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호젓한 산길따라 신바람나게 걷고온 포항 근교산행(조항산-운장산-월봉산-태봉산) 본문
◈ 산행일자 : 2015. 12. 23 (수) 날씨 - 흐림
◈ 산행장소 :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장기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포항시 동해면 홀리랜드주차장-국도 31번 지하차도-무명봉-조항산-태봉산갈림길-운장산-월봉산-바깥태봉-안태봉-원진사-홀리랜드주차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30분, 14.68km (식사 및 사진촬영 포함. GPS기준)
▣ 산행기
불과 열흘 전 동네 가까이 있는 야산들인 월미산에서 조항산까지 산행을 하면서 보았던 조항산 부근의 산들 중에서 못가본 곳이 있어 기존 올라본 산들과 한데 엮어서 돌아볼 생각으로 궤적을 하나 만들었는데 오늘 걸어보기로 내심 작정하고 집은 나서본다.
애초 계획은 7~8년 전에 걸어보고 아직 못해본 운토종주를 하거나 아니면 대구 공산댐 주변의 6개봉을 종주할 생각이었지만 전날 내린 비가 새벽까지 내렸는지 창밖으로 올려다 본 하늘은 구름이 끼어있는 우중충한 날씨가 먼길 떠나는게 못마땅 한듯 잔뜩 찌푸리고 있어 하는 수없이 포기를 하고 대신 가까운 곳으로 찾아보기로 하고 행선지를 바꾸게 된다. 동해면 약전사거리에서 금광리 방면으로 길을 들어 400미터 가량 진행하다보면 좌측으로 원진사를 알리는 입간판을 끼고 시멘트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홀리랜드 영성수련원이 나타나고 입구에 자그마한 주차장이 있어 애마를 세워놓고 배낭을 들쳐메고 수련원 안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조항산을 향한 진군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홀리랜드입구의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홀리랜드는 교회신도들을 위한 수련회 장소로 이용되는 곳인가 봅니다.
홀리랜드를 지나 계속되는 시멘트도로를 따라 진행하니
자동차전용도로인 31번 국도로 인해 등로가 잘려나가
산 아래로 내려가서 지하차도를 이용해
다시 맞은편 등로로 이어가게끔 되어 있네요.
지하차도를 통과하면 곧바로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직진은 원진사로 가는 길입니다.
조항산 산행이 우선이기에 좌측으로 올라서기로 합니다.
물론 원진사는 하산할 때 들르기로 했지요.
내려온 만큼 다시 올라간 끝에는
널찍하고 오붓한 산길이 이어지고 동네 산들이 다 그렇듯
주민들을 위한 체육시설도 만나게 되는군요.
임도를 계속 따라도 되지만 산길을 걷는게 성미에 맞으니
체육시설 끝나는 지점의 좌측으로 나있는 산길로 접어듭니다.
등로의 흔적은 나있지만 낙엽으로 덮혀있는데다
이용 빈도가 적어서 그런지 등로가 희미한 편이네요.
약간의 오름을 극복하고 나면 잡목은 사라지고 소나무숲길이 이어집니다.
이름없는 봉우리 초입의 소나무 숲길이 너무 괜찮아서 담아보았네요.
표식도 없는 그저 그런 봉우리지만 건너편으로
열흘 전 올랐었던 조항산과 흰날재 사이의 202봉이 건너보이고
나무 뒤쪽 멀리 호미지맥상의 금오산이 정수리를 내밀고 있네요.
무명봉에서 우측 아래로 내려서는 등로를 잇게되면
소나무와 참나무가 오손도손 어우러져 지내는 모습을 볼수 있고
짧지만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면
제멋대로 자라난 소나무들도 만나게 됩니다.
솔향내 가득 맡으며 지나온 숲길 끝에는 널찍한 등로와 합류가 되는데
아마도 체육시설에서 이어져왔던 등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잠시 후 석리와 금광리 가늠골로 나뉘어지는 갈림길을 지나게 되고
편안하고 걷기좋은 숲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평일이지만 꾸준히 운동을 즐기는 주민들이
간혹 눈에 띄는 등로를 따라 30분 가량 진행하니
조항산 산정이 가까워지고 정자 쉼터 옆의 체육시설에는
새로운 기기로의 교체작업이 한창이네요.
마루금에 올라서서 맨 먼저 열흘 전에도 보았던 전망터부터 찾아보기로 합니다.
좌측 멀리 운제산에서부터 우측의 영일만까지
오늘은 파노라마로 담아보기로 합니다.
흐린 날씨라 먼곳까지의 시원스런 조망은 아니지만
보고있으면 가슴이 탁 트일만큼 멋진 전경입니다.
조망터에서 발걸음을 되돌려 조항산 정상을 향해 걷는 도중
우측의 묘역에서 바라본 전망입니다.
산행 막바지에 다녀올 태봉산이 건너로 보이는군요.
조항산 정상부를 찍고 되돌아나와 우측의 임도를 따르기로 합니다.
다시 만난 조항산 정상 안내판을 사진에 담고
마주보이는 한국공항공사 포항항공무선표지소를 향해 걸어갑니다.
오늘은 항공무선표지소의 펜스를 따라 한바퀴 돌아볼 생각이랍니다.
호미지맥길과 작별을 하고 계속 펜스를 따라 진행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보았던 조항산 팻말은 볼 수가 없었지만
우측 아래로 내려서는 희미한 족적을 확인할 수 있었네요.
아마도 삼정제강으로 내려서는 길인 듯 합니다.
항공무선표지소 울타리를 한바퀴 돌고
다시 시멘트도로를 따라 송신중계탑이 있는 곳으로 되내려와
스텐이정표가 가리키는 '장기'방면의 임도를 따라 등로를 이어갑니다.
비록 날씨가 흐리지만 그리 춥지않은 기온이라
오늘 산행 역시 쾌적한 기분입니다.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사거리갈림길에서는 직진의 등로를 따릅니다.
약 2분 뒤 삼거리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중요포인트입니다.
우측의 태봉산은 산행 막바지에 찾아보기로 하고
먼저 좌측의 등로를 따라 운장산으로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등로 좌측의 소나무에 달려있는 자그마한 표찰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네요.
계속되는 등로는 걷기 좋게 소나무 갈비로 덮혀 있어
걷는 내내 양탄자를 밟고 가는 기분입니다.
우측으로 무덤 1기가 있는 사거리에서 잠시 알바를 경험하게 됩니다.
좌측으로 매달려 있는 시그널을 보면서 무작정 좌측으로 진행하다가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하다 싶어 궤적을 확인해보니
길이 어긋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다시 되돌아와 맞은편 등로로 진행해야 했지요.
쑥쑥 자란 소나무의 진한 향기를 맡으며 폭닥한 등로를 이으니
부러진 소나무 가지사이로 시그널이 하나보여 궤적을 확인해 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운장산으로의 지름길이었네요.
설령 이곳을 지나친다 하여도 다시 나타나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진행해도 운장산으로 갈수 있긴 합니다.
등로에 나타난 친구의 시그널을 보고서
제대로 길을 들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는군요.
3분 후 갈림길을 만나게 되니 기억에 떠오르는 곳이네요.
운장산에서 월봉산 방향으로 진행했던 지난 날의 산행때 만났던 곳이지요.
송전철탑(NO.30)을 지나게 되면
평지성 등로는 가파르기 그지없는 내리막길로 이어지고
송전탑 임도를 따라 발놀림을 이어가면
좌측으로 꺾이는 곡각지점 우측으로 운장산 들머리가 나타납니다.
'오지리'님의 시그널이 매달려 있으니 참고하면 될것 같네요.
잔가지가 성가신 오름길을 헤치며 올라서면
소나무 밑에 무덤 1기와 삼각점이 있는 운장산 고스락에 닿게 됩니다.
두번 째 방문이지만 누군가 운장산을 알리는 팻말을 달아 놓았네요.
사진 한장 남기고 운장산을 내려와 오던 길 되돌아 갑니다.
운장산을 향할 때 못보았던 철 없는 진달래가 피어나 발걸음을 붙드네요.
올 겨울을 어찌 나려고 이렇게 철 모르게 피었는지...
쏟아지는 듯했던 내림길을 이제는 가파르게 올라
다녀온 운장산을 바라보면서 안녕을 고하고
송전탑을 지나면서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근교산 종주라는 이름으로 가보았던 광정산 방향도 가늠해 봅니다.
다시 만난 조항산 갈림삼거리에서 이번에는 좌측 내림길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곧바로 나타나는 임도급 등로와 합류가 되고
3분 후 송전철탑(NO.31)을 만나게 되면서 등로는 우측으로 꺾이게 됩니다.
마주 나있는 등로는 아마도 선암사로 내려서는 길인 듯한데 요주의 지점입니다.
무덤군을 가로질러 약 4분 가량 진행하게 되면 사거리를 만나게 됩니다.
좌측은 선암사, 우측은 죽정리로 가는 길입니다.
월봉산을 향하려면 맞은 편 묵은 임도를 따라 가야하는데
두갈래로 나뉘어지지만 어느 쪽으로 진행해도 산장 부근에서 만나게 되지만
나뭇가지가 등로를 막고 있어 진행에 어려움을 겪어야 한답니다.
나뉘어진 두 갈래 길에서 우측의 임도를 따라 진행하다가
만들어간 궤적과 멀어져 가는 것을 느끼고
무작정 산등성이로 치고 올라가 올라선 무명봉에서
좌측으로 진행하다 내려서면 죽실마을로 가는 임도가 나오는군요.
지난 번 산행 때 만났던 기억을 되살려 좌, 우의 임도를 버리고
길도 없는 가운데 숲으로 치고 오르기 시작합니다.
등로의 흔적은 없어 무작정 나무가지를 헤쳐가며 올라서니
선답자인 '오지리'님의 시그널이 반겨주는군요.
월봉산 고스락에서 홀로 자리를 깔고 앉아
간단히 점심 요기를 하고 가기로 합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월봉산을 내려올 때는
올라갈 때의 임도가 아닌 그 옆으로 내려오게 되었네요.
지천으로 솔솔 뿜어져 나오는 보물 같은 솔향을
깊은 호흡으로 흠뻑 마시며 걷고 또 걸어갑니다.
왔던 길을 되짚어 가면 운장산 갈림길을 지나고
구불구불 굽은 오르막 숲길을 10분 남짓 이어가면
태봉산 갈림삼거리에 닿게 되면서 발걸음은 자연스레 좌측으로 이어집니다.
조항산에서부터 이어지던 널찍한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잘 꾸며진 묘역을 만나게 되는데 맞은편으로 바깥태봉이 성큼 다가서는군요.
죽정리 상정마을로 향하는 임도를 따르다
바깥태봉을 오르는 초입을 잘 살펴야 합니다.
시그널도 없으니 주의깊게 살펴야 하고
가파른 오름을 치고 올라서면 꽤 넓은 터에 무덤 1기가 있고
신라시대 왕자의 태실이라 추정되는
돌무더기가 자리하고 있는 산정에 올라서게 됩니다.
경북 포항시 장기면 죽정리에 있는 '태봉산'은 안태봉과 바깥태봉으로 나뉘는데, 산 정상 두 군데에는 왕자의 태를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태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영일읍지와 조선환여승람 영일군편 등에는 이곳에 신라 왕자의 태를 봉했고 따라서 산 이름도 '태봉(胎封)'이라 칭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포항의 최초 향토지 ‘일월향지‘에는 신라시대 왕자의 태를 안치했다해서 당시에는 잡인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했다는 기록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발굴조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연 신라 왕자의 태실이 맞는지는 단언할 수 없다고 하는군요.
이번에는 건너편 안태봉을 찾아가 보기로 합니다.
역시 쏟아지는 내림길이 기다리고 있네요.
낙엽이 두텁게 깔려있어 미끄럽기 그지 없으니 주의해야 할듯...
안부에 내려서서 다시 한고비 치고 올라서서 만난 안태봉 정상부입니다.
태실 도굴의 흔적인 듯 석실에 사용한 장대석이 흩어져 있고
'오지리'님의 시그널만이 바람에 나부낄 뿐 어떠한 표식도 보이질 않네요.
안태봉을 내려와 바깥태봉을 오르기 전
안부에서 바라본 죽정리 상정마을 풍경입니다.
나즈막한 야산이지만 미끄러운 오름이라
한발 내디디면 두 걸음 미끄러지는 가풀막입니다.
바깥태봉에서 바라본 안태봉과 평화로운 죽정리 상정마을을 사진에 담고
바깥태봉을 내려와 조항산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드디어 조항산 중계탑을 다시 만나게 되고
깔끔하게 설치완료된 운동시설들을 구경하면서
본격적인 하산모드로 들어갑니다.
걷는 데만 너무 열중하게 되면
걷는 재미를 만끽할 수 없을 것 같아 쉬엄쉬엄 걸으며
등로에 있는 키 큰 소나무와 잠시 눈도 맞추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도 합니다.
원진사를 향하는 등로는 널찍하고 부드럽기 그지없어
운동이나 산책하기 딱 좋은 동네 산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사거리갈림길인 작은새미기에서 직진길로 나서게 되면
울창한 소나무 숲길로 이어지고
좌측 아래로 원진사가 나타나고 임도를 벗어나
수목장 조성지로 내려서며 경내로 들어갑니다.
조계종 산하의 원진사입니다.
법당을 찾아 부처님께 예경을 올리고 나와
주지스님과 짧은 한담을 나누며 합장반배로 작별을 고하고
널찍한 시멘트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아침 나절 통과했던 지하차도가 보이는군요.
느지막한 시간임에도 운동을 즐기러 나온 동네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걷다보니
출발지였던 홀리랜드 영성수련원에 닿게 되고
애마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오늘의 산행은 마무리가 됩니다.
비록 지금은 은퇴라는 이름으로 삼식이 생활을 하고 있지만 또 언제 새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생존의 현장으로 뛰어들지 모르는 일이라 시간이 있을 때 부지런히 발품 팔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평일에도 산을 찾아 나선 오늘. 가까운 조항산 부근의 산들을 몇 군데 엮어서 걸어보니 생각보다 뚜렷하고 널찍한 등로에 우리 땅 어느 곳을 가더라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 그렇게 부드럽고 편할 수가 없어 새삼 금수강산이 고마울 수가 없다.
게다가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신라시대 왕자의 태실을 묻었다는 태실봉 또한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찾는 이 없이 잡풀만 우거진 이름없는 봉우리에 지나지 않지만 아직도 그 옛날의 흔적이 남아있어 관심을 가져야 할 유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경주에서 이사를 와서 터를 잡고 산 지 얼마되지 않은 탓에 마을 이름도 모르는 곳이 태반인데 주변의 근교산들을 걸어보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한게 산행에서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선물이 아닌가 싶다.
다음 기회에는 한반도의 동쪽 끝자락에 있는 호미곶을 남북으로 종주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홀리랜드주차장 입구에 마련되어 있는 공기 먼지털이기로 옷과 신발을 깨끗이 털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 산행이야기 > ☆ 2015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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