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오랜 숙제 하나 해결하러 떠나본 경주 산내 조래봉-단석산 종주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5. 03. 21 (토) 날씨 - 맑음. 미세 먼지 약간
⊙ 산행장소 : 경주시 건천읍, 산내면 일원
⊙ 산행인원 : 오늘은 나홀로...
⊙ 산행코스 : 경주 산내 의곡교 - 조래봉 - 당고개갈림길 - 단석산 - 방내리갈림길 - 장군봉 - 장군바위 - 천포리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40분, 13.98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산행지 소개 - 단석산 [斷石山]
단석산은 경주에서 가장 높은 산(827m)으로 백제에 대한 신라의 국방의 요충지였다. 이 지역은 진달래군락지로 봄철 산악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인근 조래봉(657m)과 더불어 등산코스로 각광을 받고있다.
단석산은 경주 옆을 지나는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경주와 떨어져 있다. 그러나 단석산지대는 경주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단석산지역에 국보급 신라시대 불교문화재가 널려 있을 정도로 많이 있기 때문이다. 단석산은 삼국을 통일한 김유신 장군이 화랑시절 호연지기를 길러 삼국을 통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운 장소가 바로 이 산이다. 그래서 김유신 장군에 관한 설화가 유난히 많이 남아있다. 단석산의 단석은 김유신 장군이 검으로 내려친 바위라고 하고, 김유신 장군이 물을 마셨기 때문에 이름이 남은 음마지, 물을 마신 곳이 장군지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바위가 많고 부근에서 빼어날 정도로 높은 산인 단석산은 토함산, 선도산, 소금강산, 경주 남산인 금오산과 함께 경주 오악으로 불리기도 했다.
단석산은 북릉일대에 진달래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어서 봄철 한때 화려한 꽃능선을 이룬다. 경부고속도로변에서 보면 바위사면과 주능선은 고도감이 크지만 능선에 올라서면 특별히 험준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 단석산의 전설
삼국통일의 공신인 김유신(金庾信)은 595년(진평왕 17년) 충북 진천에서 만노군(萬弩郡:진천)의 태수이던 서현(敍玄)장군의 첫아들로 태어났다. 김수로왕의 13대손인 김유신은 15세에 화랑이 되어 17세에 고구려,백제의 잦은 침략에 삼국통일의 큰 뜻을 품고 서라벌 서쪽 산에 있는 석굴에 들어가 목욕재계하고 천지신명에게 고구려, 백제, 말갈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하자 4일 만에 한 노인이 나타나 김유신의 인내와 정성을 가상히 여겨 비법이 담긴 책과 신검 (神劍)을 주었다고 삼국사지, 동국여지승람, 동경잡기에 소개되어있다.
김유신은 이 신검으로 고구려, 백제와 싸울 때마다 승리를 거두었다고 하며 당시의 화랑들이 수도하던 산에서 김유신은 이 칼로 무술연마를 하면서 바위들을 베었다고 하여 이름이 단석산(斷石山)이 되었다.
◈ 산행기
오늘은 오래 전부터 한번 쯤은 걸어 보고팠던 곳을 찾아보기로 마음먹고 당직근무 마치고 곧장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한다. 터미널 건너 서천둔치의 무료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고속버스터미널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산내행 350번 버스를 기다린다. 부족한 잠에 컨디션까지 그렇게 좋지는 않아 오늘 산행은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만 그렇다고 매주 가는 산행을 빼먹으려니 마치 밥 먹고 물을 안 마신 듯하여 나서기로 한다. 3~40분에 한대씩 배차되는 노선이다 보니 언제 버스가 올지 몰라 노심초사 쳐다보기를 자주하면서 기다린 끝에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싣고 근 1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산내면 소재지인 의곡. 버스기사에게 의곡교 입구에서 내려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발품을 줄이게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하차를 하니 뺨을 스치는 바람이 조금은 차게 느껴지지만 따사로운 햇살아래 금새 땀으로 범벅이 되리라는 생각에 겉옷을 벗어 갈무리하고 장비를 챙기고 의곡교 입구의 버스정류소 간판 옆으로 나있는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내일리 마을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두 개의 다리가 놓여있는 의곡교의 모습으로
좌측 버스정류소표지판이 있는 곳이 내일리 입구입니다.
들머리에서 멀리 보이는 축사같은 건물까지 진행을 하고
그 뒤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기로 합니다.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마을까지 가기엔 먼거리일 것 같아
축사같은 건물을 지나면서 좌측으로 보이는
건물을 끼고 산으로 진입을 시도합니다.
팬스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서니 등로의 흔적이 보이는군요.
올라선 등로에서 뚜렷한 산길을 만나게 되는데
우측으로 진행하면서 산세를 짐작해 보다가 무덤이 있는 곳에서
무작정 능선으로 치고 올라서기로 합니다.
계속 진행하려니 확신이 서질 않아서 말입니다.
일단은 능선으로 올라서야만
제대로 된 등로를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거던요.
햇살이 잘드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은
내일리의 모습이 마냥 평화로워 보이는군요.
선답자의 트랙이 없어 미리 궤적을 만들어 산행을 시작했는데
마루금을 따라 가는 궤적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저으기 안심이 되는군요.
일단은 당고개에서 연결되는 등로인 낙동정맥길과 만나게 되면
그 이후의 등로는 훤한 상태라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는잎그늘사초(산거울)'
능선에 올라서니 제법 뚜렷한 등로라
선답자들의 발걸음이 잦았나 봅니다.
아직은 철이 조금 이른 듯 한데
뭐가 그리 급했던지 일찍
꽃을 피운 진달래의 모습을 담고서
간벌로 인해 등로를 헤쳐나가기가 조금은 걸리적거리는 안부를 지나
산행시작 30분 만에 도착한 419봉입니다.
간벌해놓은 잡목들이 어지럽게 흩어져있어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드네요.
419봉을 내려서면 안부에 닿게 되고 등로는 좌측으로 이어집니다.
낙엽이 두껍게 깔려있는 뚜렷한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멀리 삼각점이 있는 485.5봉이 보이는군요.
아무래도 한고비 치고 올라야 할 것 같습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가파른 오름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조금은 묵직한 느낌이 내딛는 발걸음에 전달되는 오늘의 산길...
일단은 단석산까지는 무조건 진행해보고 하산루트를 정하기로 합니다.
장딴지까지 푹푹 빠지는 낙엽속을 헤쳐가며
인적이라곤 전혀없는 산길을 상념에 젖어 걷다보니
역시 별 특징없는 밋밋한 599.8봉을 지나게 되고
끝이 없을 것 같은 낙엽의 바다를 헤치고
줄곧 고도를 높혀가는 등로를 힘겹게 올라선 끝에는
빛바랜 글씨가 새겨진 조래봉에 당도를 하게 됩니다.
조래봉 역시 표식이 될 만한 그 무엇도 없는
그저 평범한 봉우리여서 즈으기 실망감이 드는군요.
가파르게 내려서는 등로를 따라
줄곧 나뭇가지 사이로 건너보이는
OK그린연수원을 보면서 걷다가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겨우 한장 담아봅니다.
저곳을 걸어본지도 꽤 시간이 흐른 것 같네요.
이어지는 등로 역시 바스락거리는 낙엽만 원없이 밟으며 지나는 산길인데다
꾸준히 계속되는 오름길의 연속이라
컨디션 난조까지 겹쳐 더더욱 힘든 오늘의 산행입니다.
가파르게 올랐으니 내림길 역시 그에 못지않은 등로를
조심스레 내려서니 임도를 만나게 되고
나뭇가지 사이로 산세를 가늠하며 우측으로 진행하니
시멘트임도를 만나게 되고 맞은편 우측의 흙길을 따라 산행을 이어갑니다.
미리 만들어간 궤적이 큰 도움이 되었네요.
지나온 무덤 주변을 되돌아보고
계속 가던 걸음 멈춤없이 잇다보면
수확을 하지 않은 이름모를 농작물이 썩어가고 있는 밭을 지나
무덤 오른쪽으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노랗게 핀 생강나무를 보면서 다시금 용기를 얻고
가파른 오름을 따라 걸음을 옮겨보지만
걸음을 멈추게 되는 횟수는 자꾸 늘어만 갑니다.
시간도 어지간히 된듯 힘도 없고 배도 고파
바위에 걸터앉아 요기를 하고 갈까 합니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발걸음을 재촉하니
당고개에서 이어져 온 등로와 합류가 되는 삼거리를 만나게 되고,
밋밋한 589봉을 지나면 OK그린연수원에서
이어져 온 낙동길과 합류가 되는 삼거리에 닿게 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혹부리 참나무를 사진에 담고
켜켜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진달래군락지를 따라 등로를 이어갑니다.
이제 정상에 다온 듯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가 발목을 잡는군요.
정상을 400미터 남겨둔 가풀막은 식사 후의 포만감이
더더욱 오름을 힘들게 만들지만 한발한발 천천히 올라서면
남령 최병익 선생의 서체가 돋보이는 단석산 정수리에 올라서게 됩니다.
맨 먼저 정상석을 사진에 담고
건천 방향으로 시선을 보내 봅니다.
미세 먼지가 멋진 조망을 방해하는 탓에
시원스런 풍광은 기대하기 힘드네요.
동쪽의 경주시내 방향입니다.
육안으로는 어느 정도 보이는데 사진 상에는 영 아니올시다~ 입니다.
김유신장군이 삼국통일을 염원하며
칼로 바위를 잘랐다는 단석(斷石)입니다.
단석산의 유래가 된 바로 그 바위랍니다.
정상부에 있는 공원지킴터를 지나 잠시 내려서면 나오는 삼거리로
백석마을 이정표가 새로이 표기가 되어 있네요.
가야할 등로는 좌측 내림길입니다.
질척거리는 가파른 내림길을 미끄러지지 않으려
조심에 또 조심을 기하면서 내려서게 되면
울창한 진달래군락지를 통과하게 되고
내림길 끝에 다시 올라선 전망바위에서
단석산 정상을 한번 올려다 봅니다.
올해 열리게 될 진달래축제 때에 맞춰 다시 한번 찾아볼까 생각하면서
간만에 다시 찾은 전망바위에 올라
장구한 세월을 견디며 자라온 소나무와 인사를 나눠봅니다.
이곳에서의 조망 또한 시원스럽기 그지없지요.
고랭지채소밭과 부산성이 있는 오봉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뚜렷하지 않은 조망이지만 건천의 너른 들녘과
구미산, 용림산의 정경도 바라봐주고
학동마을 방향의 입암산과 비지고개 방향의 조망도 담아본 후에
편안한 등로를 따라 10분 남짓 걸음을 옮겨가면
천주암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아직은 그런대로 견딜만 하여
계획했던 대로 계속 걸음을 이어가기로 합니다.
천주암삼거리에서 10분 여를 걸으면
이번엔 방내리 모시각단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하지만 가야할 등로는 장군봉 방향이기에 직진입니다.
곧이어 양갈래로 나뉘어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은 우회로이면서 방내리마애불로 가는 길이고
우측 오름길은 마애불 상단의 암릉구간을 걷는 길이지요.
오래 전 처음 이 등로를 찾았을 때 알바를 했던 곳이었는데
오늘은 암릉구간을 걸어보기로 합니다.
다시 마애불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고
시원스런 조망이 일품인 전망바위에 닿게 됩니다.
좌측 아래로 홈곡, 송선저수지가 보이고 그 뒤로 오봉산이 지척이며
좌측 멀리로는 사룡산이 정수리를 내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어지는 등로는 잠시 아래로 내려선 뒤
건너편 능선의 사면길로 이어집니다.
내림길 좌측에 있는 전망바위에 올라서서 단석산 정상부를 한번 올려다보고
신선사에서 송선저수지로 내려서는 등로 너머로
구비구비 이어져가는 낙동정맥길을 관망하고서
편안한 사면길을 따라 걷노라니
푸르른 송림이 무거운 육신을 잠시나마 달래주는 듯합니다.
무명묘 2기가 있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등로는 이어지고
약 5분 뒤 월성이씨묘를 지나게 됩니다.
혹독한 지난 겨울의 추위속에서 메마른 모습으로
용케 버틴 산수국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바쁜 걸음 재촉하다가
길섶에 피어난 분홍노루귀를 만나고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슬로모션으로 바뀌고 맙니다.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노루귀.
그 앙증맞은 모습에 저절로 땅과 배를 붙이게 만드는군요.
분홍노루귀를 만나는 순간
힘들었던 오늘 산행의 시름은 금새 잊어버리고
노루귀의 뽀송뽀송한 잔솜털을 보면서
황홀경에 빠져버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우회로를 버리고 능선으로 치고 올라서니
앙증맞기 그지없는 올괴불나무꽃이 피어있네요.
마치 작은 등불을 들고 있는 듯한 올괴불나무꽃.
이른 봄, 산 속의 나무 중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관목이랍니다.
이번에는 흰노루귀네요.
아직은 때가 조금 이른 듯 개체수는 많지 않지만
올해 첫대면이라 그런지 부끄럼을 타는 모습입니다.
다소곳한 모습으로 살포시 고개를 든 모습에 갈 길은 바쁘건만
몸은 엎드린 채 일어날 생각을 않는군요.
야생화와 눈맞추며 한참을 노닐다가
삼각점이 있는 443.8봉을 지나게 되고
태어난지 얼마 안된 듯 쌀쌀한 기온에
파르르 몸을 떨고 있는 '고깔제비꽃'에 눈길을 주며 내려서니
낯익은 안부사거리를 만나게 되고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등로에 지쳐가는 육신은 힘들어지지만
샛노랗게 피어있는 생강나무를 보면서 심신의 위안을 삼아봅니다.
탐스럽게 핀 생강나무꽃을 보면서 팝콘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네요.^^*
생강나무꽃으로 차를 끓여 먹을 수 있다는데 한번 마셔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 달리 별다른 특색이 없이
조망도 없고 아무런 표식도 없는 장군봉을 스치듯 지나와
우거진 소나무숲 사이로 나있는 걷기 좋은 오솔길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달리듯 통과해 나갑니다.
예정했던 시각보다 지체를 한데다 버스의 배차시간을 몰라
일단은 빨리 내려가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장군바위 입구에서 만난 노루귀 덕택에 다시 한번 포복을 하고
도착한 장군바위에서 시원스런 조망을 잠시 바라봅니다.
건너편으로 부산성과 오봉산이 지척이고
그 아래로는 송선리 송전마을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번에는 고개를 들어 우측으로 시야를 돌려보니
구미산이 오른쪽에서 병풍을 두르고 있고,
남사봉, 인내산, 관산으로 이어지는 낙동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장군바위를 내려서면서 다시 한번 올려다보고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막바지 산행을 잇다보면
마지막 전망바위에서 다시금 멋진 조망을 즐기게 됩니다.
현호색 3형제를 만나게 되니 가던 걸음 멈출 수밖에 없네요.
현호색의 구분 방법은 잎의 모양에 따라 달리 부른답니다.
'빗살현호색'
'왜현호색'
'애기현호색'
주민들을 위한 체육시설을 지나 신나게 내려섰지만
고속도로 확장공사로 인한 기존의 등로는
끊어져버려 적잖이 당황하게 만드는군요.
왔던 길을 되돌아 가보았지만 마땅히 하산할 곳이 없어
하는 수없이 고속도로 공사현장으로 내려서기로 합니다.
아래로 내려가면 임시등산로라고 안내판이 붙어있더군요.
공사현장을 빠져나오며 장군바위를 올려다보고
건천-산내 국도로 다가서면서
조금은 힘들었던 오늘의 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영남알프스 방면으로 산행을 떠날 때마다 주로 이용하는 건천-산내-운문 방향의 국도를 달리다보면 도로변을 따라 나란히 달리고 있는 마루금을 보면서 산내면소재지인 의곡에서 단석산 장군바위까지 걸어보고 싶다는 열망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불편한 교통편 때문에 늘 뒷전으로 밀렸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실행해보자고 마음먹고 나선 오늘의 산행.
전날 당직근무의 여파가 다른 날보다 컸던 탓인지 평소보다 컨디션이 저조하였고 산행 내내 발걸음이 무겁고 힘들어 다리쉼이 잦았던 이번 산행을 마치고 혹시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탓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수긍하기 싫은게 솔직한 마음이라 컨디션 난조 탓으로 애써 돌리면서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느니 아예 건천읍내까지 걷기로 마음먹고 보도를 따라 털레털레 걷기 시작한다.
가끔씩 뒤돌아보면서 버스가 오는지 살펴가면서 걷는 자신을 생각하니 좋아서 하는 일이니 누구를 탓할까만 온종일 사람 하나 없는 깊은 산속을 헤메다 하루를 보내고 온 자신의 몰골을 보니 헛웃음이 나오는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십수년 동안 쉼없이 이어져 온 유일한 취미이자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산행을 접을 수는 없는 일이니 앞으로는 좀더 몸관리를 철저히 해서 오늘같은 힘듦은 겪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버스정류장 하나를 지나 걷는 동안 고개를 돌리니 버스 한대가 가까이 오고 있어 얼른 손을 들어 차를 세우고 버스에 올라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앞에 당도하여 주차를 해둔 둔치로 걸어가 하루 왼종일 차문 단속도 하지 않은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애마에 올라타고 집으로 향한다. 몸은 피곤하지만 그래도 또 하나의 숙제를 해결했다는 성취감이 더 큰 탓에 마음 가득 만족감이 밀려온다. 다음 기회에는 단석산환종주로 꾸며볼까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그게 또 언제가 될지... 아마도 부처님께서나 아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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