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무리수를 둔 탓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주왕산 단풍산행 (제 1부) 본문
★ 산행일자 : 2015. 10. 22 (목) 날씨 - 흐린 후 비, 개임
★ 산행장소 : 청송군 부동면, 영덕군 지품면, 달산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둘이서...
★ 산행코스 : 부동면 절골입구-절골-신술골-낙동정맥 합류-대궐령-낙동정맥이탈-왕거암-가메봉-후리메기삼거리-후리메기입구-용추협곡-대전사-상의탐방안내소
★ 산행시간 및 거리 : 11시간 38분, 23.7km (식사 및 휴식 포함. 집사람의 무릎 고장으로 산행시간이 많이 지체됨. GPS 기준)
◈ 산행기
이제 억새의 계절은 한풀 꺾이고 단풍의 계절이 도래한 것 같아 단풍명소를 물색하던 중 2년 전 주왕산 절골의 화려한 단풍이 못내 그리워 앵콜산행을 기획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탐구역의 신술골을 올라 그동안 소원하던 별바위를 올라보고자 이번에는 코스를 좀 달리해서 가볼 생각을 하게 된다.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며 배낭을 메고 아침 6시경 집을 나서 31번 국도를 따라 북진을 계속하여 주왕산국립공원 상의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한게 7시30분 경이다. 평일이라 주차장은 텅 비어있지만 주변 가로수에는 온통 불이 난듯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벌써부터 마음은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원래의 산행계획은 절골에서 신술골을 거쳐 낙동정맥에 합류하여 별바위를 다녀온 뒤 대궐령을 거쳐 왕거암을 찍고 가메봉으로 해서 절골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방법을 택했었는데 집사람이 용추협곡을 가본 지가 하도 오래되었다 해서 가메봉에서 후리메기로 하산하는 코스로 계획을 변경하게 되어 상의탐방지원센터로 오게 된 것이다.
차량회수가 용이하게끔 주차장에 파킹을 해놓고 청송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주산지 방향으로 이동하기 위해 시간을 알아보니 8시 10분에 버스가 도착한다고 한다. 아직 조금의 여유시간이 있어 주차장 인근의 식당을 찾아 아침식사를 하고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고 10여 분을 달려가 절골입구에서 하차하여 GPS를 가동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오늘 산행의 출발점인 절골입구의 모습입니다.
흐린 날씨에 쌀쌀한 기운이 옷자락을 여미게 만드네요.
주왕산국립공원 절골분소에서 방명록에 기재를 하고 계수기를 통과합니다.
절골분소를 지나 좁은 산길을 조금 지나니
이내 계곡에 드리운 다리 위로 기암괴석과
울긋불긋 화려한 치장을 한 단풍이 나타납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절골...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산행의 시작부터 만나게 되는 아기자기한 계곡에는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다 멈추고, 멈추다 흐릅니다.
휴일이면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붐비는 주왕계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골을 찾는 사람은 적은 편이지요.
발길이 뜸하다보니 인위적인 손길이 가해지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는 오히려 주왕계곡 못지 않답니다.
형형색색의 잎사귀가 잔치를 벌이고 있는 절골계곡...
비록 설악산이나 내장산처럼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아도
잔잔한 계곡길 사이로 이리저리 건너다니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운치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마치 군데군데 불을 지핀 듯
산허리를 감싸 두른 그 핏빛 단풍의 황홀함을
엷은 안개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붉은 단풍은 너무 눈이 부셔 아득하기조차 하네요.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화려해서 그저 옷깃 여미고
자연의 고마움에 고개 숙일 따름이랍니다.
신술골 입구입니다.
신속히 금줄을 넘어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듯 신술골은 정적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금단의 구역에 들어선 침입자에 의해
그만 정적은 깨어지고 말았네요.
숨이 막히고 눈이 아슴아슴하다는 표현이 적절할까요?
절골 못지않은 비경에 그만 감탄사가 터져나와 버린 때문이지요.
깊은 숲이 좌우로 울울하게 들어차 있고,
온갖 수식어를 다 갖다 붙여도 모자랄 단풍바다는
아! 하는 감탄사가 무시로 튀어나오고
하늘을 가린 단풍 숲은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 신비한 자연현상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문득 산다는 것의 의미를 알것 같습니다.
곳곳에 기암괴석과 단풍이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이 따로 없네요.
양쪽으로 병풍을 둘러친 듯한 기암괴석과
울창한 수림이 어울려 마치 별천지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짙푸르던 이파리가 단풍이 되는 과정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랍니다.
여름 내내 연두색의 엽록소로 덮여 있던 잎의 세포는
가을에 그 엽록소가 서서히 녹으면서
노랑색과 붉은색의 세포로 변색되지요.
노랑색 잎은 엽록소가 녹으면 그 밑에 깔려있던
황색 물질(키산토필)이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생기고,
붉은색 잎은 엽록소가 곧바로 홍색 물질(안토시안)로
바뀌기 때문에 생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은행나무, 달피나무, 사시나무,
생강나무, 포플러 들은 노란 색소가 많아 노랗게 물들고
당단풍나무, 산벗나무, 붉나무,
화살나무, 복자기나무, 옻나무, 신나무 같은 것들은
빨간 색소가 많아 붉은 단풍잎이 된다는 것입니다.
노랗고 알록달록 가을색이 완연한 신술골은
연지 찍고 사뿐사뿐 걸어가는 새색시같다고나 할까요...
그 모습이 한없이 들뜨게 하는군요.
그래서 한껏 치장을 한 단풍나무 아래에서 흔적 하나 남겨봅니다.
누리장나무가 열매를 맺기 시작하네요.
에고~ 추색에 취해 정신없이 사진 찍으며 걷다보니
준비해간 트랙을 벗어나 버렸답니다.
하는 수없이 오던 길을 되돌아 합수부까지 되돌아오니
진행할 때 무심코 보면서 지나쳤던 바위에 쓰여진 글씨를 다시 보게 되네요.
좌,우로 나뉘어지는 합수부에서 곧장 나있는 골짜기를 따라 진행합니다.
점점 깊어져가는 골짝을 따라 진행하니
햇볕이 잘 들지 않은 응달이라 그런지 이곳은 아직 단풍이 물이 덜 든것 같네요.
숯가마의 흔적도 있는걸 보니 사람이 살았던 모양입니다.
계곡을 벗어나 잠시 산허리길을 걷다가
다시 계곡으로 내려서니 또다시 합수부가 나타나는군요.
궤적을 확인해보니 이번에는 좌측으로 가야 하는군요.
단풍잎 속에 완벽하게 위장을 하고 있었는데
움직이는 바람에 알아보았답니다.
식용으로 쓰이는 '북방산개구리'입니다.
기나긴 계곡길은 이제 끝이 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희미하던 등로마저 사라져버려 무작정 능선을 향해 치고 오릅니다.
가파른 돌밭길이라 미끄러워 오르기가 쉽지 않지만
올려다보이는 능선을 향해 안간 힘을 다해 올라갑니다.
계곡 끝에서 10분여를 치받아 올라 도착한 낙동정맥 마루금 안부입니다.
제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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