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산행 내내 금강송과 연달래와 함께한 울진 천축산 본문
♥ 산행일자 : 2016. 04. 24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북 울진군 근남면, 서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둘이서...
♥ 산행코스 : 금강송면 하원리(밭치밭 마을)-천축산 북릉-천축산-642봉-북바위봉-550봉-북쪽능선길-합수점-불영사-불영사주차장-불영사 버스정류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10분, 8.9km (식사 및 휴식, 불영사 경내 관람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 천축산(天竺山)
경상북도 울진군 근남면과 서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경상북도 울진군 근남면 수곡리와 서면 왕피리·하원리의 접경 지점에 있다. 해발 653m이다. 651년(신라 선덕여왕 5) 의상대사가 이곳을 지나다가 인도의 천축산(天竺山)과 닮은 산세를 보고 이름을 똑같이 지었다는 유래가 전한다. 북쪽의 근남면 행곡리에서 하원리에 이르는 불영계곡은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계곡 한쪽에는 신라시대의 유서 깊은 사찰 불영사(佛影寺)가 자리 잡고 있다. 산 일대에 오래된 굴참나무가 많은데, 의상대사가 불영사를 창건할 때 심었다고 한다.
◈ 산행기
주말이면 어김없이 떠나는 산으로의 여정...
이번 주에는 어디로 갈까나... 하며 잠시 고민을 하다가 너무 먼 곳은 내년에 산악회를 통해서 가기로 하고 아직 미답의 산을 찾아보기로 마음먹고서 산행 준비를 마친 후에 집사람과 함께 북쪽으로 차를 몰아간다.
오늘의 행선지는 한국의 그랜드 캐년으로 불리는 100리길의 불영계곡이 있고 천년고찰 불영사가 있는 천축산이다. 부산일보에서 소개된바 있는 이곳은 들, 날머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 자가용으로 가기엔 쉽지 않은 곳이지만 한번쯤은 걸어보고픈 미답의 산인데다 유명한 사찰인 불영사도 오랜만에 다시 찾아보고픈 마음에 찾아가는 길이다.
7번 국도를 따라 열심히 가속페달을 밟으며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금강송면 하원리를 향해 달려간다. 한시간 20분 가량 달린 끝에 도착한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울진군 금강송면 하원리. 불영계곡을 흐르는 광천을 끼고 형성된 하원리 밭치밭마을에 도착하여 공터에 주차를 해놓고 버스정류장 옆으로 나있는 시멘트도로를 따라 내려서면서 천축산을 향한 걸음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울진군 금강송면 하원리 밭치밭마을에서
우측 버스정류장 아래로 내려서면서 산행은 시작됩니다.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버려 하는 수없이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부치고 개울을 건너야만 했네요.
바위틈에 자라면서 예쁜 꽃을 피운 '돌단풍'을 사진에 담고
젖은 발을 닦은 후 입산금지 표지판이 있는 뒷쪽으로 오르기 시작합니다.
'붉은병꽃나무'
한고비 치고 올라 내려서니 양갈래로 희미한 등로가 눈에 띄는
사거리갈림길을 만나게 되지만 능선을 고집하며 직진길로 들어섭니다.
뚜렷하지만 조금은 가파른 산길을 따라 진행하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금강송들이 반겨주기 시작하는군요.
연녹색의 싱그러움이 도시의 공해에 찌든 심신을 맑게 해주고
간간이 불어오는 시원한 산바람이 목덜미를 타고 지나가면
지나온 산릉의 가파름도 힘든 줄 모르겠네요.
게다가 진달래가 떠나가는 빈자리를 메워주려는 듯 피어난
'연달래'의 화려한 모습에 산행은 즐겁기만 합니다.
가끔씩 지나온 뒷쪽도 바라보면서 등 뒤의 세계도 눈에 담아봅니다.
소나무와 연달래 그리고 쇠물푸레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운 천축산 북릉길...
이맘 때 쯤의 산길은 눈이 즐거움을 누리기 제격인 셈이지요.
주말이지만 산객이라곤 단 한명도 볼수 없어
조금은 의아스럽게 생각은 했지만
번잡스럽지 않고 오히려 조용한게 낫다 싶어
가파른 오름도 거뜬히 올라서며 진행하지만
산행을 마치고 난 후에야 그 연유를 알게 되었네요.
계속되는 등로는 그리 험하지도 않고
붉은 색 모피코트를 두른 듯 멋스러움을 뽐내고 있는 금강송과
끝물의 진달래와 한창 때갈 고운 연달래를 함께 보아가며 봄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니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30분 가량 소비하고 나서야
무인산불감시초소에 닿게 되는군요.
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무리지어 피어난 '양지꽃'과
작지만 매혹적인 '구슬붕이'의 봄나들이를
카메라에 담고서 3분 가량 등로를 이으면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40분 만에 삼각점과 함께
자그마한 돌에 '천축산'이라 씌어진 정상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약간의 한기를 느낄 만큼 세찬 바람이 부는 날씨지만
정상에 서면 어느 산이든 기분은 좋아지네요.
올라왔던 등로를 가늠해보면서
멀리 가까이에 있는 주변의 풍경을 보노라면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은 한 순간에 사라지고
다시 새 힘이 돋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것이 바로 등산의 묘미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미세먼지로 인해 조망은 별로지만
동해바다의 윤곽도 바라보면서
간식도 먹으며 휴식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하는게 산행의 법칙이니 만큼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면
솔가리 푹신한 등로에 연둣빛 이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서걱거리는 낙엽속을 헤쳐가며 쉼없이 등로를 걷다보면
나무마다 갓 돋아난 여린 초록의 새잎들이
싱그러운 연둣빛 매력을 더하는
경사가 완만하고 숲이 우거진 오솔길로 이어집니다.
좁은 숲길이 빽빽한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데,
고즈넉한 분위기가 금방이라도 숲의 정령이 튀어나올 것만 같네요.
천축산을 떠나온지 10여분 후에
나뭇가지로 막아놓은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맞은 편의 희미한 등로는 나뭇가지로 막아놓았고
가야할 등로는 우측의 뚜렷한 길을 따르면 됩니다.
소나무 일색인 등로에 짧은 참나무 군락지를 지나게 되면
'오지리'님의 시그널이 달려있는 642봉에 닿게 됩니다.
곧이어 진입을 금한다는 경고판이 붙어있는 곳을 만나게 되는데
아마도 불영교 방향으로 내려서는 등로인 듯합니다.
하지만 천축산의 명물인 북바위를 찾아갈 목적으로
철망을 넘어 맞은편 등로를 따라 진행을 하기로 합니다.
약 5분 뒤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북바위 갈림길인데요.
먼저 우측으로 북바위를 다녀온 뒤 좌측으로 진행할 예정이랍니다.
약간의 내림길을 내려서면 곧바로 바위군락을 만나게 되는데
목판에 '북바위봉'을 알리는 정상목을 보게 되는군요.
북바위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싱그러운 수목들과 어우러져 시원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서북쪽 통고산 방향의 서북쪽을 바라보니
새로 나온 연한 잎들이 산등성이를 수놓고 있네요.
북바위봉에서 돌아나와 좌측 아래로 보이는
가파른 내림길로 내려서면 북바위로 가는 길이 열려있답니다.
가까이 바라보이는 북바위봉이 손에 닿을 듯하지만
쏟아지는 내림길을 내려간 후 다시 가파름을 극복해야 만날 수 있답니다.
북바위 아래에서 올려다 본 모습으로
비나 눈이 올 경우에는 절대 올라서는 안될 것 같네요.
북바위 정상에 올라섰지만 낭떠러지인데다
세찬 바람까지 불고 있어 오래 머물 수가 없더군요.
북바위에서 올려다 본 소나무에 가려진 북바위봉입니다.
북바위로 내려올 때 쏟아지듯 했던 길이었으니
오름길 또한 가파르기 그지 없습니다.
십 여분의 짧은 시간동안 북바위를 다녀온 뒤 북바위봉으로 올라서며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북바위를 되돌아 봅니다.
당겨본 북바위...
봉우리 사이에 묻힌 불영사와 그 주변 경치는
활엽수와 침엽수가 뒤섞여 그려내는
연둣빛과 녹색의 향연이 한창입니다.
멋진 금강송을 사진에 담고 북바위봉으로 올라와
평평한 곳을 골라잡아 준비해간 먹거리로 요기를 하고
550봉을 향한 등로를 이으면
등로 우측으로 북바위봉의 위용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나게 됩니다.
나무마다 갓 돋아난 여린 초록의 새잎들이 시종 눈길을 붙들고
고요한 숲길에서 나무 냄새와 함께 새소리를 듣다 보면
오감을 통한 힐링은 저절로 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울창한 금강송 숲을 올라서면 우측으로 꺾어지는 삼거리를 지나게 되고
생을 마감하고서도 고고한 자태를 잃지않은 고사목을 보면서
삶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어느 덧 발걸음은 능선 분기점인 550봉에 올라서게 되는데
좌측으로는 송이채취구역 입산금지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이곳에서 뚜렷한 우측 등로로 내려서야 합니다.
계속 직진 길로 들어서서 진행하게 되면 통고산 방향으로
삼각점이 있는 592봉을 지나 불영사 경내로 내려서게 되는데
사찰과의 마찰을 피하려면 되도록이면 진행하지 않는게 좋을 듯 합니다.
본격적인 하산모드로 접어든 등로는 가파른 내림길의 연속입니다.
550봉에서 내려선 발품을 15분 가량 팔고나면
맑은 물소리가 들려오는 계곡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청아한 소리를 내며 불영계곡을 향해 달려가는
맑디 맑은 계류의 노래소리를 벗삼아 걷노라니
잠시 후 두 계류가 하나가 되는 합수점을 지나게 되고
무리를 지어 피어난 '각시붓꽃' 가족과 눈인사를 나누며 살방살방 걸어가니
금강송 우거진 숲길 저 아래로 도로가 보이고
불영사를 찾은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는군요.
'줄딸기꽃'
'조팝나무'
550봉에서 30분 가량 내려서니 드디어 불영사 경내로 들어서게 됩니다.
'매발톱'
예전 딸아이와 함께 직장의 성지순례로 찾아왔던
불영사에 다시 발을 들여놓게 되는군요.
불영사(佛影寺)
불영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불국사 말사로 비구니 도량이다.
구룡폭포 근처 천축산 아래 금강 소나무 숲 속에 위치해 있으며, 신라 진덕여왕 5년(651) 의상대사가 당시 수도인 경주에서 해안을 따라 단하동 해운봉에 올라서 북쪽을 바라보니, 이 곳 산세가 인도의 천축산과 비슷하다 하여 산 이름을 천축산이라 하였다.
큰 연못에 사는 아홉 마리의 독용(毒龍)을 설법하여 이 땅을 보시할 것을 청했으나 용이 따르지 않자 법력(주문)으로 쫓아낸 후 그 자리에 절을 지어 구룡사라 하였다가, 서쪽 산 위에 부처님의 형상을 한 바위가 절 앞 연못에 비쳐 불영사라 개칭하였다고 한다. 아직도 이 연못을 불영지라 한다. 그 후 조선 태조 6년(1397)에 소실된 것을 이듬해 소운대사가, 연산군 6년(1500)에 소실된 것을 양성당 법사가 중건하였다.
불영지(佛影池)
절 서쪽의 부처바위의 그림자가 이 연못에 비치므로
의상대사가 절 이름을 불영사로 지었다는 전설의 연못입니다.
불영지 곁에는 '숭고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자목련이 화려한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군요.
불영사 대웅보전(보물 제1201호)
부처님 오신 날이 목전에 다가와 연등을 설치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라 사진에 담기가 힘드네요.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보살, 보현보살을 모시고 있습니다.
부처님 뒤쪽에 모셔져 있던 후불탱화(後佛幀畵)인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 보물 제1272호)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보이질 않는군요.
명부전 앞에 설치된 백색의 연등들...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때문인지 하얀 색 일색입니다.
불영지와 어우러진 중생을 제도하고자 울리는
(법고, 범종, 목어, 운판)을 모신 전각인 법영루의 모습은
지금껏 보아왔던 여느 범종각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유채꽃'
'민들레 홀씨'
비구니 사찰이라 그런지 유달리 단아하고
깔끔한 모습의 불영사 경내를 둘러보고
불영사를 빠져나와 일주문을 향해 걸음을 옮겨갑니다.
싱그러움이 물씬 풍겨나는 우거진 숲길을 따라
걷노라니 저절로 힐링이 되는 듯 합니다.
늘씬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미인송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양가 높은 맑은 공기에
풍부한 수량의 맑은 물이 흐르는 불영계곡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걷는 길은 힐링 그 자체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불영사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삼각봉(三角峰).
불영사계곡
명승 6호인 불영사계곡일원은 근남면에서 수곡리, 행곡리, 서면 하원리 불영사에 이르는 계곡 일대로 불영사를 중심으로 15㎞의 계곡을 따라 그림 같은 자연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여러 모양의 바위와 낭떠러지가 많아서 특별한 이름을 붙인 장소가 30개 정도 있다.
여름철에는 계곡 맑은 물로 인해 피서지로, 봄과 가을은 드라이브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고, 겨울철에는 아름다운 설경을 구경할 수 있어 사시사철 어느 때고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아름답던 봄날도 끝물이 드는지
마치 여름이 찾아온 듯 그늘이 그리워지는 날이지만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날은 바로 오늘이라고
자신에게 주문을 걸어보면서 합장 반배로 일주문을 빠져나옵니다.
하지만 그 주문은 이내 깨져버리고 말았네요.
왜냐하면 불영사주차장으로 나오니
등산 배낭을 들쳐메고 있는 모습을 본 매표소 직원이 하는 말...
이곳은 등산로가 없으니 산행은 절대 안된다고 하면서
어디로 해서 내려왔냐고 따지고 묻더군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면서
조심할께요... 하면서 자리를 피해버리고 맙니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부근에 있는 불영사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정류장 벽에 붙어있는 버스시간을 알아보니 아직 1시간 30분 가량 남았음을 알고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출발지였던 하원리 밭치밭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어림잡아도 제법 먼거리라 집사람을 두고 차를 갖고 오겠다고 하니 같이 걷자는 말에 털레털레 걸으며 지나가는 차를 향해 히치를 시도해 보지만 속도를 내며 달려가는 모습에 포기를 하고 아스팔트길을 걸어간다. 출발지까지의 2.5km 거리 중 1/3가량을 걸어가던 중 뒤에서 달려오는 경운기 소리가 들려와 하원리까지 좀 태워달라는 얘기를 하니 순순히 태워주시는 촌로의 넉넉한 인심에 경운기 뒤에 타고가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고 무사히 밭치밭마을에 도착하게 되면서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마을 공터에 세워둔 애마에 올라타고 출발을 하려니 주민인 듯한 사람이 다가온다.
점잖게 인사를 하며 하는 말... 천축산 입구의 입산금지 팻말을 세워둔 이유를 말하며 한 두명씩 개인산행은 괜찮지만 단체산행객들로 인해 특용작물의 피해가 많다고 하면서 주변에 널리 산행을 오지말라는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는게 아닌가.
이미 걸어보았으니 다시 찾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선뜻 그러겠노라고 대답하고서 마을을 빠져나온다. 개인 소유의 산이라면 허락없이 무단 입산하는건 자제를 하는게 맞다 싶어 굳이 싫은 소리 들어가며 산행을 강행해야할 이유는 없으니 그러한 곳은 가급적 찾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비록 높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천혜의 불영계곡에 자리해 국내에서 가장 길고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늘 숙제로 미뤄두고 찾지 못했던 울진 천축산을 걸어보았으니 먼길 마다않고 달려간 보람은 충분히 느끼고 왔으니 오늘 산행 역시 만족스럽기 그지 없어 귀로의 답답한 교통체증도 잘 극복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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