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찜통 더위 속에 다시 찾은 여름산행의 명소 밀양 구만산 본문
♤ 산행일자 : 2015. 08. 09 날씨 - 맑고 더움
♤ 산행장소 : 경남 밀양시 산내면
♤ 산행인원 : 아내와 둘이...
♤ 산행코스 : 인곡마을회관 - 구만산 남릉 - 구만산 - 구만폭포 - 통수골 - 봉의 양촌마을 한천공원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9.7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연일 섭씨 30도를 훌쩍 뛰어 넘어 40도 가까이 육박하는 폭염으로 전국이 달아올라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는 땀이 줄줄 흐른다. 이처럼 무더운 날씨라면 평소 좋아하던 산행도 나서기가 쉽지 않을 듯 싶다. 하지만 쉬는 날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봤자 마땅히 할 일도 없고 더운 기운에 짜증만 늘어날 터이니 차라리 땀을 한바가지 흘리더라도 산으로 가는게 더 나을 듯 싶다.
불볕 더위 속이지만 날씨가 좋아 조망은 일품일테니 우거진 숲그늘을 걸으며 마음 수양이나 하면 딱이다 싶고 거기에 간간이 산바람이라도 불어준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을 것 같다. 더불어 하산길에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땀에 절은 육신을 씻어낸다면 신선도 부럽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여름 산행에 제격인 산을 찾아보기로 한다.
오늘은 서쪽방향으로 진출해 볼 생각으로 퇴근했다가 다시 나온다면 시간과 거리를 많이 낭비할 것 같아 집사람에게 미리 준비해서 직장으로 일찍 오라고 일러두었다.
퇴근시간에 맞춰 도착한 집사람을 맞이하여 배낭을 옮겨 싣고 차를 몰아 언양 방향으로 차를 몰아간다.
실은 팔공산 주추방골을 찾아갈 생각이었지만 구만산 얘기를 흘렸더니 그쪽으로 가자고 하는 아내의 말에 행선지를 바꾸게 된다.
오랜만에 가지산 터널을 통과하니 예전 구간단속을 했었는데 언제 없어졌는지 네비양의 안내가 전혀 없다. 얼음골사과의 주산지인 삼양리 일원을 지나 석골사 입구도 지나고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차를 몰아가니 인곡마을회관 앞에 무사히 당도를 하게 된다.
예전 가인저수지 앞 인골산장에서 북암산을 올랐던 경험이 있어 낯설지 않은 주차장에 도착을 했지만 관광버스 2대에 자가용들이 선점을 하고 있어 마땅히 댈만한 곳이 보이질 않는다. 복지회관 앞에 차를 갖다대니 마을 어르신이 마을회관 옆에 한자리 있으니 거기에 대라는 말씀을 하신다. 고마움의 인사를 건네고 배낭을 들쳐메고 산행준비를 마친 후에 가인저수지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우측의 마을복지회관 옆에 주차를 해놓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멀리 운문산과 수리봉, 북암산이 차례로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인저수지를 향한 걸음에는
한줌의 바람도 일지 않는 따끈한 날씨라
더위와의 싸움이 오늘 산행의 관건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인곡교를 건너 곧장 나있는 마을길을 따라가면
인골산장 앞을 지나게 되고
모퉁이를 돌아들면 곧바로 저수지에서 흘러나오는
개울을 건너는 조그마한 다리를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 다리를 건너 진행합니다.
직진의 길은 북암산이나 가인계곡으로 가는 길이랍니다.
저수지 제방 위로 올라야 할 구만산 남릉이 보이는군요.
조금은 위험스러워 보이는 배수로를 건너
우측의 과수원 안으로 올라갑니다.
개인 사유지라 지나가기가 조금은 꺼림칙해 지네요.
역시 염려했던 대로 가시나무로 막아놓았네요.
되돌아 나오려다 좌측으로 잠시 들어가니
누군가 통과한 흔적이 있어 울타리를 빠져 나옵니다.
누군가 이 코스로 산행을 한다면
인곡저수지 제방을 통해 물탱크 앞으로 나있는 길로
진행을 해야 할것 같네요.
울타리를 넘어서면 곧바로 갈림길이 나타나지만
물탱크 옆으로 나있는 산길을 따라 진행해야 합니다.
수풀에 가려있어 잠시 짧은 알바를 경험하게 되네요.
우측의 세월산방 시그널을 참고하시면 될듯 싶네요.
숲속으로 들어서니 한결 시원해지고 물 마른 계류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됩니다.
바람 한점없는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서니
금새 등줄기가 후줄근해져 오네요.
오르는 도중 우측으로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맨 우측으로 정각산이 그리고 실혜산, 정승봉이 건너편으로 다가오고
좌측 멀리 천황산이 시야에 들어오는군요.
역시 신은 공평하게 견딜만큼의 고통을
준다고 했는데 역시 그러한가 봅니다.
잠시 동안이지만 평지성 등로를 걷게 해주더니
또다시 가파른 오름으로 인도를 하는군요.
불볕 더위속의 산행...
더구나 가파른 오름길은 죽을 맛입니다.
그래도 가끔씩 눈을 즐겁게 해주는 멋진 풍광과
'산부추'
볼품없어 보여도 엄연히 우리의 산야를 수놓고 있는
야생초들을 만나면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몇 번의 다리쉼 끝에 만난 주능선입니다.
좌측은 구만암, 우측은 구만산 가는 길입니다.
구만산으로 이어지는 구만남릉길은
지금껏 힘들었던 산길과는 다른 걷기 좋은 평지성 등로입니다.
울창한 숲길속에 오랜만에
조망이 트이는 곳을 찾았습니다.
바로 앞으로 육화산 산행 때 가본
능사지굴이 있는 흰덤전위봉이 보이고
좌측으로는 좌우로 뻗은 흰덤봉 가는 능선 뒤로
육화산이 뾰족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저 멀리 청도의 명산 화악산과 청도남산이 보이는군요.
갈림길이 있는 안부에 닿게 되면 등로는 우측의 허리길로 이어지고
걷기 좋은 편안한 길을 20분 가량 진행하면
운문지맥길이자 억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닿게 됩니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길을 들어 5분 가량 진행하니
정상석에 칠해져 있던 검은색이
많이 바래져 있는 구만산 산정에 닿게 됩니다.
그만큼 세월이 흐른 탓도 있겠지만
이곳을 찾은 산객들의 손때가 묻은 때문이겠지요.
구만산 정상부의 그늘 속에서 준비해간 냉면으로
점심식사를 하고나니 속이 다 얼얼할 정도입니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구만폭포를 만나러 길을 떠납니다.
하지만 내림길이 가파르고 미끄러워
조심스레 진행을 해야만 했네요.
반들반들한 등로를 보면 그만큼 구만산이
많은 산님들이 찾는 인기있는 산임을 알 수가 있지요.
정상에서 잠시 내려서면 만나게 되는
전망바위에서 시원스런 조망을 즐겨봅니다.
흰덤전위봉 뒤로 펼쳐지는
청도지역의 산들이 줄을 잇고 있네요.
매전면 온막리 뒤로 대남바위산, 용당산,
호랑산, 비룡산이 마치 성채처럼 두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내려왔던 구만산 정상부를 올려다보고
북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좌측의 흰덤전위봉,
그 옆으로 흰덤봉이 그리고 그 뒤로 구들삐산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계속되는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면
이번에는 정면으로 3년전 가을 홀로 낙엽을 밟으며 걸었던
육화산과 흰덤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눈 앞에 펼쳐지는군요.
다시 보아도 멋진 풍경입니다.
좌우의 협곡 아래 자리하고 있는 통수골을 만나러 가는 길의
계속되는 거친 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서면
작은 계류 하나를 건너게 되고
잠시 후 다시 계류를 건너게 되지만
가뭄으로 인한 물이 부족해 보기가 안타깝네요.
등로에 만난 목장승.
인향만리(人香萬里), 화향백리(花香百里)
그래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이겠지요?
구만폭포 상단부를 지나고 있지만
물이 없어 그냥 지나치게 되는군요.
양쪽으로 높은 절벽이 솟아 있는
구만계곡은 통수골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구만산 통수골은 임진왜란 때 밀양 인근의 주민 9만 명이 피난을 와서 구만동천이라 불렸답니다.
구만동천이라고 해도 될텐데 통수골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이유는 옛날 통 짐을 메고 가던 장수가 대나무 통이 암벽에 부딪히는 바람에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통수골이라고도 불린다는군요.
험한 지형 탓에 이런 이름이 생겼다네요. 날씨가 흐리고 비바람이 불면 두고 온 처자식을 생각하는 통 장수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전설이 있답니다. 통수골은 바깥에서 보기엔 아주 좁아 보이지만 실제로 계곡에 들어서면 넓은 곳이 많이 나와 능히 9만 명이 난을 피했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설 속 통장수가 떨어져 죽었다는
벼랑 끝으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구만폭포의 낙숫물 소리보다 사람들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오는군요.
조금은 위험스런 벼랑길을 로프에 의지하며 내려서면
눈 앞에 펼쳐지는 통수골 협곡의 암벽이 단번에 눈길을 끕니다.
물이 말라버린 구만폭포...
심한 가뭄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는군요.
고여있는 물에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어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네요.
하는 수없이 사진 몇 컷만 담고서
너덜겅을 지나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계곡을 왼쪽에 끼고 나있는 등로를 따라야 하지만
물이 말라버린 계곡이 주등산로가 되어 버렸네요.
돌이 엄청 많은 너덜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쌓아 만든 큰 돌탑을 보면서
사람의 힘이 대단함을 느껴봅니다.
저마다 어떤 소원을 간절히 빌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바위 틈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물의 양이 워낙 부족하지만
그래도 땀은 씻어내야 할것 같아 발 담그고 머리도 감으며
폭염속 산행에 절은 육신의 열기를 식혀봅니다.
땀에 젖은 얼굴과 발을 계곡물에 씻어내고
온통 초록빛인 숲길을 걸어가니 한결 기분이 업이 되는군요.
풋풋한 풀 냄새를 깊이 들이마셔 봅니다.
자연의 은은한 향기는 맡을수록 좋기 때문이지요.
산에서 만큼은 자연의 싱그러운 향기에
흠뻑 취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걸어 내려가니
어느 새 약물탕에 닿게 되었네요.
물맞이 장소로 이름이 난 약물탕 부근은
아예 계곡을 따라 목재데크가 놓여져 있어
이곳을 찾은 탐방객들이
안전하게 내려설 수 있게 해 놓았네요.
이끼를 타고 흘러내리는 약물탕폭포.
비록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양이지만
예전의 멋졌던 기억을 상상하며 사진에 담아봅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 속에서
한 걸음 두 걸음 천근만근 발길을 옮겨
정상을 올랐던 절반의 수고로움이
이제는 시원한 숲그늘속을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계곡을 하산하는 절반의 행복으로 바뀌었으니
마치 인생의 '애·노·희·락'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었던 오늘의 산길입니다.
청아한 독경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구만암에도
삼복더위 앞에서는 조용하기 그지없네요.
새로 생긴 휴게소에 들어가
빙수를 시켜 나눠먹으며 잠시 쉰 연후에
널찍한 도로를 따라 양촌마을까지 걷기 시작합니다.
가는 동안 도로 아래에는 널찍한 주차장이 보이는데
관광버스가 줄을 지어 서있고 세워놓은 천막에서는
저마다 노래방 분위기가 신나게 벌어지고 있네요.
언제부터인가 이곳이 완전히 유원지가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구만산주차장 앞을 지나 게속되는 도로를 따라 나서니
아스팔트도로에서 뿜어내는 열기가 장난이 아니네요.
여름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길을 수건으로 얼굴을 가려가며
참으로 오랜만에 걸으며 막바지 등로를 이으니
멀리서 운문산, 수리봉, 북암산이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구만산주차장 입구에서 15분 가량 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오니
양촌마을 표석이 있는 한천공원에 도착을 하게되고
무더운 여름산행의 힘들었음을 실감하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면서 한천공원 안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서 잠깐...
밀양 산내면 송백리에 있는
한천공원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밀양은 예부터 우뭇가사리로 만드는 품질 좋은 한천을 특산물로 내세웠는데 겨울철 밤낮 일교차가 일정한데다가 깨끗하고 풍부한 물은 한천 생산에 적합한 여건이었다고 합니다.
벼농사를 마친 논에서 만든 한천은 농가에 적지 않은 소득을 안겼는데, 이곳 한천은 생산량 가운데 90% 정도를 일본·동남아시아 등에 수출할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하는군요.
지난 2001년 9월에는 국내 한천 산업인들이 뜻을 모아 밀양시 산내면 송백리 인근 약 5천㎡의 부지에 소공원을 조성하고, 공원 내 한국한천산업의 개척자인 야옹 김성률 선생의 송덕비를 세워 밀양이 국내한천산업의 발상지임과 동시에 오늘날 한국 자연 한천의 주산지임을 공표하였답니다.
잘 꾸며진 공원 내부를 둘러본 뒤
집사람에게 휴식을 취하게 하고
애마를 찾으러 인곡까지 홀로 걸어갑니다.
연일 열대야가 계속되는 찜통더위에도 작지만 산이 갖춰야 할 계곡미를 고루 갖추고 있는 여름산행지로 인기가 높은 산... 통수골이 아름다운 밀양 구만산을 찾아 바람 한점없는 가풀막을 힘겹게 올라 구만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에 물맞이라도 할 요량으로 찾아왔지만 최근 계속되는 가뭄의 여파로 계곡의 물이 말라 수량이 극히 부족하여 기대와는 달리 물마른 계곡이 되어버려 실망감이 앞섰던 오늘의 산길이다. 하지만 5년 만에 다시 코스를 조금 달리하여 찾은데 대한 것으로 위안을 삼고 내년 여름을 다시 기약해본다. 흐른 세월의 무게만큼 자연은 변한게 없지만 조용하기만 했던 통수골 초입의 주변환경이 제법 바뀐게 많아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광경도 보게 되어 심사가 그리 편하지만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어찌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혼자 떠들어봤자 소용없는 일이기에 나 자신만이라도 거기에 섞이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다.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아스팔트의 열기를 고스란히 받으며 한천공원이 있는 양촌마을 초입까지 걸어와 공원 안에 있는 정자에 집사람을 쉬게 하고 차를 세워놓은 인곡마을회관까지 차를 찾으러 떠난다. 거리는 조금은 멀지만 충분히 갈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스마트폰의 맵파일을 열어 확인해가며 걸어보니 생각보다 먼거리에 날씨마저 무더워 오르내림이 심한 시멘트 임도를 걷는게 고역이었다.
게다가 사유지인 농원을 통과하게 되니 주변 출입문은 잠겨있고 전기철책까지 둘러 쳐져있어 잔뜩 긴장한 채 힘겹게 통과를 하니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는데 그래도 막바지에 어느 과수원의 차량 짐칸에라도 올라타고 인곡마을회관까지 올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싶다. 비록 힘들었을지라도 훗날 추억으로도 남을 수 있는 시간들이었기에 소중히 간직한 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집사람이 있는 한천공원을 향해 분주히 차를 몰아간다.
'◈ 산행이야기 > ☆ 2015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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