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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폭염경보속에 밀림같은 숲길을 걸었던 경주 조항산-형제봉 산행 본문

◈ 산행이야기/☆ 2015년도 산행

폭염경보속에 밀림같은 숲길을 걸었던 경주 조항산-형제봉 산행

해와달^^* 2015. 7. 27. 14:09

♤ 산행일자 : 2015. 07. 24 (금)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북 경주시 양남면, 양북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입천마을(시무내)복지회관-366봉-434봉(삼각점)-창원황씨묘-483봉~591봉-임도-조항산-임도-형제봉-계곡-입천마을복지회관 (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18분, 14.07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낮 한때 소나기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산행을 갈까말까 망설이며 당직근무 마치고 집에오니 집사람은 볼 일이 있어 나가고 없다. 왼종일 집에 혼자 있으려니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가 뭣해 간단하게라도 산행을 다녀오자고 마음먹고 보온병, 사발면에 빵 하나, 과일 조금 챙겨넣고 재어놓은 얼음물까지 갈무리하고서 집을 나선다.

모처럼 혼자가는 산행이라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보자고 생각하면서 죽장면사무소 뒷산인 봉화봉으로 행선지로 삼았다가 나중에 집사람이랑 갈 곳으로 잠시 뒤로 미루고 국제신문 근교산행팀에서 개척한 코스로 아직 못가본 경주의 조항산으로 가보기로 하고 진전댐을 지나 성황재를 넘어간다. 기림사와 골굴사를 지나면 나오는 안동삼거리에서 양남면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차를 몰아가면 양남면소재지인 어일 입구의 삼거리에서 감은사 방향으로 나서면 잠시 후 우측으로 입천리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들어서서 입천교를 건넌다. 마주보이는 마을 안으로 진입을 하여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계속 진행하면 작은 다리 하나를 건너게 되고 곧바로 좌회전을 하면서 도로를 따라 끝까지 차를 몰아가면 시무내마을로 불리는 입천마을에 닿게 된다. 입천마을복지회관 앞에 너른 터가 있어 통행에 지장이 없게끔 주차를 하고서 마을 안쪽으로 진행한다.

 

 

산행궤적

 

 

입천마을복지회관 앞에 주차를 하고

마주보이는 도로를 따라 진행하면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어수리'

 

 

'상사화'

 

 

'맥문동'

 

 

복지회관에서 도로를 따라 길섶에 피어난 꽃들을

사진에 담으며 도착한 '입천길 261' 도로명 주소가 걸려있는

아담한 주택 앞이 오늘 산행의 실질적인 들머리가 있는 곳입니다.

 

 

마주보이는 논과 고추밭 사이로 나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보이는 칡넝쿨 사이가 진행방향입니다.

 

 

초입부터 칡넝쿨과 산딸기 등이 진입을 막고 있어

헤쳐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니

오늘 산행이 순조롭게 끝날지 의문이 드네요.

 

 

문득 오래 전 경주 벽도산 산행이 생각이 나는군요.

한여름 밀림속을 뚫고 나가듯 악전고투를 했던 기억때문이지요.

 

 

그런데 오늘 이곳에서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건

인적이 드문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의 산행인데다

초입부터 가로막고 있는 가시덤불의 악몽이 아닌가 싶네요.

 

 

산행을 시작한지 10분 남짓 덤불을 헤치며 진행하니 송전철탑을 지나게 되고

 

 

어느 이름모를 무덤가에 피어난 '타래난초'에 눈이 꽂히게 됩니다.

 

 

올해는 귀한 '타래난초'를 두번이나 보게 되는군요.

마지막 본게 5년전 영남알프스 배내봉에서였는데 말입니다.

 

 

앞을 가로막는 정글같은 장애물들을 헤쳐나가기란 그리 녹록하지 않지만

건너보이는 숲으로 들어가야 하기에 저돌적으로 돌파하기로 합니다.

 

 

'짚신나물'

 

 

가시덤불 같은 잡풀은 없지만 숲속의 사정도 그리 용이하지는 않네요.

 

 

제멋대로 자란 나뭇가지들이 얼굴을 때리고

거기에 거미줄까지 진로를 방해하고 있어

여간 성가신게 아니랍니다.

 

 

희미하지만 구별할 수 있는 등로를 따라 신나게 걷다가

경로이탈을 알리는 GPS의 경보에 되돌아오는

첫번 째의 짦은 알바를 겪에 됩니다.

 

주변의 시그널을 유심히 잘 살펴야 할 주의 지점이랍니다.

뚜렷한 직진길은 알바구간이고 진행방향은 좌측 내림길입니다.

 

 

약간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게 되면

우측으로 시그널들이 길안내를 해주는 삼거리를 만나게 되고

 

 

정면으로 등로는 끊어져 우측으로 풀섶을 헤쳐나가

건너편 숲속으로 접어들어 갑니다.

 

여름철 궤적없이 이런 산길을 찾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네요.

 

 

트랙에 '묘'라고 표기가 되어 있지만 정작 묘는 어디에 있는지..

맞다면 봉분으로 보이는 곳에 나무 한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점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이어지는 등로는 화살표 방향이지만... 에휴~

 

 

보시다시피 이곳 또한 통과하기가 쉽지 않네요.

인적이 드문 조항산은 여름철에 찾는건 정말 아니올시다입니다.

 

 

산딸기 가시에 허벅지를 무수히 찔려가며 들어선 숲속에도

정글분위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서로 뒤엉켜 숲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늘은 무더위 탓도 있겠지만

당직근무의 여파인지 몸이 좀 무거움을 느끼게 되네요.

 

 

약간의 오름도 숨이 금새 차오르고 땀은 비오듯 하는군요.

 

 

'가는장구채'

 

 

비석도 없는 무명묘를 지나 등로를 이으니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두 분의 산님을 만나게 되는군요.

지도 한장 달랑 들고 산행을 나오신 모양인데

산행을 마치고 귀가길에 다시 만나게 됩니다.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며 먼저 떠나보내고

천천히 넓어진 등로를 따라 진행해 갑니다.

 

 

아무 생각없이 걷다간 알바를 겪기 좋을만한 곳입니다.

우측으로 시그널이 있어 가야할 길임을 알려주고 있네요.

 

 

처음으로 조망이 터지는 지점입니다.

발 아래 장항리가 내려다 보이고

그 뒤로 4번국도와 백두산, 호미지맥이 흐르고

맨 뒤쪽으로는 동대봉산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2분 뒤에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시그널이 안내하는 대로 오른쪽으로 나있는 등로를 따르게 되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무더위에 지쳐가는 산꾼에게 청량제가 되어 줍니다.

 

 

사면길을 따라 10분 남짓 등로를 이으면

 

 

제법 큼직한 봉분이 눈길을 끄는

'숙부인월성김씨'묘에 닿게 됩니다.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준비해간 먹거리로

점심 요기를 하고 가기로 합니다.

 

 

20여분의 식사를 끝내고 계속되는 등로를 이어가면

 

 

조망도 별 특징도 없는 366봉에 닿게 되고,

 

 

다람쥐나 산새들의 샘터로 이용해도 될 듯한 참나무와도 눈맞춤하면서

 

 

태풍의 간접영향인지 갑자기 세진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니

더웠던 육신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합니다.

 

 

옛날 중국의 황제에게 진상하였다는 '달걀버섯'입니다.

 

 

'장대냉이'

 

 

조망도 볼 것도 크게 없는 근교의 산행이지만

 

 

조금이라도 특이한게 있으면 습관처럼 카메라를 들이대게 만듭니다.

 

 

다시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오름을 극복하고 나면

 

 

잡풀이 무성하게 자란 어느 이름없는 묘 곁으로

삼각점이 있는 434.3봉에 닿게 됩니다.

 

 

'각시원추리'

 

 

세찬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인적이 끊어진 등로에는

부러진 나뭇가지가 널부러져 있고

 

 

멧돼지들이 헤집고 간 흔적들이 산행내내 눈에 띄어

어수선하고 자꾸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네요.

 

 

이번엔 누워서 포복을 하지 않고는 통과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방울과 우산나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창원황씨'묘를 지나

 

 

가풀막을 힘겹게 치고 오르면 483봉에 닿게 되지만

별 특징이 없는 무명봉이라 사진 한장만 남기고 통과합니다.

 

 

벌써 이곳을 다녀가신 모양입니다.

지인들의 시그널들만 보아도 반가움이 앞서는군요.

 

 

잡목이 우거져 진행을 더디게 하지만

평지성 등로라 그나마 다행입니다.

 

 

역시 볼거라곤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591봉을 지나

 

 

7~8분 가량 내림길을 내려서니 임도가 나타나는데,

시험운행용 자동차가 있어 잠시 멈칫했네요.

험로를 다닌 탓에 타이어 펑크로 교체중이었네요.

진행방향은 맞은편 숲속으로 올라서야 합니다.

 

 

숲으로 들어서서 궤적을 따라

8분 가량 따르다보면 조항산 정상에 닿게 됩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에게는 보였는데

어찌 제게는 꼭꼭 숨어있었는지 정상목이 보이질 않네요.

 

아마도 가야할 길은 아직 멀기만 한데

시간은 자꾸 흘러 초조함 때문에 못보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조항산에서 오던 길을 되돌아와 다시 만난 삼거리에서

이번에는 우측으로 진행해 나갑니다.

 

 

조항산 정상부에는 지금껏 안보이던 큼직한 바위들이 제법 눈에 띄는군요.

 

 

쏟아지듯 내려선 등로 끝에는

 

 

조항산 오르기 전 만났던 임도와 같은 길을 만나게 되고

 

 

10분 가량 임도를 따라 걷다가 시그널이 달려있는 우측 숲길로 내려섭니다.

 

 

'하늘말나리'

 

 

이어지는 숲길 역시 뚜렷한 등로지만

웃자란 나뭇가지들이 시야를 방해하고 있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무슨 용도인지 모를 통신탑 앞을 지나

 

 

5분 가량 잡목이 우거진 숲길을 진행하니

'형제봉'임을 알려주는 까만 오석으로 된

예쁜 정상석이 반겨주는군요.

 

 

형제봉에서 정상석 뒤로 나있는 등로로 내려서게 되면

역시 쏟아진다는 말이 어울리는 길입니다.

 

 

형제봉에서 8분 남짓 등로를 이으면

웃자란 풀들이 봉분을 덮고 있는 무명묘가 나오고

좌측으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등로 좌우로 가파른 경사면이라 괜시리 마음이 조심스러워지지만

 

 

애써 달래가며 빠르게 지나칩니다.

 

 

중요지점에 도착하게 되는군요.

갈림길임을 알려주는 시그널도 하나 없어

궤적없이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있겠다 싶은 곳입니다.

 

 

산허리를 타고 내려서는 사면길은

 

 

처음에는 무난하게 진행이 되었지만

 

 

자잘한 돌들이 깔려 미끄러운데다 잡목들로 우거져 있는 숲속은

 

 

통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답답한 지경이네요.

 

 

오늘 처음 조망이 터진 곳에서 올려다 본

삼각점이 있는 434.3봉(좌측)이네요.

바다가 가까운 지역이라 해발고도가 낮아

400m급 산임에도 무척 높아 보입니다.

 

 

희미하던 등로마저 사라져버려

이곳저곳을 헤메느라 고생 깨나 한 뒤에

지계곡으로 내려서서 진행하니

 

 

널찍하지만 물이라곤 없는 시무내계곡에 닿게 됩니다.

 

 

물없는 계곡을 계속 따라 오다가 본 토석 채취장 입니다.

 

 

짐작대로 골재채취를 하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깊은 산중이라 소음,분진 공해의 민원은 생기지 않겠다 싶네요.

 

 

그늘도, 물도 없는 건천을 3km가량을 걸으니

달아오른 자갈길에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진행에 큰 고역이 아닐 수 없네요.

 

 

마을 가까이 시무내계곡에 자리잡고 있는 '천신암'

 

 

'자귀나무'

 

 

물없는 시무내계곡을 따라 약 40분 가량 내려오니

그제서야 시무내마을이 눈 앞에 나타납니다.

 

 

오전 들머리였던 지점을 지나 마을을 빠져나오면

 

 

마을 어귀에 자리잡고 있는

입천마을복지회관에 도착하면서 산행은 종료가 됩니다.

 

 

 

모처럼 홀로가는 산행이라 남들 잘 안가는 곳으로 다녀올 요량으로 선택한 경주 조항산.

오래 전 부산의 국제신문 근교산행팀이 개척산행으로 소개한 곳이지만 죽장의 봉화봉과 함께 매번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 후순위로 밀려나곤 했었는데 오늘은 기어코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늘 해오던 당직근무였지만 컨디션이 별로였던지 몸이 무겁다는 느낌을 받은데다 날씨마저 무덥기 짝이없어 잡목이 우거진 숲길에 가시와 거미줄까지 진로를 방해하고 있어 쉬 지치게 만든 요인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산을 다니면서 여름철의 밀림같은 길을 한 두번 걸어본 것도 아닌데 그때마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부지기수였지만 지금껏 용케 잘 버텨왔던건 기어코 완주해야 한다는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도착한 입천마을 복지회관 앞 수돗가에서 머리를 디밀고 수돗물을 뒤집어 쓰고 있으니 애처로운 눈길로 바라보는 할머니가 건네주는 시원한 냉수 한 사발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양에 차지 않은지 아예 병을 비워버렸으니...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시무내'라는 단어의 뜻을 물어보니 '시무내'의 원래 말은 '숨은내'라고 하며 '스무내' 시무내'로 바뀌었다고 하신다. 계곡의 물이 없지만 강 바닥 아래로 숨어서 흐른다는 뜻이라 하시니 그제서야 이해가 간다.

국제신문에 소개된 바로는 10리의 긴 계곡에 스무 개의 작은 계곡이 있다 해서 '시무내'라고 했다는데 어느 말이 맞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르고 있던 새로운 사실을 알았으니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오늘도 짧지 않은 거리에 올망졸망한 근교산이 주는 잦은 오르내림속에 가시덤불과 잡목을 헤치며 진을 다 빼고 왔지만 그래도 해냈다는 자신만의 만족감과 땀으로 범벅이 된 몰골을 보면서 시원한 냉수를 병 채로 들고 나와 무더운 여름철에 혼자 산을 헤멨냐고 걱정해 주시던 입천마을 할머니의 따뜻한 말씀이 시무내마을을 빠져나오는 내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또 놀러 오라시는 할머니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면서 쌓였던 피로감은 파란 하늘 위로 저만치 훨훨 날아가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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