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포항 오어지 주변 산길 돌아보기(오미골-대골분기능선) 본문
☆ 산행일자 : 2015. 04. 04 (토) 날씨 - 흐림
☆ 산행장소 : 포항시 남구 오천읍, 경주시 암곡동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둘이서...
☆ 산행코스 : 안항사 운제산장 앞-오미골 독가촌-오리온목장 임도합류-암곡갈림길-항사리감림길-돌탑봉갈림길-451봉-안항사(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20분, 9.67km (식사, 야생화탐사, 나물, 진달래꽃, 산복숭아꽃 채취 등등... 어울렁더울렁... GPS 기준)
◈ 산행기
지난 주의 신불산 아리랑릿지 산행에 이어 이번 주에도 에베로릿지를 목표로 산행을 떠나보고자 생각했었는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아쉽지만 행선지를 바꿔 산행지를 물색해본다. 베란다 창을 열어보니 비는 오지 않고 약간 흐린 날씨라 살고있는 주변의 산길을 하나하나 찾아보고자 내심 생각하고 있던 것을 오늘 가보기로 마음먹어 본다.
운제산과 오어사 주변의 능선과 골짝마다 오래 전 답사를 해서 후답자들에게 안내를 해준 고교동창의 자료를 등대삼아 나이 더 들어 먼곳으로의 산행이 힘들 때쯤 찾아올 생각으로 아껴두었지만 미리 맛보기 형식으로라도 길이라도 익혀두자는 의미로 배낭 속에 과일과 물을 채우고 김밥 세줄 사서 갈무리하고 오어사를 향해 달려간다.
오늘 가보고자 하는 곳은 거꾸로 내려와본 곳이지만 오어지로 흘러드는 물길 중 가징 긴 오미골를 거슬러 올라가 할머니 혼자 살고 계시는 독가촌을 들른 후 무장산 임도를 잠시 걷다가 예전 걸었던 돌탑봉 능선에서 새로운 코스로 하산하는 것으로 꾸며본다.
산행의 기,종점은 물론 안항사의 운제산장 입구로 잡았다. 오어사로 진입하는 도로를 따라 가다가 항사교를 건너자마자 '운제산장'을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여 마을길로 들어선 후 오어지 외곽으로 난 시멘트 길을 따라 진행하니 좁은 도로를 넓히기 위한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곳을 찾을 때면 늘 느꼈던 불편함이 이제야 해결이 되나보다 싶다.
좁은 외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상수원보호감시초소가 있는 대골갈림길을 지나 산행 출발지가 되는 운제산장 입구에 이르게 된다.
주차할만한 곳을 찾으니 산장 입구에서 계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넘어 나타나는 삼거리 우측에 차량 두어 대 주차할만한 공간이 있어 그곳에 차를 세워놓고 산행준비를 한다.
오후에 비 소식이 있다는 일기예보에 부응이라도 하듯 약간은 쌀쌀한 기운이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가는 가운데 등산화로 갈아 신고 GPS를 가동하면서 안항사마을 안쪽으로 걸어들어간다.
산행궤적
운제산장 주변 공터에 주차를 하고서 산행을 시작하니
첫 걸음부터 들꽃들의 환영이 시작되는군요.
'산괴불주머니'
오미골로 향하는 첫걸음을 떼어보니
봄 숲에 지천으로 무리지어 노란꽃을 피우는
'산괴불주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일부러 깊은 산에 가야
어렵사리 만날 수 있는 그런 고귀한 꽃이 아니라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뒷산에서도
숲과 들이 만나는 계곡 어딘가에도
지친 산행의 끝에서 다 내려 왔음을 알리는
숲 가장자리에서도 만나지는 풀이기 때문에
이 꽃이 더욱 정다운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쇠뜨기'
이름 그대로 소가 좋아하는 풀이어서 붙여진 '쇠뜨기'입니다.
소가 좋아하는 풀이 우리 몸에도 좋은 것으로
약용식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답니다.
'광대나물'
광대의 목에 두르고 있는 넓고 둥근 깃과 닮았다고 하여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합니다.
안항사마을 안쪽으로 나있는 시멘트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우측으로 보이는 파란 지붕의 주택 뒤로 돌탑봉으로 오르는 들머리가 있지요.
하지만 오늘은 오미골을 향한 걸음이기에 곧장 진행하기로 합니다.
'꽃다지'
노란 금덩이가 많은 것을 '노다지'라고 한다지요?
노란 꽃이 한꺼번에 많이 핀다고 '꽃다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합니다.
'산자고'
한국 유일의 야생 튤립이지요.
'봄처녀'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데
날씨가 쌀쌀한 탓인지
활짝 피지 못하고 움츠러든 모습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드는군요.
청초한 난을 연상시키는가 하면
꽃잎에 자주색 줄이 선명하게 그어져있어
고혹적인 느낌으로 다가서는 꽃인데 말입니다.
안항사마을이 끝나는 지점의 계류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오미골로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차량이 다닐 수 있을 만큼 널찍한 도로를 따라
봄기운이 완연한 풍경들을 감상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남산제비꽃'
남산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 하여 '남산제비꽃'이라 불린답니다.
흰색 꽃이라 고급스러워 보이고 봄내음이 솔솔 풍기는 듯합니다.
잎이 많이 갈라지고 흰 꽃을 가진 '남산제비꽃'...
다른 종류의 제비꽃들과 구분이 잘되는 꽃이지요.
이미 오미골에도 봄이 찾아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게서
봄내음이 물씬 풍겨나는 분위기입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본 산정에도 연녹색으로 변한 모습이 완연하네요.
앙상하기만 하던 가지에 새순이 돋아나
활기찬 봄을 시작한 나무를 올려다보며
집사람과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다보니
어느 새 염소목장을 지나게 되고
경주, 포항 시경계를 알려주는 입간판을 지나면서부터
오미골의 속살 깊숙이 들어가게 됩니다.
시원스런 물소리가 오미골을 울려대고
바위벽에 간간이 피어난 진달래와 어우러진
계곡의 풍광이 시종 눈길을 끌고 있네요.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채 오랜 세월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진달래의 모습이 경이롭습니다.
차를 끓여 먹어보려고 '돌복숭아꽃(山桃花)'을
조금 따 왔었는데 과연 일품이었네요.
우선 그 향이 좋았고 입안을 감도는 맛 또한 괜찮았답니다.
'개별꽃'
'개별꽃'의 개는 '야생의' 또는 '들'이라는 뜻으로
따라서 들에 나는 별을 닮은 꽃이라 하여 '들별꽃'이라고도 불립니다.
봄기운이 너무 완연하네요.
계곡의 물소리는 너무나 경쾌하고
물이 오르기 시작하는 수목에는
파릇파릇한 새순들이 부푼 가슴을 보듬고
봄빛 축제에 참여하려는 듯 몸치장에 분주한 모습들입니다.
재작년 홀로 오미골을 내려왔을 때
조금은 지루하다는 느낌의 긴여정이었는데
오늘은 혼자가 아닌 둘이어서 얘기꽃을 피워가며
걷다보니 지루함은 어디 멀리 외출을 간 모양입니다.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맑은 계곡물의 청아한 소리에
저절로 발걸음은 멈춰지고 계류로 내려서게 만드는군요.
'왜현호색'
현호색도 산에서 쉽게 볼수 있는 식물이지요.
꽃잎은 입술모양이며 뒤쪽은 꿀주머니로 되어 있어
현호색의 꽃말이 '보믈주머니'인 것도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댓잎현호색'
현호색은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잎이 대나무 잎을 닮은 '댓잎현호색',
빗살처럼 갈라진 '빗살현호색',
체구가 왜소하다고 '왜현호색',
그 외에도 '애기현호색', '점현호색' 등이 있답니다.
'꿩의바람꽃'
바람꽃 중에 가장 큰 야생화랍니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이른 봄 대지를 뚫고
고개를 쏙 내미는 봄꽃들을 바라보면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지요.
신비하고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줄민둥뫼제비꽃'
어떻게 저 여린 몸으로 저리도 아름다운 꽃을 피울까?
언제 저렇게 쑥 올라와 꽃대를 내밀고 꽃까지 피웠을까?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답니다.
동토의 계절이 저만치 물러가고 봄눈이 녹은 그 자리에
새순이 돋아나며 대지에 활력을 불어넣고
바위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던 진달래는
마침내 '돌돌돌'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긴 잠속에서 깨어나 예쁜 꽃을 피웠네요.
만들어간 궤적을 비교해보니
이곳이 중요 포인트 중 하나인 것 같네요.
곧장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무장산에서 삼거리봉으로 가는 도중 만나게 되는
절골, 사시목 갈림길로 올라서게 되고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독가촌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둔덕 위에 자리를 잡고 있어
무심코 지나치다 보면 발견할 수 없는 곳일 것 같네요.
저 역시 지난번 걸음에는 그냥 지나쳤으니까요.
드디어 선답자들의 산행기에 등장했던 독가촌이 눈 앞에 나타납니다.
지붕을 새로 엮어놓아 산뜻한 분위기인 독가촌에는
자물통이 채워져 있는 걸 보니
기거하고 있는 할머니가 출타중인가 봅니다.
'심심산방(尋心山房)', '무언가(无言家)'라고 쓰여있는
나무 팻말이 눈에 띄는군요.
산여계곡에 있는 '후동산방'의 주인인
시인 후동(後童)선생이 할머니를 위한 글을 썼었나 봅니다.
할머니의 이름도 적혀 있네요.
저마다 다 말 못할 사연들이 있으리라 생각이 드는군요.
참고로 '후동(後童)'이란 호의 뜻은
나이가 들수록 어린이가 된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양지꽃'
봄철 산이나 들에서 가장 쉽게 만나는 꽃 중의 하나인 '양지꽃'입니다.
'괭이눈'
열매의 모양이 눈을 지긋이 감고 있는
고양이의 눈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괭이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합니다.
괭이눈의 꽃은 곤충을 유인하기에 너무 작아
꽃 주변의 녹색 잎을 노란색으로 물들여
꽃을 크게 보이게 한다 합니다.
마치 고양이가 밤에 먹이를 잡기 위해 눈을 밝히듯이...
살아가기 위한 저마다의 자구책인 셈이지요.
독가촌 앞을 지나 잠시 진행하면 지계곡에서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우측 계곡길은 목장지를 거쳐 무장봉으로 이어지고
지계곡을 가로질러 곧장 진행하면 오미골 주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답니다.
진행방향은 당연히 오른쪽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야겠지요.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돌밭을 이루는 조금은 험로이긴 하지만
'노랑제비꽃'
선답자들의 발길이 잦았던 듯 흔적이 뚜렷한 등로에
간간이 나부끼는 시그널을 등대삼아 심산유곡을 천천히 거슬러 오릅니다.
합수부에 이르니 등로는 우측의 가운데 지능선으로 연결되는군요.
가파른 지능선을 선답자의 흔적을 따라 올라서니
생동감 넘치는 새생명들이 봄을 노래하고 있네요.
양지바른 사면길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막바지 오름을 극복하고 나니
무장산으로 연결되는 임도와 만나게 됩니다.
임도에 올라서서 주변을 돌아보니
지금껏 무심코 지나쳤던 곳이었음을 알게 되었네요.
무장봉으로의 산길을 포기하고 반대방향의 널찍한 임도를 따라
진행하던 중 만난 '노랑제비꽃' 가족과 눈높이를 맞춰보고
무장봉 주변의 과거 번성했던 오리온목장의
버려진 초지에도 봄이 찾아왔음을 느끼게 되는군요.
시루봉, 운제산으로 연결되는 초지 입구의
나무의자에서 잠시 쉬면서 간식을 챙겨먹고
마주보이는 초지를 가로질러 멀리 보이는 구릉을 향해 걸음을 이어갑니다.
구릉을 넘어 등로를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시그널이 나부끼는 삼거리에 닿게 되고
가야할 등로는 오른쪽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마주난 길은 시루봉을 거쳐 운제산으로 연결되는 운토종주길이지요.
경사진 사면길을 따라 허리길을 에돌아 들면
새로운 지능선으로 갈아타게 되고
등로는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산에서 진달래를 만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붉디 붉은 화사한 웃음으로 유혹하고 있더군요.
저절로 터져나오는 탄성을 주체하지 못해
집사람을 모델로 세워놓고 연신 촬영에 열을 올립니다.
너무 예뻐서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니 걸음마다 한가득 피어 있네요.
허물어진 무덤 1기가 있는 451봉에 도착을 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진달래 꽃잎을 채취하기 시작합니다.
집사람이 진달래꽃으로 효소를 만든다네요...
진달래꽃을 채취하다가 삼각점을 발견하고는
얼른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고깔제비꽃'
뿌리에서 나온 꽃줄기 끝에 달린 붉은 자주색 꽃이 매우 곱습니다.
저 잎들을 보면 이 제비꽃의 이름이 왜 '고깔'인지 짐작이 가리라 생각이 듭니다.
잎의 밑 부분 가장자리가 안쪽으로 말린 모양이
옛날 스님들이 쓰던 고깔 모자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이랍니다.
한참동안 진달래꽃을 따서 비닐봉지에 갈무리하고 457봉을 내려섭니다.
이후 평범한 등로를 따라 10분 가량 걷다보면
삼거리인 중요포인트에 닿게 되지요.
예전 돌탑봉에서 이곳으로 왔을 때
좌측방향으로 진행하여 알바를 경험한 곳인데
오늘은 바로 그곳으로 가볼 예정입니다.
산불감시초소와 돌탑봉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우측길입니다.
이곳의 등로도 흔적이 뚜렷한걸 보니
지역산꾼들이 알음알음으로 많이 다닌 듯 합니다.
숲 사이로 보이는 지나온 등로 너머로 무장봉을 관망하고서
약간의 오름을 극복하고 올라선 무명봉 너머로 451봉이 다가오네요.
눈길을 끌만한 큰 특징이 없는 등로에 큼직한 소나무가 눈길을 끌고
아무런 표식도 없는 451봉에 도착하여
준비해간 김밥과 과일로 요기를 합니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분기되는 지능선을 따라 진행하면
오어지 상류의 대골 초입으로 내려서게 되는데
다음 기회에 한번 걸어볼 생각입니다.
시종 시야가 막혀 답답한 산길을 걷다가
비로소 막힌 가슴을 뚫어줄 만큼 시원스런 조망이 터지는군요.
오어지 너머로 포항시내와 오천읍, 동해면
그리고 영일만도 시야에 들어오는 멋진 풍광입니다.
돌탑봉 능선 못지 않게 호젓하고 멋진 산길이네요.
가파른 내림길로 고도를 낮추기 전에
출발지였던 안항사마을이 시야에 들어와 사진에 담고
좌측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잇기 위해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진달래가 아직 한창인데 벌써 연달래가 그 모습을 드러냈네요.
진달래가 지고나면 연달아서 피는 꽃이라 하여 '연달래'라고 한답니다.
보고 있기만 해도 눈이 시원한 풍경이라 잠시 걸음을 멈춰 바라봅니다.
처음 이곳을 무심코 지나쳐 진행하니 GPS에서 경보가 들어와
하는 수없이 이곳까지 되돌아와 확인해보니
우측 아래로 희미한 흔적의 소로가 눈에 띄는군요.
내려선 길에는 산사태가 났었는지 무너진 사면길이 위태롭네요.
아무튼 조심에 또 조심을 하면서 내림길을 이어갑니다.
산행이 거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니
안항사마을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점에는 간벌을 했는지
희미한 등로마저 자취를 감추고 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되네요.
잔가지를 헤치며 내려선 끝에는
멀리 세워둔 애마가 눈에 들어오고
운제산장 안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산행을 마친 산꾼을 환영하는 듯합니다.
'광대나물'
산기슭이나 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이며
꽃의 모양이 코딱지에 콧물이 따라 나오는 모양이라 하여
'코딱지나물'이라고도 부릅니다.
우리나라 토종인 '하얀민들레'
'머위꽃'
아침 나절 출발지였던 운제산장 입구에 도착하면서
안항사마을에서 시작된 오미골과
주변 산길 돌아보기는 끝을 맺게 됩니다.
꿩 대신 닭으로 택해 찾아든 오미골 탐방길... 봄기운이 완연한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오르며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벌, 나비를 유혹해대는 들꽃들과 눈맞춤하며 하루를 잘 보내고 온 즐거운 산행이었다고 자평을 해본다. 전날 내린 작은 양의 비였지만 흘러내리는 계류의 소리는 경쾌하기 이를데 없고 겨우내 움추리고 있던 나뭇가지에는 연록색의 새싹이 돋아나 두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가운데 난이도가 높지 않은 등로의 계곡을 수없이 넘나들며 우리 곁에 찾아든 봄의 정취를 한껏 만끽한 오늘이다.
더구나 부드럽기 그지없는 원추리, 머위 잎을 뜯고 차를 끓여먹을 요량으로 산복숭아꽃도 따고 효소를 담그기 위해 참꽃도 채취하면서 집사람과 소원했던 시간들을 상쇄시킬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음에 더없이 보람을 찾은 것 같아 내심 흡족한 기분이 든다.
봄처럼 야생화처럼 바라만 보아도 생각만 해도 기쁜 그런 존재... 야생화 닮은 존재로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깔끔하게 마무리한 산행을 끝마치고 오어지 입구의 공터에서 열리고 있는 오어사 벚꽃축제와 KTX포항노선 개통기념 음악공연이 열리고 있는 곳으로 차를 몰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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