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싱그러운 숲과 계곡이 일품인 내연산 우척봉-청하골을 찾아서... 본문
☆ 산행일자 : 2015. 06. 01 (월)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북구 송라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둘이서...
☆ 산행코스 : 보경사주차장 보경교-음지밭등갈림길-천령산우척봉-시명리갈림길-삼거리-시명리-출렁다리-은폭-연산폭포-상생폭포-보경사-보경교(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7시간 20분, 16.09km (식사 및 휴식, 두 번의 탁족, 다슬기 채집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이틀 전의 범어사 암자순례 산행의 여독이 덜 풀려 조금은 찌뿌둥한 몸상태지만 당직근무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산행을 갔으면 하는 집사람의 눈치가 보인다. 해서 먼 곳으로의 나들이는 못할 것 같고 두어 군데를 추천했더니 내연산으로 가잔다. 그렇다면 모처럼 청하골을 따라 거르며 집사람에게 폭포 구경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퇴근해서 집에오면 출발하려고 일찌감치 도시락까지 준비를 다 해놓았으니 못 간다고 거절했으면 하루종일 골치 아팠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서둘러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서 영일만대로를 달려 흥해를 거쳐 청하 보경사를 향해 차를 몰아간다.
도착한 주차장에서 입장료 1,000원(일반인은 2,000원)을 내고 주차장을 지나 보경교 부근에 주차를 해놓고 장비를 챙기고 썬크림도 바르고 신발끈도 조여매면서 산행준비를 한다.
오늘은 그동안 천령산을 오를 때마다 들머리로 삼았던 보경3교를 지양하고 보경 1교를 들머리로 삼아 오르기로 한다. GPS를 가동하며 보경 1교를 건너면서 올해 처음 찾게되는 천령산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산행궤적
주차장에서 왼편 끝 계류쪽으로 진행하면
나타나는 첫 번째 다리인 보경교가
오늘의 산행 출발점입니다.
'조록싸리'
보경교를 넘어서서 정면으로 나서면 공터가 있고
곧장 직진하여 텃밭을 지나 우측의 능선으로 접어들면
꾸준한 된비알로 이어집니다.
송이버섯 채취를 위해 쳐져 있는
철망 울타리를 따라 능선마루에 올라서면
노란 물탱크를 지나치게 되고
'노루발풀'
잠시 후 나타나는 월성이씨 무덤 2기에서는
무덤 뒤쪽으로 난 능선으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꿀풀'
평탄하게 이어지던 등로는
가파른 가풀막으로 변하지만 거뜬히 올라섭니다.
잠시 후 오붓하게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발걸음도 가볍게 평지성 능선을 잠시만 더 따라 나서면
무덤4기와 좌우로 넓은 갈래길이 있는
눈에 익은 곳이 나타나는군요.
이곳은 보경3교에서 계류를 건너
올라서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랍니다.
곧장 직진하는 넓은 길을 따라 은근하게 올라서면
우척봉까지 1.8km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나게 되고
봉분이 깎여져 나간 널찍한 무덤터가 있는 공터를 지나
잠시 후 음지밭뚝 갈림길을 지나게 됩니다.
능선을 우측에 두고 왼편 산허리 길을 따라 나서게 되면
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발걸음도 가벼운 푸른 숲길도 지나게 되지요.
일명 '하늬재'로 불리워지는
연산폭포로 내려설 수 있는 삼거리 갈림길을 지나면
일렁이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흐느적거리는 풀밭을 지나게 되고
따가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헬기장을 지나
숲 입구에 서있는 천령산 안내판을
사진에 담고 잠시 걸음을 떼면
2~3분 거리에 있는 천령산 고스락인 우척봉에 닿게 됩니다.
천령산 (天嶺山)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과 청하면의 경계에 위치한다. 해발 775m이다. 12폭포로 유명한 청하골을 사이에 두고 북쪽으로 내연산(內延山)과 마주보고 있으며, 남쪽에 호학봉(呼鶴峰)과 삿갓봉으로 이어진다. 조선 후기까지는 신구산(神龜山)이라고 하였으며, 하늘같이 높다 하여 하늘재라고도 부르다가 일제강점기에 천령산으로 개칭하였다. 형상이 소 잔등처럼 생겼다 하여 주봉을 우척봉(牛脊峰)이라 부른다. 산 중턱에 옛 절터인 상태사지(常泰寺址)가 있다.
우척봉에서 바라본 경북수목원 방향의 조망으로
마루금을 따라가면 삿갓봉, 수목원팔각정, 매봉으로 연결되는
종주산꾼들의 체력훈련 코스인 내연산 6봉 종주길이 펼쳐집니다.
우척봉에서 간단히 흔적을 남기고 주변 그늘숲에서
자리를 깔고 점심시간을 가져봅니다.
느긋한 식사시간을 마치고
우척봉 옆길로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면
복호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푸르름이 점점 농도를 더해가는 숲길을 좀더 진행하면
시명리로 내려서는 갈림길도 만나게 되는군요.
오늘의 산행코스는
직진의 삼거리 방향이기에 곧장 통과해 나갑니다.
완만하게 고도를 낮추는 능선을 따르면
좌우로 지능선이 분기하는 야트막한 둔덕봉에 올라서게 되고,
지능선이 분기하는 곳에선
왼편(남서쪽) 아래로 내려서게 됩니다.
유순하던 길이 서서히 급경사로 변하기 시작하지만
청하골의 맑은 물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그리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천령산에서 삼거리까지 40~5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즈음
급경사 절개지로 내려서면 널찍한 임도가
계곡을 끼고 나있는 삼거리에 이르게 됩니다.
꽃밭등과 수목원으로 가는 길과 작별을 고하고
청하골을 따라 걸음을 시작하면
켜켜이 쌓인 낙엽의 바다를 만나게 되지요.
오래 전 이곳을 지날 때
허리까지 빠졌던 낙엽의 바다를 기억하며
사진 한장 남겨봅니다.
최근 비가 오지 않아 청하골에도
부쩍 수량이 줄어든 모양새이지만
그래도 아름다움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네요.
'민눈양지꽃'
일년,
삼백 예순 닷새날.
지나간 시간들 산과 함께 했던 지난 날들...
그리고 켜켜이 고인 소중한 추억들,
그저 건강하게, 그저 마음 고생없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가 걷는 하루하루의
길 끝에는 언제나 산이 있습니다.
그곳은 어느 것 하나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또 그곳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고
손을 맞잡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산을 오를 수 있는 축복 받은 삶...
세상 어디에서 이토록 아득한 깊은 힘과
힘차게 솟아나는 활기를 느낄 수 있을까요?
집터가 나타나는 걸 보니 시명리가 가까워진 모양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시명리 이정표입니다.
잠시후 청하골을 우측에 두고 오르는 허리길을 나서면
마당미기로 올라 삼지봉으로 가는 등로인
밤나무등 코스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시명리에서 보경사를 향해 가는 청하골...
숲은 초록빛으로 가득합니다.
즐거운 산으로 가는 길이 이어집니다.
'너덜지대'를 지나며 자연의 신비함도 담아보면서
수많은 세월동안 자연이 만들어 놓은
위대한 풍광들을 맘껏 담아봅니다.
명경지수, 기암절벽...
굳이 발을 담그지 않아도
바라보기만 하여도 시원해지는 풍경들입니다.
푸르른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들로 눈이 시원해지는 길입니다.
새로이 조성된 데크를 따라 올라서면
수량이 많을 때는 정말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숨어있는 포토존인데 오늘은 허전한 마음이 드는군요.
계곡을 지나는 출렁다리도 지나고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소에서 다리쉼도 해봅니다.
더불어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탁족도 하고
맑은 물 속에 자라고 있는 다슬기가 지천이라
시간가는 줄 모르도록 채집하기도 했지요.
오랜만에 찾은 청하골을 제대로 즐기며 걸어갑니다.
드디어 은폭의 상단부가 보이는군요.
바위 위 습득대에 올라 발 아래를 굽어보니 아찔합니다.
내연산 8폭포인 은폭포입니다.
은폭 상단부의 오른쪽 절벽 위에서 내려다 본 사진인데
그 아찔함이 사진 속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은 듯 하네요.
제8폭포 은폭(隱瀑)
여성의 음부를 닮았다 하여 음폭포라고 하였다가
상스럽다하여 은폭이라 고쳐 불렀다고도 하고,
용이 숨어 산다고 하여 "숨은용치"라고도 하는 청하골 '은폭(隱瀑)"입니다.
은폭 좌우의 바위는 조선 인조 때
유배를 온 취흘 유숙(1564~1636)이
당나라 괴짜 승려와 시인이었던 한산과 습득을 내세워
'한산대'와 습득대'라 이름 붙였다고 하네요.
등로는 계곡을 따라 이어집니다.
때론 계곡을 오른편에 두기도 하고,
때론 왼편에 두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우척봉 하늬재로 연결되는 천령산 갈림길을 지나
잘 정비된 등로를 따라가면
연산폭포 상단부의 비하대를 만나게 되는데
수량부족으로 인해 볼거리가 없을 것 같아
그냥 지나치기로 합니다.
그리고 만난 제6폭포 관음폭포...
비하대(飛下臺) 아래 형성된 폭포로
불교 용어인 관음(관세음보살의 약칭)에서 따온 명칭입니다.
'정시한'의 산중일기(山中日記)에 의하면 '연산폭포'를 '상폭(上瀑)',
관음폭포를 '중폭(中瀑)', 상생폭포를 '하폭(下瀑)'이라 부르고 있답니다.
시원스런 물줄기는 마음까지 시원하게 합니다.
관음폭포 아래의 소는 '감로담'으로 불리우고,
폭포 주변의 자연굴들은 '관음굴'로 불린답니다.
관음폭포 위쪽으로는 연산폭포로 향하는 다리가 놓여 있지요.
다리 위에서 바라보니 관음폭포를 둘러싼
기암절벽들이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학을 타고 내려온 신선이 청하골의 비경에 빠져
내려오지 않았다는 전설을 간직한
선일대(仙逸臺)가 먼저 눈길을 끌고
늘 위에서 내려다 보기만 했던
비하대(飛下臺)를 오늘은 올려다 보아주고
그리고 만나게 되는 제7폭포 연산폭포...
내연산 12폭중 가장 규모가 큰 폭포로
'내연산(內延山)'에서 '내(內)'字를 뺀 명칭.
'삼폭포(三瀑布)' 또는 '상폭포(上瀑布)'라 부르기도 합니다.
겸재 정선의 '내연삼연추도'에도
연산폭포와 관음폭포, 잠룡폭포가 그려져 있다고 하는군요.
우렁찬 폭포소리...
하루의 더위가 저절로 가시는 듯 합니다.
제2폭포 보현폭포...
폭포 오른쪽 언덕 위에 위치하는 '보현암(普賢庵)'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제1폭포 상생폭포...
'쌍둥이 폭포'란 뜻에서 오래전부터 '쌍폭(雙瀑)'이라 불리워 왔지만
요즘은 '상생폭(相生瀑)'이라 많이 불리고 있지요.
정시한(1625~1688)의 '산중일기'에서도
상생폭포를 '사자쌍폭(獅子雙瀑)'이라 적고 있다고 합니다.
1폭포인 상생폭포를 지나고서도 계곡은 계속 이어집니다.
숲은 초록빛으로 가득합니다.
바닥에도, 위에도 가득한 초록빛들...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소나무들이 무성해집니다.
1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 내연산 계곡은
12폭포 외에도 이름을 얻지 못한 폭포가 즐비합니다.
또 탁족이나 물놀이를 겸해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널려 있어
더위를 피해 '신선놀음'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기린초'
자꾸만 발길을 붙드는 청하골 계곡입니다.
내연산 보경사.
포항의 내연산은 '경북의 금강산'으로 불리우는 곳으로
아름다운 12폭포 계곡을 품고 있는 곳입니다.
태백산맥 끝자락에 우뚝 솟은 내연산 아래
천년 고찰 보경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보경사 적광전과 5층석탑.
보경사는 꽃잎에 둘러싸여 있는 암술과 수술처럼
내연산에 살포시 안겨있는 사찰입니다.
적광전(경북유형문화재 제254호) 앞마당에는
보경사오층석탑(경북유형문화재 제203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적광전 앞에 있기 때문에 금당탑으로도 불리우는 오층석탑은
고려 현종 14년(1023년)에 건립된 탑이라고 합니다.
보경사 대웅전(경북유형문화재 제231호)
대웅전 뒤편으로는 조선 숙종3년(1678)에 건립한 명부전,
석가세존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모신 영산전,
1678년 학열 스님이 화주하여 세운 원진각,
1914년에 이전한 산령각, 1678년 지총 스님이 화주하여 세운
팔상전과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절집 마당의 반송.
이곳은 나무들이 아름다운 곳이지요.
절집을 앞뒤로 둘러싼 솔숲이 그러하고 절집 마당의 반송,
400년이 넘었다는 탱자나무도 그러합니다.
울창한 송림(松林)과 보경사의 불이문(不二門).
보경사 일주문을 나오면서 합장 반배로 예경을 올리고
산행으로 얻어진 각종 먼지와 불순물들을 에어건으로 털어내고
내연산군립공원안내소에서 우측 길로 방향을 틀어 가다
다시 좌측으로 방향을 바꿔 진행하면
보경교에 도착하면서 내연산 우척봉과 청하골 탐방은 끝을 맺게 됩니다.
태백산맥 끝자락에 우뚝 솟아있는 내연산.
겉보기에는 높이 700m가 조금 넘는 유순한 산이지만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산줄기 동쪽이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골이 깊고 그윽한 곳이다.
또한 내연산 12폭포 계곡으로도 불리우는 청하골은 4km에 걸쳐 담과 소로 이어진 폭포가 지천이라 마치 '폭포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곳인데다 사계절 어느 때 찾아와도 멋진 풍광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드는 경북의 금강산이라 일컬어지는 내연산을 오랜만에 찾아 청하골의 깊고 깊은 속살인 삼거리에서부터 천년고찰 보경사까지 걸으며 가슴으로 사는 법을 가르쳐 주는 산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산이 좋은건 아무 말 없이 거기 그대로 있기 때문일게다. 아무런 욕심도 아무런 시샘도 없이 그래도 그렇게 있기 때문이리라.
산처럼 거짓없이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기 위해 그 사심없음을 배우기 위해 오늘도 산을 사랑하고 산을 찾는 지도 모를 일이다.
산... 있는 그대로 산처럼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배우고 돌아가고 싶다.
내가 산을 찾는 이유는 가지려 함이 아니라 내 속에 있는 그릇됨을 비우러 가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게다. 산에서 배울 수 있는게 있다면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나마 산을 닮아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고즈넉한 산사와 시원스런 계곡, 거기에 연초록빛 가득한 싱그러운 숲속 길...
주저없이 떠날 수 있는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는 내연산 청하골.
이 모든 것들을 품고 있는 넉넉한 산, 그 산의 품에서 숲을 느끼고 계곡을 만나고 차 한잔 마시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평일산행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면서 한산하기 짝이 없는 보경사주차장을 빠져나와 요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송라 산딸기를 길가에서 팔고 있는 촌로에게서 한 박스 사서 입안 가득 전해오는 달콤새콤한 그 맛을 음미하면서 7번 국도를 달려 귀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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