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아내와 함께 다시 찾은 포항 감사나눔둘레길(장기읍성-고석사) 본문
♧ 산행일자 : 2015. 07. 11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읍내리, 방산리, 서촌리 일원
♧ 산행인원 : 아내와 둘이서...
♧ 산행코스 : 장기읍성-동악산-감사나눔길(다산 정약용길, 우암 송시열길, 희망의길)-전망바위-망해산-고석사-감사나눔길-장기읍성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15분, 9.98km (놀며 쉬며 식사 포함)
◈ 산행기
태풍의 영향으로 일요일날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산행을 못 갈 것 같아 당직근무 들어가기 전에 간단히 다녀올 요량으로 산행 준비를 마치고 행선지를 택하라고 했더니 가까운 장기읍성으로 가잔다. 올해 원단 아침 일출을 장길리해변에서 맞은 후 장기읍성을 찾아 동악산까지 걸음을 해본 기억을 떠올리며 감사나눔둘레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본인 역시 두 세번 가보았고 묘봉산까지 연결하는 장거리 산행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여름날 숲길의 모습은 또 어떠한지 궁금하기도 하여 선뜻 길을 나선다.
세계원재를 넘어 장기방면으로 차를 달려가니 도로확장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라 머지않아 쭉쭉 뻗은 도로를 달리게 되면 양포 바닷가까지의 접근시간이 제법 단축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장기면사무소를 끼고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구불구불 오름길을 따라 씩씩거리며 올라서면 장기읍성에 닿게 되고 주변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해놓고 배낭을 들쳐맨 후 안내판이 있는 성곽 입구를 올라서면서 고석사를 향한 걸음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성곽 사이로 나있는 길을 따라 성안으로 들어가 주차를 해놓고
'장기읍성 감사나눔 둘레길' 안내판을 사진에 담으면서
붉은 깃발이 나부끼는 성곽으로 올라섭니다.
신록이 우거진 숲 사이로 나있는 장기읍성의 성곽과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네요.
읍성 내의 풍광으로 향교와 새로 세워진 성문도 보이는군요.
하산루트는 건너보이는 성문방향입니다.
변변한 장비도 없던 시절에 성을 축조하느라
얼마나 수고를 했을지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
고려 현종2년(1,011년)에 토성(土城)으로 처음 축조 되었다가 조선조 세종21년(1,439년) 석성(石城)으로 바뀐 장기읍성은 그 둘레가 1,440m로 옛 장기현의 중심지를 가늠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사적지임에 틀림없으며, 지방의 관아와 민가의 취락지를 함께 둘러서 쌓은 성인데 산정에 있으면서 읍치로서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읍성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성곽으로의 진행은 끝이 나고 본격적인 둘레길 탐방을 시작합니다.
1) 닭의장풀, 2) 딱지꽃, 3) 멍석딸기, 4) 참싸리
가을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의 춤사위가 보기좋았던
삼거리에서 좌측의 동악산부터 다녀오기로 합니다.
난이도가 크지 않는 약간의 오름을 극복하고 나면
통신시설과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사방이 트여 낮지만 멋진 조망을 제공해주는 동악산에 닿게 되지요.
고도가 너무 낮아 작대기 하나 세워놓고 객기를 부려봅니다.
읍성을 출발할 때는 보이지 않던 해무가 잔뜩 끼어있어
양포 앞바다를 볼수 없음이 아쉽지만
장기천을 사이에 두고 경지정리가 잘된 들판이 눈길을 끄네요.
동악산을 내려와 삼거리에서부터 본격적인 감사나눔길 탐방이 시작됩니다.
장기(長鬐)는 예로부터 큰 고을로 고관대작이 많이 배출 되는 등
경상도 동남쪽에서 이름 난 곳이었으며
조선시대 거물급 인사들의 유배지로도 유명한 곳이었다고 하는데
장기읍성을 찾아오는 탐방객과 등산객들에게
아름다운 숲길에서 즐거운 힐링의 시간을 선사해주기 위해
포항시에서 조성한 '감사나눔둘레길'의 한 구간입니다.
조선 정조 때 실학자, 과학자로 뛰어났던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이곳 장기로 유배를 와
거닐었을 숲길(1km)을 ‘다산 정약용 길’로 명명하고
갖가지 다산이 남긴 시(詩)와 어록 등을
등산로 여기저기에 붙여놓아 숲길 워킹의 지루함을 달래며
다산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는 즐거움도 준답니다.
잠시 쉬어갈 수 있게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먹거리와 함께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울 수도 있어
일상에서 벗어난 여유로움을 한껏 느낄 수 있네요.
방산1리, 서촌리로 갈라지는 사거리갈림길입니다.
가야할 등로는 직진이지요.
1) 각시원추리, 2) 덩굴곽향, 3) 며느리밑씻개, 4) 술패랭이
또한 조선 후기 성리학의 대가(大家)이며
문신(文臣)이었던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이
이곳에서 유배 생활을 하였다 하여
읍성에서 망해산(望海山, 202m)가는
숲길 한 구간(1.3km)을 '우암 송시열 길'이라 이름 붙여
우암과 얽힌 이야기를 곳곳에 내걸어 놓았답니다.
평동교 갈림길에서 등로는 우측으로 급히 꺾이게 됩니다.
약 7분후 만나게 되는 갈림길에서는 어느 곳으로 진행해도
다시 만나게 되지만 좌측길이 지름길이랍니다.
1) 고추나물, 2) 부처꽃, 3) 사상자, 4) 짚신나물, 5) 비비추, 6) 톱풀
포근하고 아늑한 숲길을 거닐며
다산과 우암을 만나다 보면 어느 새 전망바위에 닿게 됩니다.
오늘 탐방구간 가운데 가장 경관이 좋은 곳이랍니다.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방산리와 발 아래 자리잡고 있는 고석사입니다.
망해산 병풍바위.
지나오면서 되돌아보아도 특이한 바위입니다.
정상부에 평상이 마련되어 있는 망해산 정상.
북쪽으로 조금 더 진행하면
삼각점이 있는 지도상의 망해산이 있는데
이곳에 정상석을 세워놓은걸 보면
아마도 바다가 더 잘보이는 곳인지도 모르겠네요.
고석사를 향한 걸음에 병풍바위에서 한 컷 남겨봅니다.
숲길은 수목이 울창하여 육산으로 보이지만
신기하게도 등산로만은 딱딱한 암반길을 따라 나있네요.
햇살 가득 내려앉은 산사에는 고즈넉한 적막감이 감도는군요.
맨 먼저 법당인 보광전(普光殿)을 찾아 부처님께 예경을 올리고
옛 설화속의 괴석을 깎아 조각한 약사여래불을 바라봅니다.
고석사(古石寺) 보광전(普光殿)
고석사(古石寺)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이다. 신라 선덕여왕의 명으로 창건되었다고 하므로, 창건연대는 632∼647년 사이이다. 창건설화에 따르면, 신라 27대 선덕여왕 7년 어느 날 여왕의 궁전에 동편으로 부터 세 줄기의 서광이 비춰 그 빛이 3일간이나 계속 되었다.
신기하게 여긴 여왕이 서광이 발하는 곳을 찾고자 당시 국사이신 혜능스님에게 부탁하여 서광이 비추는 곳을 조사하게 하였다.
서기가 발하는 곳은 현재 고석사의 한 괴석이라.
땅속으로 부터 자연석 바위가 솟아 서기를 발하므로 여왕께 알렸고, 소나 말을 탄 사람이 그 앞을 지나면 반드시 소나 말에서 내려야 한다고 전하니 여왕은 곧 태사관에게 점을 치게 하였던 바 그 괴석을 부처님으로 모시고 절을 지으면 왕기 서광 길지라 함에 경주 분황사 주지 혜능국사에게 명하여 그 바위를 깎아 불상을 만들고 법당을 짓고, 옛바위에 서광이 발하였다 하여 절 이름을 고석사라 하였다.
석불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하였으니 약사여래불이며 법당은 보광전이라 하였다. 뒷산 기암괴석이 동해를 바라보며 솟아 있으니 망해산이라 하였다.
현 부처님상은 자연으로 솟은 바위에다 조성한 마애불인데 연대미상의 어느 해 석고로 보혈삭조를 하였다.
법당은 1712년에 건립한 것을 1984년에 원형대로 보수를 하였으며 지형의 특성상 현판은 남쪽에 그리고 입구 문은 서쪽면에 있어 특이한 건축양식이다.
지장전과 삼성각입니다.
고석사를 향한 내림길에는 미처 못보았는데
전망바위를 향한 오름길에 보게 되었네요.
처음 보는 순간 비너스의 탄생에 나오는 커다란 조개같은 느낌이었지만
우리나라 정서에는 맞지않은 것 같아 거북바위로 정정해야 겠네요.
고석사 뒷쪽 거북바위 앞에 있는 약사여래불.
1) 장대냉이, 2) 겹황매화, 3) 수국, 4) 패랭이꽃
고석사를 구경하고 전망바위로 올라와
다시 장기읍성으로의 발걸음을 이어
평동교 갈림 삼거리의 쉼터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며 목마름을 해결합니다.
야트막한 야산의 기복이 없는
등산로라 한결 여유로움을 느끼면서
고요하기 이를 데없는 한낮의 여름산을 걷는
산꾼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합니다.
우암 송시열길이 끝나고 다산 정약용길이 다시 시작됩니다.
다산 생애 마지막 시(詩)가 된
회혼시(回婚詩)를 보노라면
부인 홍씨와의 절절한 부부애(夫婦愛)를
느낄 수 있어 숙연한 마음마저 드는군요.
출근시간이 은근히 신경이 쓰여 걷는 발걸음에 가속페달을 밟아나가니
뒤따르던 집사람은 아랑곳없이 제 속도를 유지하고 있어 헛수고만 한 것 같네요.
감사나눔 둘레길의 숲길은 끝이나고
1) 꿀풀, 2) 개여뀌, 3) 별꽃아재비, 4) 메꽃
마을로 진입하여 농장을 지나 이번에는
새로이 복원된 북쪽 성곽을 따라 가보기로 합니다.
깔끔하게 복원된 읍성을 둘러 싼 성곽길이
구불구불 돌아 되돌아왔네요.
전에 없던 근엄한 기와지붕의 성문이 눈길을 끕니다.
또한 푸르름이 더해진 해무 가득한
산야의 풍광은 보기만 하여도 눈이 즐겁습니다.
살고 있는 가까운 곳에 이런 멋진 읍성과
숲길이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은
남다른 행운이 아닐 수 없는 일입니다.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룬 장기읍성 사적지를
잘 가꾸고 유지해서 오랜 시간 몸과 마음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힐링의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네요.
원형상태로 거의 복원이 된 장기읍성 성곽길을 한바퀴 돌고
출발지였던 곳에 도착하면서 오늘의 탐방은 끝을 맺게 됩니다.
긍정과 감사의 사회문화 정착을 위한 감사나눔운동의 일환으로 조성된 포항시 장기면 장기읍성 감사나눔 둘레길...
장기읍성을 거쳐 천년고찰 고석사까지 이르는 둘레길은 장기읍성길, 정약용길, 송시열길, 희망의 길 등 4가지 테마로 구성돼 다산 정약용 선생과 우암 송시열 선생의 흔적을 엿보고 정신을 느낄 수 있으며, 야트막한 야산의 기복이 없는 탐방로를 따라 4시간 남짓 머물렀던 산 속의 시간이 엄청난 힐링의 시간으로 변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만들어준 것 같아 일상의 고단함을 치유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임을 다시금 깨닫고 온 것 같아 무엇보다 기쁘고 아울러 우거진 숲길의 탐방로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좋은 글귀들을 음미하며 걸으니 바쁜 일상에서 잊고 살았던 감사의 마음과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 새삼 자신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장기읍성과 동악산, 망해산, 고석사 그리고 감사둘레길이 팍팍한 우리네 일상의 고단함을 치유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 되기를 바라면서 앞으로도 자주 찾게 되리라는 불길한(?) 조짐을 느끼면서 출근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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