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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첫 걸음을 떼어 걸어본 아내와의 토함산 나들이 본문

◈ 산행이야기/☆ 2015년도 산행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첫 걸음을 떼어 걸어본 아내와의 토함산 나들이

해와달^^* 2015. 2. 5. 20:45

☆ 산행일자 : 2015. 02. 04 (수)  날씨 - 흐림, 눈 약간

☆ 산행장소 : 경주시 하동, 진현동, 덕동, 황용동, 양북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어울렁 더울렁

☆ 산행코스 : 시부거리-주능선삼거리-사시목갈림길-토함산-사시목갈림길-유인월성김씨묘-시부거리(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3분, 7.62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기

당직근무 마치고 지난 주말산행의 여독이 아직 조금은 남아 있지만 오늘도 예외없이 행장을 꾸려 집을 나선다.

많이 망설여지는 마음이지만 한번 떠나보자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차를 몰아간다. 그 사연인즉 작년 11월 15일 청도 대비지환종주 때 발목 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아내의 발목 상태도 점검할 겸 갑갑해 하는 마음도 풀어줄 요량으로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길이다. 아직 핀이 박혀있는 상태인데도 일상생활을 무리없이 해 나가는 걸 보면서 일단 시도해보자는 용감무식한 마음으로 토함산 시부거리 코스로 한바퀴 돌아볼 생각이다.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와 서둘러 배낭을 꾸리고 집을 나서 덕동댐을 지나 도착한 시부거리 마을 입구에서 예전 이곳을 찾아왔을 때처럼 다리를 건너자마자 나오는 조그만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배낭을 들쳐메고 마을 안으로 접어들며 산행을 시작한다.

잔뜩 흐린 날씨에 뭐라도 내릴 것 같은 분위기에 비나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미리 접한 터라 정상부에는 눈이 내릴 수도 있겠다 싶어 은근히 눈산행이 되기를 바라면서 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산행궤적

 

 

시부거리마을 입구의 조그마한 자투리 땅에

주차를 해놓고 마을을 향해 들어갑니다.

 

 

텅 비어있는 산불감시초소를 좌측에 두고

오른쪽으로 도로를 따라 끝까지 진행을 하면

 

 

비포장임도를 따라 계곡안으로 진행을 합니다.

토함산까지는 4.3km가 소요되나 봅니다.

 

 

계곡속으로 들어갈수록 들려오는 물소리는 커져가고

눈에 보이는 숲속은 아직도 황량하기 이를 데 없네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지 등로는 넓고 뚜렷한데다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걷기 좋은 코스입니다.

 

 

행여나 집사람의 발목에 무리가 갈까봐 자주 점검하면서

걷다보니 평소보다 걸음이 늦어짐을 느끼게 되는군요.

 

 

깊고 깊은 계곡 아래로 녹아내린 얼음속으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入春)이네요.

 

 

지난 여름 푸른 숲속에서 화려한 꽃잎과

앙증맞은 꽃을 피웠던 산수국이

바짝 말라버린 모습으로 반겨주는군요.

비록 말라버린 모양이지만 그래도 보기에는 좋으네요.

 

 

봄이 오는 소리는 맑고 경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줄곧 계곡을 따라 이어지던 등로는

물길이 끊어진 계곡을 가로질러 이어지고

 

 

잠시후 보불로삼거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는 삼거리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이후 잘 조림된 잣나무 군락지를 지나게 됩니다.

 

 

500미터 간격으로 세워진 이정목에는

정상까지 2.0km 남았음을 알려 주는군요.

 

 

잣나무조림지는 잠시 끝이 나고

잡목과 넝쿨식물이 엉켜있는 지역을 벗어나면

 

 

어제 어느 때 찾아와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지는 잣나무조림지를 걷게 된답니다.

 

 

정상까지 1.5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목을 지나면서

 

 

등로는 조금씩 가파름은 급해지지만 그리 힘든 걸음은 아니랍니다.

 

 

내린 눈의 양이 적어 걷기에는 불편함이 없어

뒤따라 올라오는 아내의 발목에도 무리가 없을 듯 하여

걷는 내내 신경이 쓰였는데 한결 가벼워지는 마음입니다.

 

 

그렇게 천천히 걸음을 떼면서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걷다보니

 

 

사시목 황룡휴게소로 내려서는 삼거리갈림길에 닿게 됩니다.

정상을 밟아보고 이곳까지 와서 좌측방향으로 내려갈 예정이랍니다.

 

 

언제 걸어도 기분좋은 명품 산책길입니다.

 

 

정상을 향한 등로에 고도를 높혀갈수록 내린 눈의 양은

조금씩 늘어가지만 아직은 염려할만한 정도는 아니네요.

 

 

마동 갈림삼거리.

 

 

눈의 두께는 조금씩 두터워지지만 등로의 가장자리로 진행을 하면서

조심에 또 조심을 기하며 걸음을 옮겨갑니다.

 

 

삭막한 겨울 숲에 하얗게 내린 눈이 또다른 감동을 주고 있어

모처럼 찾은 산길에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정상 직전의 조망터에서 바라본 서쪽 방향의 풍광이지만

오늘은 흐린 날씨 탓에 조망은 영 아니올시다~네요.

맑은 날이면 경주남산을 비롯하여 단석산, 오봉산 등

경주지역의 산들이 훤히 보이는 곳인데 말입니다.

 

 

해발 745m인 경주 토함산 정상입니다.

 

 

건너편으로는 동대봉산을 비롯한 함월산, 삼거리봉 등

호미지맥 마루금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지고

절골과 모차골이 골짝마다 자리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랜만에 찾은 토함산에서 흔적은 남겨야겠기에...

 

 

정상 주변의 소나무 아래에서 준비해간 죽과 떡으로 점심요기를 하고서

 

 

떨어지는 기온을 체감하고 서둘러 하산모드로 접어듭니다.

눈쌓인 내림길에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아내에게 아이젠을 착용케 하고 등로를 이어갑니다.

 

 

멋진 전나무 숲길을 지나서

 

 

다시 만난 사시목 갈림삼거리에서 이번에는 직진입니다.

금줄이 처져 있었는데 이제는 출입이 가능한지...

 

 

인적이 드문 산길은 낙엽으로 뒤덮혀 있어 눈이라곤 없는 곳이지만

아이젠을 착용하고 진행하니 오히려 더 편하다고 하네요.

 

 

이름도 없는 무명묘를 지나고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의 바다를 헤쳐가니

 

 

이번에는 가파른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네요.

조심에 또 조심을 기하면서...

 

 

드디어 중요포인트에 당도하게 됩니다.

유인월성김씨묘 뒤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내려서면

사시목이의 황룡휴게소로 가는 길이고,

좌측 시그널 하나가 매달려 있는 내림길은

시부거리로 원점회귀하는 등로랍니다.

 

 

무덤에서 내려선 등로는

그야말로 쏟아질 듯한 내림길에

 

 

낙엽과 돌멩이들이 많은 미끄러운 등로라

앞서 걸으면서 장매물을 치워가며 걷다보니

 

 

소요시간도 점점 늘어만 가지만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조심스레 등로를 이어갑니다.

마음속에는 노심초사(勞心焦思)가 따로 없네요.

 

 

길고 길었던 가파른 내림길을 무사히 내려선 안부에서

가야할 등로는 우측으로 꺾여지고

 

 

부드러운 낙엽속을 헤집으며 남은 산길을 걷지만

행여나 발목에 영향을 줄까봐 발 끝에 온 신경이 집중됩니다.

 

 

숲을 빠져나오니 그제서야 하늘이 열리고

시부걸마을 너머로 동대봉산이 올려다 보이는군요.

 

 

마을입구의 산불감시초소 앞을 지나

 

 

출발지였던 북천 다리 입구에 도착하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해 봅니다.

 

 

 

아직 두달 반 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이지만 산을 찾고픈 마음이 굴뚝같은 마음인지 혼자 산에 가는 모습을 배 아파하더니 가까운 곳에라도 가고 싶다는 집사람의 청을 들어주고자 야생화 개화상태도 확인할 겸 찾은 토함산 시부거리 코스...

아직은 때가 이른 듯 고개를 삐죽이 내밀고 올라오는 흔적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무리하지 않으며 천천히 산책하듯 걷는 산길에 싸늘하지만 폐부를 파고드는 맑은 공기는 오히려 정신을 더 맑게 해주는 것 같아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하산길의 무지막지한 가파름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하산코스를 잘못 선택했다는 후회감이 들었지만 용감무쌍하게 무사히 내려온 집사람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하면서 수고했다는 덕담을 건네주고 아직은 산행하기엔 무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섣불리 성급하게 나섰다가 일을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겠기에 좀더 시간이 흐른 뒤 완전한 상태로 돌아오는 날 그때부터는 마음껏 가고픈 곳을 데리고 다닐 것을 약속하면서 시부거리를 빠져나와 오래 전 동대봉산 들머리로 삼았던 유리방마을 방향의 덕동댐 순환도로를 모처럼 달려본다.

좀더 넓어지고 말끔하게 포장된 도로의 모습에 새삼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되고 짧은 산행으로 평소보다 이른 귀가시간이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 들지만 가끔씩이라도 겪어보면 괜찮을 거라며 웃음꽃을 피우는 집사람의 밝은 모습에 덩달아 흡족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흥얼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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