁꽁 얼어 있고
그 밑으로 맑디맑은 물이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싸늘한 기운이 계곡 전체를 감싸고 도는 가운데
월사동계곡은 아직도 겨울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듯 하네요.
군데군데 두텁게 덮혀있는 얼음을 보면서
봄은 아직 요원함을 느끼게 되지만
골짜기 아래로 진행하면서 점점 물소리는 커져가고
수량 또한 조금씩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와 비례해 얼었던 얼음을 녹여가며
그 사이를 뚫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는 계류는
때묻지 않은 원시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월사동계곡에도
봄이 찾아오기를 갈망하며 열심히 달음박질 치고 있답니다.
드디어 먹방골에서 내려오는 물과 합류가 되는 합수부에 닿게 되고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황량한 분위기이지만
푸르름이 한창인 계절이 오면 이곳은
동양화의 한 폭이 될 만큼 멋진 곳이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옥 방향의 풍경을 담아보고
하옥 방향의 하류로 진행하며 되돌아보기도 하면서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에 취해 걷다보니
계류를 건너야 할 지점을 놓쳐버려
물길이 좌측으로 크게 꺾이는 지점까지 내려와
계류를 건너 산길로 다시 접어드니 갈림길이 하나 나타나는데
지도를 살펴본 결과 중봉(911m)으로 곧장 올라가는 등로인 것 같습니다.
꽃밭등을 향한 능선을 걸을 때 전망바위에서 올려다 보면서
걸어보고 싶다는 바로 그 길인 것 같아
이제 들머리를 알았으니 결행할 날만 남은 것 같군요.
잠시 후 월사동계곡의 명소인 삿갓소를 만나게 됩니다.
맑은 물이 바위 사이를 휘감아 돌면서 소를 이루고
주변의 암봉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어지는 등로는 협곡을 이루는 계곡 우측 산기슭으로 이어지고
잠시 후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변화된 모습에 잠시 어리둥절해 지는군요.
산행 시작하면서 만났던 계곡의 진입로가
만들어진 이유를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요.
뒤돌아 바라보니 개발이 꽤 진행이 된것 같은데
그 용도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아침 나절 철문 귀퉁이를 빠져나와 아직도 봄이 옴을 시샘이라도 하듯
세찬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어대던 향로봉과
동토의 영역임을 과시하듯 꽁꽁 얼어있는 칡대밭골을
한바퀴 돌아 다시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철문을 빠져나갑니다.
집사람과 함께 1박2일의 여행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돌아와 채 몸이 풀리기 전에 다시 산을 찾아 나선 길이지만 아직은 쓸만한 육신인지 그리 힘들다는 느낌이 없어 오랜만에 찾은 향로봉을 비롯한 주변 등로를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분이 무척 상쾌하다.
더우기 아주 오래 전에 친구와 둘이서 시그널도 거의 없던 시절 월사동계곡(칡대밭골)을 헤메고 다니던 그때를 생각하면서 오랜만에 찾아보니 예전의 기억이 드문드문 떠오르는 걸 보면 시간이 꽤 흘렀음을 실감하였고 참 겁없이 산을 다녔었구나 하는 때늦은 생각도 해본다.
봄이 오기를 거부하는 월사동계곡을 빠져나오니 뺨을 스쳐가는 바람은 한결 부드러워져 금새 봄이 우리 곁에 다가올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는 봄이 되기 전에 몇 번은 더 접하겠지만 그래도 꽃샘추위가 싫지만은 않은게 떠나기 싫어서 끝까지 앙탈을 부리는 겨울의 애처로운 모습과 닮아있어 얼마 남지않은 추위를 즐길 수 있는 여유도 가져본다.
그러다보면 어느 새 봄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싹을 튀우고 꽃을 피우며 나무에 초록색 물이 올라오게 해 푸른 잎을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있을지도... 자연 앞에 인간은 미세한 먼지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느끼면서도 자연의 변화됨이 인간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을 하며 잘난 척을 하고 있으니 그런 어리석은 인간들 속에 나 만큼이라도 좀더 나은 생각으로 다가오는 새봄을 맞을까 싶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매사 긍정적인 사고로 모든게 잘 될거야~라는 희망을 안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하면서 평소보다 이른 시각의 하산이 생경스러운 기분이지만 밝은 햇살 아래 달려가는 귀로에는 신나는 음악이 차창 밖으로 멀리 멀리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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