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5년 만에 올랐어도 변함없는 만족감을 보여준 청도 쌍두봉 본문
◇ 산행일자 : 2015. 12. 19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청도군 운문면 삼계리 일원
◇ 산행인원 : 산행 멤버와 함께 (총 4명)
◇ 산행코스 : 천문사-돌탑전망대-쌍두2봉-쌍두봉-황등산(1,038봉)-학심이골갈림길-배너미재-천문사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10분, 6.64km (식사 및 휴식 포함, 널널하게... GPS 기준)
◈ 산행기
최근 자주 함께 산행을 해오던 산우들과 한달 만에 다시 뭉치게 되었다. 가고픈 곳이 있으니 코스 잡아달라는 연락을 받고 궤적을 만들어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고 배낭까지 대충 꾸려놓고 취침에 들어갔었는데 맞춰놓은 알람소리에 기상을 하고는 간단히 아침을 챙겨먹고 집사람과 함께 집을 나서 약속장소로 차를 몰아간다.
잠시 기다린 끝에 다시 만난 산우 두사람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차를 몰아 포항-건천간 산업도로를 달려 건천을 지나 경부고속국도 건천IC를 지나게 되고 20번 국도를 따라 청도 방면으로 진행하면 만나게 되는 산내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청도, 밀양방면으로 달려간다. 지촌3거리에서 계속되는 청도, 밀양방면 국도를 달리면 만나게 되는 운문댐3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진행하니 가스배관 매설공사가 한창이라 곳곳이 차량통제를 하고 있었다. 계속 이어지는 도로를 따르면 운문사 3거리를 만나게 돠고 좌측 언양,운문령 방면으로 달리면 천문사를 알리는 표석이 있는 삼계리에 닿게 된다. 천문사 방향으로 길을 들어 진행하면 천문사 사천왕문 안쪽에 널찍한 주차공간이 있어 차를 파킹하고 산행준비를 마친 후에 천문사 안으로 들어서면서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천문사 주차장에 애마를 세워놓고 아침햇살을 받으며 천문사 경내로 들어섭니다.
못 와본 지난 시간동안 변한게 제법 눈에 띄는군요.
산행을 마치고 대웅전을 찾기로 하고 경내를 통과해
천문사 후문의 간이주차장을 지나 담장을 끼고
배너미골 계류를 따라 나있는 길을 거슬러 진행하면
천문사 담길 끝나는 지점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좌측 경사길로 오르면 됩니다.
곧장 나있는 길은 하산할 때 이용할 길이랍니다.
들머리에서 쌍두봉 정상까지는 외길 능선이라 길 잃을 염려는 없지만
초입부터 제법 가파르게 올라서는 등로에 기대하지 않았던
눈이 쌓여있어 정상으로 접근이 가능할지 살짝 걱정이 앞서는군요.
들머리에서 약 15~6분 가량 치고 올라가니 돌탑을 만나게 되고
뒤따라 올라온 집사람을 데리고
나선폭포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터로 안내를 합니다.
숲 한가운데로 오막하게 암벽에 둘러 싸인
형태를 하고 있는 나선폭포를 가까이 당겨보았지만
많은 양의 비가 와야만 제대로 구경할 수 있음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돌탑을 지나 다시 길을 재촉하여
계속되는 가파름을 따라 쉼없는 걸음 이어갑니다.
오늘따라 바람 한점없는 겨울같지 않은
푸근한 날씨라 산행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꾸준한 오르막 일변도로 진행된 등로를 20여분 가파르게 치고 오르니
'김해김씨' 묘가 있는 고스락에 올라서게 되는데
누군가가 작은 돌 위에 '황등봉 669m' 라고 적어 놓았네요.
황등봉 이후로는 완만한 능선길이 잠시 이어지며 숨을 고르게 하지만
이내 가파른 오름은 지속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힘들다 생각들지 않을 만큼
멋진 조망을 선물로 주기 시작하지요.
조망이 탁 트이는 바위전망대에 올라서면
지나온 황등산 너머로 내원봉, 삼계봉이 우뚝하고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삼계리의
정다운 마을 모습이 마냥 평화롭기만 합니다.
기차바위를 오르며...
줄기차게 이어지는 팍팍한 오름은 끝없이 이어지고
토해내는 가뿐 숨소리는 단내나듯 하지만
올 겨울들어 처음 걸어보는 눈산행이라 신바람이 났습니다.
등로를 가로막는 바위벽을 치고 올라도 되지만
눈이 쌓여있는 오늘은 가급적 우회로를 이용하는게
안전할 것 같아 우회로를 따라 진행하기로 합니다.
우회길이 나 있는 주등로를 따르다
왼편으로 살짝 비켜있는 쌍두2봉(850m)에 올라서게 됩니다.
이제 바로 앞으로 도깨비 뿔 모양으로 솟아 있는
쌍두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지고
신원계곡 건너편으로 작년 이맘 때 걸었었던
문복산과 학대산의 마루금도 담아봅니다.
선등자의 뒤를 따라 바윗길을 올라서면
눈높이가 확연히 높아짐을 느끼게 되고
사방 펼쳐지는 뛰어난 조망을 맘껏 즐기게 됩니다.
먼저 북쪽으로 눈을 돌려 바라보니 막힘없는 조망에
그저 감탄사만 연발하며 셔터만 눌러댈 뿐입니다.
서쪽으로는 산행코스로 잡았던 삼계봉이 건너보이고
그 뒤로 아득히 청도남산과 화악산이 아련하게 보이는군요.
1,038봉에서 배너미재로 내려서는 등로 너머로
시야에 들어오는 운문산, 범봉, 억산을 바라보며
마음은 벌써 저곳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 같네요.
앞을 가로막는 벼랑을 올려다보니 밧줄 하나 드리워진 채
접근을 거부하는 것 같아 발걸음이 저절로 멈춰지네요.
눈이 쌓여 있어 마음에 부담을 갖게 하지만
조심스레 올라서니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답니다.
손에 잡힐 듯 다가온 쌍두봉.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려오는군요.
이곳에 오게 되면 빠짐없이 셔터를 누르게 하는 포토존이지요.
그런데 그 사이 소나무가 많이 자란 듯 시야를 가려
예전의 멋진 그림이 나오지 않네요.
스릴있고 뛰어난 조망을 보여주는 암릉 코스를 따라 올라야 하지만
오늘같이 눈이 쌓여있는 날에는 피하는게 상책일 것 같아
암릉 직전 오른편으로 나있는 우회로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우회로를 이용하여 쌍두봉 뒷쪽으로 오르지만
그곳 또한 약간의 바윗길을 밧줄잡고 올라야 한답니다.
쌍두봉 정상에서 암릉코스를 내려다보니
사진으로는 못느끼겠지만 고도감이 엄청납니다.
대한백리산악회에서 세워놓은 번듯한 정상석이
어느 날 반으로 금이 가 있더니
지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네요.
양지바른 바위 위에서 단체사진 하나 남겨봅니다.
뒤따라 올라오는 산객들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고
헬기장이 있는 1,038봉을 향해 계속 오름짓을 이어갑니다.
20여분 만에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1,038봉에 도착을 했네요.
헬기장터를 이룬 1,038봉은 3거리를 이루는 곳으로
왼쪽 길은 상운산을 거쳐 운문령으로 갈수 있는 길이고,
오른쪽 아래로 내려서는 길은 배넘이재로 연결되는 길입니다.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하고 가기로 합니다.
식사준비를 하는 동안 나뭇가지 너머로 보이는
가지산, 중봉, 가지북봉, 귀바위 등을 사진에 담고
깔끔하게 코펠의 내용물을 비워버리게 만든
오늘의 히트상품은 '묵은지돼지찌게' 였답니다.
구수한 숭늉에다 따끈한 커피와 과일로 후식을 즐기며
느긋한 중식시간을 가진 후에 배너미재를 향한 내림길을 이어갑니다.
내림길의 전망터에서 담아본 가지산 방향의 풍광입니다.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리는군요.
1,038봉에서 조금 내려가면 가지가 많은 소나무를 만나게 되고,
아이젠을 착용해야 할 정도까지는 아닌 가파른 내림길을 조심스레 이어갑니다.
학소대갈림 삼거리입니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배너미재로 곧장 내려섭니다.
응달진 곳은 눈이 녹지 않아 바윗길을 통과해 나가기가 수월하지 않지만
안전에 유의하면서 천천히 눈밭을 빠져나갑니다.
등로 우측으로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바라보니 쌍두봉이 정수리를 내밀고 있네요.
계속되는 가파른 내림길을 따라 등로를 잇다보면
조망이 트이는 전망바위에 서게 됩니다.
건너편 삼계봉을 찾고 싶지만 오늘은 애써 참아야 할것 같습니다.
하산루트인 배너미골을 따라가면 천문사와 삼계리가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옹강산과 삼계리재의 잘록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갈 지(之)자의 내림길을 따라 10여분을 내려서면
네 방향으로 길이 나 있는 배너미재에 닿게 됩니다.
옛날 바닷물이 이곳까지 넘어와 넘실댈 때
배가 넘어 다녔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라 하지요.
(← 아랫재, 가지북릉, 학심이골. ↑ 내원봉, 지룡산. → 삼계리)
배너미재에서 오른쪽 내림길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배너미재가 가까이 있음을 알려주는 고목을 지나
배너미골을 따라 흐르는 계류의 물소리를 들으며
20분 가량 부지런히 발놀림을 해가니 계류를 건너게 되고
신작로 같은 넓은 길을 따라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걷다보니
길 끝으로 아침 나절 산행을 시작했던 천문사에 이르게 되는군요.
부처님께서 열반 하실때의 모습을 재현한 거대한 와불(臥佛).
와불을 조각한 바위는 전남 장흥에서 자연석을 가져왔고,
가로 11m 높이 3m에 무게 70톤이라고 하는군요.
나중에 대법당안에 모실것이라고 한다..
조각은 벽송사 서암정사 석굴법당에서 11년간 햇볕도 보지않고
불사를 이뤄낸 '홍덕희'선생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지난 해 지리산 서암정사를 방문했을 때
석굴 안에 조성되어 있는 불상들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는데
이곳에서 홍덕희 선생의 작품을 다시 대하게 되는군요.
이제 조성이 완료되어 자리를 잡고 찾아온 중생들을 맞고 있는 마애삼존불상.
삼천불전(三千佛殿)
대웅전을 찾아 부처님께 삼배로 예경을 올리고
가파르게 올랐었던 황등산, 쌍두봉을 바라보면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작별을 고하고
천문사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한달만에 재개된 산우들과의 산행에 산행지로 희망을 한 쌍두봉을 5년 만에 다시 올라보니 예의 그 변함없던 멋진 조망은 새로운 감흥으로 다가왔다. 코스를 길게 잡고 궤적을 만들어 산행을 시작했지만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축소산행을 할 수밖에 없어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다음 기회에 홀로산행으로 돌아볼 생각이다.
산은 오르느라 힘들고 숨이 턱에 닿지만 높다란 봉우리에 올라서면 세상 근심 모두 잊어버릴 만큼 크나큰 선물을 준다.
내가 산을 찾는 이유는 자연을 사랑하고 그 소중함을 온 몸으로 느끼기 때문에 산을 찾는 것이다. 결코 짧지않은 세월속에서 산을 찾아 나이를 잊고 직업도 잊고 거추장스런 굴레들 모두 벗어버리고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성취감을 맘껏 느낄 수 있었던 지난 시간들이 그저 소중할 따름이다.
오늘도 그 변함없는 마음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은 채 자연과 보다 가까이 있고 싶어 가뿐 숨 몰아쉬며 산을 찾았으니 알찬 하루를 보낸 것 같아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본시 자연은 걱정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산은 마음을 풍성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풍성해진 마음 가득 담고서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가는 귀로에 오늘 산행의 피곤함에 곤히 잠든 일행들의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머금어져 있다.
하루 종일, 혹은 일 년 내내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산에 들어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시간 만큼은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 참으로 감사하다.
'◈ 산행이야기 > ☆ 2015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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