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신불산 아리랑릿지와 영축산 동릉을 봄바람과 함께 걸어본 영남알프스 본문
♧ 산행일자 : 2015. 03. 29 (일) 날씨 - 맑음, 옅은 황사
♧ 산행장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경남 양산시 하북면, 원동면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울주군 삼남면 장제마을(금강골입구 안내판)-포사격장-아리랑릿지-주능선-영축산-독수리바위-영축동릉-삼성SDI 뒤쪽(영남알프스둘레길1-47표지판)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20분, 8.12km(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영남알프스의 고봉들 모두가 정상에서의 시원스런 조망이 일품이지만 개인적으로 유독 멋지다고 생각하는 곳이 가지산과 영축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영축산 정상에서의 영축지맥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영알에서 가장 멋진 풍광이 아닐 수 없어 다른 곳보다 유독 자주 찾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사계절 가릴 것 없이 찾게 만드는 영축산 곳곳마다 발길 안닿은 곳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미답의 구간이 몇 개 남아있어 틈나는대로 찾아보려고 마음먹고 있지만 먹고사는 일이 우선인지라 차일피일 미뤄져 오늘에 이르렀는데 더는 미룰 수 없을 것 같아 숙원사업 해결하듯 당직근무 마치고 산을 찾아 나선다. 마음은 운제산을 찾으려고 했지만 정작 핸들은 언양방면으로 향하고 있다.
운제산 대골의 야생화탐사를 하면서 새로운 코스로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궤적을 만들어 가보려고 내심 계획하고 있었는데 영알의 신불산과 영축산의 동쪽 사이에 있는 아리랑릿지와 에베로릿지를 올라보고픈 유혹이 너무 강해 우선순위가 바뀌게 되어버렸다.
그동안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위험하다는 얘길 많이 들어왔지만 인터넷에서의 정보를 검색해보니 도전해 볼만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용감무쌍하게 찾아가는 길이다.
오늘 걸어볼 코스를 미리 염두에 두고 차량을 어디에 세워둘지를 검토해보니 삼성SDI공장 뒤편의 금사마을 부근이 낫겠다 싶어 네비게이션에 입력하고 달려가니 마을은 보이지 않고 공장이 들어서 있어 소나무 가로수가 멋진 도로변 모퉁이에 차를 세워놓고 배낭을 들쳐메고 장제마을을 찾아간다.
GPS의 지도를 따라 진행하니 영남알프스둘레길과 일치되어 수월한 길찾기가 되는 것 같아 내심 시작부터 조짐이 좋은 느낌이다.
도착한 장제마을의 영남알프스둘레길 안내판 앞에서 GPS를 가동하며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도착한 장제마을 입구의 산행안내판에서 오늘의 산행을 시작합니다.
배내오재 중 가장 험하다는 금강골...
시작부터 기를 죽이기 시작하는군요.
큰개불알풀(봄까치꽃)
도로확장공사를 하는지 파헤쳐진 도로 현장 옆으로 나있는
기존의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조금 전 먼지를 날리며 지나가던 차량이 이곳에 주차해 있네요.
이곳에서 원점회귀 산행을 하려나 봅니다.
연수원 같은 번듯한 건물을 지나 팬스가 둘러쳐진 길을 따라 진행하니
발그레한 얼굴로 찾아온 산객을 반겨주는 진달래와 눈맞춤 한번 하고서
마지막 민가인 농장을 지나 군부대 포사격 훈련장임을 알리는
경고문이 서있는 곳에 다다르게 되고 여기서부터 산길로 접어듭니다.
뙤약볕 아래 계속 이어지는 군사격장 철조망을 따라서 임도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영축산 독수리바위가 좌측으로 우뚝 솟아있고
그 아래로 에베로릿지와 금강골이 시야에 들어오네요.
우측 능선에는 오늘 오르게 될 아리랑릿지가 보이는군요.
넓은 임도를 따라 계속 올라가니
삼거리 이정표를 만나게 되는데 신불산 갈림길입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신불산과
아리랑릿지로 오르는 방향인데 거리가 조금 멀지요.
금강폭포 방향으로 조금 더 직진하면
아리랑릿지와 에베로릿지 갈림길이 또 나오는데,
오늘 오르게 될 코스이기도 하답니다.
그곳으로 오르면 지름길인 동시에
릿지 입구까지 줄곧 가파른 경사가 이어진답니다.
지계곡 하나를 건너게 되는데 수량은 그리 많지 않은
이름모를 작은 폭포에서 흐르는 땀을 씻어내고
100미터 가량 더 등로를 따라 진행하면
우측으로 시그널이 반겨주는 아리랑릿지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시종일관 가파름이 이어지는
오르막을 치고 올라서니 가뿐 숨은 연신 내뱉어지지만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분홍 립스틱을 짙게 바른 모습으로 곱게 피어난
매혹적인 모습의 '솜나물'을 만나니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었네요.
이제 영알에도 완연한 봄이 찾아왔음을 알려주는 '노랑제비꽃'도 마중을 나왔군요.
숨이 턱에 찰 만큼 가파른 오름을 오르면서 몇번이나 다리쉼을 했는지...
그래도 뒤를 돌아보면서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고 있음을 느끼며
눈 앞에 다가오는 금강골의 깊은 속살과
에베로릿지의 암릉들을 보면서 힘듦도 잠시 잊어봅니다.
사실 오늘 산행의 목적은 에베로릿지 였었는데
난이도가 조금 더 약한 아리랑릿지부터 올라보고
그 다음 도전하기로 행선지를 바꿨답니다.
잠시 완만한 산길이 이어지는가 싶었지만
이내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걸 보니
아리랑릿지가 가까워지나 봅니다.
아리랑릿지 초입의 안내판을 사진에 담으면서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스스로에게 화이팅을 외치며 릿지로 올라붙습니다.
초입부터 밧줄구간이 시작되지만 차근차근 올라서면
그리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밧줄을 힘껏 잡아당겨 올라서며 이어지는 가파름을 극복하면
첫 번째 전망바위에 올라서게 되고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바위벽의 위용에
압도당하고 슬그머니 우회로를 찾아봅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와서 절경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쓰리랑릿지가 건너편으로 올려다보이고
그 너머 신불평원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단풍이 한창일 때 꼭 이곳을 다시 찾아봐야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오를 수 있는 바위는 올라가보고 오르기 힘든 바위는
무리하지 않으면서 우회로를 택해 진행을 합니다.
고개를 들어 에베로릿지와 영축산 산정을 담아보고
우회로를 이용해 올라선 두 번째 암봉 위의 신선대에 올라
직벽 끝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아찔한 스릴감도 즐겨봅니다.
암벽을 타는 바윗꾼들도 오늘은 보이지 않는군요.
오롯이 홀로가는 산길이라 인증샷도 남길 수 없어
장비없이는 오를 수없는 건너편의
쓰리랑릿지를 당겨보며 연신 촬영에 열중할 따름입니다.
비록 연무속에 가려진 풍광이지만
지나온 흔적을 되돌아보는 것 또한 산행의 또다른 즐거움이지요.
바로 밑은 까마득한 낭떠러지랍니다.
끝까지 가서 서있지도 못할 것 같아 감히 다가설 엄두가 나질 않는군요.
가야할 세 번째 암봉을 올려다보면서 등로를 가늠해보고
장비없이는 접근이 어려운...
마치 설악산의 어느 암봉을 옮겨놓은 듯한
쓰리랑릿지를 가까이서 관망하고 있으니
신선대에 앉아있는 자신이 마치 신선이 된 듯한 착각이 드는군요.
깎아세운 절벽, 그것도 수십m 높이에 이르는 수직의 바위벽...
사람으로선 도저히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은 그 절벽을
거미처럼 타고 올라가 마침내
그 꼭대기에 섰을 때의 기분은 과연 어떠할까...
하는 궁금증이 드네요.
감히 말하건대 직접 올라본 바위꾼이 아니면
그것을 알 수도 없고 가늠조차 하기도 힘들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어지는 우회길도 가파르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세번째 암봉에서 내려다 본 아리랑릿지와 건너편의 에베로릿지...
처음엔 아리랑릿지와 쓰리랑릿지의 험준함에
다소 위압감을 느껴 집중에 또 집중을 하면서 오르다보니
제대로 주위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지만
금새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버리고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도 가지게 됩니다.
어느 덧 고도는 높아져 주능선의 눈높이와 가까워지고
쓰리랑릿지 초입에 달려있는 암봉에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듯한 짚차바위를 담고서
아리랑릿지를 뒤로 하고 신불산 - 영축산 주능선을 향한 오름을 이어갑니다.
이제 거의 눈높이가 같아진 영축산 방향을 조망하며 계속되는 오름을 극복하니
희한하게도 원형탈모증 걸린 머리처럼
빈 공터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 곳을 만나게 되는데,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불승사로 내려서는 능선으로 연결되는 길인 듯 합니다.
등로 우측으로 보이는 삼봉능선의 남근봉과 호랑이봉을 조망하고
골짜기 아래로 신불재 오름길 초입에 있는
불승사, 건암사가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아래로는 가천저수지도
시야에 들어오는 멋진 풍광도 담아봅니다.
릿지는 끝이 난 상태지만 그래도 그냥은
보내줄 수 없다는 듯 짧은 암벽이 가로막고 있네요.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있지만 그래도 그럴 수는 없지요.
곧장 치고 올라가 봅니다.
암벽을 지나 올라선 곳에는 널찍한 공터에 경고안내판이 있네요.
앞으로는 신불평원이 펼쳐지고 우측 멀리 신불산도 조망이 됩니다.
'하늘억새길'로도 일컬어지는 신불-영축 주능선과 합류가 되고
영축산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먼저 언제나 푸근한 정경을 보여주는 신불산의 넉넉함을 담고
가야할 영축산의 멋진 풍광도 사진에 담고서 등로를 이어갑니다.
등로 좌측 아래로는 금강골의 깊고 깊은 계곡이
입을 벌리고 있고 포사격장 또한 시야에 잡히는군요.
멀리 우회했던 아리랑릿지의 암릉이 바라보이네요.
바위로 솟아오른 봉우리가 들불같은 암릉길을 만들어 내고 있는
아리랑릿지의 모습을 멀리서 다시 한번 바라보니
가슴 깊은 곳에서 웬지 모를 뿌듯함이 솟아 오르는군요.
영축산에서 죽바우등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마루금...
언제보아도 멋진 풍광이지만
특히 억새가 황금빛에 나부낄 때가 가장 아름답지요.
지난 가을을 노래하던 신불평원의 억새도
지금은 누런 빛을 띠고 있지만
그 모습 또한 가히 한 폭의 그림입니다.
지금의 모습이 이럴진대 신불평원의 가을 억새밭을 보지 않고는
우리나라에서 억새밭의 아름다움을 논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영남알프스 산정 곳곳에 펼쳐진 광활한 평원 위로
바람에 서걱거리며 일렁이던 억새 물결의 풍광은 얼마나 환상적이겠습니까...
왼쪽은 금강폭포, 에베로릿지로 내려서는 길입니다.
오른쪽은 단조샘터로 하여 청수좌골, 백팔등능선으로 가는 길이지요.
한무리의 단체산행객들이 왁자지끌 지나간 등로를 뒤돌아보며 시선을 주고
저마다의 마음속 염원을 돌 하나에 담아
정성스레 쌓았을 자그마한 돌탑에도 눈길 한번 주고는
방화선이 끝나는 지점을 지나며
영축산이 가까워졌음을 인지하고 걷는 걸음에 속도를 더해봅니다.
시끌벅적 소음이 귓전에 들려오는
영축산 정상에는 선점한 산님들이 진을 치고 있네요.
차례를 기다려 오늘 처음으로 사진 한장 남겨봅니다.
대신에 여러 사람 찍사 노릇 좀 했네요.^^*
영축산 정상석 뒤편 바위 위에서 담은 풍경으로
답답한 마음도 저절로 풀리게 만드는 마법을 지닌 정경입니다.
언제나 호쾌한 영축산에서 바라본
함박등, 죽바우등, 시살등, 오룡산으로 이어진 능선입니다.
영알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마루금이기도 하지요.
광활한 신불평원....
그리고 신불서릉 너머로 희미한 재약산, 천황산도 맘껏 조망하고서
점심 요기를 할 만한 장소를 물색해보니
건너편 암릉 위에는 이미 선점한 상태라 독수리바위를 찾아가기로 합니다.
다시 만난 영축산 동봉 (독수리바위).
하지만 오늘은 미세먼지로 인해 호쾌한 조망은 기대하기 힘들겠네요.
독수리바위에서 바라본 금강골...
이곳이 아리랑릿지의 배경사진이 가장 멋지게 잘 나오는 곳이지요.
내려가야 할 영축산 동릉...
미답의 구간을 걷는다 생각하니 기대가 큽니다.
통도사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 지산, 지내마을도 내려다보고
건너편 정족산과 천성산의 흐릿한 마루금도 시야에 담아보고서
바람이 잦아드는 벼랑 끝에 자리를 잡고 점심 요기를 시작합니다.
느긋한 점심시간을 보내고 하산길로 접어들며
다시금 금강골 방향을 사진에 담고
질척거리는 등로에 바윗길과 뒤섞여 조금은 거친 내림길을 내려서면
삼거리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오른쪽은 샘터를 경유하여 취서산장, 지산마을로 내려가는 길이기에
곧장 방기마을 방향으로 진행을 합니다.
그동안 늘 거꾸로 올라왔었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내림길이네요.
이곳에만 서게되면 한결같이 카메라를 들게 만드는 곳이지요.
오늘도 예외일 수는 없어 영축산 동봉 독수리바위를 담아봅니다.
낙동정맥 분기점입니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방기리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오른쪽 길은 취서산장으로 이어져
낙동정맥 혹은 지산마을로 내려 갈 수 있지요.
쏟아질 듯한 내림길을 간간히 터지는 조망을 즐기며
여유롭게 내려서 올려다 본 영축산 정상부.
좀더 가까이 윤곽을 드러내는 에베로릿지, 쓰리랑릿지, 아리랑릿지와
그 아래로 협곡을 이루고 있는 금강골의
깊은 골짝의 모습에 저절로 오금이 저려오네요.
세찬 풍상에도 꿋꿋이 제자리를 지켜온 소나무지만
제 한몸 반쪽은 모두 잃은 영광의 상처만 남은 모습입니다.
점점 높아져가는 영축산의 고도감을 느끼면서 내려선 발끝에는
양지바른 바위 틈에서 기지개를 켜며 졸고 있던
'노랑제비꽃' 삼형제가 화들짝 놀란 모습이고
붉은 홍조를 띠며 피기 시작한 진달래의 수줍음을 애써 달래볼까 싶어
모델로 세워놓고 요모조모 뜯어 보기도 합니다.
메마른 가지 끝에도 초록 잎사귀가 피어나기
시작하는 모습에 봄의 정취를 느끼게 되는군요.
다시 시작되는 급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서게 되면
드디어 오늘 산행의 종착지가 될
삼성SDI 양산공장이 시야에 들어오는군요.
숲을 빠져나오면 임도를 만나게 되고
GPS와 비교를 해보니 오른쪽 방향으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야트막한 고개를 넘어서니 방기고개 방향 정면 위쪽으로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이 있는 257.4봉이 보이네요.
잠시 후 방기고개에 닿게 되고
곧장 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방기뒷산(257.4봉),
오른쪽으로는 방기리로 내려서는 길입니다.
가천방향으로 가기 위해 왼쪽 길따라 내려갑니다.
임도를 따라 털레털레 걸음을 옮기니
오늘 걸었던 마루금이 한 눈에 들어오네요.
벌써 또다른 코스 몇 개를 놓고
머리속에는 치열한 궁리가 벌어지고 있답니다.
좌, 우측 어느 곳으로 가도 되지만
좌측길은 사유지라 접근을 하지말라는 곳이어서 꺼리게 되는군요.
아울러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기에는
우측길을 따라 진행하다 삼성SDI공장 뒷편 도로변에서
끝맺음을 하는게 낫다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잠겨있지만 옆으로 쉽게 통과가 가능한 철문을 지나와
도착한 영남알프스둘레길1-17번 표지판에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아침 나절 차를 몰고 지나갔던 포장도로를 따라
잠시 걸어가면 운치있는 숲길을 만나게 되고
살구나무 한그루에 화사한 모습으로 봄이 왔음을 뽐내고 있는
활짝 핀 살구꽃을 보면서 마지막 사진놀이에 빠져듭니다.
오래 전부터 벼르고 별렀던 신불산 아리랑릿지...
미답의 구간을 홀로 찾아가기가 망설여져 늘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던 그곳을 오늘에야 밟아보게 되었으니 그 감흥은 오래도록 뇌리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함께 가자고 동료들을 꼬드겨 보았지만 서로의 여건이 맞지않아 홀로 가는 산행이 대부분이었고 집사람을 데리고 가자니 험로에 완전치 않을 발목상태로 가기엔 무리일 것 같아 큰 맘 먹고 나선 산길에 꾸준히 계속되는 가파름이 전날 당직근무로 인한 부족한 수면과 겹쳐 힘들었지만 그동안의 내공으로 극복해내고 자연이 주는 멋진 비경을 가슴속에 담고 돌아온 행복한 걸음이었다고 자평을 해본다.
능선길이라야 첫봉에서 끝봉까지 5백여m 길이에 불과하고 봉우리도 10여개의 암괴가 고작이지만 암봉과 암릉으로 그려지는 하늘금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아리랑릿지.
능선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계단을 따라 도열해 있는 군인들의 열병 장면같고 비켜서서 쳐다보면 뭇 석상들의 경연장을 연상케 했던 오늘의 산행길이 하산을 완료한 순간에도 잊혀지지 않는 잔상으로 남아 아직도 자신이 신선대에 올라 앉아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무난히 산행을 마치고 나니 자신감이 붙은 탓인지 다음은 에베로릿지를 올라 아리랑릿지로 하산하는 코스를 계획해본다. 아울러 릿지를 오르지 않고 에베로릿지 상단부로 올라가는 등로를 알아 두었으니 억새가 춤을 추며 노래하는 가을에 다른 코스가 아닌 꼭 이 코스로 올라보기로 자신에게 약속을 하면서 세워둔 애마에 올라타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귀로에 오른다.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는건 그만큼 오늘 산행의 만족도가 큰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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