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가고픈 마음 늘 품고 있던 지리산 바래봉을 찾아서... 본문
☆ 산행일자 : 2016년 4월 17일 일요일 날씨 - 흐린 후 맑음. 강풍...
☆ 산행장소 : 전북 남원시 운봉읍 바래봉
☆ 산행인원 : 포항넝쿨산악회와 함께...(총 48명)
☆ 산행코스 : 용산마을바래봉주차장-운지사-임도접속-바래봉삼거리-바래봉-팔랑치-1034봉-산덕마을갈림길-용산마을주차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3시간 45분, 10.38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지리산 바래봉(1,165m)은 백두대간 상의 고리봉(1,305m)에서 북동쪽으로 갈라진 지능선상에서 남원시 운봉읍과 산내면을 경계로 솟아 있는 산으로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아 바래봉이라 붙여졌다고 한다.
둥그스름하고 순한 산릉인데다 정상 주위는 나무가 없는 초지로 되어 있다. 동쪽의 천왕봉에서 서쪽의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산 주능선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전개되고 굽이치는 암봉이 공룡등을 연상케 하는데 바래봉 정상은 지리산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손꼽힌다.
바래봉은 지리산의 수백개 봉우리 중 산 자체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전국 제일의 철쭉 군락지로 유명하며 바래봉은 능선으로 팔랑치, 부운치, 세걸산, 고리봉, 정령치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산행길이 이어진다.
산행은 운봉읍에서 1.5km 떨어진 용산마을에서 시작한다. 목장 뒤로 나 있는 산판길을 따라 오르기 때문에 산행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산판길이 끝나는 바래봉 정상 아래부터 철쭉 군락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바래봉 철쭉은 붉고 진하며 허리 정도 높이의 크기에 마치 사람이 잘 가꾸어 놓은 듯한 철쭉이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4월 하순에 산 아래에서 피기 시작하여 5월 하순까지 철쭉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산 중간부 구릉지대, 8부 능선의 왼쪽, 바래봉 정상 아래 1,100m 부근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 팔랑치로 이어지는 능선에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특히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곳은 정상 부근에서 팔랑치에 이르는 약1.5km 구간으로 팔랑치 부근이 가장 많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팔랑치에서 능선을 계속 따라 1,123봉으로 오르는 능선에도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바래봉은 고산으로 숲이 울창하였으나 1971년에 시범 면양목장을 설치하여 200만평의 규모에 면양을 방목하자 초식동물인 면양이 철쭉만 남기고 잡목과 풀을 모두 먹어버리고 남아있던 철쭉이 자연적으로 군락을 이루게 되어 지금은 4월 말경부터 아래에서 피기 시작한 철쭉이 점차 올라가면서 5월 말경에는 정상에까지 꽃을 피우는 바래봉이 철쭉의 명승지가 되었다고 한다.
◈ 산행기
지난 달 지인이 회장으로 있는 산악회에 처음으로 참여하여 산행했었는데 이번 달에 또 같아 가자고 꼬드기는데 산행지를 물어보니 지리산 바래봉으로 간다고 한다. 철쭉이 유명한 바래봉은 아직 본인에게는 미답의 산이라 철쭉 구경하기엔 이른 시기이지만 망설임없이 간다고 해놓았지만 주말의 비소식에 마음 졸이게 된다. 때를 기다렸다가 새벽 일찍 창밖을 내다보니 비는 그쳐있어 산행준비를 시작한다.
준비를 마치고 약속장소인 포항공설운동장으로 차를 몰아가니 포항의 관광버스는 전부 다 모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산행인구가 많다는 소리는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버스들을 보면서 기다린 끝에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니 지난 달 한번 봐서 안면이 있다는 이유로 반갑게 맞아주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배정해준 좌석에 앉아 긴 시간의 여정을 시작한다.
청통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부지런히 달린 버스는 거창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것 외에는 쉼없이 달음박질을 달려나간다.
네비게이션에 입력을 잘못했는지 엉뚱한 곳에 도착하는 바람에 30분 가량을 더 허비한 후에 남원시 운봉읍 용산마을 공영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시각은 벌써 11시 50분.
서둘러 산행준비를 마치고 앞서가는 산님들을 뒤따라 바래봉을 향한 걸음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주차장을 출발하여 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바래봉철쭉제 표석을 지나게 됩니다.
포장도로를 따르다 잠시 숲길로 진행해보지만
이내 포장도로와 다시 합류가 되고
삼거리갈림길에 도착하면서 등로는 두 갈래로 나뉘어집니다.
좌측으로 진행하게 되면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지만
운지사를 들러보고픈 마음에 우측으로 길을 들어봅니다.
1925년에 창건된 조계종 사찰인 운지사.
운지사 경내를 가로질러 올라 숲속으로 들어서면
나오는 첫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길을 듭니다.
전날 내린 비에 촉촉함이 묻어나는 숲길은 싱그러움이 물씬 풍기는군요.
끝물의 진달래가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듯
화사한 춤사위를 보여주는 등로를 따라
맨 먼저 앞서나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오늘 산행코스가 용산마을에서 바래봉까지 왕복하는 짧은 코스라
성에 차질 않아 버스를 타고 오면서 생각해둔 코스대로 걸어보기로 합니다.
따로 생각해둔 산행코스는 운봉의 용산마을에서 시작하여
바래봉 삼거리에서 바래봉을 오른 다음 다시 삼거리까지 되돌아 나와
팔랑치까지 진행하여 지능선을 타고 내려가다 산덕임도와 합류,
용산마을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해봅니다.
늘씬한 모델마냥 하늘 높은 줄 모르도록
쭉쭉 뻗은 소나무 숲길을 부지런히 걸으며
가끔씩 나타나는 우리의 들꽃의 모습을 담아보기도 하며
정상을 향한 발걸음은 계속됩니다.
멋모르고 들어선 산길의 끝에는 목책이 가로막고 있었고
그 너머에는 용산마을로 연결되는 임도를 만나게 되는군요.
아마도 임도외 기존의 등로는 다 막아놓은 모양입니다.
잔뜩 찌푸리고 있던 하늘은 그나마 밝은 햇살로 인해
다소 사정이 나아지긴 하지만 먼곳까지의 조망은 아직 흡족하지 않네요.
멀리 운봉읍의 어느 마을 전경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등산객이 아닌 일반 관광객들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게끔 임도를 잘 만들어 놓았네요.
뒤돌아보는 풍경 또한 답답하긴 매 한가지지만
그나마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것 같습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10분 가량 경과하니
정령치 방향의 주능선으로 갈라지는 바래봉 삼거리에 닿게 됩니다.
바래봉을 향한 등로에 싱그러움이 물씬 풍기는
푸르른 풍경에 눈이 즐거움을 누려봅니다.
구상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먼길 마다않고
달려온 산꾼을 반겨주는 아늑한 숲길을 지나
바래봉을 향한 오름길로 들어서니 세찬 바람이 앞을 가로막는군요.
뿌연 연무 사이로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도 가늠해보고
반야봉, 노고단과 서북능선의 최고봉인 만복대와 고리산 방향도 담아가면서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세찬 돌풍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상태지만
정상 가득 자리를 잡고 있는 산객들을 올려다보면서
바래봉을 향한 걸음을 계속 이어갑니다.
저 멀리 서북능선의 최고봉인 만복대가 희미하게 잡히는군요.
바래봉 정상에서 흔적을 남기기 위한 산님들 틈바구니에서 겨우 한 컷 담아보고
주변을 배경으로 집사람을 모델로 세워놓고 사진 몇장 담은 후에
올라온 길 되돌아 내려가 바래봉 삼거리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좌측 정령치 방향으로 진행을 하게 됩니다.
서북능선으로 접어들어 잠시 진행하다
바람이 잠잠한 곳을 골라 늦은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식사를 마친 후 정령치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되돌아 본 바래봉의 모습입니다.
산 아래에는 지금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따스한 계절이지만
바래봉 능선에는 이제 막 봄이 찾아온 느낌입니다.
아직은 때가 이른 듯 몽오리만 맺혀있는 철쭉군락지를 지나
언젠가는 꼭 다시 철쭉의 향연을 보러 오리라는 마음 속 다짐을 하면서
'팔랑치'로 들어서게 됩니다.
'팔랑치'는 여덟 명의 병사가 이 산을 지켰다고 하여
'팔랑치'로 이름 붙여졌다고 하는데
나랏길이 지나는 중요 길목이기도 했지만
남해로부터 침입해오는 왜적으로부터
호남의 곡창지대를 지키는 으뜸 관문이었다고 하는군요.
여기서 이야기 하는 치(峙)란 고개를 나타내는 한자말로
령(嶺), 현(峴), 천(遷) 등으로 불리고 있는데
우리말로는 다르게 재라고도 하지요.
이곳 바래봉 능선은 모두 한자어를 써서
치(峙)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팔랑치에서 되돌아 본 바래봉 방향입니다.
팔랑치를 지나 가까이 보이는 1,034봉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바래봉에서 가장 멋진 철쭉군락지라는 팔랑치...
사방으로 넓게 분포된 철쭉밭을 보면서 아직은 요원하지만
언젠가는 멋진 철쭉의 향연을 볼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빌어봅니다.
1,034봉에서 만들어간 궤적과 비교해보니
이쯤에서 하산을 하는게 맞다 싶어
시그널 하나가 펄럭이는 맞은편 지능선길로 접어듭니다.
다음 이곳을 찾게 되는 날이오면 반드시 저 앞으로 보이는
만복대를 향한 마루금을 꼭 걸어보리라 마음먹어 봅니다.
지금껏 걸어왔던 등로와 달리 푸른 산죽밭이 이어지는 우거진 숲길이 이어지네요.
아직 산정에는 한창인 진달래의 붉은 춤사위가
밋밋하게만 보이던 주변 풍경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내림길이 시작되나 봅니다.
쏟아질듯 가파르게 내리꽂는 등로를 내려서면
연두빛 숲길에 진달래가 분홍색으로 피어나 봄의 정취를 전하고 있습니다.
칡넝쿨이 서로 뒤엉켜 등로의 흔적을 지워버린 길을
작은 눈 부릅뜨고 애써 찾아가며
연녹색의 맑은 기운이 온 몸을 감싸고 도는
봄이 찾아온 숲속을 쉬지않고 걸어가니
청아하게 들려오는 계곡물 소리가 힘차게 느껴집니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이제 제대로 자태를 드러내는 맑은 계곡에서
즐겁게 물장구 칠 날도 머지않아 찾아 오겠지요.
숲이 우리에게 주는 싱그러움과 청량함을
평탄한 등로를 따라 걸으며 온 몸으로 느껴봅니다.
부운치로 연결되는 산덕임도를 만나게 되면서
산행은 막바지로 접어드는 것 같습니다.
임도를 따라 걸어가면 산덕마을 갈림길을 지나게 되고
길가에 피어난 야생화들을 담아가면서
'조팝나무'
세찬 바람이 불어대던 산꼭대기와는 달리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농로를 따라 살방살방 걸음을 이어갑니다.
산 아래에서부터 산정을 향해 올라가는 철쭉이
여기서는 활짝 피어 있으니 바래봉 정상부에는
4월말이나 되어서야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네요.
농로를 따르다 지름길로 내려서기로 합니다.
길도 없는 곳으로 들어서서
예정에도 없던 논두렁을 지나고
불어난 개울물에 겅중겅중 건너보기도 하면서
용산마을로 들어서게 됩니다.
마을의 어느 집 앞에 곱게 피어난 '끈끈이대나물'을 카메라에 담고
용산마을 입구의 '춘향허브하우스'를 지나
출발지였던 용산마을 바래봉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충남 유성에 있는 국립현충원 뒷산으로 잘 알려진 갑하산을 가기로 되어있던 산악회의 정기산행이 갑작스레 바뀌는 바람에 선뜻 따라 나선 지리산 바래봉...
아직 미답의 산이라 따라 나서긴 했지만 막상 올라본 바래봉은 그리 힘들지도 않은데다 정상부의 조망 또한 시원스럽기 그지없고 지리산의 장쾌한 주능선을 볼수 있는 잇점에다가 전국 제일의 철쭉군락지라는 매력포인트를 갖고 있는 곳이라 이른 시기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바래봉행 버스에 몸을 실었지만 고르지 못한 날씨에 세찬 바람만이 휘몰아칠 뿐 전국 제일이라는 철쭉은 이제 움트기 시작하고 있었다. 더구나 이렇게 세찬 강풍이 몰아치며 차가운 기운이 산정을 감싸고 돌면 개화시기는 더욱 늦어질것은 자명한 일이라 애당초 철쭉꽃은 보기 힘드리라는 생각에 기대하지 않았었지만 막상 허허로운 벌판을 보게되니 아쉬운 마음 금할 길이 없었다.
산행하기에 그리 어려운 코스도 아니어서 내년에는 바래봉 주능선을 붉게 철쭉으로 수놓는 날을 택해 꼭 찾아오리라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주차장에서 하산주 모임을 마무리하고 관광버스 모드로 변해버린 버스에 몸을 싣고 포항으로 향한다.
'◈ 산행이야기 > ☆ 2016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항라푸마산악클럽과 함께 찾아간 충남 최고봉인 서대산 (0) | 2016.05.02 |
---|---|
산행 내내 금강송과 연달래와 함께한 울진 천축산 (0) | 2016.04.25 |
금강동천에서 시작한 영남알프스 명품 코스(천황산-재약산-문수봉-관음봉) (0) | 2016.04.11 |
라푸마와 함께 걸어본 영암의 명산 월출산(산성대능선-도갑사) (0) | 2016.04.07 |
신생 산악회를 따라 다시 찾아간 상주의 명산 갑장산 (0) | 2016.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