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눈부신 가을 햇살아래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정겹게 오른 한라산 본문
♣ 산행일자 : 2015. 10. 09 날씨 - 흐린 후 약간의 비, 맑음.
♣ 산행장소 : 제주특별자치도 한라산 일원
♣ 산행인원 : 초등학교 동창 7명과 함께...
♣ 산행코스 : 성판악휴게소 - 속밭대피소 - 진달래대피소 - 한라산백록담 - 진달래대피소 - 사라오름전망대 - 속밭대피소 - 성판악휴게소
♣ 산행시간 및 거리 : 10시간 35분, 19.72km (식사 및 휴식, 후미조 기다리느라 정상에서 1시간 30분 넘게 대기)
▣ 한라산(漢拏山, 1,950m)
한라산(漢拏山)은 백두산, 금강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영산으로 꼽힌다. "한라"라는 이름은 하늘의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큼 높다 해서 붙여진 것이다. 한라산은 해발 1,950m로 남한 최고봉으로 지질학상 신생대 제4기에 화산분출로 생성된 휴화산으로 대부분 현무암으로 덮여 있는데 산마루에는 분화구였던 백록담이 있으며 고산식물의 보고로서 식물의 종류도 무려 1,800여 종이나 되어 울창한 자연림과 더불어 광대한 초원이 장관을 이룬다.
뿐만 아니라 높은 절벽과 깎아지른 듯한 비탈, 그리고 얕은 계곡의 기암괴석 등 빼어난 자연경관과 이 산의 명물로 꼽히는 진달래 군락이 또한 아름답다. 그밖에 천자만홍에 덮인 가을의 만산홍엽은 빼놓을 수 없는 경관이며, 유독 눈 속에 잠긴 설경의 한라는 절경 중의 절경으로 꼽힌다.
해양성 기후에다 남국의 풍경을 간직한 제주도의 경관은 영주 10경 외에 7개 경승지와 백록담, 탐라계곡, 안덕계곡, 왕관능, 성판악 등의 수려한 산곡 등이 있고 천지연을 비롯하여 3대폭포, 용두암, 만장굴 등 이름난 곳과 또한 신양, 이호, 중문, 협재, 금릉 등 천연의 해수욕장이 곳곳에 널려있다. 한편 제주도는 문화재로 지정된 관덕정과 삼성혈을 비롯해서 오현단, 삼사석, 방선문 등 역사적 유물이 많이 있으며 고인돌, 돌하루방, 사투리 등 많은 설화와 전설까지도 간직하고 있다.
제주시에서 한라산 동쪽 중허리를 가로질러 서귀포를 잇는, 총연장 43km의 5016 도로는 단연 우리나라에서는 으뜸을 자랑하는 관광도로로서 숲속으로 뻗어가며 산천단, 성판악 등 숱한 경관지와 초원 등을 거쳐, 봄의 철쭉, 여름의 정글, 가을의 단풍숲, 겨울의 설원이 계절따라 변화하는 한라산의 장엄하고 수려한 갖가지 절경 속을 창 밖으로 즐기며 지나가노라면 서귀포 해안의 아름다운 풍치가 한눈에 펼쳐진다. 한편 한라산 서쪽 중허리를 가로질러 제주에서 중문을 연결하는 1100 도로는 전장37km, 1천1백 고지를 통과하는데 제주도의 식수를 해결하는 젖줄인 어승생 수원지, 한 골짜기가 모자라 왕도 범도 아니 난다는 전설어린 경승지 아흔아홉 골을 지나 원시의 밀림 속을 헤치고 금강산의 만물상에 비길만한 영실 기암 가까이를 스쳐 지나간다.[한라산국립공원 안내에서 발췌]
◈ 산행기
오랜 시간 만남을 이어져오는 초등학교 동창들과의 모임에 올해는 벼르고 별렀던 해외(?)로의 탈출을 시도하자고 나선 길이 제주도로의 여행인데 늦은 시각 도착하여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맨 먼저 시작하는 일정이 한라산을 오르는 것이다. 친구들의 의견을 따라 영실코스와 백록담코스의 두 가지 코스로 나누어 시행을 하였는데 총 14명 중 여자친구 6명은 영실코스로, 남자 4명과 여자친구 2명은 백록담코스, 그리고 남녀 각 1명씩은 사라오름까지 오르는 것으로 정하고 산행계획을 잡았다.
새벽같이 일어나 주먹밥과 먹을거리를 만들어서 배낭에 갈무리하고 버스에 몸을 싣고 성판악을 향한다.
우리 일행을 내려주고 떠나는 영실코스 친구들에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넨 후 간단히 몸을 풀고 단체사진 한장 남기면서 백록담을 향한 걸음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한라산 영실코스를 오를 친구들을 환송하고
들머리인 성판악휴게소에서 산행준비를 시작합니다.
간단히 몸을 풀고 단체사진 한장 남기고 무사산행을 기원해 봅니다.
오늘 산행은 백록담 정상에서 관음사로 하산하는 코스가 일반적인데
정상과 삼각봉 사이의 등로에 낙석사고가 생겨 현재 통제가 되고 있어
아쉽지만 성판악에서 출발하여 백록담 정상을 찍고
다시 같은 코스로 원점회귀하는 단순한 코스로 꾸며봅니다.
더구나 오늘은 혼자 아무리 빨리 가봤자 소용없는 일이니
친구들 한명이라도 낙오없이 안전하게 하산시켜야 하는 의무감으로
천천히 발걸음에 맞춰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진도 많이 찍으면서 오르기로 마음 먹어봅니다.
'굴거리나무'
들머리인 성판악의 고도는 750m, 한라산 백록담은 1,950m로
편도 거리 9.6km에 고도를 1,200m 가량 올려야 하는 코스입니다.
초반 비교적 평평한 길의 연속이라 실제 큰 어려움은 없으나,
진달래밭 대피소에 12시 30분까지 가야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시간제한이 있어 왕복 20km 가까이 되는 거리에
나름 어느 정도의 산행 노하우를 요하는 코스입니다.
초반 성판악에서 속밭대피소까지의
4.1km 등로는 현무암 돌길 내지는 데크로드...
평지성 등로라 걷기에 수월합니다.
숲속 깊숙이 들어갈수록 단풍의 색감은 점점 짙어져가니
약 2주 가량 지나면 한라산에도
단풍이 절정을 이루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성판악코스는 조릿대와 어우러진
삼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속밭을 지나
쭈욱 펼쳐진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콧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로 무난한 코스가 이어지고...
출발지점에서 약 4.1km 지점에 있는 속밭대피소입니다.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고 무인대피소 건물이 있어
다리쉼을 하면서 간식도 먹고 가기로 합니다.
간간이 흩뿌리던 비가 조금씩 굵어지는 것 같아
배낭커버를 덧씌우고 잠시 쉬었다가 본격적으로 고도를 높혀갑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에는 산죽이 군락을 이루며 무지 많이 자라고 있네요.
일명 '조릿대'라고도 불리는 산죽이
한라산의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대책은 없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한라산에서 느끼는 가을...
참 아름답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것은 아마도 정겨운 벗들과 함께 하는
귀한 시간이기에 그렇지 않나 싶네요.
사라오름 입구입니다.
백록담을 다녀와 내려올때 들러보기로
마음먹고 등로를 계속 이어갑니다.
산행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여자친구 한명과
보호자로 나선 친구 한 명은 사라오름까지만
보고 내려가기로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어
뒤따라 오는 친구들을 놔두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해발 1,300고지를 지나고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단풍이 곱게 물든 모습도 감상하며 오르다보니
발 아래의 가을도 담아보는 여유도 생겨나는군요.
산행시작 근 3시간 만에 진달래대피소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일찌감치 산행을 시작한 탓에
산행이 여유로워 후미의 친구들을 기다리며
데크에 퍼질러 앉아 준비해간 간식으로 입을 즐겁게 합니다.
황금연휴라 그런지 한라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넘쳐나네요.
또다시 흩어지기 전에 단체사진 하나 남겨보자며
포즈를 취하니 제법 그림이 되는군요.
1600고지 표지석 앞에서
개인사진 하나씩 찍은 후에 서서히 대열은
두 명씩 짝을 이루어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뿌리가 뽑힌 나무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군요.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돌길...
돌길에 소담스럽게 내려앉은 가을의 정경...
100미터 간격으로 서있는 표지석까지...
쉼없이 나타나는 아름다운 풍경에 발걸음은 자꾸 멈춰지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이 없이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답니다.
저멀리 한라산 정상부가 시야에 들어오니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하네요.
한라산 정상부가 가까워지니
자못 달라진 생태계의 모습이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한라산의 특징 중 하나인 동글동글한 수많은 오름들...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겠지요.
하늘이 너무 푸르러서 마음까지 설레이는 백록담 가는 길...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이네요.
이렇게도 화창한 날 한라산을 오를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함이 앞서는군요.
황금연휴라 한라산을 찾은 수많은 등산객들...
힘들면 그냥 한 켠에 주저앉아 쉬면서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과 어우러진 한라의 절경을 맘껏 담아봅니다.
이제 정상에 거의 다왔습니다.
만 5년 만에 다시 오른 한라산 정상...
하지만 오늘은 대박입니다.
첫 대면한 백록담의 위용....
두 번째의 백록담 방문이지만 그때는 짙은 운무로 인해
백록담을 보지 못했었는데 오늘 그 원을 풀게 되었네요.
더구나 작은 양이지만
호수에 담긴 물을 볼수 있어서 더 기분이 좋았답니다.
그리고 장사진을 이루는 정상석 앞에서의
기다림 끝에 단체사진으로 흔적을 남기고
바람이 잠잠한 데크에 내려앉아 중식시간을 가져봅니다.
파노라마로 담아본 백록담.
하산을 할까 했는데 변수가 생겼네요.
그것은 사라오름까지 산행을 하고 하산하기로 했던
두 명이 정상까지 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등산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여자친구를 어떻게 구워 삶았는지...
그리고 과연 무사히 올라와 하산까지 할수 있을지...
그래도 꿋꿋이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정상에 있는 친구들은 무사히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합니다.
정상 이곳저곳을 다니며 멋진 풍광도 구경하고
저마다 기념촬영에 열을 올리며 시간을 보냈답니다.
드디어 도착한 두사람을 반갑게 맞아 동릉 정상의 표지목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생초보를 남한 최고봉까지 데리고 온 친구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며 농담도 나누어가며
한라산 백록담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가져봅니다.
정상석 인증샷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등산객들을 보면서
늦게 도착한 친구들의 정상석 촬영은
엄두가 안나 하산을 하기로 결정을 합니다.
정상에서 마냥 머무르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 한채
푸르디 푸른 청명한 가을 하늘과
주변 풍경들까지 한올 한올 천천히 둘러보면서 하산을 이어갑니다.
올라올 때의 주변 풍경과 내려갈 때의 풍경은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해주니까 말입니다.
제주도는 날씨 변화가 심해서 일년 중
백록담을 볼 수 있는 날이 한달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데
오늘은 운 좋게도 이렇게 화창한 날에 한라산을 올랐으니...^^*
초짜 산꾼의 무모한 백록담 도전의 여파로 걸음은 자꾸 뒤처지고 있어
무릎보호대를 착용시켜 천천히 내려오게 한뒤
사라오름을 다녀오기 위해 속도를 붙여 내려갑니다.
해발 1,327m에 위치하고 있어 제주도의 수많은 오름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라오름'.
둘레 약 250m의 분화구에 물이 고여 습원을 이루는 산정호수입니다.
작은 백록담으로도 불리우는 사라오름 호수에는
적당히 물이 채워져 있어 멋진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네요.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은 멋진 풍광을 바라보면서 도착한 사라오름.
맨 먼저 인증샷부터 남기고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합니다.
사라오름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라산의 절경...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네요.
감탄사가 연발입니다.
너무나 멋진 광경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만 봐야 했지요.
이름모를 작은 오름도 당겨보고
파노라마로 담아보기도 하며
정말 잘 왔다는 자화자찬을 하면서 두 눈이 마냥 호사를 누린 끝에
영실코스로 산행을 갔던 친구들이 성판악에서 기다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서둘러 사라오름을 떠나 성판악을 향한 걸음을 이어갑니다.
가을 소식을 몰고 온 단풍...
아직은 앳띤 모습이지만 보는 마음은 반가움이 앞서네요.
진달래밭 대피소와 백록담 정상 구간의 경사도 외에는
대부분 완만한 편이라 큰 무리는 없었지만
지루한 돌길을 계속 걸어야하고 다른 산과는 달리
내려오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편이라
생초짜 친구의 걸음걸이가 자꾸 뒤처지기 시작하여
가방을 받아 앞가슴에 메고 나머지 친구 두명에게
천천히 함께 내려오라고 일러놓고 발바닥에 모터를 장착하여
성판악휴게소를 향해 쾌속질주를 시작합니다.
배낭을 도착한 버스에 내려놓고 어두워지기 전에
뒤처진 친구들을 데려와야 하기 때문이었지요.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맨 몸으로 달리다시피 되올라가
나머지 친구 두사람의 배낭을 받아들고 함께 걸어내려와
성판악휴게소에 도착하면서 무사히 산행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예상보다 많이 소요된 산행이었지만
친구들 모두가 안전하게 탈없이 마무리가 되어
더없이 다행이었고 멋진 경험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에
고무줄처럼 늘어난 산행시간은 전혀 문제가 될게 없었지요.
어린시절 함께 뛰놀며 공부하던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벼르고 별렀던 제주도로의 3박 4일간의 여정 중에 맨 먼저 시작한 공식일정이었던 한라산 등반.
사실 본인에게는 한라산 등반이 제일 큰 목적이었던 탓에 정상에서의 날씨가 무척 궁금했었는데 다행히 하늘이 도와 두 번째 산행에 그 원을 풀수 있게 되어 더 큰 감흥으로 다가온 오늘이다.
비록 산행시간이 제법 많이 소요가 되었지만 단 한명의 낙오자없이 안전하게 산행을 마무리 할수 있어 무엇보다 다행이었고 진달래대피소를 지나고부터 오롯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한라산의 진면목은 예전에도 느꼈었지만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그 감동은 물밀듯 밀려왔다.
한라산을 오르내리며 친구들과의 격의없는 대화의 장도 뜻깊은 시간이었고, 한라산을 눈과 가슴에 담고 내려가는 길에 오르는 순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다른 계절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의 변화를 감지하며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보는 멋진 산행이었다.
특히 한라산에서 만날 수 있는 끝없이 펼쳐진 구상나무 군락은 무척 멋스러웠고 처음 찾은 사라오름의 풍광 너무나 황홀해 오래도록 잔상에 남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겉보기엔 부드럽지만 거친 속내를 지녔고, 단순해 보이지만 변화무쌍한 풍경을 지녔으며 제주도를 사랑한 사진작가인 김영갑 선생처럼 자신을 사랑한 이에게는 평생 눈이 머는 마법을 거는 산...
오늘 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산에서 잠시 머물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푸른 하늘이 아름다웠던 날의 한라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2015년 한글날! 한라산에게서 크나큰 마음의 선물을 받았던 날로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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