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매서운 겨울바람 속을 뚫고 걸어본 신불산 만길능선-간월서릉 명품코스 본문
♠ 산행일자 : 2015. 02. 08 (일) 날씨 - 맑음, 세찬 칼바람이 무척 심했던 날
♠ 산행장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삼남면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신불산자연휴양림(하단) - 만길능선 - 임도 - 신불서봉 - 신불산 - 간월재 - 간월산 - 간월서봉 - 신불산자연휴양림(상단) - 파래소폭포 - 신불산자연휴양림(하단)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30분, 12.21km(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지난 주 중에 토함산으로 가볍게 다녀온게 성에 차질 않아 오늘은 영알로 달려가볼까 싶어 언양으로 차를 몰아간다.
그동안 영알의 영축산 부근으로 자주 다닌 편이라 오늘은 신불산 쪽으로 행선지를 정하여 한번도 가보지 못한 코스를 걸어보고 싶어 석남사를 지나 배내고개를 넘어 청수골에 있는 신불산자연휴양림에 도착을 하니 입구의 조그마한 공터에는 차가운 날씨 탓인지 텅 비어있다. 조금전 지나온 사설주차장에도 차량들이 몇 대 보이지 않더니 오늘 춥겠다는 일기예보에 지레 겁을 먹은 모양인지...
차문을 열고 나오니 싸늘한 찬기운이 온 몸을 파고든다. 단단히 장비를 챙기고 GPS를 가동하면서 휴양림 안으로 들어가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신불산자연휴양림(하단) 입구를 통과하여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걸으며
오늘 가야 할 만길능선을 바라보면서 전의를 불태워 봅니다.
직진 길은 파래소 폭포로 가는 길.
우측 나무데크를 따라 올라섭니다.
만길능선은 데크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돌무더기 있는 곳에서 왼쪽 능선으로 올라붙어야 합니다.
곧장 나있는 길은 신불재로 오르는 길이지요.
초입부터 가파르고 험한 암릉구간이 시작되네요.
우회로가 어딘가에 있을 법도 한데 무작정 치고 올라섭니다.
바위 틈 사이의 돌출부를 잡고 조심조심 올라서
이어지는 좁은 암벽 사이를 연속해서 오릅니다.
한동안 코가 땅에 땋을 정도로 가파른
된비알을 헉헉거리며 뚜렷하지도 않은데다
낙엽이 길을 숨겨버려 분간하기 어려운 등로지만
드문드문 매달려 있는 시그널을 따라 열심히 오름짓을 해 댑니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 올려놓은 사진들을 보게 되면
상당히 위험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올라보니 그런 정도는 아닌 것 같네요.
몇 군데 까다로운 구간이 있긴 하지만
우회로가 있어 몇 발자국만 돌아가면 된답니다.
단지 작은 암릉구간이 많아 힘은 좀 들지만
위험한 구간은 돌아가면 아무 문제없는 산길이고
설사 우회한다 해도 언제든지 전망대에 설 수 있답니다.
험로라 등산객의 발길은 많지 않은 등산로지만
길 찾기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말라버린 부처손이 군락을 이루고 있네요.
암벽 위 조망터에서 바라본 자연휴양림 방향의 조망입니다.
청석골(좌)과 왕봉골(우)이 합류되어 배내천으로 흘러듭니다.
우측으로는 예전 빨치산 공비지휘소가 있던 육각정봉이 우뚝하고
좌측 멀리로는 재약봉이 시야에 잡히는군요.
벼랑 끝에 자리잡고 있는 멋진 소나무를 사진에 담고
뒤돌아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만길능선은 암릉의 연속임을 알수 있네요.
조망바위 끝단에 올라서니 발 아래가 아찔합니다.
매섭고 세찬 찬바람속이라 가까이 다가서기가 주저스러울 지경입니다.
역시 절벽 끄트머리의 고사목을 담으면서도 아찔한 살떨림은 여전하네요.
만길능선에 편한 길은 없는 것 같습니다.
거친 등로의 연속이 계속 이어지는 걸 보면 말입니다.
조망이 트이는 조망터에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면
암봉구간이라 역시 조망 하나는 멋지군요.
파래소폭포가 있는 왕봉골을 내려다보고
좀더 눈높이가 낮아진 휴양림 방향의 조망을 맘껏 즐긴 후
다시 암릉을 치고 오릅니다.
바위 틈을 올라야 하는데 로프가 없으니
나무에 의지해서 올라야겠지요.
영하의 날씨에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부는지
나뭇가지를 스치며 울어대는 바람소리가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들리네요.
비룡송이 있는 백팔등능선 너머로 영축지맥이 흐르고 있고
청석골의 길고 깊은 골짝 끝에는 신불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온갖 풍상을 다 겪은 듯...
요상스런 모습의 옹이가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군요.
가파르고 거친 바윗길이 시간을 많이 지체하기는 하지만
암봉 위에서 바라보는 멋진 조망은
산행의 묘미를 한껏 느끼게 해줍니다.
지나온 등로를 되돌아보면서 한층 높아진 고도감에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아득한 멀리 밀양 땅의 명산들이 줄을 잇는 모습을 보니
마음속은 또 저곳을 향하고 있어 산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나 봅니다.
어느 덧 올려다 보던 육각정이 눈높이 아래로 내려서고
멀리 천황산과 재약산이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올려다 본 신불서릉 우측 끝으로
만길능선의 끝점인 신불서봉이 자리잡고 있네요.
신불산 북풍한설이 얼마나 세찬지 한 쪽을 완전히 내어주고도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나 나무나 제 자리를 지키는 일이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군요.
신불산 허리를 감아도는 왕봉골에서 올라온
임도를 가로질러 절개지를 올라갑니다.
등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훨씬 유순해지면서 푸르른 산죽밭을 지나고
철쭉군락지도 지나치게 되면서
신불서릉이 점점 다가옴을 느끼게 됩니다.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영축산에서 시살등으로 이어가는 하늘금.
보고 또 봐도 너무나 멋진 풍광이지요.
지나온 흔적을 되돌아보면서 새삼 발품의 대단함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신불서릉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를 만나면서
가파른 오름길은 거의 끝이 나고 신불서봉을 향한 등로를 이어갑니다.
옛 공비지휘소가 있던 986봉이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는 신불서릉 입니다.
왕봉골에서 올라온 임도가 간월산과 간월서봉 사이로
돌아나가는 모습 뒤로 멀리 가지산과 운문산이 보이지만
세찬 바람 덕분에 오래 서있지 못하고 얼른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네요.
이제 눈 앞에 다가온 신불서봉을 향한 오름짓을 시작합니다.
신불서봉 오름길 중에 만나는 거북바위에서 바라보는 풍광으로
오른쪽 능선은 파래소폭포 쪽으로 연결되는 신불서릉,
왼쪽은 올라온 만길능선입니다.
신불서봉 정상 직전의 모습입니다.
장쾌한 영알의 모습을 보면서
'이 맛에 산행하는 거야' 혼잣말을 중얼거리지만
서있기 조차 힘든 강한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어와
심한 텃세를 부리는 통에 서둘러 자리를 뜨고 맙니다.
신불산과 간월재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한동안 가보지 못한 신불산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신불산을 비롯한 영남알프스의 정경 중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맨 좌측의 영축산에서 죽바우등, 시살등,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영축지맥 마루금으로
많은 산꾼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는 능선이기도 합니다.
저 웅장한 능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려옵니다.
어머니 품속 같은 펑퍼짐하고 넉넉한 신불산의 능선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푸근하게 감싸주는 곳이지요.
신불산 정상을 목전에 두고...
오랜만에 다시 찾은 신불산 정상.
커다란 정상석은 아직도 정이 들긴 이른지...
신불산(神佛山)
해발 1,159m인 신불산(神佛山)은 '신령이 도를 닦는 산'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전해진다. 도교의 산신과 불교의 부처가 어우러진 독특한 명칭이다.
영남알프스 가운데 가지산, 천황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험하면서도 멋진 능선인 신불공룡능선(일명 칼바위능선)이 산악인들의 필수 코스로 인기가 높다.
울산 12경의 하나이자, 전국 최고 억새평원으로 꼽히는 신불산억새평원(109만㎡)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다. 폭포수가 햇빛을 받으면 무지개가 서린다는 홍류폭포도 유명하다.
신라시대 축성된 것으로 보이는 단조성과 단조늪이 있어 각종 희귀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특히 환경주 지정 관리식물인 설맹초와 솔나리, 개족도리풀 들이 자라고 있으며, 진퍼리새와 박새 등도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이 있어 자연 속 쉼터로 애용되고 있다.
세찬 바람 덕택에 복면을 쓴 채 흔적을 남기게 되었네요.
신불산 정상의 돌탑 뒤에서 주변의 풍광을 담아봅니다.
발 아래로 등억온천지구와 상북면 일대가 펼쳐지고
좌측 멀리 고헌산이, 우측 멀리로는 치술령도 시야에 들어오는군요.
고개를 돌려 북쪽을 바라보니
간월산에서 배내봉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이 펼쳐지고
그 너머 운문산에서 가지산, 쌀바위를 지나
상운산으로 이어지는 하늘금이 시원스럽습니다.
신불산의 가장 난코스이자
영알의 대표 암릉길인 신불공룡능선입니다.
암릉의 조망은 장쾌하기 그지 없지만
매섭고 차가운 강풍을 맞으며 칼바위 암릉을 걷고있는
등산객들의 안위가 걱정스럽기 조차 합니다.
신불산을 떠나며 다시금 바라본 날개를 활짝 편
독수리의 웅비를 보는 듯한 영축산의 위용과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영축지맥의 마루금은 언제나 황홀경 그 자체입니다.
신불서릉 갈림삼거리를 지나
간월재를 향한 북사면에는 얼음이 얼어붙어 진행에 어려움이 있네요.
자칫 잘못하는 날엔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 조심에 조심을 기합니다.
신불서봉에서 서릉으로 이어지는 유려한 곡선미를 보면서
마음은 한결 넉넉해져 오고 하얀 산사면을 타고
가물가물 솟은 나무들이 보송보송한 솜털 같아 보입니다.
말 잔등, 목덜미 갈기 같네요.
아! 겨울산은 '살아 있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가장 멋진 모습의 간월재를 담을 수 있는
데크전망대의 포토존에서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보기도 합니다.
산행의 즐거움 중 으뜸으로 꼽을 만한 것이 바로 조망(眺望)이랍니다.
산 아래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가 하면,
바라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의 정경을 보여주지요.
편협한 인간의 시각을 교정하는 데는 더없이 훌륭한 스승입니다.
간월재를 향한 내림길에는 곳곳이 위험요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빙판으로 변해버린 등로에 스틱은 정말 최고의 안전장구인 것 같습니다.
누렇게 말라버린 억새는 칼바람에 몸을 의지한 채 순응하는 모습이고
볕이 좋은 따뜻한 날엔 간월재를 찾는 산객들로 붐비는
이곳 데크에도 매서운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어
다들 피난을 갔는지 썰렁한 분위기입니다.
돌탑 앞으로 세워진 간월재의 정상석에는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산님들이 있어 잠시 기다렸다가 담아봅니다.
이제 간월재는 이름난 억새군락지로
울산 지역의 가을명소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다들 어디로 갔나 싶었는데 추위와 칼바람을 피해
간월재휴게소 안으로 대피를 했네요.
저 역시 예외일 수 없어 휴게소 안으로 들어섰지만
빈자리는 눈 씻고 봐도 없어 밖으로 나와 구석진 곳에서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놓고 등억온천 방향의 조망을 즐겨봅니다.
영알의 칼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라면과 떡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간월산을 향한 걸음을 시작합니다.
파아란 하늘, 기암괴석...
비록 누렇게 말라버린 억새의 모습이지만 함께 어우러지니
그 또한 아름답게 보이는 멋진 그림으로 다가옵니다.
간월산 오름길에 내려다 본 간월재의 풍경...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네요.
정상까지 시원하게 펼쳐진 등로와
불쑥 솟아난 바위들의 조화가 기묘하게 보이기도 하구요.
간월산 규화목(硅化木)
화산활동이나 홍수 등 강한 힘에 의하여 파괴된 목재조직이
산소가 없는 수중환경으로 이동하여 매몰된 후,
지하수에 용해되어 있던 다양한 무기물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목재조직이 세포내강 또는 세포간극에
물리화학적으로 침적 또는 치환되어 형성된다고 합니다.
간월산 규화목은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 연구실의
"한국의 지질 다양성"울산지역 조사 중 발견되었으며,
해부학적 조직 분석결과 나자식물(침엽수) 목재의 특징이 관찰되었고
생존 당시의 모습 그대로 매몰.보존된 현지성 화석으로
생육 기간 중의 환경조건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
한반도 및 울산의 중생대 식물상과 고환경 연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는 학술적 가치가 높은 귀중한 자료입니다.
간월재를 떠나 어느 정도 올라서면
주변의 풍경들이 제대로 조망이 됩니다.
마을과 들판 그리고 산봉우리들이 그려내는
또하나의 그림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네요.
산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경들이 발 아래로 펼쳐집니다.
간월재에서 간월산장 방향으로 내려서는 임도.
간월공룡능선을 타면서 내려다 보아야
온전히 사진에 담을 수 있는데
지금은 시야가 가려져 아쉽군요.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간월재를 바라보며 잠시 오름길을 이어가면
간월공룡능선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포인트에서
다시 밧줄잡고 오르내릴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배내봉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이 펼쳐지는
몇번이나 걸었던 멋진 마루금입니다.
아무도 없는 간월산 정상에서 홀로 정상석을 담아봅니다.
간월산(肝月山)
해발 1,069m 높이인 간월산(肝月山)은 1540여 년 전 있던 '간월사'라는 사찰 이름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看月山'으로 표기돼 있으나 사찰 이름은 '澗月寺'로 표기되는 등 간월산의 표기가 다양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등억리에 간월사지와 보물 제370호인 간월사지석조여래좌상이 있다.
산 정상에서 간월산장까지 뻗은 간월공룡능선이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간월재의 가을은 20만㎡가 넘는 억새의 은빛 군무로 빛난다. 해다마 가을이면 간월재에서 '억새대축제'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려 자연과 사람이 하나 돼 어우러지고 있다.
역사적 아픈 사연도 간직하고 있다. 간월재 서쪽 왕받골에 천연동굴인 죽림굴이 있는데 이곳은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믿음을 이어가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가야할 간월서봉 방향 너머로
영알의 또다른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천황산(우)과 재약산...
그리고 우측 앞으로 주계봉(심종태바위)이 보이는군요.
능동산 너머로 가지산, 운문산의 웅장함을 사진에 담고
간월공룡능선 아래로 펼쳐지는 언양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저 멀리 문수산과 남암산을 조만간 다시 찾아볼 계획을 하면서
간월서봉을 향한 등로를 이어갑니다.
쏟아진다는 말이 어울리는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와
뒤돌아 올려다보니 고도감이 꽤 크게 느껴지네요.
임도로 내려서서 나무벤취 2개가 있는 곳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입고 있던 쟈켓을 벗어 갈무리하고
간월서봉을 오르는 좌측 산길로 진입을 합니다.
임도를 계속 따르게 되면 배내고개(배내통하우스) 쪽으로 연결됩니다.
973봉 직전의 전망바위에서 간월산, 간월재, 신불산을 한꺼번에 담아봅니다.
급한 산사면을 타고 실뱀이 기어가는 듯한 산악도로.
물론 지금은 차량 통행을 금지하였지만 마치 한국판 차마고도 같습니다.
힘들게 오른 간월서봉(973봉)
정상에는 몇 개의 시그널만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네요.
가야할 간월서릉 마루금이 길게 펼쳐지고
골짜기에는 신불산자연휴양림(상단)이 자리잡고 있네요.
발목이 푹푹 빠지는 낙엽의 바다를 지나
바짝 마른 풀들이 군락을 이루는 산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놀림을 해대니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길고 긴 지루한 내림길도 그 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걸었던 등로를 올려다보면서 이 길을 거꾸로 올라볼 생각을 가지고
내려선 임도에서 맞은편 초소 앞으로 곧장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도를 따라 좌측 내림길로 진행하는 우(憂)를 범하고 말았네요.
아마도 그것은 다음 숙제를 위해 미루어둔게 아닌가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아 봅니다.
신불산폭포휴양림 상단의 매표소 앞이랍니다.
겨울철 비수기라 그런지 인적은 간데없고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휴양림 상단지구를 지나와
파래소폭포를 향한 산길로 접어듭니다.
등로 좌측으로 왕봉골을 끼고 흘러내리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1km 남짓 허리길을 쉼없이 걸어나오니
육각정전망대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게 되면서
급기야 후회가 물밀 듯 밀려 오는군요.
전망대를 구경하고 이곳으로 내려오면 될 것을...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걸 어떻하겠습니까...
다음 숙제로 남겨둘 수 밖에요.
파래소폭포
파래소 폭포
옛날 기우제를 지내면 바라던대로 비가 내렸다고하여 "바래소"에서 유래되었다는 파래소폭포는 경치가 아름다워 지금도 소망을 비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안개처럼 퍼지는 물보라는 시리도록 차서 아침, 저녁 무렵에는 무지개가 피어 올라 어두운 기운을 말끔히 걷어낸다. 검은 듯 푸른 수면위에는 산그림자 마저 초록색 물빛으로 비치고, 둘레가 100m나 되는 연못의 중심에는 명주실 한타레를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전설이 서려있다. 원시림이 우거진 계곡은 여름철 등산객들의 더위를 식혀주며, 특히 산림욕을 할 수 있는 자연휴양림이 근처에 있어 등산객들의 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다.
꽁꽁 얼어있는 빙벽으로 변해버린 폭포를 예상하고 왔었는데
아주 깔끔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파래소폭포를 보면서
비록 풍부한 수량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갈수기인 겨울 치고는 충분히 멋진 그림이라고 생각이 되어집니다.
아침 나절 시작했던 만길능선 초입의 삼거리를 지나고
시멘트도로를 따라 털레털레 발걸음을 잇다보면
휴양림 입구에 다다르면서 산행의 대미를 장식하게 되는군요.
산에 들면서 목적이나 의도를 지우고 그냥 백지상태로 들어서 차가운 날씨에 세차게 불어오는 겨울바람 속으로 그냥 좀 길게 걷고 싶어 나서본 오늘의 발걸음.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요즘은 웬지 뭔가가 허전한 느낌이 자꾸 가슴으로 들어온다. 그런 마음을 조금 비워내고자 혹은 채워보고자 배낭에 필요한 것들을 주섬주섬 챙겨 넣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차를 몰아 달려간 영남알프스의 잘 알려지지 않은 만길능선.
오래 전부터 점 찍어 두었던 코스였는데 이제서야 그 길을 걸어본 소감은 친구하자고 가까이 다가서는 된비알을 헉헉거리며 쉼없이 발걸음을 옮겨간 만길능선-간월서릉의 등로는 산은 산에 오른 사람에게 딱 오른 만큼만 보여주고 고생한 만큼만 보람과 성취감을 맛보게 해준다는 평범한 진리를 제대로 느낀 오늘의 산행이었다라고 할수 있다.
평탄하게 그어진 길 위에는 한가로움마저 느끼게 되었고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잠시 일상을 내려 놓고 세속에서 얻어지는 온갖 상념들을 떨쳐버리기 위해 산을 찾아 떠난다는 것...
어쩌면 그것은 산을 찾아 떠나는 많은 사람들의 잠재 본능과 같은 자유 의지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이제 나이가 들어 오랜 시간 발 붙여온 터전을 떠날 시기가 되었으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만 그 또한 헤쳐가야 할 길이기에 앞으로도 변함없이 산을 찾으며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며 건강한 삶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오랜 숙제 하나를 깨끗하게 마무리 한 성취감에 발걸음도 가볍게 도착한 휴양림을 빠져 나와 오후의 겨울 햇살이 지붕 위로 살포시 내려앉아 따뜻한 기운에 졸고 있는 애마를 깨워 귀로의 먼 길을 떠난다.
'◈ 산행이야기 > ☆ 2015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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