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옛추억 더듬으며 걸어본 동네 근교산 이어가기(월미산-조항산) 본문
◈ 산행일자 : 2015. 12. 13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남구 오천읍, 동해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산행
◈ 산행코스 :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리 버스정류장-월미산 용봉-호미지맥합류-삼봉산-세계원재-조항산-흰날재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20분, 14.02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주말을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다 더는 안되겠다 싶어 습관처럼 배낭을 꾸리기 시작한다.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꺼내어 챙기고 물 한병 갈무리하고 집사람한테 좀 태워달라고 하니 반응이 신통찮다. 지난 번 산행에 이어 이번에도 또 혼자 가는 모양새가 기분이 안 좋은 표정이다. 하지만 오늘 가고자 하는 산행지는 집사람에게는 별 재미도 없고 지루하기만 할 코스라 혼자 신나게 걷다가 올 생각으로 가자는 얘기를 안했는데 다행히 용산리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니 표현은 안해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배낭을 내려놓고 산행준비를 한 후 대흥사 방향의 도로를 따라 밝게 빛나는 아침햇살을 받으며 걸음을 옮겨간다.
산행궤적
'월미산 대흥사'라는 대형 입간판을 끼고 나있는 도로를 따라
마을 안으로 진행하면서 오늘의 산행은 시작됩니다.
지난 번 이곳을 찾았을 때 주차해두었던
31번 국도의 교각 아래를 지나 대흥사 방향으로 진행해 나갑니다.
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하게 되면 오른쪽으로 다리가 나타나고
직진의 대흥사 가는 길을 버리고 변전소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 진행하게 됩니다.
월미산을 향하는 널찍한 임도를 따라 걸으니 아침 햇살이 밝게 비추고 있네요.
오늘 날씨 또한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 같아 멋진 조망이 기대가 됩니다.
송전철탑이 있는 대흥사 갈림삼거리를 지나게 되고
임도를 따라 곧장 진행하여도 두 길은 만나게 되지만
발품을 줄이기 위해 지름길인 산길로 올라섭니다.
다시 임도와 합류가 된 등로를 따라 진행하게 되면
잘 꾸며진 문중묘 앞으로는 광명일반산업단지가 보이고
멀리로는 오천읍과 포항철강공단이 훤히 보이네요.
한동안 이어지던 걷기좋은 평지성 등로는
약간의 오름길로 변하게 되면서 서서히 열기가 발산되기 시작합니다.
등로 우측으로 조망이 트이는 무덤가에서 바라보니
포항, 경주시경계길과 호미지맥 마루금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잡히는군요.
겨울날씨라 하기엔 너무 포근한 산길을 걷다보니
추울까 싶어 껴입은 탓에 땀이 맺히기 시작합니다.
하는 수없이 갈평리갈림길 삼거리에서
발열 티셔츠 하나 벗어버리고 용봉으로의 발걸음 이어갑니다.
다시 찾은 용봉입니다.
운동시설 위에 카메라를 얹어놓고 흔적 하나 남겨봅니다.
변함없이 시원스런 조망을 보여주는 정상에서
오천읍내와 포항시가지까지 시원스러운 눈맛을 즐겨봅니다.
포항시민이 가장 즐겨 찾는 진산(鎭山)인 운제산이 건너보입니다.
요즘 운제산으로의 발걸음이 뜸한데 조만간 찾아가 봐야겠네요.
조금 후에 만나게 될 호미지맥 마루금이 건너보이는 군요.
오늘은 우측의 묘봉산으로 가지 않고 삼봉산을 거쳐
조항산을 올랐다가 흰날재까지 걸음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월미산에서 내려서면 만나게 되는 대흥사갈림길에서는
우측 내림길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약 6분 후 용산, 세계리 갈림길에서 닿게 되고 곧장 나있는 등로를 따르게 됩니다.
널찍하고 부드러운 등로를 따라 다시 5~6분 걸음을 옮겨가면
호미지맥 종주능선과 합류하게 됩니다.
우측은 만리성산을 거쳐 성황재로 이어지고
가야할 방향은 좌측 제1기동사격장 방향입니다.
수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땀흘리며 걸었던
그 길을 따라 보무도 당당히 걸어갑니다.
밝게 빛나는 햇살 너머로 묘봉산이 건너보이고
고갯마루를 올라서며 뒤돌아 본 곳에는
월미산 용봉이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지도상의 뒤뜸재를 지나 3분 가량 진행하면
길등재를 지나 고석사, 장기읍성으로 연결되는 갈림길을 지나게 되지요.
그리고 호미지맥상에 어엿하게 이름이 올라있는 삼봉산은 가운데 길로 올라야 한답니다.
삼봉산 입구의 나무에 매달려 있는 안내판
사방 조망이 막혀있는 삼각점이 있는 삼봉산(291봉)입니다.
삼봉산을 내려와 다시 행군로를 따라 부지런히 걷다보면
갑자기 하늘이 열리고 좌측으로는
공단조성을 위한 정지작업이 한창인 모습이 보이고
막힘없는 조망이 가슴을 트이게 하고
우측 끝으로는 가야할 조항산의 통신탑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지도상의 솔밭재입니다.
정상적인 지맥길은 좌측 숲길이지만 그냥 행군로를 따르기로 합니다.
지맥길을 끼고 나있는 행군로라 굳이 지맥길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도암사 갈림삼거리에서 지맥길은 왼쪽으로 꺾이게 됩니다.
도암사갈림길에서 7~8분 가량 임도를 따르면
좌측 안쪽으로 버려진 탱크를 만날 수 있지요.
무심코 지나칠 수 있지만 예전 기억을 되살려 찾아냈지요.
만 7년이 지난 지금 다시보니 그때보다 훨씬 녹이 슬어있어 흉물이 된듯 합니다.
전차 위에 올라가 포즈를 잡고 사진 찍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군 훈련장 조성공사 현장을 지나오면 예전 장승이 있었다 해서
'장승백이'라 불리던 세계원재에 닿게 됩니다.
현대오일뱅크 주유소가 있는 세계원재를 건너면
주택 뒤로 보이는 대숲이 지맥길이지만 마을길을 따라 진행합니다.
마을길을 빠져나와 도로를 따르게 되어있던 등로는
시그널이 가리키는 숲길로 다시 진입을 하게 됩니다.
폭닥한 솔숲길을 잠시 지나오면 등로는 다시 자동차길과 합류가 되고
도로 우측으로 '나눔텃밭' 안내판이 가리키는 곳으로 연결됩니다.
표지기를 등대삼아 시원스러운 소나무 숲길을 따라 가슴 활짝 열어 젖힌 채 걷다보면
등로 좌측으로 납골묘를 만나게 됩니다.
큰 길을 따라도 되지만 오늘은 납골묘 앞으로 나있는 산길을 걸어보기로 합니다.
다시 비포장 도로와 합류가 되고
도로 초입에 서있던 안내판의 나눔 텃밭 농원을 지나게 됩니다.
멀리서 신나게 짖어대는 견공들의 환송을 받으며
정천리 퉁점마을 안으로 진입을 하게 됩니다.
마을 안길을 따라 곧장 걷다보면 마을 끝으로
시설물이 있는 전신주를 만나게 되고
등로는 임도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물론 정상 등로는 좌측으로 보이는 숲길이지요.
잠시 후 우측으로 무명묘를 만나게 되면 가운데 숲속으로 진행해야 하고
솔가리가 잔뜩 깔려있는 유순한 등로를 잠시 진행하다보면
군사용 비포장도로를 따라 지맥길은 이어집니다.
등로를 걷다가 뒤돌아보니 구룡포-신항만을 연결하는
영일만대로이자 31번국도가 달리고 있고
그 뒤로 멀리 운제산이 시선을 붙들고 있네요.
좀더 좌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지나온 월미산과
호미지맥길이 이어지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임도가 우측으로 꺾여 오르는 곡각지점에서
지맥길은 좌측 숲속으로 연결됩니다.
임도를 계속 따르면 길은 없어진답니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솔숲길을 올라서면 170봉에 올라서게 됩니다.
170봉 정상에서 도로공사가 중단된 모습을 볼수 있고
멀리로는 죽정리 중정마을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햇살이 따사로운 양지바른 곳에 앉아 점심 요기를 하고 가기로 합니다.
뱃속을 든든히 하고 부드러운 산길을 걷고 있으니
폭닥한 솔숲길이 마음을 편하게 하는군요.
멧돼지의 소행으로 보이는 김해김씨묘를 지나
'석곡선생 묘소 가는 길 250m' 이정표를 우측에 두고 지나치게 되면
편안하고 운치있는 소나무 숲길을 지나게 됩니다.
이리저리 휘어지며 제 멋대로 자란 소나무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고...
길 위에 흩뿌려놓은 소깝은 마치 황톳길을 연상케 하는군요.
예전 호미지맥을 걸을 때 잠시 간식을 먹으며
쉬어가던 곳이었는데 지금도 변한 게 없네요.
가야할 등로는 우측방향입니다.
묘지 진입로를 따라 걷다보면
드디어 조항산의 통신탑이 가까이 다가오는군요.
임도를 따라 진행하면 좌측으로 넓은 공터가 있는 삼거리가 나오고
우측으로 석곡선생 묘지 가는 길 표지와 선생의 안내문이 서있답니다.
여기서 곧장 나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면 됩니다.
여기서 잠깐...
석곡 이규준 선생은 1855년 영일군 부산면(현 포항시 동해면) 임곡리에서 출생하여 1923년 서거할 때까지 독학으로 한의학, 성리학, 역학 등을 연구하여 다방면에서 심오한 경지에 오른 한의학자이자 유학자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모시, 상서, 주역, 춘추, 주례, 의례 등 많은 연구자료와 저술서를 남겼으며 특히 한의학의 경전이나 다름없는 중국의 '황제내경'과 허준의 '동의보감'을 재정리한 '소문대요', '의감중마'를 저술해 한의학계에 큰 획을 그었다.
후대를 위해 선생이 직접 나무를 파서 만든 해부도, 수족도, 의복, 건축에 대한 목판본 360여개는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548호로 지정되었으며 2009년에는 석곡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그의 고향 동해면에 석곡도서관이 건립됐다.
현재 석곡의 사상은 수제자인 무위당 이원세 선생의 가르침을 받은 소문학회를 통해 전승되고 있다. 그들은 석곡 선생의 가르침을 기리기 위해 매년 10월 마지막주 일요일 포항 장기면에 있는 묘소를 참배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잠시 후 산악기상 관측장비가 있는 조망처에 닿게 되고,
영일만을 비롯한 포스코, 포항공항 등이 훤히 보이는 특급 전망이 펼쳐집니다.
7년 만에 다시 찾았지만 예의 그 멋진 풍경은 여전하네요.
시계(視界)가 좀더 좋았으면 영일만 너머 비학산에서 향로봉까지
시원스런 마루금을 조망할 수 있는데 조금 아쉽네요.
방송 3사와 군부대 통신시설까지 차례로 자리잡고 있는 시멘트도로를 따라 올라서면
끄트머리에 한국공항공사 포항항공무선표지소가 자리잡고 있어
정상표지판을 당겨서 설치해 놓은 조항산에 서게 됩니다.
등로는 표지소 담장인 펜스를 따라 가면 되는데
예전에 비해서 간벌을 해서 그런지 걷기가 수월해 졌네요.
예전 잡목을 헤치며 지나가던 생각을 잠시 하는 동안
정상 등로를 벗어나 계속 철망을 따라 가버리고 말았지 뭡니까.
등로의 흔적이 있는걸 보면
조항산 정상의 삼각점이 가까운 곳까지 누군가 진행을 했던 모양입니다.
다음 기회에 꼭 확인을 해볼 생각입니다.
가던 걸음 멈추고 되돌아가니 그제서야 못보고 지나쳤던
표지기를 발견하고 정상등로로 발을 들여 놓습니다.
희미한 등로를 따라 진행하면 지맥꾼들이 달아놓은 표지기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능선을 가늠해가면서 진행해 나갑니다.
잡목이 우거져 여름철엔 통과해 나가기가
큰 고역일 것 같은 가풀막을 헤치고 올라서면
경주 김씨 부부묘를 만나게 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등로에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과일 하나 먹고 가기로 합니다.
잡목이 우거진 194봉을 지나 우측으로 등로를 이으면
항공항행시설이 있는 202봉에 닿게 되는데
'흰날봉'이라는 코팅지를 달아놓았네요.
요즘 주변 산들을 다녀보면
이렇게 산이름을 붙여 놓은 것을 쉽게 볼수 있는데
어떠한 근거로 이름을 붙였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적어도 그 지역의 역사에 걸맞거나 토착민들로 부터
대대로 전해져 오는 이름이면 다행이지만
자기 뜻대로 아무렇게나 지어서 이름을 붙여 놓는다면
훗날 그대로 잘못된 채로 굳어져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되니
함부로 작명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져봅니다.
202봉에서 우측 아래로 쏟아질듯 한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면
등로는 임도와 만나게 되면서 좌측으로 이어지고
외딴 농가주택 한가운데를 지나게 됩니다.
이후 널찍한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동양산업(주) 건물이 우측으로 보이고
진입로를 따라나가면 오늘 산행의 종착점인 31번 국도상의 흰날재(白日嶺)에 닿게 됩니다.
그동안 먼곳으로 산행을 계속 다니느라 정작 가까운 근교산을 등한시 한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보고자 나선 산길을 봄날같은 따스한 햇살을 맘껏 받으며 7년 만에 다시 조항산을 찾게 되었으니 그 감회가 남달랐던 오늘이다. 함께 걸었었던 그때의 동료들은 다들 명퇴다 뭐다 해서 떠나버리고 혼자 남아 홀로산행을 다니다 정년을 채우고 자유로운 몸이 되어 다시 이 길을 걷게 되니 어찌 감회가 새롭지 않을까... 최근까지 한 달에 한번이라도 산행하면서 얼굴을 보곤했지만 요즘은 통 연락이 없으니 궁금하기 짝이 없다. 다들 바쁘게 제 2의 인생을 꾸려나가는지도 모르겠지만 연락이라도 하며 살면 좋겠다 싶어 전화 한통이라도 넣어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흰날재의 육교를 건너 상정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여 구룡포발 200번 버스에 몸을 싣고 귀가길에 오른다.
'◈ 산행이야기 > ☆ 2015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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