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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삼수 끝에 밀린 숙제 해결한 신불산 에베로릿지-중앙능선 산행 본문

◈ 산행이야기/☆ 2015년도 산행

삼수 끝에 밀린 숙제 해결한 신불산 에베로릿지-중앙능선 산행

해와달^^* 2015. 4. 13. 15:02

♤ 산행일자 : 2015. 04. 12 (일)  날씨 - 흐리고 세찬 바람

♤ 산행장소 : 울주군 삼남면, 상북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삼남면 가천리 삼남중학교 - 장제마을 - 금강골 - 금강폭포 - 에베로릿지 - 신불평원 - 신불재 - 신불산 - 신불산중앙능선 - 홍류폭포 - 간월산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30분, 10.87km (식사, 휴식 사진촬영 290매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릿지등반이란 바위능선을 타고 산에 오르는 것을 말하는데 이번에 산행한 에베로릿지는 2000년 에베레스트와 로체 히말라야 울산 원정대의 출범을 기념하고자 1999년에 고헌산악회에서 루트를 개척한 코스로 산이름 앞글자를 따와서 붙인 이름으로 신불산과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사이에 동쪽으로 급경사를 이루며 뻗어내린 암릉을 말한다.

에베로릿지 왼편으로는 금강폭포가 있는 금강골과 우측으로는 아리랑, 쓰리랑릿지가 있다.

쓰리랑릿지는 경주 만도산악회에서 아리랑릿지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7개봉을 연결 개척한 코스로 원래 만도릿지라 하였으나 맞은편 아리랑릿지를 고려해 쓰리랑릿지로 이름을 수정하였다 한다.

에베로릿지는 곳곳마다 로프가 설치되어 있고 작은 암봉과 능선으로 이어지는 급경사를 힘들게 오르는 암릉이지만 위험한 구간마다 우회로가 잘 되어있어 비교적 안전하며 아슬아슬한 구간을 지날 때마다 짜릿한 스릴감을 만끽할 수 있으며 주변 경관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산행의 즐거움을 한층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산행기

전날 늦은 시각에 집으로 돌아와 산행준비를 해놓고 잠자리에 들어 휴일이지만 목적한 바가 있어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선다. 집사람에게 대구 팔공산 하늘정원을 보여주고픈 생각에 함께 가기를 청했지만 선약이 있는지 아침 일찍 나가고 없다. 그렇다면 오늘은 기필코 밀린 숙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미치자 망설일 것도 없이 차를 몰아 경주방면으로 달려간다. 운전하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늘 산행의 들,날머리가 달라 차량회수가 문제가 될것 같아 경주나 언양에 주차를 해둬야 하는데 이럴바에야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의 둔치에 차를 세워놓고 시외버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시행하기로 한다. 터미널에서 언양행 티켓을 발권하고 플랫폼으로 가니 첫차는 떠나고 두번 째 버스가 잠시 후 도착할거라는 안내를 받으며 앞으로 영알로 산행을 가게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이 잦아질거라는 생각에 오늘의 경험도 훗날 밑천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긴 그동안 산에 다닌답시고 길바닥에 뿌린 기름값에 도로교통비가 장난이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을 하니 퇴직하고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 어쩔 수없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일이고 비록 시간이 좀더 걸리겠지만 오가며 운전하는 부담은 줄어들테니 느긋한 마음으로 산을 즐기는 생활이 되겠다 싶다.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싣고 눈을 감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나니 어느 새 언양터미널이다. 차에서 내려 터미널 내에 있는 12번 시내버스에 탑승을 하고 가천리 삼남중학교 앞에서 하차를 한다. 버스정류장의 이름을 정확히 몰라 삼남중학교 앞에 내리는 것으로 했지만 알고보니 한 정거장 더 가서 가천정류장에 내리는게 더 나은데 나중에 참고하면 될것 같다.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준비를 마친 뒤 GPS를 작동하고 네비게이션으로 활용해가며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있는

삼남중학교를 사진에 담으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도로의 인도블럭을 따라 걸음을 옮겨가니

작고 앙증맞은 풀꽃들이 반겨주네요.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꽃마리, 적갓, 광대나물, 방가지똥)

 

 

도로변 안쪽에 있는 과수원에

하얀 꽃이 만발하여 다가가보니 배나무밭이었네요.

 

 

梨花.... 배꽃입니다.

 

 

삼남중학교에서 한 정류장 더 걸어오면 만나는 가천정류장인데

앞으로는 여기서 하차를 해야겠습니다.

가야할 등로는 정류장 못 미처 나있는 오른쪽 도로로 진행합니다.

 

 

그동안 차를 몰고 오면 만나던 낯익은 곳이지만 오늘은 두 발로 입니다.

들어선지 얼마안돼 만나는 첫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진행합니다.

직진은 신불재나 건암사, 불승사 가는 길이랍니다.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하면 축사가 나오고

좌측으로 보이는 심천저수지 제방을 끼고 나있는

도로를 따라 안쪽으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오늘 산행은

삼남면 가천리 삼남중학교 앞에서 출발하여

장제마을을 거쳐 금강골로 들어가

에베로릿지를 타고 신불산억새평원에 올라

신불재, 신불산 정상을 거쳐 신불산중앙능선으로 내려

간월산장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꾸며 보았습니다.

 

 

장제마을을 향한 걸음에 바라본

영축산과 에베로릿지, 탈레이릿지,

아리랑릿지가 있는 금강골의 모습입니다.

 

 

장제마을 버스정류장으로 선답자들의 기록에도 나오는

녹수가든이 정면으로 보이는데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진행방향은 좌측이고 자동차로 갈 경우에는 우측으로 가야합니다.

 

 

마을을 빠져나오니 눈에 익은 곳이 나타나는군요.

지난번 아리랑릿지 산행 때 삼성SDI 방향에서

진행하여 이곳에서 금강골로 진행을 했었지요.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살갈퀴, 겹황매화, 냉이꽃, 현호색)

 

 

가천마을에서 걸어왔더니 열이 오르기 시작하여

겉옷을 벗어 갈무리하고 지난번처럼 같은 코스로 진행해 나갑니다.

 

 

배내오재 중에서도 가장 험난하다는 금강골로 가는 길을 걸으며

오래 전 이 길을 따라 삶을 영위했던 선인들의 애환을 그려봅니다.

 

 

지금이야 살기좋은 세상이어서 취미생활로 배낭을 메고 이 길을 걷고 있지만

그 옛날 우리의 민초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험난한 금강골재를 넘나들었겠지요.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줄딸기꽃, 빗살현호색, 철쭉, 양지꽃)

 

 

 

영남알프스의 험준한 산길을 걷다보면

그 모든 산길이 마을과 마을을 잇는

오래 전 삶의 현장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낙동정맥의 한 구간이기도 한

배내고개,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의 능선에는

언양과 삼남면, 배냇골 사람들이 왕래하던

배내오재[이천오령(梨川五嶺)]가 있으며

이 옛길들은 지금 모든 등산로의 근간이 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배내오재는

 

배내고개(장구만디) -

석남사가 있는 덕현리에서 배내골로 넘어가는 고개로 덕현재라고도 부릅니다.

 

긴등재 -

배내오재(梨川五嶺) 중의 두 번째 재(嶺)로,

길천리 순정마을에서 배내봉으로 넘어가는 고개로 산등성이가 길다(長登)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간월재 -

배내오재의 세 번째 령(嶺)으로,

등억에서 배내로 넘어가는 고개로 왕봉재라고도 불리우며 파래소폭포로 통과하게 됩니다.

 

신불재 -

삼남면 가천리에서 신불재대피소를 지나 청석골을 거쳐서 배내로 넘어가는 고개입니다.

 

금강골재 -

삼남면 강당골에서 금강골을 지나 청수좌골을 거쳐 배내로 넘어가는 고개입니다.

 


이 재들은 멀리 울산에서 미역, 전복, 멸치 같은 건어물이나

언양의 소가죽, 면포, 그릇 따위의 생활용품을

지고가는 봇짐장수들의 길이었으며

나물과 목기, 삼베, 산채, 버섯, 약초, 실한 나무로 짠 농기구 등

장에 내다 팔기 위한 오지마을 사람들의 삶의 통로였답니다.

 

 

 

오늘도 굳게 닫혀있는 사격장 출입문 앞을 지나 임도를 따라 진행합니다.

철조망 안으로 다녔는지 구멍이 뚫려 있네요.

 

 

가운데 보이는 암릉이 오늘 오르고자 하는 에베로릿지이고

바로 좌측 비스듬히 오르는 암릉이 탈레이릿지입니다.

 

 

철조망을 따라 걷는 등로가 그늘도 없는

은근한 오름길이라 더운 날엔 고역이 아닐 수 없는데

다행히 오늘은 흐린 날씨에 바람도 불어주어

지난번보다 한결 걷기가 수월한 것 같네요.

 

 

선행하던 팀들이 삼거리에서 쉬고 있어

금강폭포가는 등로를 한꺼번에 담질 못했네요.

아리랑릿지로 가는 팀이라 안전산행을 기원하며

먼저 발걸음을 떼어 금강폭포를 향합니다.

 

 

다시 만난 지계곡의 무명폭에는

지난번보다 수량이 풍부하여 엎드려 갈증을 해소하고

 

 

좀더 진행하면 나오는 아리랑릿지 갈림길을 사진에 담고

 

 

미답의 산길을 따라 진행하니 너덜지대가 나오는군요.

두 세번의 너덜을 통과하게 되면

 

 

금강폭포의 물소리가 가까워지고

기암절벽들이 산을 오르고 있는 모습들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포사격장 철조망 출입문을 통과하여 진행하면 이곳으로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수풀이 우거지고 잡초가 무성한 계절에 걷게되면 말 그대로 개고생이랍니다.

 

 

금강골의 깊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에베로릿지 입구에는

절벽들이 만들어내는 음영이 한낮에 바라보아도 짙게 보이는군요.

 

 

에베로릿지 첫 암봉이 올려다보이는 초입입니다.

하지만 금강폭포를 보러가야 하기에 폭포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던지 아니면 그곳에서 곧장 치고 오를 생각입니다.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금강폭포에 드디어 서게 되었네요.

워낙 급경사의 골짜기라 풍부한 수량은 아니지만

그 위용은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험하기로 소문난 금강골 가장 깊숙한 곳에서 만난 금강폭포.

 

주변의 절벽에 피어난 진달래가 그나마 마음을 진정시켜 주기에 망정이지

거무튀튀한 바위들만 천연요새처럼 둘러 서있는 모습이

마치 인간의 발걸음을 거부하는 듯하여 두려움이 들기도 하네요.

 

 

금강폭포 우측 너덜지대로 시그널이 많이 달려있는걸 보니

곧장 오르는 등로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조금전 왔던 길로 가지 않고 너덜길로 오르기 시작합니다.

 

 

너덜길이지만 선답자들의 흔적이 많아 길찾기는 수월하네요.

하지만 가파르기는 장난이 아니라서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고도를 높혀가며 내려다본 금강폭포의 모습입니다.

폭포 좌측으로 탈레이릿지를 오르는 등로에 설치된 밧줄이 보이네요.

 

탈레이릿지를 오르면 금강폭포의 상단폭포를 만날 수 있지만

워낙 험한 코스라 하나뿐인 목숨 담보해 가면서 갈 필요는 못 느끼겠네요.

 

 

밧줄이 나타나는걸 보니 이제 본격적인 에베로릿지가 시작되나 봅니다.

 

 

잡념을 버리고 긴장감을 최고조로 하여

모든 것을 집중하며 암릉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잠시 암벽에 붙어 용을 쓰다보면

삼성SDI와 가천리 일대가 시원스럽게 조망되는

바위전망대에 올라서게 됩니다.

멀리 울산의 문수산과 남암산도 보이는군요.

 

 

첫 번째 암봉에서 내려다 본 금강폭포 하단 모습입니다.

하지만 발 아래는 깎아지른 낭떠러지라 계속 바라보기가 쉽지 않네요.

 

 

영축산에서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금강골에서 올려다본

독수리바위에서 뻗어내린 동릉의 경사도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저 유구무언 그 자체입니다.

 

 

첫 번째 암봉인 칼바위에서 바라본 바위 오름길...

보기만 해도 긴장감이 엄습해 오는군요.

 

 

암봉의 우측으로 기어올라 보이는 밧줄을 잡고 올라야겠습니다.

 

 

우측 아래로부터 로프를 잡고 올라선

암봉의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는 노송을 사진에 담고

칼날같은 바위를 조심스레 통과해 제2봉을 향한 오름을 시작합니다.

 

 

두 번째 암봉을 오르며 내려다 본 풍광입니다.

이제 한고비를 넘겼지만 시작일 뿐입니다.

 

 

거의 직벽에 가까운 첫 관문...

길게 드리워진 로프를 부여잡고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올라섭니다.

 

 

오금이 저릴 만큼 아찔한 직벽 저멀리 금강폭포가 가물거리고

 

 

내려다보기도 아찔한 낭떠러지의 암릉에 뿌리를 박고 서있는 소나무와 눈맞춤하고

 

 

오른쪽으로 다가서는 아리랑과 쓰리랑릿지의 도드라진 골격도 담아봅니다.

 

 

무사히 두 번째 암봉을 올라서서 다음 봉우리를 올려다 봅니다.

그곳에는 선행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군요.

 

 

남쪽지방이지만 고도가 높은 탓에

진달래꽃이 이제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바윗길 오름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짧은 조릿대밭을 올라서니

 

 

접근을 거부하는 듯 암벽이 가로막고 서있고 

마치 전래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동아줄이 드리워져 있네요.

 

 

직벽의 구간을 로프를 부여잡고 올라선 끝에는

좀더 가까이 눈높이를 맞춘 아리랑, 쓰리랑릿지가 다가옵니다.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아리랑릿지로 올라간

산행팀의 등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는군요.

 

 

모든 것을 집중하여 암벽을 오릅니다.

자칫 방심하는 날엔 가차없이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입에 담기조차 힘든 상황이 벌어질테니까요.

 

 

등로 좌측으로는 탈레이릿지가 나란히 줄을 서있네요.

 

참고로 탈레이릿지는 울산의 산악인 최윤희, 심영근씨가

2000년 울산대산악회의 탈레이사가르 원정을 기념하기 위해 개척한 암릉으로

등반거리는 약 150m 정도로 겨울철 히말라야 등반에 대비한 혼합등반 훈련용 릿지라 합니다.

 

 

탈레이릿지 상단부 뒤로 올려다보이는

영축산 독수리바위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견고한 천연의 요새처럼 보이는군요.

그러니 옛날 왜적의 침입을 피해 단조성을 쌓았고

한국전쟁 때 빨치산의 근거지였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오늘 산행의 가장 난코스입니다.

 

로프가 없는 구간이라 몸을 밀착시키고

두손, 두발을 다 써가며 바위와 함께

호흡한다는 심정으로  암벽을 기어오릅니다.

 

 

그렇게 초긴장 상태로 올라서니

이번에는  밧줄이 드리워진 직벽이 기다리고 있네요.

 

암벽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손을 뻗어 잡을 곳과

발 디딜 곳을 찾아 암벽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거의 직각에 가까운 벽을 오를 때는

오금이 저릴 정도로 스릴을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오늘따라 제법 세찬 바람이 불어와 쌀쌀하다는 느낌이 들겠지만

줄곧 이어지는 암릉에 초긴장상태를 유지하다보니

춥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올라선 암봉에서 지나온 바윗길을 내려다보니

고도감과 험준함에 새삼 대단함을 느끼게 됩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다음 암봉에는 선행자들이

사진촬영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고

 

 

이제 마지막 밧줄구간인 것 같습니다.

 

이젠 이력이 난듯 스스럼없이 암벽 앞으로 다가서서

드리워진 밧줄을 부여잡고 손 끝으로

전해져오는 바위의 촉감을 느껴봅니다.

 

암벽과 하나되고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온전하고 완전한 느낌이네요.

멋진 희열감을 느낍니다.

 

 

고도를 높혀갈수록 시야는 점점 더 즐거워져가고

내려다 본 아찔한 암릉구간은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군요.

 

 

얼추 눈높이가 맞다 싶을 정도의 고도에 올라선

마지막 전망바위이자 탈레이릿지와의 합류점에 도달하여

막힘없는 조망과 주변 풍광들을 담기 시작합니다.

 

 

지금껏 몇 번의 암봉을 올라왔는지

기억조차 할수 없을 만큼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이제 다왔다 생각하니 긴장감이 풀리는 것 같네요.

 

 

금강골을 끼고 나있는 두 능선 끝으로

삼남면 가천리가 내려앉은 모습이 편안해 보입니다.

장쾌한 조망을 바라보는 해와달의 마음도 이제야 밝아지는 것 같네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아리랑릿지와 나란히 이웃한 쓰리랑릿지의

날카로운 짐승의 잇빨 같은 릿지를 보면서

좀더 젊은 시절 왜 산을 몰랐을까…하는 한탄을 해보게 되네요.

 

하지만 이제와서 어쩌겠습니까...

만시지탄이지만 깊은 산 바위절벽 위에 앉아

선계를 감상하는 이 기분을 세상 무엇과 바꿀 수 있으리오...

 

 

위로 보이는 잘록한 안부가 신불평원과 합류가 되는 지점이랍니다.

아직도 오름길이 조금은 남은 듯 하네요.

 

 

릿지산행을 끝내고 급한 오르막을 올라서니

능선 가까운 지점에 이르러 서 있는 등산로 안내표지판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글귀가 눈길을 끕니다.

 

바로 오른쪽으로 열려 있는 등로는 아리랑릿지를 우회하는 길인데

또 하나의 숙제를 안고 주능선을 향한 걸음을 이어갑니다.

 

 

가까이 다가온 영축산 정상에는

많은 산객들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잡히는군요.

 

 

좁다란 등로를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서니

드디어 신불산상벌(神佛山上伐, 신불평원)에 오르게 됩니다.

 

 

신불산-영축산 주능선에 올라서면 장쾌한 초원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60만평이 넘는 억새밭을 사이에 두고

우측으로는 단조성이, 좌측으로는 영축산이 보이고

그 뒤로 함박등, 죽바우등으로 이어지는 영축지맥이 줄을 잇고 있네요.

 

 

신불평원은 억새로 유명한 영남알프스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억새밭입니다.

멀리 좌로부터 향로산, 재약봉, 코끼리봉,

재약산, 천황산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곳 억새밭은 영축산에서부터 신불산을 넘어

간월산에 이르기까지 펼쳐진 평원을 덮고 있지요.

 

 

지난번 올랐었던 아리랑릿지가 쓰리랑릿지와 더불어

그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벽처럼 솟아있는 기암괴석의 산정 위 드넓은 평야...

고원이라 바람이 강하게 부는 만큼 억새가 크게 자라지 않아

시야가 트였다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겠지요.

 

 

게다가 다른 곳과 달리 잡풀이 섞이지 않고

나무도 거의 자라지 않는 곳이라

깨끗한 억새밭의 장관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답니다.

 

 

신불재를 향한 걸음에 되돌아 본 영축산...

언제나 이곳에 서게되면 저절로 카메라를 들게 만드는 곳이지요.

바라만 보아도 황홀경 그 자체입니다.

 

 

신불산의 또다른 멋진 코스인 삼봉능선입니다.

다시 저 능선을 걸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솟구치네요.

 

 

삼봉능선 초입을 지나 내려선 데크길...

바람의 나라... '신불재'입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닌듯 세찬 바람이 불어대는군요.

 

 

신불재에서 점심식사를 하려던 계획이

세찬 바람 덕택에 무산이 되고

약수터로 내려와 물을 보충하고서

대피소에서 뜨끈한 라면이라도 먹을까 싶어

안을 들여다보니 이미 만원사례가 따로 없네요.

하는 수없이 신불산 정상까지 계속 가야할 것 같습니다.

 

 

서쪽에서 불어오는 매몰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계속 움직이는 상태라 겉옷을 꺼내 입기도 귀찮아

 

 

옷속을 파고드는 세찬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신불산 정상을 향한 걸음을 이어갑니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신불산을 찾은 산객들이 그리 많지 않은걸 보면

일기예보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하긴 주말마다 몸살을 앓는 영남알프스다보니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 산도 숨 좀 쉴게 아닐까 싶네요.

번잡스럽지 않고 호젓한게 오히려 더 낫네요.

 

 

신불산공룡능선의 초입에 세워져 있는 새천년빗돌을 사진에 담고

 

 

신불산을 대표하는 칼바위능선(공룡능선)을 바라봅니다.

세찬 바람속을 뚫고 칼바위능선을 오르내리는 산객들이 보이는군요.

 

 

신불산 정상에서의 흔적을 한장 남기고

 

 

다시 한번 공룡능선과 그 아래의 등억온천지구를 사진에 담아봅니다.

 

 

이번에는 전망데크로 자리를 옮겨 하산루트인 신불중앙능선과

그 뒤로 펼쳐지는 영알의 또다른 고봉들을 담아내고

영축산이 바라보이는 널찍한 데크로 자리를 옮겨

준비해간 김밥과 빵으로 요기를 시작합니다.

 

 

배를 채우고 나서 웅비하는 독수리의 형상을 닮아

보는 이로 하여금 크나큰 감동을 주는

영축산을 바라보며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이번에는 신불서릉 뒤로 보이는 구천산, 정각산 방향을 사진에 담고

 

 

신불산 정상에서 신불서릉을 향해 잠시 걸음을 옮기면

밧줄을 매어놓은 말뚝에 누군가 써놓은 글씨를 보게됩니다.

바로 중앙능선 들머리랍니다.

 

 

중앙능선을 내려서며 바라본 칼바위능선입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신불공룡능선의 풍광은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등로 좌측의 전망터에서 바라본 간월재 임도와 간월공룡능선

그리고 밝얼산 아래 폐채석장과 저승골의 모습입니다.

 

 

하산루트인 중앙능선의 경사도 또한 예사롭지가 않네요.

하지만 조망 하나는 일품입니다.

 

 

인간의 발걸음 때문인지 폭우에 씻겨 내려간 탓인지

배수로가 된 듯한 등로를 조심스레 내려서니

 

 

머리 위에서 칼바위능선을 걷는 등산객들의 소리가 들려오고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이 눈길을 끄는 작은 암봉을 하나 넘어서니

 

 

간월공룡능선의 우람한 바위능선이 다가오네요.

언제 날 잡아서 저곳도 다시 가봐야겠습니다.

 

 

정신없이 쏟아지던 내림길을 내려오며

한번 쯤은 뒤를 돌아보는 여유도 가져보았지만

계곡이 가까워질수록 등산로는 점점 더 험해집니다.

 

 

결국에는 물기를 머금은 급사면의 등로를 내려서다가

바윗돌을 잘못 밟아 미끄러지며 장딴지가

바위에 밟히는 작은 사고를 내고 말았네요.

 

 

큰 부상을 입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남은 구간의 내림길이 적잖이 부담으로 다가오는군요.

 

 

우리나라 금수강산에 봄이 오면 가장 먼저 피는 진달래꽃...

산 아래에는 이미 지고 있지만 신불산 산정엔 한창입니다.

 

 

신불산의 중앙 산등이라 하여

'신불산중앙능선'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지만

예로부터 누운등이라 불리워졌다고 합니다.

 

 

누운등은 V자 형태로 산등이 갈라졌는데,

우 누운등은 신불산 정상에서 쏟아진 산등..

즉 지금 걷고 있는 길을 말함이고,

좌 누운등은 요동치는 신불공룡능선(칼바위)

중간 지점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하네요.

 

 

신불산중앙능선의 명물인 소나무를 만나 눈도장을 찍고

 

 

앞을 가로막는 바위를 에돌아 내려서게 되면

 

 

 

 

멋진 소나무가 있는 전망바위에 닿게 됩니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간월산장이 있는 등억온천지구의 모습입니다.

 

 

등로 주변에 활짝핀 진달래꽃의 농염한 모습을 담고서

 

 

등로를 내려서면 아무 표식도 없는 삼거리가 나오네요.

준비해간 궤적을 확인해보니

오른쪽 길은 신불공룡능선으로 이어지는

조금전 언급했던 좌 누운등으로 가는 길입니다.

 

 

삼거리를 지나 이어지는 내림길을 따라 나서면

또 하나의 삼거리가 나오고 우측 아래로 폭포가 보이네요.

 

가까이 다가가니 바로 홍류폭포(紅流瀑布)

상류에 있는 '와우폭포(臥牛瀑布)'입니다.

 

 

폭포 끝단에서서 내려다보니 수량이 풍부한 날에는 굉장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와폭의 주변 경관을 사진에 담고 왔던 길을 되돌아

삼거리지 와서 이어지는 등로를 따릅니다.

 

 

와폭을 내림길에서 정면으로 바라본 모습을 담고

 

 

약간은 까탈스러운 밧줄구간을 통과해 내려서니

 

 

2012년도에 이곳에서 추락사한

어느 산악인의 추모비를 만나게 됩니다.

 

마음속으로 묵념을 하면서 언제나 자연 앞에서는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잠시 거친 돌밭길을 잇다가

 

 

산죽이 반겨주는 순한 산길이 이어지더니

 

 

우측으로 급히 꺾이는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곧장 나있는 길은 간월산장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의 등로는 홍류폭포로 가는 길이라

예까지 왔으니 모처럼 폭포를 들렀다 가기로 합니다.

 

 

허리길을 돌아 내려선 계곡엔 기도처인 듯한 움막이 자리하고 있고

좌측으로 잠시 걸음을 옮겨가게 되면

 

 

가만히 서있어도 어질어질한 홍류폭포 상단부에 서게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폭포 아래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수를 사진에 담고

 

 

고개를 들어 신록이 우거져가는 폭포골을 바라봅니다.

 

 

조금전 움막으로 되돌아와 계곡을 건너 올라붙으면

공룡능선으로 연결되는 등로와 합류가 되고

 

 

목재계단을 따라 내림길로 내려섭니다.

이 길을 얼마만에 걸어보는지 기억에도 가물거리는군요.

 

 

오랜만에 찾은 홍류폭포...

빈약한 물줄기지만 그래도 반갑기만 하네요.

 

 

홍류폭포를 구경하고 간월산장을 향한 길은

정확한 이정표가 없어 초행자는 헷갈리기 좋을만 하지만

무조건 큰 길을 따라간다 생각하면 길 잃을 염려는 없을 듯 하네요.

 

 

좌측으로 간월재에서 내려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는

 

 

벤취가 있는 갈림삼거리에서 등억온천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이후의 등로는 신작로 수준의 널찍한 길이라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옛날의 등로와는 확연히 다른 것 같네요.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빗살현호색, 진달래꽃, 얼레지, 노랑제비꽃)

 

 

버스정류장이 있는 온천교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을 가야겠기에 잰걸음으로 서둘러 내려가면

 

 

무슨 공사판이 벌어졌는지 온통 소음 투성이인 간월산장에 이르게 됩니다.

알고보니 인공암벽장과 영남알프스 웰컴센터를 조성하기 위한 공사라는데

거기에 신불산까지 케이블카를 시설한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네요.

 

 

공사장을 지나오면서 되돌아 본 신불산, 간월재

그리고 간월산을 사진에 담으면서

멋진 코스로 꾸며본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오랜 숙원이었던 신불산의 릿지산행을 시도하려고 시작한 아리랑릿지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다음 오를 예정이었던 에베로릿지로의 오름길이 산행을 계획할 때마다 비 소식이 있어 두 번씩이나 미뤄져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었는데 오늘에야 목적한 바를 이루었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고 하산루트로 잡은 신불산중앙능선 또한 험로의 급한 내리막이었지만 처음 대면한 와우폭포와 오랜만에 다시 만나본 홍류폭포의 비경을 구경하였으니 오늘 산행도 마음속 뿌듯함을 가득 안고 귀로에 오를 수 있었다.

시끄럽기 그지없는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는 간월산장을 빠져나와 언양에서 경주로 가는 시외버스 중 오후 4시에 출발하는 버스는 이미 포기를 한 상태라 그 이후에 있는 5시 30분 버스는 아직 여유가 있어 천천히 버스정류장이 있는 온천교를 향해 걸음을 옮겨간다. 지나가는 차량을 히치할 생각도 있었지만 쌩쌩 달리는 차를 세우려니 멋적은 감이 있어 상념에 빠져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아스팔트길을 따라 털레털레 걸으며 혼자만의 사색의 세계로 빠져들어 간다.

영남알프스 어느 곳을 가더라도 비경 아닌 곳이 없고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곳이 없는 산에 홀딱 반한 필부에 지나지 않지만 인생의 길에서는 작은 배려에 고마워하며 작은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세야말로 큰 것을 얻는 길이라는 작은 진리를 늘 잊지 않고 산과 더불어 남은 인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모든 삶은 다 작은 것에서 화가 되고 복이 되어 오는 법, 세심하게 주위를 살피며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자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도착한 온천교에는 산행을 마친 산객들 몇몇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여성 산객 두 분이 콜택시를 불러 놓았다는데 행선지가 언양터미널이라고 한다. 택시비 반을 부담할테니 합승을 해서 함께 가자고 했더니 선뜻 허락을 해주어 잠시 후 도착한 택시에 몸을 싣고 편하게 터미널에 도착하여 경주행 버스 티켓을 구입하려고 시간을 알아보니 16시 45분 버스가 중간에 새로 배차가 된 모양이라 얼른 티켓을 발매하고 플렛폼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도착한 경주, 포항행 버스에 탑승하여 영남알프스 산행의 베이스캠프인 언양땅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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