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피서를 겸해 다시 찾은 내연산 덕골계곡 트레킹 본문
♣ 산행일자 : 2015. 08. 01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일원
♣ 산행인원 : 아내와 함께...
♣ 산행코스 : 마두교 - 바위대문 - 막장폭포 - 이끼폭포 - 황금샘 - 쌍폭(무명폭, 실폭) <왕복>
♣ 산행시간 및 소요시간 : 5시간 12분, 8.32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연일 지속되는 폭염이 수그러들 생각이 없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집사람을 데리고 장거리산행 하기엔 무리일 것 같고 당직근무 마치고 가기엔 그 또한 무리일 것 같아 집 가까운 곳으로 산책하듯 다녀오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피서를 겸한 산행을 했으면 하는 집사람의 바램을 저버릴 수가 없어 생각만 해도 복잡할 하옥계곡으로 길을 잡아 집을 나선다. 당직근무 마치고 집으로 와서 이것저것 준비해서 나서려니 이미 시간은 오전 10시가 넘었으니 긴 산행은 힘들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 되돌아오는 방법을 택하기로 한다.
기계면 입구의 달성사거리에서 수목원이 있는 샘재 방향으로 차를 몰아가니 복잡한 7번 국도를 피하기 위해 찾아든 차량들로 인해 왕복 2차선인 68번 지방도에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차량이 이어진다.
청하와 수목원이 갈라지는 서정리삼거리에 이르러서야 저체는 풀리고 꾸불꾸불 구절양장같은 샘재를 오르는 고갯길을 단내가 나도록 달리는 애마를 달래가며 샘재를 넘어 죽장면소재로 들어서니 하옥계곡을 향하는 차량들이 제법 보인다. 아마도 성법령이나 가사령을 넘어온 차량들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옥계곡을 향하니 갑자기 앞이 막히기 시작한다. 교통을 통제하며 정리를 돕는 경찰과 지역민들의 안내를 받으며 하옥교 방향의 89번 지방도를 들어서니 중앙선도 없는 편도성 도로 양켠으로 줄지어 늘어선 행락객들의 차량을 보면서 하옥계곡은 그야말로 물반 고기반이 아닌 사람이 물보다 더 많은 것 같다.
좁은 도로를 꼬리를 물려 달려가 마두교 앞에 도착하니 상황은 더 심각하다. 주차할 곳은 보이질 않아 좀더 진행하다가 공간이 보이는 곳에 주차를 해놓고 배낭을 들쳐메고 마두교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행락철이라 마두교 교체공사는 잠정 중단이 된듯 건설장비들은 보이질 않고 내려다 본 계곡 곳곳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인산인해 그 자체다. 하지만 저네들 속에서 피서를 즐기기 위해 온게 아니니까 느긋한 마음으로 배낭을 들쳐메고 GPS를 가동하며 계곡 아래로 내려서며 덕골의 속살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트레킹 궤적
마두교 뿐만 아니라 하옥계곡을 따라 나있는
도로변에는 주차해놓은 차량들이 빽빽하고
물이 있는 곳이면 피서객들이 붐비고 있어
카메라를 들고 찍을 엄두가 나지 않아
계곡을 한참 들어서고야 카메라에 담기 시작합니다.
'개모시풀'
그동안 몇 번 안되는 덕골로의 탐방이지만
자랑삼아 올리는 산행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이 멋진 계곡이 수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오염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소소한 노파심이 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맑은 물이 그대로 흐르고
계곡의 자연이 고스란히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모습에
저으기 안심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이 맑고 청정한 계곡이 언제 오물투성이로 오염이 될지
그 누구도 알수 없는 일이니 각자 조심 또 조심해야겠지요.
일년 내내 찾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고
그저 소문으로, 풍문으로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 대부분인 덕골...
그만큼 맑은 계곡이고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겠지요.
등산로는 계곡 옆으로 일부 이어져 있지만
거의 전 구간이 계곡을 치고 오르는 것으로 되어 있어
여름 장마철 비가 내리는 우기에는 아주 위험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뒷골의 초입이기도 한 합수부를 지나 본류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큼직한 바위들이 나타나면서 덕골 방문을 맞아주고
덕골의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바위대문이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붉은 색 암반 위를 흐르는 맑은 계류 뒤로
덕골의 수문장처럼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바위대문.
비록 풍부한 수량이 아닐지라도 보는 이로 하여금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좌측 경사진 암반을 타고 조심스레 올라서서
뒤돌아 본 지나온 풍경 또한 볼거리랍니다.
최근 비가 좀 내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량이라 말라가는
이끼가 못내 애처로워 보이는군요.
'가는장구채'
좌측 암벽을 타고 오르는 밧줄을 보면서
막장폭포가 가까웠음을 느끼게 되고
더 이상은 진행할 곳이 없는 막다른 바위벽에 다다르게 되면
바위 사이로 물길이 가로막고 있는 막장폭포를 만나게 되지요.
여전히 부족한 수량이 아쉬운 감이 있지만
돌아올 때 이곳에서 땀을 씻어내기로 하고
되돌아나와 밧줄을 타고 암벽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위에서 내려다 본 막장폭포.
울창한 숲길을 따라 잠시 걸음을 옮겨가면
하산할 때 등로로 생각하고 있는 삼거리를 지나
짧은 너덜을 통과해 다시 계곡으로 내려서게 되면
덕골의 자랑거리인 이끼폭포를 만나게 됩니다.
지난 방문 때보다 조금은 더 늘어난 수량 때문인지
이끼를 타고 흐르는 물이 보이는군요.
멋진 이끼폭포의 실체를
사진으로 담아내기엔 부족한 실력이라
똑딱이의 한계를 실감하면서
눈앞에 펼쳐진 이끼폭포의 아름다움을 두 눈으로 실컷 담아봅니다.
실제로 보면 정말 환상 그 자체입니다.
올 여름이 가기 전에 수량이 좀더 풍부해진다면 다시 한번 찾고픈 마음이 듭니다.
한참동안 이끼폭포 앞에서 사진놀이를 하면서 놀다가
여전히 무공해 청청자연이 그대로인 계곡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합니다.
산은 높고 골은 깊고 숲은 울창하고 물 맑은 곳...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이런 보물이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입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데 위험지역도 많이 있지만 그 또한 스릴만점이지요.
합수부 지점에서는 좌측의 본류를 따라 진행해야 하고
청아한 맑은 물소리 쉼없이 흘러내리는 한 여름의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황금샘의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는
와폭을 만나게 됩니다.
물이 줄어든 이곳에서도 흔적남기기는 계속됩니다.
와폭을 지나 잠시 물길을 따라 진행하게 되면
덕골 최고의 명물인 황금수를 만나게 되지요.
사진으로도 확연히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뿜어져 나오는
물을 보면서 가만히 손을 갖다 대 봅니다.
시원한 숲 그늘 아래 발 담그고 준비해간 음식으로
점심요기를 하니 신선이 부럽지 않네요.
이게 바로 피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바위속에서 스며나오는 물을 보면서
이제 물없는 건천구간이 시작됨을 알수 있네요.
잠시 산길로 접어들었다가 내려선 건천을 가로질러 건너편 숲속으로 들어서게 되면
마치 원시속의 자연을 느낄 만큼 밀림속을 걷는 기분을 느끼게 된답니다.
'노란물봉선'
덕골로의 트레킹은 안전시설이나 표시판이 전혀 없으므로
초보자인 경우에는 계곡산행에 경험이 풍부한 선등자와
동행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계곡을 올라 가면서 길을 찾는 가장 확실한 포인트는
선등자가 달아 놓은 표지기입니다.
올라가면서 계속 리본을 눈여겨 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칫 잘못 다른 계곡을 따라 올라가버리면
상당히 낭패를 당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 덕골 탐방의 마지막 지점에 도달했네요.
애써 이곳까지 온 이유는 무명폭과 실폭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오늘도 역시 그 멋졌던 풍광은 못보게 되는 것 같네요.
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물의 양에
폭포라 이름 붙이기가 조금은 민망스럽지만
그래도 이곳이 덕골에서 가장 폭포다운 곳이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마두교를 향해 되돌아섭니다.
시간도 어지간히 된데다 저녁에 포항국제불빛축제를
구경하러 가기 위해 조금은 빠른 속도로 진행해 나갑니다.
건천구간을 지나 다시 만난 맑은 물을 보면서
반가움에 또다시 풍덩~ 해버렸네요.
하산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기 위해
산길로 진행하니 예전 화전민들이 살았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역을 지나게 됩니다.
어릴 적 기억이 오롯이 떠오르게 만드는 금복주 빈 병과
난방을 위해 만들어진 구들이 아직도 남아있네요.
좌측 계곡 아래 어딘가에 있을 황금샘과 이끼폭포를 생각하면서
앞으로는 해마다 찾아오리라 다짐해 보기도 합니다.
계곡을 거슬러 오를 때 만났던 갈림길을 다시 만나게 되고
계곡길에서는 볼수 없는 멋진 기암들도 바라보면서
낙엽이 수북이 쌓인 사면길을 조심스레 건너갑니다.
다시 찾은 막장폭포에서
땀에 절어 자반이 된 육신을 물속에 담궈봅니다.
준비해간 옷으로 산뜻하게 갈아입고
밝은 햇살 아래로 말없이 흐르는
물 속에 두 발을 담그며 마냥 걸어갑니다.
세월도 마음도 모두가 흐르는 물처럼
흘러갔으면 좋으련만... 하는
소박한 바램을 가져봅니다.
이 아름다운 곳이 사람들에 의해서 더럽혀지지 않기를 바라며...
다시 찾을 날을 기다리며 마두교를 향한 걸음은 계속됩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집에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땀을 주체하지 못해 산행을 겸한 피서길에 오른 오늘.
조용히 호젓한 숲길을 따라 맑고 맑은 물길을 거슬러 오르며 피서를 겸한 트레킹이 가능한 덕골을 다시 찾아 일상에서 오는 온갖 삶의 찌거기들을 내려놓고 맑은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는 치유의 길...이른바 힐링 산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필부의 마음은 여느 때처럼 가볍기만 하다.
더구나 하옥계곡을 찾아 바캉스를 즐기고 있는 많은 이들 속에서 알아봐주는 이가 있었으니 마두교 입구의 텐트촌을 지나는데 '해와달'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안면이 있기는 한데 대번에 누군지 정확히 알아보지 못해 지금도 송구한 마음이 드는 남성분이 반갑게 손을 붙드는게 아닌가. 유일하게 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갈때 함께 하는 '포항라푸마산악클럽'에서 설악산 공룡능선을 함께 걸었었고 그 후에도 가끔씩이나마 산행을 함께 했었다고 하시는데 올리는 산행기를 줄줄 꿰고 있어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이렇게 산행을 갈 때마다 가끔씩이나마 알아봐주는 분들이 있어 산행기를 만드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
쉬었다 가라시며 건네주는 시원한 수박 베어물고 잠시동안 얘기꽃을 피우고 저녁시간의 불빛축제에 늦지않게 떠나려니 자꾸 저녁이라도 먹고 가라시는 듬뿍 담긴 정을 정중히 사양하며 가족들과 함께 하는 피서 즐겁게 하시라는 인사를 남기며 마두교를 떠난다.
가다서다를 반복하지만 교통정리를 해주고 있는 분들의 노고에 수고하신다는 인삿말을 건네며 죽장면 소재지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에도 꾸준한 차량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 여름이 끝나고 떨어지는 낙엽과 울긋불긋 물드는 단풍들 속으로 다시 걸어볼 가을이 오기를 마음속으로 빌면서 부지런히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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