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싱그러운 오월의 숲길따라 맘껏 걸어본 오어지 오미골 환종주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5. 05. 16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항사리 입구 상수원감시초소-대골갈림길-451봉-시경계길 합류-무장봉-동대봉산갈림길-오미골감림길-삼거리봉-591.4봉-시경계이탈-534봉-465봉-산불감시초소봉(357.6봉)-안부갈림길-상수원감시초소
♤ 산행시간 및 거리 : 7시간 5분, 19.87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주말근무와 친구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매주 빠짐없이 이어져 온 산으로의 나들이가 지난 주엔 빠트리게 되었음을 만회라도 하듯 당직근무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배낭을 꾸리기 시작한다. 사실 오늘도 친구의 딸 혼사가 있지만 서울인데다 예식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서 상경을 포기하게 되어 사람구실 제대로 못하는게 아닌가 싶은 우려가 들어 미안함도 든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친구도 이해해 주리라 생각하고 조금은 늦은 시간의 출발이라 가까운 근교의 산으로 코스를 꾸며본다.
포항으로 이사온지 이제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주변의 산들을 다 훑어보지 못한 관계로 미답의 코스를 넣어서 궤적을 만들어보니 중장거리코스가 될듯 해서 모처럼 신나게 걸어보기로 마음먹으며 집을 나선다.
오늘 가고자 하는 코스는 오어사 옆에 있는 오어지로 유입되는 계곡 중 가장 긴 오미골을 가운데 두고 한바퀴 돌아보는 이른바 '오미골환종주'라는 이름으로 걸어볼까 한다. 이제 와서 얘기하지만 지난 달 비가 온 다음 어느 날 오늘 가고자 하는 코스를 걸어볼 요량으로 나섰다가 대골을 건너 산길로 접어들어야 하는데 불어난 계곡물에 도저히 접근이 어려워 무작정 치고 오르다 굴러 떨어진 바위에 스틱이 부러지면서 장딴지에 작은 상처를 입어 산행을 포기했던 쓰라린 기억이 있어 재도전하는 길이기도 하다.
오어사를 향하는 길에 나오는 항사교를 건너 운제산장을 알리는 팻말을 따라 오어지를 끼고 나있는 도로를 달려 오어지 끝부분의 상수원감시초소가 있는 공터에 닿게 되고 차량 두어 대가 주차해 있는 곁에 애마를 세워놓고 오어지 둘레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상수원감시초소 앞에서 마주보이는
이정표 뒤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걸음을 옮겨갑니다.
오어지 상단부의 자갈밭을 지나 숲으로 들어서니
맨 먼저 '국수나무꽃'이 반겨주는군요.
밤새 눅눅해진 숲길을 따라 속도를 높혀가니
지저귀는 새소리만이 들려올 뿐...
인적없는 호젓함을 즐기기엔 그저 그만인 것 같습니다.
잔잔한 수면 위로 조용히 망중한을 즐기고 있던
황새 한 마리를 깨워 날려보내고
오어지둘레길을 트레킹하던 한무리의 탐방객들과
교행을 하고나니 쉼터에 닿게 되는군요.
안개 자욱한 건너편 숲속에도
트레킹을 즐기는 탐방객들의 소리가 들려오고
대골 초입을 향한 발걸음은 속도를 내는 대신
느긋하게 두 발로 걷는 여유로움의 기쁨이 하늘을 나는 듯합니다.
꽃자루에 매달린 새하얀 종모양을 한 '때죽나무꽃'입니다.
바야흐로 '찔레꽃'의 계절이 찾아왔네요.
오어지 최상단부에 있는 대골 초입이 나타나는군요.
계곡물이 말라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도 되지만
제대로 된 궤적을 만들기 위해 좌측 오름길로 올라서 진행하게 되면
밧줄구간이 나타나게 되고 조심스레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섭니다.
지난 번 방문 때는 신발을 벗고 불어난 계곡물을
조심스레 건너 마주 보이는 숲속으로 무작정 치고 오르다
굴러내린 바위에 스틱마저 부르뜨린 쓰라린 기억이 새롭네요.
자갈밭을 거슬러 잠시 올라가면 좌측으로 합수부가 나오는데
이곳이 숲속으로의 실질적인 들머리입니다.
하지만 만들어간 궤적엔 좀더 올라간 지점이라
무심코 지나쳐 십여분을 헛걸음을 하다가
후답자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궤적을 만들어볼 요량으로
합수부까지 되돌아와 다시 산행을 시작합니다.
합수부에서 계곡을 따라 잠시 들어서면
시그널이 달려있고 산길로 오르는 등로가 보인답니다.
어느 이름모를 무덤가에 피어있는 '은방울꽃'의 앙증맞은 모습에
물기 가득한 이파리에도 과감히 포복을 하게 됩니다.
숲속으로 들어서니 자연의 숨소리만 가득하네요.
자동차 매연 대신 싱그러운 아카시아 향기가 코 끝을 자극합니다.
초록빛 이파리들의 합창이 메아리치는 숲속에는
소리없이 스며든 오월의 세상을 찬란하고 아름답고 물들이며
오월의 정취를 깊어질 대로 깊이 수놓고 있답니다.
운무속에 나무가지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오어지의 정경을 사진에 담고
속도를 내는 대신 느긋하게 두 발로 걷는
여유로움이 모처럼의 산행에 기쁨을 주는군요.
'우산나물'
삼각점만이 덩그러니 고스락을 지키고 있는 336봉을 지나
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이 자연의 시계에 맞춰
이끄는 대로 몸과 마음을 내어주며 걷다보니
항사리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게 되면서부터는
지난 4월 초 아내와 함께 걸었던 등로가 시작되는군요.
낯익은 노송을 사진에 담고 불과 한달 사이에
푸르름이 훨씬 짙어진 숲길에 약간은 낯설어하며 걷다보니
항사리 돌탑봉으로 나뉘어지는 삼거리에 닿게 되고
이곳에서 우측으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녹음 우거진 오월의 산 속 숲길 따라 천천히 10여분을 걸어보니
지난 달 집사람과 진달래꽃을 꺾었던 457봉에 닿게 되는군요.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걷다가 사면길이 아닌 마루금을 따라 지나오니
경주, 포항 시경계길이자 운제산-토함산 종주길과 접속을 하게 됩니다.
'컴프리'
이제부터 과거 오리온목장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층층이 가지를 내어 올라가는 '층층나무'에는 흰 꽃이 가득합니다.
나무와 바람, 꽃들과 풀 등은 이곳의 주인이 되어 터를 지키며
오가는 이들에게 기쁨과 안식과 행복을 선물해 주고 있고,
이 숲속에서 나도 한 점이 되어 풍경을 이루며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보기로 합니다.
눈이 시릴만큼 푸른 오월...
봄이라 하기엔 너무 늦고 여름이라 하기엔
다소 이른 봄과 여름이 몸을 섞은 오월...
연둣빛 산하가 하루가 다르게 진초록 물감을 풀어가며
곱게 채색화되어 가는 싱그러운 푸른 오월 한가운데를 지나며
이유없이 터져 나오는 그리움을 오월의 햇살속으로
빠져들어 마냥 걷고 싶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벼룩나물'
무장봉 정상석을 사진에 담고 근처 숲속으로 들어가
간단히 요기를 하고 가기로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억새밭 너머로
가야할 622봉과 그 좌측의 능선들을
눈대중으로 가늠해보고 광활한 억새밭 사이로 내려섭니다.
오월의 햇살이 잔잔하게 부서져 머리 위에 내리면
싱그러운 초록바람은 향기나는 기품을 토하며 봄 햇살과 만나 포옹을 하고
싱그러운 초록 풀내음이 전해져오는 산자락은
점점 짙푸르러 가고 앞다투어 피어나는 꽃들로
오월의 향내음에 숨이 멎을 것만 같네요.
그리워하기에도 가슴 벅찬 오월...
오월의 시간이 흐르고 있음에
그리움은 더 깊이 푸른 오월을 노래하고 싶어집니다.
'붉은병꽃나무'
초록의 숲에서 태양이 빛을 뿌리는 이 시간!
선명히 파고든 햇살도 숲이 좋은지
숲 속 곳곳에 몸을 던지는군요.
동대봉산 갈림길입니다.
가야할 등로는 시경계길을 따라 직진입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멧돼지 울음소리에 발걸음은 바빠져 오고
도착한 오미골, 절골 갈림길에서 간단히 사진 한장 담고서
직진의 시경계길을 따라 쉼없는 걸음을 재촉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참봉월성김씨'묘입니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무덤이지만
마음 속으로 오랜만에 뵙는다는 인사를 건네봅니다.
현란한 봄, 찬란한 봄이라기 보다
가슴에 젖어드는 푸릇푸릇한 초록 풀잎이고 싶은 오월!
초록은 나에게로 와서 바람과 함께
잎이 되고 꽃이 되고 사랑이 된답니다.
등로 좌측으로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바라본 오미골과
지나온 무장봉과 오리온목장 풍광입니다.
과거 운토종주할 때 만났던
이른바 '삼거리봉'으로 불리웠던 614봉입니다.
바위와 큼직한 소나무 한 그루가 터를 잡고 있는 삼거리봉.
오랜만에 예전처럼 배낭을 내려놓고 흔적을 남겨봅니다.
무장산 부근을 제외하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오롯이 홀로가는 산행이라 약간의 적적함도 있지만
무상무념의 마음으로 사색을 하며 걷는
산길에서의 행복함은 얼마나 사람을 풍요롭게 하는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모를 일일 것입니다.
삼각점이 있는 시경계구간이자
호미지맥길의 591.4봉을 사진에 담고
시원한 바람이 초록빛 숲속을 휘젓고 지나가는
평탄한 산길을 신나게 걷다보니
양쪽으로 시그널이 펄럭이는 삼거리를 만나게 되고
오리온목장에서부터 줄곧 이어져 오던
시경계길과 작별을 하고 좌측으로 길을 듭니다.
'은대난초'
욕심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난 후의 홀가분함이라고 할까요?
풍경도 마음도 싱그러운 생명력으로 들썩입니다.
이렇듯이 주어진 계절에 축복을 누리는 일은 각자의 몫일테니
적어도 오월의 숲속을 걷는 이 순간만큼은 축복받은 인생이겠지요.
통신시설이 있는 534봉을 지나
온통 설렘으로 다가오는 사위가 푸르름으로 가득 찬 숲길을 지나오니
진전지환종주 때 만났던 산사태지역을 지나게 되는군요.
짙푸른 잎새들 사이로 간간이 파란 하늘이 보이는 가풀막을 올라서면
'민백미꽃'
조망도 없이 그저 몇 개의 시그널만이 반겨주는 465봉에 닿게 되고,
눈길을 끄는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나무를 지나
지도를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스치고 갈 445봉도 지나게 됩니다.
그리워하기에도 가슴 벅찬 오월...
오월의 시간이 흐르고 있음에 그리움은 더 깊이
푸른 오월을 노래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코 끝에 전해오는 상큼한 나뭇잎 내음에
맑아지는 머리, 짜르르 핏줄을 타고 흐르는 시원함을 느끼면서
발목이 푹푹 빠지는 낙엽의 바다를 걸으며
지난 가을의 추억도 되새겨봅니다.
드디어 중요지점인 산불감시초소봉(357.6봉)에 도착하게 되고
발 아래 놓인 진전저수지와
건너편 만리성산(우)과 묘봉산(좌)을 사진에 담고서
산불감시초소 좌측의 등로를 따라 바쁜 걸음 이어갑니다.
지나온 흔적들을 되돌아보며
싱그러운 오월의 풍광을 즐겨봅니다.
자연은 이렇게 우리의 마음에 정서적 안정을 준답니다.
자연을 가까이 하고, 자연에서 겸허함을 배우고,
자연이 주는 자양분을 마음껏 취하면서 살아갑니다.
대자연의 아름다운 화폭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펼쳐 놓고 그 안에서 누리는 이 평화...
이것이야 말로 힐링다운 힐링이 아닐까 싶네요.
드디어 항사리가 내려다 보이는걸 보니
산행은 막바지에 접어드는 것 같습니다.
만들어간 궤적은 좌측으로 내려서도록 유도를 하고 있지만
지도를 확인해보니 더 진행해도 될 것 같아 계속 진행해 보기로 합니다.
좌측 숲으로 이어지는 희미한 등로가 나타나
다시금 지도를 확인해보니 하산지점으로 삼아야할 것 같네요.
계속 나있는 뚜렷한 등로는 '오어지환종주'코스로 항사교로 가는 길입니다.
길이라곤 없을 것 같은 숲 속에 끊이지 않고
등로가 이어지는게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직진의 마루금으로 진행하는 희미한 길이 있지만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되어 하는 수없이
낙엽으로 뒤덮힌 임도를 따라 하산모드로 접어듭니다.
지그재그로 난 솦속의 임도를 따라 걸음을 옮기니
운제산장이 건너보이는 항사마을 입구로 내려서게 되는군요.
'지칭개'
드디어 운제산장 앞 도로변에 내려서게 되고
신광천을 흐르는 맑은 물소리를 행진곡 삼아
포장도로를 따라 막바지 걸음을 이어가면
산행을 시작했던 상수원감시초소 옆에 있는
'운제산장' 빗돌 앞에 서게 되면서
'오미골환종주'는 그 끝을 맺게 됩니다.
대골 계곡의 불어난 물에 신발까지 벗고 겅중겅중 건너며 도전의 의지를 불태웠지만 약해진 지반에 흘러내린 바위에 약간의 상처와 스틱까지 파손된 지난 산행 때의 실패를 만회하고 살고있는 지역의 근교산 자락길이 궁금하여 코스를 만들어 걸어 보고팠던 산길을 화창한 신록의 계절에 날씨마저 도와준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오늘의 산행.
비록 아침 나절 숲 속에 낮게 깔려있던 안개에 이파리들은 수분을 머금고 있어 진행한지 얼마되지 않아 바지는 흥건히 젖어버리고 등산화 속은 물로 그득해 철벅거릴 정도였지만 목표로 삼았던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 번잡한 일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조금은 허기진 마음을 너른 자연의 품에 안겨 그 속에서 위안을 받고자 함이 아니었나 싶다.
그동안 이미 걸어보았던 등로도 있지만 미답의 코스를 곁들여 스스로 이름 붙여본 '오미골환종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걷는 동안 서너 군데에서 멧돼지의 울음소리를 가까이서 접하고 나니 식은 땀이 흐를 지경이었지만 장시간 푸르름이 가득한 오월의 숲길에서 새로운 활력소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음에 산이 주는 고마움은 늘 잊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은 무더운 날씨였지만 마음은 싱그러운 초록빛 속에서 하루를 잘 보내다 온 행복한 걸음을 마치고 아직도 밝은 햇살이 온누리를 비추는 오어지둘레길을 따라 처제네 식구들과의 저녁식사 약속에 맞추기 위해서 서둘러 차를 몰아 귀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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