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오어사 둘레길과 대골(큰골) 야생화탐사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6. 05. 15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주시 포항시 남구 오천읍, 경주시 암곡동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둘이서...
♧ 산행코스 : 오어사-오어지둘레길-항사리갈림길-대골-시경계길 접속-466.4봉-시경계길 이탈-대골(큰골)-항사리갈림길-오어사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14.41km (어울렁 더울렁 들꽃과 눈맞춤하며 걷다보니...GPS 기준)
▣ 오어지 둘레길
남구 오천읍 항사리 일원에 위치한 '오어지'는 운제산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신라 천년고찰 명승지인 오어사와 함께 포항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사계절 내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맑은 날이면 잔잔한 저수지에 산 그림자가 그대로 비쳐 장관을 연출하는 곳으로, 계절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특히 단풍이 물든 가을철에는 그 수려한 경관이 절정에 달한다.
오어지 둘레길은 출렁다리 '원효교'를 기점으로 7km에 달하는 구간으로 당초 둘레길에 데크로드 310m, 토사둘레길 350m를 조성하여 누구나 편안하게 수변지역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포항의 대표적인 둘레길이다.
◈ 산행기
일요일 오후부터 비소식이 있다는 일기예보에 예약해 두었던 사량도 섬산행을 취소하고 가까운 곳으로 산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햇살이 비치고 있어 비가 오기 전에 산행을 마칠 생각으로 물 한 병에 바나나 4개만 달랑 넣고 집을 나선다.
2시간 정도의 소요시간을 잡고 다녀오고자 집사람의 의중을 물었더니 오어사 입구에 있는 오어지에 새로이 트레킹 코스가 생겼다면서 그쪽으로 가자고 한다.
집에서도 가까운 곳이라 천천히 길을 나서 오어사 초입으로 들어서니 휴일이라 그런지 오어사와 오어지둘레길을 걷고자 찾아온 탐방객들이 많아 입구부터 정체가 시작되고 있었다. 전날 부처님오신 날 행사를 위해 조성된 공영주차장에서부터 통제를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냥 내버려둔 탓에 좁은 도로가 꽉 막혀 정체를 빚고 있었다.
어차피 절 입구까지 가봤자 주차할 곳도 없을테니 도로변 적당한 곳에 미리 주차를 해놓고 오어사를 향해 걸어가니 과연 주차할 만한 공간은 눈에 띄질 않는다. GPS를 가동하며 원효대교를 사진에 담는 것으로 둘레길 탐방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오색연등을 현수교인 원효교에 매달아 놓아 밤에 찾아오면
더 멋진 그림이 연출되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어대는 통에
흔들리는 원효교를 난간을 붙잡고 걸어야 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해 봅니다.
원효교를 건너 오어사의 푸르른 풍광을 사진에 담고
감사나눔둘레길로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걷기 편한 코스라 그런지
오어지를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 보이는군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가족, 친구 등
그룹을 지어 많이들 찾아 오시나 봅니다.
이번이 두 번째의 둘레길 트레킹이지만
새롭게 꾸며놓았다 하니 살짝 기대감이 듭니다.
종전에는 헬기장이 있는 운제중봉으로 가는
우측 능선으로 오르는 길 밖에 없었는데
좌측 오어지 수면 가까이로 새로이 탐방로가 생겼네요.
신라시대 4대 조사(祖師)인
자장(慈藏), 혜공(惠空), 원효(元曉), 의상(義湘) 스님이
이곳 오어사에서 주석하며 노닐었다 해서
'광적대'라 불리웠던 곳인데
바위 모양이 천연기념물인 '남생이'를 닮았는지
이름을 남생이바위라 붙여 놓았네요.
오어지 둘레길은 포항의 감사 나눔 둘레길 21선 중 하나로
입소문을 타고 제법 알려진 탓인지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답니다.
특히 이곳 오어지 둘레길 조성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은
지역의 유력정치인도 아닌 바로 오어사 주지스님께서
기획하고 또 후원해서 만들어진 것이라 합니다.
이곳 삼거리에서 우측 오름길로 들어서면
운제중봉 가는 길의 쉼터 의자가 있는 삼거리로 연결이 됩니다.
오어지둘레길의 랜드마크이기도 한 메타쉐콰이어 숲입니다.
비록 작은 규모의 숲이긴 하지만
탐방객 대부분이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는 곳이랍니다.
오늘은 선점한 분들이 많아 간단히 사진 몇장 담고서 곧장 통과하기로 합니다.
청송 주산지의 왕버드나무가 생각이 나서 흉내를 내보았지만
잔물결이 일렁이는 바람에 반영(反映)은 담아내지 못했네요.
메타쉐콰이어 숲은 오어지의 물을
가장 가까이서 만져볼 수 있는 곳이라 인기가 높은 곳이랍니다.
연녹색의 싱그러움이 물씬 풍겨나는
숲길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 이어가다 보면
오어지둘레길의 분기점이기도 한
대골 초입에 다다르게 됩니다.
비가 많이 와 수량이 많은 날에는
건너기가 버거운 대골에 길을 만들어 놓았네요.
하지만 폭우가 쏟아지게 되면 저 길도 휩쓸려갈게 뻔한데
좀더 튼튼한 다리를 만드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봅니다.
하늘을 보니 비가 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걷는 시간도 짧아
둘레길 탐방에서 대골 야생화탐사로 긴급 변경하기로 합니다.
이정표 뒤쪽 대골 숲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선선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는 숲길에 들어서니
'쥐똥나무'가 하얀 꽃을 피운 채 반겨주고 있고
푸르른 잎이 무성한 나무 아래 하얀 꽃비가 내려앉아 있어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때죽나무'에 하얀 꽃들이 방울방울 달려있는 장관을 보여주는군요.
계류를 가로질러 건너편 숲속으로 들어서면
이번에는 '쪽동백나무'가 앞을 가로막는군요.
'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가 꽃이 비슷해서 구분이 쉽지 않은데
오늘 두 개체를 한꺼번에 보게 되어 집사람에게 설명해 주기가 쉬웠답니다.
때죽나무는 가지 사이에서 꽃이 피고,
쪽동백은 새순 가지에( 꽃대가 아님) 꽃이 달린답니다.
'참꽃마리'
'황새냉이'
오월의 숲길에는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눈에 보이기도 하고
듣지 못했던 많은 소리와 이야기들이
귓속을 쟁쟁거리며 들리기도 합니다.
'국수나무'
계류를 이리저리 넘나들며 대골의 깊은 속살속으로 들어가는 지금...
오월의 중순...
참으로 싱그럽고 향기로운 계절입니다.
초록바다에 새하얀 꽃이 피고
꽃의 그윽한 향기 달콤하게 다가오는 계절의 여왕 오월...
'벌깨덩굴'
'국수나무'
'민백미꽃'
'뱀딸기꽃'
'고광나무'
숲이 주는 싱그러움도 좋고 꽃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자태,
그윽한 향기가 삶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해주는 계절입니다.
'쥐똥나무'
'찔레꽃'
'노란장대'
약 100년전 포항지역의 초기 천주교 신자였던
'유치수'라는 분이 오천읍 문충리에서 경주까지
매주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1박2일간의 거리를 걸어다녔던 길을
'문충 신앙 올레길'이라는 이름으로 복원을 해놓았는데
지금 이곳이 그 종간지점이라고 안내문에서 알려주고 있네요.
직접 걸어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그 길을
신앙의 힘으로 극복했다는게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은방울꽃'
중요 포인트인 삼거리에 도착하게 됩니다.
먼저 좌측 대골의 끝자락까지 진행하여 시경계길이자
운토종주길에 접속을 한 후 466.4봉을 지나면 나오는 삼거리에서
시경계길을 버리고 이곳으로 돌아올 계획입니다.
'광대수염'
'노랑갈퀴'
계속되는 등로는 점점 더 수풀이 우거지고
등로를 걷는 내내 인적이라곤 집사람과 단 둘만이 남게 되니
자주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지만
금새 눈길을 붙드는 들꽃에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
'둥굴레'
'벌깨덩굴'
청아하던 물소리도 점점 잦아들고 등로 또한 거칠어지기 시작합니다.
지난 해 이맘 때쯤 집사람과 둘이서 이 길을 걸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물소리도 잦아드는 깊은 골짜기로 빠져들어 갑니다.
대골의 가장 깊숙한 곳의 합수부에서 직진 방향의 골짜기로 진행을 하니
'산괭이눈'
줄곧 들려오던 물소리는 끊어지고 칡넝쿨이
진입을 거부하는 대골의 막장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미나리냉이'
하늘이 열리고 대골과 시경계능선이 만나는 지점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진입을 금하는 표지판 하나가 달랑 있는
시경계능선에 올라서서 대골 방향을 돌아봅니다.
여름철 잡목과 잡풀이 무성할 때는
진입이 많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꽃마리'
주능선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준비해간 바나나로
허기를 달랜 후 시루봉 방향으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은난초'
시경계구간 상의 466.4봉을 지나
'은방울꽃'
맑고 고운 방울 소리가 금방이라도 울려퍼질 것 같습니다.
'금난초'
지금껏 산행하면서 이렇게 예쁘게 핀
'금난초'는 처음 본것 같습니다.
오늘 산행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것과 마찬가지랍니다.
시경계길이자 운토종주길인 등로는
등산객들이 길을 넓혀놓아 신작로 수준입니다.
'은대난초'
좌측 아래로 나있는 등로가
시경계구간이자 시루봉으로 가는 등로지만
오늘은 미답의 길을 걸어보고자
우측 오름길로 들어섭니다.
꽃이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그윽한 향기는
보는 이의 마음도 곱게 피우고 향기롭게 만들어주는가 봅니다.
녹음이 짙은 푸르른 산을 오르며 치유를 받고
아름다운 꽃을 보며 그윽한 향기를 담으며
내 마음 안에도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이 되도록 말입니다.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를 만나게 됩니다.
좌측의 널찍한 등로는 산여고개를 거쳐 산여농장 방향이고
대골의 삼거리갈림길로 가려면 맞은편 등로로 진행해야 하지요.
이어지는 등로는 뚜렷한 길이긴 하지만
지금은 산꾼들만 다니는 묵은 길이 된것 같습니다.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니 다시 만나게 되는 삼거리입니다.
시경계길을 거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으니
이제 오어사를 향한 걸음을 계속해야 겠습니다.
하지만 되돌아가는 걸음도 이내 더뎌져만 가는군요.
아침나절 보았던 야생화들과 한번 더
눈맞춤 해주느라 느림보가 되기 일쑤였기 때문이지요.
'쪽동백나무'
쪽동백나무의 "쪽"은 접두사로 "작은"의 뜻을 의미하고,
부사로도 "작은 것이 고르게 늘어서거나
가지런히 벌려 있는 모양"을 말합니다.
그래서 동백나무보다 작아서 쪽동백나무라 한다는군요.
'노란장대'
'고광나무'
은은하게 풍겨나오는 꽃향기는 등산로를 따라
숲 속을 지나가는 산꾼의 피로를 씻어 주는 향긋한 향수가 되고,
벌이나 나비에게는 새봄 첫 번째로 꿀을 딸 수 있는 고마운 나무랍니다.
분명 이 길을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새로움이 느껴지는건 어쩐 일일까요?
명경지수(明鏡止水)라는 말이 어울리는
대골의 맑은 계류를 사진에 담고
연초록 나무 잎사귀를 바라보면서
하염없이 싱그러워지는 마음을 느껴보기도 합니다.
'때죽나무'
대골의 맑은 물이 오어지로 유입되는 지점의
항사리갈림길에서 흘린 땀을 씻어내며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꽃받침 색깔이 빨간색이라 다르게 보이지만
같은 '때죽나무'입니다.
'때죽나무'는 열매나 잎에 작은 동물을 마취시키는
에고사포닌 성분이 있어 잘게 빻아서 물에 풀면
고기들이 떼죽음 당해서 때죽이라 부르기도 하고,
가을에 매달린 열매가 떼로 모여있는 스님들의 까까중머리 같아서,
'떼중나무'라고 부르다가 때죽나무로 바뀌었다는 재미 있는 이야기도 있답니다.
오어지와 대골의 경계지점이자 항사리갈림 이정표가 있는
이곳을 떠나 오어사를 향한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숲길에서
우리네 마음도 그렇게 싱그러움을 더해가고 있겠지요.
시간의 수레바퀴는 굴러가고
나이란 것도 그만큼 실려서 따라온 시간들...
잊고 살았던 것들이 자연의 선물 앞에서
하나씩 새록새록 피어나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여유로워지기 때문이겠지요.
살아가면서 사랑해야 할 것들...
살아가면서 느껴야 할 것들...
너무도 많은 것들이 마음속에 혹은 주변에 가득 깔려 있답니다.
앞만 보고 바쁘게 달려온 시간들...
나를 잊고 살아온 바로 우리 베이비붐 세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젊었던 시간들의 풋풋했던 감정마저도
현실이란 굴레속에서 자아마저 상실한 듯
허덕이면서 달려온 우리의 중년이 아닌가 싶네요.
많이 웃고 즐거워하며 많이 사랑하고 행복해 하는 시간...
이제는 그러한 시간과 마음들이 자신을 부드러운
자연속에 기대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만의 상념에 빠져 걷다보니
어느 새 원효교 앞에 다시 서게 되는군요.
신록이 짙어가는 푸른 숲속에 둘러싸인
오어사를 바라보며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파랗게 돋아난 잎새들이 짙푸른 숲을 만들어 한층 싱그러움을 더해주는 푸른 오월의 시간들 속에서 보낸 오어지둘레길과 대골로의 발걸음은 야생화와 더불어 산행하는 내내 행복함에 젖어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오월의 기쁨인 싱그럽기 그지없는 신록의 하루를 알차게 보내며 마음도 푸르게 들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롭게 피워낸 멋진 오월의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
가정의 달, 오월... 소중한 가족을 생각하며 아끼고 사랑하며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따사로운 햇살의 전송을 받으며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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