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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를 둔 탓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주왕산 단풍산행 (제 2부) 본문

◈ 산행이야기/☆ 2015년도 산행

무리수를 둔 탓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주왕산 단풍산행 (제 2부)

해와달^^* 2015. 10. 23. 16:40

제 1편에 이어...

 

 

 

절골과 신술골의 화려한 단풍바다를 지나 낙동정맥 주능선에 올라서니 주변 조망은 짙게 드리운 구름으로 인해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왕거암을 거쳐 대전사로 하산하기 위해서는 시간상 별바위를 다녀오기가 무리일 것 같아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일차 목표지점인 대궐령을 향한 발걸음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후의 발걸음은 함께한 집사람에게는 험난한 고난의 길이 되었으니 앞서의 절골, 신술골 탐방이 화려한 단풍바다를 걸었던 천국의 길이었다면 남은 구간의 발걸음은 장거리산행으로 인해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집사람의 걸음걸이가 갈수록 느려져 결국에는 이마에 불 밝히며 어둠속을 뚫고 내려온 고난의 길이 되어버릴 줄 뉘 알았으랴...

 

 

별바위 방향의 등로를 아쉬운 마음으로 한번 바라봐주고

 

 

정맥길의 뚜렷한 등로를 따라 부지런히 발놀림을 이어갑니다.

 

 

낙동길 마루금에도 단풍이 제법 남아 있지만

절정기를 지난 듯 말라가기 시작하네요.

 

 

대지에는 노랗고 알록달록 가을색이 완연하네요.

 

 

 

 

별다른 표식은 없지만 정맥꾼들이 달아놓은

몇 개의 표지기가 눈길을 끄는 559.2봉을 지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조망이 트이는

노랗고 알록달록 가을색이 완연한 풍경을 사진에 담고

 

 

흩뿌리기 시작하는 빗속을 발 빠르게 진행해 나갑니다.

 

 

둥치가 굵은 소나무에는 어김없이 일제시대

송진채취의 흔적이 남아있어 마음이 그리 편치를 않네요.

 

 

 

 

 

 

널찍한 터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경주이씨묘에서는

좌측 묘지 뒤로 등로가 이어집니다.

 

 

 

 

 

 

자그마한 돌탑이 있는 곳에 당도하니

화려한 단풍이 든 주변의 모습에 일순 방향감각이 무뎌집니다.

 

 

가을 숲속은 연지 찍고 사뿐사뿐 걸어가는 새색시 같다고나 할까요.

 

 

골골마다 고운 치장을 한 그 모습이 한없이 들뜨게 하는군요.

 

 

 

 

다시 고도를 높혀 가뿐 숨 몰아쉬며 올라선 고스락엔

 

 

점점 짙어져 가는 운무속을 걷게 되니

그야말로 오리무중이 따로 없습니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빗줄기가 그치는 틈을 타

적당한 곳을 골라잡아 허기진 배를 채우고 갑니다.

 

 

 

그나마 고도차가 크게 없는 등로라 식후에도 걷기가 괜찮네요.

 

 

주능선에 합류한지 근 두시간이 경과된 후

헬기장이 있는 798봉에 도착하게 되고

 

 

쏟아질 듯한 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서며 쉼없이 내달립니다.

 

 

때늦게 피어나 헷갈리게 만든 '송장풀'

 

 

 

 

청련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을 한차례 극복하고 나면

 

 

대궐령(갓바위산. 740m)에 닿게 됩니다.

 

 

 

대궐령(大闕嶺)

옛이야기 속에 나오는 중국 당나라 때 진의 후손인 주도가 진의 회복을 도모코져 스스로 후주천왕을 자처하고 군사를 일으켰다가 패하여 이곳 주왕산으로 숨어 들었을 때 영덕지방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하였던 곳이 바로 이곳 산상분지인 대궐령이다.

정상부는 넓은 산상분지의 초원을 이루고 있고 갓바위 전망대에서 동편 자락을 굽어보는 마음은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맑은 날이면 동해의 푸른 물결을 볼 수 있고 해맞이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정상부는 축구장만큼 넓은 평지에 마치 부드러운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넓은 풀밭을 이루고 있다.

대궐령은 임금이 계신 곳을 둘러서 이어진 산봉우리를 가리키는 것이라 하며 일반적인 고개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산줄기의 높은 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법하다.

 

 

불과 5분 가량 뒤 갓바위전망대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하게 되는데

만 9년전 직장산악회 회원들과 갓바위산(대궐령)을 올랐었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이곳을 찾게되니 새삼 감개가 무량하네요.

 

전에 없던 전망대 앞으로 나가보지만

갓바위를 비롯한 시원스런 조망을 전혀 볼수 없어

발걸음을 되돌려 왕거암을 향한 등로를 이어갑니다.

 

 

 

 

 

'제단바위'

 

 

어느 계절인들 그 독특한 아름다움이 없겠습니까마는

 

 

타는 듯한 붉은 산색(山色)은

보면 볼수록 마음을 사로잡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그 무성하던 여름의 진녹색 숲은

바야흐로 '단풍바다'를 이루게 되지요.

 

 

이 골짝 저 골짝 물감을 풀어놓은 듯 화사함이 극치를 이룹니다.

 

 

이즈음, 무릇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그 왕성하던 활동을 안으로 곱접은 채 차분히 겨울을 준비합니다.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지는 것도 그 준비과정의 하나라고 하겠지요.

 

 

옅은 빗줄기 속에 가파르기 그지없는 오름길에

집사람의 발걸음은 자꾸 느려져만 가는 것 같아

기다리는 횟수가 점차 늘어갑니다.

 

이러다가 해 지기 전에 하산하는게

어려울 것 같다는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하네요.

 

 

낙동정맥길과 작별을 해야할 삼거리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상태를 점검해보니 지친 기색이 역력하네요.

 

그렇다고 여기서 마냥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

힘내라고 용기를 북돋워주면서 왕거암을 향해 걸음을 떼어봅니다.

 

 

운무 가득해 사방 분간이 어려운 등로를 따라 10분 가량 진행하면

 

 

이정목과 정상석이 있는 왕거암에 닿게 되고,

 

 

힘겨워하는 집사람에게 복숭아통조림으로 당분을 공급하고

다녀간 흔적을 남겨보려 사진 몇장 담아봅니다.

 

 

다시 이어지는 발걸음...

오로지 걸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앞서 걷지만

자꾸 느려지는 발걸음에 가다 서다를 반복합니다.

 

 

가메봉이 앞으로 1k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나

 

 

흩뿌리는 비바람을 맞으며 수북이 쌓인 낙엽을 헤치며

 

 

갈길 바쁜 발걸음 쉼없이 이어갑니다.

 

 

왕거암을 떠나 30여 분을 걸어

절골 대문다리에서 올라오면 만나게 되는

가메봉입구 갈림길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우측 내원마을을 거쳐 하산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지만

소요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가메봉에서

사창골로 내려가는 방법을 택하기로 합니다.

 

 

가메봉에 올랐지만 멋진 조망은 기대할 수 없기에

간단히 정상석만 사진에 담고 서둘러 내려섭니다.

 

 

내려선 갈림길에서 주왕산, 후리메기삼거리 방향으로 길을 들지만

 

 

갈수록 늦어지는 집사람의 걸음걸이에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니 속수무책이 따로 없네요.

 

 

2년 전 이곳의 조망바위에서 점심을 먹으며

사창골의 화려한 단풍을 구경하던 생각이 문득 떠오르는군요.

 

 

가파른 내림길은 더 힘든 모양입니다.

가재걸음도 힘들어 뒷걸음으로 내려오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되었네요.

 

 

 

 

 

 

그나마 평지성 등로는 걷기가 좀 나은 편이라 그런대로 걸을만 하지만

 

 

주왕산 칼등고개로 연결되는 갈림길에서부터

 

 

사창골로 내려서는 등로는 경사도가 심한 내림길이라

 

 

아래로 내려갈수록 짙어지는 단풍의 향연도

쉬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군요.

 

 

가을엔 붉은 옷을 입은 단풍나무,

계절의 깊이를 알려주는 낙엽송이 주인이지요.

 

 

단풍나무와 참나무들이 빨강, 노랑 물감을

풀어놓은 듯 화려하게 물이 들어 있네요.

 

 

천천히 내려오는 집사람이나 말없이 앞서 내려서는 자신이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애가 타는 마음은 같을테니

아무 탈없이 무사히 하산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둑해진 시간이라 헤드랜턴을 꺼내어 집사람 이마에 씌워주고

스마트폰 플래시로 어둠을 밝히며 야간산행 모드로 돌입합니다.

 

 

사방이 깜깜하니 등로 찾는데 애로가 많네요.

 

 

더구나 계곡 바위 사이를 빠져나가며

이어지는 등로를 찾으니 속도는 더 떨어지는군요.

 

 

가메봉을 내려와 주왕산 갈림삼거리에서

근 두시간 반만에 주왕산에서 내려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는

후리메기삼거리에 닿게 되었으니 시간이 꽤 소요가 되었네요.

 

 

후리메기 입구까지는 그나마 등로 상태가

나은 편이라 20분 남짓 걸려 도착을 하게 되고,

 

 

용추협곡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탐방로라 한결 걷기가 나은 것 같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건

보름을 향해 달려가는 달님이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후리메기입구에서 근 1시간 걸려 도착한 대전사...

가로등이 외로이 밤을 밝히고 있을 뿐...

적막강산이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의 가피로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음에

두손 모아 부처님 전에 합장을 드립니다.

 

 

매표소 앞으로 지나 손님이 끊어진 식당가를 털레털레 지나와

 

 

상의주차장에 도착하게 되면서 장장 11시간이 훨씬 넘었던

오래오래 기억속에 남아있을 사건 하나 만들며 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가을날 주말이면 유명세를 치르느라 찾아드는 인파로 인해 북새통이 따로 없는 주왕산국립공원의 단풍구경.

2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 곳곳이 주차전쟁이었고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하루종일 몸살을 앓았던 주왕산의 단풍구경을 올해는 집사람에게도 구경시켜 주고파 주말을 피해 주왕산을 찾았다.

이번에는 코스를 조금 달리해서 걸어보고파 떠난 산길이 아무래도 무리하게 진행을 한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동안 산행을 함께 다니면서 체력도 많이 다져진 것 같고 지리산종주에 설악산 종주까지 했던 경험도 있으니 별일 없을거라 생각하고 추진을 했는데 20km가 넘는 산행을 안해봐서 그런지 산행 후반부를 지나면서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영 맥을 못추는 바람에 어두운 밤길에 생고생을 시킨 것 같아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귀로의 차 안에서도 쉬이 말을 붙이기가 난감했었다.

앞으로의 산행에 있어 이번 산행을 반면교사로 삼고 무리하지 않게끔 코스를 꾸며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두운 밤길을 달려 부지런히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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