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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극기훈련으로 마무리 한 을미년 송년산행(운토종주) - 제 2 부 본문

◈ 산행이야기/☆ 2015년도 산행

극기훈련으로 마무리 한 을미년 송년산행(운토종주) - 제 2 부

해와달^^* 2015. 12. 31. 23:30

(1부에 이어 계속)

 

 

 

진전지환종주 이후 다시 찾은 삼거리봉(614봉)은

운토종주길과 시경계를 갈라 놓는 분기봉으로

왼쪽 능선을 타고 나가면 시경계를 따라 성황재로 이어지고,

직진 내리막 방면이 추령, 토함산 방면으로 연결됩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전망좋은 곳에서의 즐거움을 누려봅니다.

 

진전지환종주 구간의 하나인 533.8봉 너머로 포항 철강공단과 포스코,

해와달이 살고 있는 오천읍과 우측 끝으로 동해면까지 죄다 조망이 되는군요.

 

 

파란 하늘 아래 철지난 억새밭이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나타냈지만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니 그래도 괜찮은 그림이 나오네요.

 

 

운제산 이후부터 계속됐던 경주와 포항의 시경계길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직진의 내리막을 따라 가파르게 내려오면

 

 

예전에 없던 생태보호를 위한 통제구역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는 늪지대에 닿게 됩니다.

다행히 물이 많지 않아 안전하게 건널 수 있었네요.

 

 

늪지를 지나서면 곧바로 3거리를 이루는 호미지 능선에 접하게 됩니다.

왼쪽은 성황재, 오른쪽은 호미지맥을 따라 토함산까지 이어지는 길로

함월산 직전까지는 줄곧 외길이 이어진답니다.

 

 

이후의 등로는 무릎 아래까지 푹푹 빠지는 낙엽이 쌓인 길의 연속입니다.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길...

바닥 없는 자연의 늪이라 발이 깊숙히 빠져 긴장이 긴장을 불러옵니다.

 

 

바람이 몰아다가 마루금에 도배를 했는지

바닥에 쌓인 낙엽이 온통 발목을 덮어버리는군요.

 

 

바스락거리는 낙엽의 바다가 계속되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등로를 따라가니

 

 

된비알을 올라서야 만나게 해주는 함월산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달(月)을 품은(含) 산이라는 멋진 이름에 걸맞지 않게

변변한 정상석 조차 하나없는 곳이어서 올 때마다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제법 쌀쌀하게 불어대는 바람을 맞으며

준비해간 점심을 꺼내 먹으려니 목구멍에 넘어가질 않아

빵 하나와 숭늉 한컵으로 간단히 때우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간단히 곡기를 때우고 정상에서 되돌아나와

이번에는 좌측으로 나있는 시그널을 따라 내려섭니다.

 

 

이어지는 등로는 함월산 오르기 전 만났던

우회길과 합류가 되고 오르내리락을 한번 치루고 나면

 

 

등로 오른편 아래로 두 개의 바위가

어깨를 맞대고 있는 형제바위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서의 조망 또한 시원하지요.

지나온 시경계갈림봉인 삼거리봉(614봉)이 우측으로 보이고

동대봉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상의 646봉, 662봉도 건너로 보이는군요.

 

 

맞은편으로 동대봉산이 건너보이고 산자락 아래

해와달이 적(籍)을 두고 있는 절골의 황룡사도 멀리 내려다 보이네요.

 

바로 아래로 보이는 건물은 '동부민요보존회'랍니다.

우리네 구성진 가락을 마음껏 방해받지 않고

부를 수 있는 곳을 택하다보니

이렇게 깊은 골짝에 자리를 잡은 모양입니다.

 

저곳으로 해서 우측으로 진행하면

지나온 오미골갈림길이나 삼거리봉 아래의 늪지대로 갈수 있지요.

 

 

가야할 토함산이 가까이 다가온 듯하지

아직도 남은 여정은 구만리인 것 같네요.

 

 

 

 

좌우로 내려서는 길이 뚜렷한 4거리 안부인 수렛재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좌측은 세수방, 기림사방면, 우측은 모차골 방면이랍니다.

이 길은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신문왕 호국행차길로 알려져 있지요.

 

 

앞에 우뚝선 봉우리 하나를 오르면

그 앞에 또다시 나타나는 봉우리...

 

 

그 봉우리는 오르기가 더 가파르고 숨이 찹니다.

 

 

또한 낙엽 뜸한 길엔 가지가 길을 막고 있으니 고역이 아닐 수 없네요.

 

 

이번 종주길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곳을 만나게 됩니다.

진행방향은 좌측 아래로 꺾이지만 삼각점이 있는

494.2봉이 가까이 있기에 다녀오기로 합니다.

 

 

무덤 1기와 폐헬기장에 삼각점 하나가 자리잡고 있는 494.2봉입니다.

이곳에서 곧장 내려서는 길이 보이지만 반드시 되돌아 나와야 합니다.

 

왜냐하면 직진길의 급사면을 내려서면

모차골 안쪽에 위치한 황룡석불암으로 내려서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길고 긴 임도를 따라 백년찻집까지 가는 수밖에 없거던요.

 

 

되돌아나온 삼거리에서 가파른 내림길로 접어들어 등로를 이어갑니다.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대는 산길은 부실한 점심 때문인지

체력이 고갈되어감을 느끼게 되는군요.

 

 

서둘러 귤 하나 입에 물고 능선을 따라 한 차례 바득바득 올라서면

 

 

말라버린 억새와 칡넝쿨이 무성한 폐헬기장이 있는 507봉에 닿게 됩니다.

예전 토운종주를 할때 이곳에서 아침을 먹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백두산갈림길이 있는 곳인데 초입이 보이질 않아 그냥 지나치기로 합니다.

 

 

갈수록 느려지는 발걸음에 가뿐 숨 헐떡거리며 된비알을 올라서니

이번엔 또하나의 헬기장이 있는 497.3봉에 올라서게 되고

 

 

잔가지가 얼굴을 후리치는 내림길을 내려서며

멀리 우뚝한 토함산을 바라보니

아직 가야할 길은 멀고 마음은 바빠져만 가네요.

 

 

 

 

그동안 두 세번 걸어본 걸음이지만

결코 편안함을 느낄 수 없는 산길임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는군요.

 

 

세찬 바람에 피다가 움츠러든 진달래가 애처럽게 느껴지네요.

 

 

497.3봉을 내려와 자그마한 봉우리를 두어 개 오르내리고 나면

 

 

봄날 진달래와 소나무가 어울리는 등로를 지나면서

우측 아래로 모차골 민가를 빤히 보면서 진행하게 되고

 

 

전망바위에 올라 시선을 토함산 방향으로 살짝 돌렸더니

모차골쪽으로 들어오는 도로가 보이네요.

그렇다면 발 아래로 보이는 마을은 추원마을이 되겠네요.

 

 

고개들어 바라보면 모차골 너머로 동대봉산에서

무장봉으로 뻗어나간 산줄기가 길게 이어집니다.

 

 

가까이 성큼 다가온 토함산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전의를 불태워 봅니다.

 

 

경주-감포를 잇는 4번 국도를 달리는 차량의 소리가 들려오니

다시금 무거운 발걸음에 박차를 가해봅니다.

 

 

두터운 낙엽에 가려있는 깎아지른 내림길을 내려

무덤 2기가 보이는 안부를 지나 잠시 올라서면

 

 

산사태지역 아래로 추령의 백년찻집이 내려다보이고

토함산 오름길의 중계탑과 역광 속에 토함산이 올려다 보입니다.

 

 

예전 경주에서 감포로 넘나들던 추령의 고갯마루에 자리잡고 있는 백년찻집입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찾는 이가 적지 않은 듯 흘러나오는 음악 또한 정갈하네요.

 

 

추령에서 토함산 오르는 길은 쉼없는 오르막의 연속이기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걸음을 옮겨봅니다.

 

 

백년찻집 왼편 담장을 끼고 들어가면 계수기를 지나게 되고

초입부터 가파른 데크길이 시작됩니다.

데크가 없던 예전엔 무척 가파르고 미끄러워

오르내리기가 참으로 힘들었지요.

 

 

데크를 올라 한고비 치고 오르면 이동통신 중계탑을 지나

 

 

10분 가량 걸음을 옮겨가니 토함산까지 2.5k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나게 됩니다.

 

 

조금은 어둑해진 산길을 오르며 바라본 토함산은

아직도 저만치서 내려다 보고 있고

 

 

빵 하나 먹고 먼길 떠나온 발걸음은 이제 점점 지쳐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준비해간 밥을 먹으려고 하니

어둠속을 헤멜 생각에 엄두가 나질 않아

 

 

금줄을 넘어 지름길로 가보기도 하고

귤 하나 꺼내 먹으며 정신력으로 버텨나갑니다.

 

 

평소에는 숲에 가려 보기 힘들었던 양북면 상범마을도 바라보고

 

 

쏟아지는 내림길 끝에 다시 시작되는

토함산으로의 된비알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갈수록 느려지는 발걸음에 가뿐 숨 헐떡거리며 된비알을 올라서니

 

 

토함산 턱 밑에 있는 조망바위에 닿게되고

아득하게 펼쳐지는 지나왔던 산줄기를 잠시 구경한 후에

 

 

포수우물을 들러 식수를 공급받고 싶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 같아 그냥 통과를 하니

 

 

석굴암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는 추령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올라선 능선에서 우측으로 6분 가량 나서면

 

 

큼직한 빗돌이 있는 토함산 정상에 도착하게 됩니다.

 

사위를 둘러보는 조망이 시원하기 그지없는 곳이지만

무엇보다 때를 놓치지 않게 일몰부터 봐야겠기에

산불감시초소 방향의 전망터로 진행합니다.

 

 

토함산 정상에서의 낙조(해넘이)를 보는 순간입니다.

아침에 시루봉 가는 길에 대왕암 너머로 떠오르던 일출보다

단석산 뒤로 넘어가는 해넘이 풍경이 더 감동적이네요.

 

 

해넘이를 담고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8년 만의 종주길에 대한 감회에 젖어봅니다.

 

 

원래의 계획은 보불삼거리로 내려갈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 불국사주차장으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토함산 정상을 조금 앞두고 집사람에게

불국사주차장으로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넣어 두었기에

널찍한 등로를 따라 걷는 발걸음도 덩달아 바빠지는군요.

 

 

숲 사이로 비치는 산 아래에는 하나 둘 불빛이 켜지기 시작하고

 

 

토함산 정상을 출발한지 20여분 경과하니 석굴암매표소 앞에 닿게 됩니다.

 

 

석굴암주차장 입구에 있는 석굴암 통일대종을 사진에 담고서

 

 

매표소 옆으로 나있는 돌계단을 내려서며 불국사로 향합니다.

 

 

잘 정돈된 길을 따라 부지런히 내려가니

 

 

점차 어두워진 날씨에 결국에는 이마에 불을 밝히게 됩니다.

 

 

예전 경주에 살때 가끔씩 물 뜨러 왔었던

물맛 좋기로 소문난 오동수약수 입구를 지나고

 

 

어두운 밤길을 불빛 하나에 의지한 채

이후 10분 남짓 내려서니 불국사에 닿게 되면서

기나긴 운토종주의 대장정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 한다는 '송구영신(送舊迎新)'

살아온 인생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정년이라는 굴레를 벗어버리고 멋지게 제 2의 삶을 살아보고자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송년산행으로 꾸며본 운제산-토함산 종주산행.

멋지게 해내리라는 각오로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산행 후반부의 고만고만한 잔봉을 많이 넘어서게 되면서 체력적인 소진이 컸었고 막판의 토함산 오름 역시 무척 힘이 들었던게 사실이다. 빵 하나로 버틴 어리석음이 산행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으니 다시는 이런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은 오늘의 산행을 반성하면서 그래도 끝까지 완주를 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오름질도 심하고 내리막은 덮혀버린 낙엽으로 조심조심 내려서야 하니 체력소모는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았지만 발목까지 빠지는 융단처럼 깔린 낙엽길을 원없이 걷다 보니 낙엽 산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본 겨울 산행의 묘미를 한껏 느낀 산행이었다.

언제 다시 걸어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해마다 한번씩은 걸어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져보면서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집사람에게 핸들을 맡기고 피곤에 지친 육신을 좌석 깊숙이 던져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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